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43)
143화
조성현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훌륭하게 무대를 끝냈다.
채윤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꾸벅 숙이는 것을 본 조성현은 가장 먼저 손을 들어 박수를 쳤다.
그제서야 다들 정신을 차리고 채윤이를 향해 박수를 친다.
박수 소리가 강당을 가득 메웠다.
“진짜… 열심히 했나 보다.”
이수현이 옆에서 중얼거린다.
그녀는 채윤이가 피아노를 제대로 연주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전에 뮤직 비디오에서 피아노 치는 장면을 보고 나서, 그 뒤로는 본 적이 없었으니까.
많이 놀랐고,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괜찮죠?”
“그러네. 잘한다.”
조성현의 말에 이수현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긍정했다.
이수현만 그런 게 아니었다.
옆에 있던 정미원과 유재균 또한 조성현을 바라보며 한마디씩 했다.
“채윤이가 진짜 연습 많이 한 티가 나네요. 너무 예뻐요.”
“피아노가 달라서 그런가, 집에서 들었던 것보다 훨씬 더 소리가 좋네요. 자랑스럽겠어요.”
조성현은 그들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자랑스럽다.
채윤이가 피아노 연주를 잘하지 못했어도 자랑스러웠을 거다.
아이는 최선을 다했고, 조성현은 그것만으로도 아이가 너무 자랑스러웠다.
무언가 하나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으니까.
채윤이는 무대를 올라왔던 그대로 다시 무대를 내려갔다.
조성현은 아이가 무대를 다 내려가고 나서도 뿌듯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졸업식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저학년 아이들의 동요도, 또 열심히 준비한 짧은 연극을 보는 것도 너무 즐거웠다.
졸업식의 마지막 순서는, ‘감사의 말 전하기’였다.
뭔지 감이 오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우르르 나와서 각자의 부모님께 달려와 편지를 건네주는 것을 보고 나서야 뭔지 알 수 있었다.
감사의 말을 적은 편지를 전해주는 순서였던 모양이다.
채윤이가 영준이와 함께 다가왔다.
“엄마!”
영준이가 정미원에게 편지를 전해주고.
채윤이는 조성현을 보면서 헤헤 웃더니 손에 들고 있던 편지를 내민다.
“아빠한테 주는 거야?”
“응.”
“고마워 채윤아.”
조성현이 웃으며 채윤이의 편지를 받았다.
어떤 내용이 적혀 있을까.
채윤이는 과연 이 편지를 쓰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내용이 너무 궁금했지만, 아직 졸업식이 끝난 건 아니었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었다.
아이는 히히 웃음을 보인 후, 조성현에게 손을 흔들었다.
조성현도 채윤이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고, 아이는 이내 몸을 돌려 무대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영준이가 채윤이를 기다리다가 함께 무대로 간다.
다른 아이들도 부모님께 편지를 전해주고 나서, 다시 무대에 모였다.
약간의 혼란이 있었다.
아이들이 열심히 줄을 맞추고, 대형을 서느라 만들어진 혼란.
어느 정도 대형이 맞춰지자, 어디선가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대형을 맞춰서 서 있던 아이들이 동시에 입을 열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일반 가요를, 부모님께 감사를 전하는 가사로 바꿔서 부르는 노래다.
당연히 음과 박자가 완벽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은 충분히 전해지고 있었다.
조성현은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엄마처럼 크고 싶어요.
-아빠처럼 되고 싶어요.
감사와, 존경이 담긴 가사다.
물론 아이들이야 그 속에 감사와 존경을 담아 부르고 있지는 않겠지만, 이곳에 있는 학부모들이 감동하기에는 충분했다.
옆에서, 정미원이 살짝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렸다.
다른 아이들의 입모양과, 채윤이의 입모양이 중간에 조금 다른 것 같아서.
아이가 가사를 실수했나 싶어서, 조성현은 채윤이에게 집중했다.
채윤이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데, 아이가 조성현과 눈을 맞춘다.
눈이, 반달처럼 휘었다.
-엄마, 감사해요.
-아빠, 존경해요.
노래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조성현은 아이를 보며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채윤이가 부르는 가사는, 다른 아이들이 부르는 가사와는 조금 다르다.
실수가 아니었다.
아이는 조성현을 바라보면서 여전히 웃고 있었고, 당황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엄마,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요.
그래, 분명 그런 가사였다.
근데 어째서.
채윤이의 입모양은 똑같을까.
어째서, 아이는 같은 가사를 반복할까.
다른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를 이야기할 때.
왜 채윤이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을까.
조성현의 눈가가 젖어 들었다.
그리고 결국.
툭.
조성현의 손등으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투둑.
눈물이 계속 흘러서, 그는 손을 들어 눈가를 훔쳤다.
채윤이는 조성현이 우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조금 당황하는 얼굴을 해 보였다.
그런 아이를 발견한 조성현은 애써 웃었다.
애초에,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너무 기뻐서.
아이에게 너무 감사해서 나오는 눈물이었다.
노래가 마무리된다.
-엄마,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요.
또 한 번 반복 되는 가사.
채윤이 또한 반복했다.
‘아빠,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요.’
아이의 노래에 감사와 존경은 몰라도, 사랑은 확실히 담겨 있었다.
조성현이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채윤이도 조성현을 사랑하고 있었다.
조성현은 웃으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채윤이도 활짝 웃고 있었다.
* * *
아이들은 의상을 갈아 입은 후에 각자의 반에 모였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반으로 향했다.
각자의 반에서 학부모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완전히 끝이 난다.
조성현과 이수현은 채윤이의 뒤에 섰다.
힐끗 옆을 보니 미현의 부모님인지, 미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는 이들이 보인다.
영준이와 미현이 채윤이와 가장 잘 어울려주었기에, 미현이에 대해서도 궁금했는데 부모님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이따 인사라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한 조성현은 민은정 선생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찍을게요. 하나, 둘, 셋!”
민은정 선생은 사진을 몇 차례 더 찍은 후에 입을 열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랑해요 선생님!”
민은정 선생의 말에 학부모들과 학생이 한 마디씩 던진다.
한 학생이 말한 사랑한다는 말에, 민은정 선생의 눈이 붉어진다.
그녀 또한 졸업식을 준비하며 여러모로 마음의 준비를 해왔을 거다.
민은정 선생은 몇 년 동안 이 유치원에서 함께 했고.
그 기간 동안 계속해서 알아왔던 아이들도 많았다.
그런 아이들이 졸업하는데, 민은정 선생으로서도 마음이 복잡할 거다.
웃음을 보인 민은정 선생은,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나누었다.
조성현은 무릎을 꿇고, 채윤이와 눈을 맞췄다.
“채윤아.”
“으응?”
“아빠도 채윤이 많이 사랑해. 알지?”
“응!”
아이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린다.
채윤이는 조성현의 목에 팔을 감았다.
조성현은 아이를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수현이 채윤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박미현의 부모님이 그를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채윤이 아버님이시죠?”
“네네. 미현이 아버님….”
“네, 미현이 아빱니다. 둘이 친하다고 들었는데, 이제야 뵙네요. 하하.”
박정욱이 웃으며 말한다.
조성현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러게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같이 식사라도 하면 좋겠네요.”
박미현의 부모님과 인사를 나누고.
“안녕하세요. 아버님.”
“아, 선생님. 그동안 정말 너무 감사했습니다.”
민은정 선생이 정말 고생이 많긴 했다.
여러모로 채윤이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기도 해서 너무 고마웠다.
“아니에요. 제가 감사했죠. 채윤이가 정말 많이 밝아져서 보기만 해도 좋았는데, 밝아진 지 얼마나 됐다고 금방 졸업해서 너무 아쉽네요.”
민은정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채윤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채윤이가 민은정 선생과 손을 잡고 악수를 하며 키득키득 웃었다.
“채윤아, 초등학교 가서도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잘 지내야 해. 알았지?”
“네!”
민은정 선생은 끝까지 채윤이를 걱정하며 말을 해주었다.
채윤이의 답에 민은정 선생은 웃으면서 채윤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는 다른 아이와 인사를 하기 위해 이동했다.
“이제 집에 갈까?”
“응.”
조성현과 채윤이, 그리고 이수현은 함께 유치원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졸업식은 끝이 났다.
채윤이는 유치원을 졸업했고, 이제 아이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 * *
졸업식이 끝나고 이수현과 함께 식사한 후, 늦게까지 이야기를 하느라 늦게 잔 채윤이는 다음 날 해가 중천에 뜨고 나서야 일어났다.
11시.
조성현은 먼저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고.
아이는 졸린 눈으로 부엌으로 와서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아빠아?”
“응. 채윤아, 일어났어?”
끄덕.
아이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조성현은 웃으며 스프를 작은 그릇에 덜었다.
그릇 두 개를 식탁 위에 내려놓은 조성현은 아이를 안아 의자 위에 올렸다.
“얼른 밥 먹자.”
“잘 먹겠습니다.”
아이는 눈을 몇 번 비비더니 이내 생생해진 얼굴로 식탁 위를 바라보았다.
채윤이는 먹을 것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었고, 아침을 먹을 생각에 잠이 달아난 모양이었다.
메뉴는 딱히 대단한 건 없었다.
감자와 베이컨을 넣은 스프, 토스트, 계란후라이, 그리고 소세지.
조성현은 소세지를 한입 크기로 잘라 채윤이에게 덜어주었다.
아이가 얼른 포크를 움직여 소세지를 찍어 입에 집어넣는다.
조성현도 식사를 시작했다.
스프와 토스트를 먼저 먹은 그는, 소세지를 한입 베어 물었다.
채윤이도 스프와 빵을 입에 집어넣고 우물거린다.
조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채윤아.”
“으응?”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
그의 물음에, 아이는 잠시 고민했다.
금방 생각이 났는지, 고개를 끄덕거리며 아이가 답을 한다.
“연주회 가는 날!”
“맞아. 연주회 가야 하니까 밥 먹고, 얼른 준비하고 나갈까?”
“그래!”
연주회는 저녁이지만, 꽤 멀리서 한다.
미리 준비하고 출발을 해서 그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연주회가 시작될 즈음에는 채윤이가 배고프다고 할 수 있으니, 그 전에 뭐라도 먹이기도 해야 하고.
그들은 아침 식사를 끝내고 준비를 한 후 집을 나섰다.
“가자!”
채윤이는 조금 신이 난 듯, 조성현의 손을 잡아끌며 외쳤다.
조성현은 웃으며 아이의 손에 이끌려 걸음을 옮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연주회를 보러 가서 누구를 만나게 될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