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42)
142화
조성현은 채윤이의 졸업식에 온 게 처음이었다.
그건 분명 당연하지 않은 일이었고, 조성현으로서는 후회가 되는 일 중 하나였다.
지난 생, 아무리 바빴어도 딸이 유치원에서 졸업하는데 거기에는 가야 하지 않았을까.
사실 바쁘다는 것조차 핑계였다.
채윤이는 예뻤고, 사랑스러웠지만.
볼 때마다 항상 아이 엄마가 생각이 났으니까.
그게 조성현으로서는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자신조차 속여가며 핑계를 만들어 채윤이를, 자신의 딸을 외면한 것이다.
평생의 후회가 될 것이라는 걸 미리 알았어야 했는데.
그걸 알지 못했고, 조성현은 결국 채윤이의 삶까지 고통으로 물들게 만들었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졌기에 조성현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려 노력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만약 이 기회가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채윤이와 조성현, 그리고 아이 엄마. 셋 모두에게 끔찍한 일로 남았을 거다.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져서, 조성현이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거니까.
“오늘을 위해서 아이들이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원장 선생님이 나와서 마이크를 잡고 인사를 한다.
그녀는 아이들이 열심히 준비했다며, 아이들을 먼저 칭찬했다.
“혹여나 아이들이 실수하거나 하더라도 귀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한 교장 선생님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한 후 무대를 내려갔다.
졸업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아이들이 한 명씩 무대 위에 등장했다.
무대에서 정렬하는데 약간이 소란이 일었다.
다섯 살 반 아이들이 나오는 무대다.
채윤이와 영준이는 나오지 않았지만, 조성현이나 민은정이나, 유재균이나.
모두 부드럽게 웃으며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탁.
작은 소리와 함께 무대에 조명이 켜지며 아이들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났다.
한복을 입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누가 봐도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귀여웠다.
선생님들이 저 옷을 입히느라 얼마나 고생했을지, 상상이 가서 조성현은 피식 웃었다.
개량 한복이라고는 해도 입고 벗기가 상당히 힘들 거다.
특히 아이들은 그리 좋아하지 않을 게 분명했고, 선생님들은 저 옷을 입히기 위해서 몇 번이나 아이들을 설득하면서 입혔겠지.
본인 몸집만 한 북을 든 아이도, 트라이앵글을 들고 있는 아이도, 아무것도 들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아이들도 있다.
부모님을 발견했는지 아이 중 한 명이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그 옆에 있는 아이도 손을 흔든다.
그리 정돈된 무대는 아니었지만, 보면 볼수록 미소가 지어지는 무대였다.
이런 게 유치원 졸업식의 재미 아닐까.
순수한 아이들의 미소와 설렘, 떨림들을 지켜보면서 자신도 동화되는 그런 거.
이내 아이들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북을 두드리는 것을 시작으로, 트라이앵글이 소리를 이어받았고, 뒤이어 가운데 있던 아이들이 입을 열어 노래를 시작한다.
아이들의 노래는 분명 미숙했지만, 맑고 깨끗했다.
듣기 좋은 아이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조성현은 슬쩍 고개를 내려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간단하게나마 졸업식 순서가 쓰여 있는 종이.
채윤이의 차례는, 거의 막바지에 있었다.
그래도 중간중간 단체로 나와서 무대를 하는 게 있었기 때문에, 단체 무대에서 몇 번 볼 수 있을 것 같다.
무대를 무사히 끝낸 5세 반 아이들이 열심히 손을 흔들면서 내려간다.
“애기들이 진짜 예쁘네.”
“그러게요.”
“너도 저럴 때 있었는데.”
“…….”
이수현의 말에 조성현은 갑자기 무슨 말이냐는 듯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조성현의 시선에도 이수현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딱한 눈빛으로 무대를 내려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작게 말을 이었다.
“채윤이가 딱 저만할 때부터 아무 말도 안 하고 밥도 안 먹으려고 하고 그랬지.”
아이의 엄마가 죽었으니.
채윤이도 충격이 컸었다.
조성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거리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맑고 깨끗한 아이들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
채윤이는 그 시간을 보내지 못했었다.
그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조성현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뜨고는 무대를 바라보았다.
졸업식은 계속되었다.
춤, 노래, 악기, 시 낭독 등.
다양한 나이의 아이들이 나와서 열심히 무대를 펼쳤다.
조성현은 그 중, 7세 아이들이 단체로 나와서 춤을 추는 것을 보며 활짝 웃었다.
컨셉 자체가 한복 컨셉인지, 다들 개량 한복을 입고 열심히 춤을 추고 있었는데, 많이 연습한 티가 났다.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또 갑자기 단체로 주저앉기도 하면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유치원에서 가장 나이 많은 아이들의 무대였기에, 당연하게도 지금까지의 무대 중 가장 완성도 있는 무대가 나왔다.
선생님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눈에 훤하다.
“너무 잘하네. 우리 채윤이 춤도 저렇게 잘 출지는 몰랐어.”
“그러게요.”
이수현의 말에 조성현이 답했다.
채윤이의 춤은 완벽하지 않았다.
여러 번 실수도 하고, 버벅거리기도 했지만 어찌저찌 무사히 옆에 있는 아이들의 동작을 따라하며 춤을 이어나갔다.
조성현은 영준이가 채윤이의 바로 옆에서 슬쩍슬쩍 채윤이를 도와주려고 하는 것을 보고는 가볍게 웃었다.
그는 채윤이가 집에서 춤 연습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아이는 집에서 피아노를 연습하거나 조성현과 노는 게 전부였다.
춤 연습 같은 것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고, 그 말은 즉.
‘그렇게 엄청 흥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완벽하게 무대를 선보이고 싶은 마음도 없다는 거지.’
남는 시간은 전부 피아노를 위해 투자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자각하자 조금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아이들의 춤은 금방 끝이 났다.
다른 무대들이 이어지고, 많은 아이들이 무대에 올랐다가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드디어.
“다음 순서는… 졸업반의 채윤이가 열심히 준비한 피아노를 선보이는 무대입니다. 다들 박수로 환영해주세요!”
민은정 선생이 웃으며 말을 했고.
학부모들이 동시에 박수치며 채윤이를 환영했다.
아이가 천천히 무대 위에 올라섰다.
지금까지 계속 입고 있던 한복 풍의 옷이 아니라, 조성현과 함께 가서 골랐던 드레스다.
채윤이는 긴장한 기색 없이, 피아노만 바라보며 앞으로 걸음을 옮겨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채윤이의 ‘같이 낙엽놀이 할래?’가 시작되었다.
* * *
박정욱.
그는 박미현의 아버지로서, 회사에 어렵사리 반차를 내고 딸의 졸업식에 참석했다.
살짝 늦은 그는 서둘러 아내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미현이 나왔어?”
“아직.”
“언제 나온대?”
박정욱이 묻자, 그의 아내는 답 없이 종이를 내밀었다.
졸업식 순서가 적혀 있는 종이.
박정욱은 열심히 순서를 살펴보면서 미현이 언제 나오는지 파악했다.
아이의 첫 등장은, 춤을 추는 것이었다.
“잘 추네.”
“집에서 저것만 연습하더라.”
“하긴, 원래부터 춤은 좋아했으니까.”
박정욱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미현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딸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무대가 끝나고, 또 다른 무대들이 이어진다.
박정욱은 미현이 나오지 않을 때는 차분히 순서를 살피며 미현이 언제 나오는지 확인했다.
“이건 뭐야? 피아노 독주.”
“그거 미현이 친구가 연주하는 거야.”
“우리 미현이도 피아노 잘 치는데, 왜 미현이가 안 하고 다른 애가 한대?”
“…미현이 말로는 자기랑은 비교도 못 하게 잘 친다고 하더라.”
“그래? 학원쌤이 미현이 나이에 비해서 엄청 잘 치는 거라고 하지 않았나? 우리 미현이보다 더 잘 치는 애가 있어?”
박정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딸을 사랑하는 한 명의 아버지로서.
그는 미현이가 아니라 다른 아이가 피아노 독주 무대를 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피아노학원에서도 항상 칭찬만 듣는 미현이인데, 그런 미현이가 아니라 다른 아이가 독주 무대를 하다니.
‘한 번 봐야겠네.’
다른 아이가 독주 무대를 한다고 해도 사실 큰 상관은 없다.
그것을 가지고 엄청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아버지로서 자신의 딸이 조금 더 예쁨받았으면 하는 마음일 뿐이었다.
드레스를 입고, 아이가 올라온다.
길거리에서 본다면 누구라도 고개를 돌려 다시 한번 볼 만큼 귀엽고 예쁜 아이였다.
그냥 사랑스러운 느낌이 든달까.
“쟤가 미현이 친구라고?”
“응. 채윤이라고, 제일 친하다던데.”
“그래? 우리 집에서는 한 번도 못 본 것 같네.”
“초대 한 번 하라고 하니까 미현이가 용기를 못 내더라.”
“…그래?”
박정욱은 흠 하고 소리를 냈다.
그가 아는 미현이는 어디서나 당차고 할 말은 하는 아이였다.
그런 애가, 용기를 못 내서 친구를 집에 초대하지 못했다고?
‘별일이네.’
박정욱은 속으로 생각하며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따란.
아이의 피아노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박정욱은 저도 모르게 감탄을 흘려야 했다.
“와….”
미현이의 연주도 자주 듣고는 했지만, 이건 그 수준이 아니었다.
미현이를 가르쳐주는 학원쌤이 치는 피아노랑 비슷하다.
박정욱이 피아노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채윤이라는 아이의 피아노가 정말 대단한 수준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이건 피아노 학원 다녀서 될 수준이 아니다.
말 그대로, 수준급이라고 불러도 되는 연주 아닌가.
‘뭔가 어디서 들어본 곡인데… 어디서 들었지?’
박정욱이 채윤이의 연주를 들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익숙한데, 또 낯설다.
무슨 곡인지 기억이 날 듯 말 듯 했다.
결국 박정욱은 곡을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어떤 곡이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듣기 좋으면 된 거지.
박정욱은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방금 전까지 미현이가 아니라 채윤이가 피아노 독주를 한다는 것에 약간 의문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의문은 전혀 없었다.
그는 그저 채윤이의 연주에 집중하며, 조용히 그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박중원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다른 학부모들도, 무대 뒤에 있는 다른 아이들도 넋을 놓고 채윤이의 피아노를 감상했다.
아이의 피아노가 끝나고 몇 초간,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채윤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를 했을 때.
온통 박수 소리로 가득했다.
그리고.
삑.
작은 소리와 함께 촬영도 종료되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