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실비아 가르시아.
미국 국적의 피아니스트.
그녀는 세계적으로 굉장히 유명한 피아니스트였고, 조성현도 이름을 들어본 적 있을 정도였다.
이유는 자세히 알 수 없었지만, 실비아는 한국에 굉장히 오래 머물렀다.
한 달에 일주일 정도는 한국에서 머무른다고 언론에서 직접 이야기를 한 적 있을 정도.
그렇다 보니 한국에서는 실비아 가르시아의 연주회가 비교적 자주 열리는 편이었다.
그녀의 몸값을 생각하면 사실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말 그대로 ‘비교적’ 자주 열리는 것.
채윤이도 오랜만에 연주회를 가는 것이라 그런지 많이 설레하는 모습이었다.
“채윤아, 좋아?”
“응.”
“오늘 누구 연주회 보러 가는 건지는 알아?”
조성현의 물음에, 채윤이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흔든다.
한 번 말해줬었는데 까먹은 모양.
“실비아 가르시아라고, 엄청 유명한 피아니스트야.”
“헤에….”
다른 오케스트라 없이, 독주회를 진행하는 건데.
과연 피아노만으로 얼마나 멋진 연주를 보여줄지 조성현도 너무 궁금했다.
“엄청 크다. 그치?”
연주회가 열리는 예술의 전당은 굉장히 컸다.
얼른 들어가 보고 싶어서 걸음을 옮기는데, 채윤이가 어휴 하고 한숨을 내쉰다.
조성현은 아이의 한숨에 고개를 돌려 채윤이를 내려다보았다.
“채윤아 왜 그래?”
“계단이 너무 많아.”
채윤이의 말에 조성현이 고개를 돌려 힐끗 정면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계단이 많긴 하다.
조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채윤이에게 손을 벌렸다.
아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자신이 올라가겠다는 듯, 아이는 조성현의 손 하나를 잡고 걸음을 옮겼다.
계단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으면서, 조성현에게 안겨 가기는 싫은 모양.
조성현은 결국 채윤이와 함께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많이 넉넉하게 와서 근처에서 간단하게 식사도 끝낸 상황이다.
심지어, 연주회가 시작되기 30분 전에 예술의 전당에 왔는데,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팜플렛을 사기 위해서 다들 줄을 서 있는 것을 보고, 조성현은 볼을 긁적거렸다.
저렇게까지 팜플렛이 필요한가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음악에 대한 설명과 피아니스트 실비아 가르시아에 대한 설명도 적혀 있을 텐데 연주회를 감상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긴 했다.
“채윤아. 우리도 저거 하나 사서 들어갈까?”
아직 시간은 여유로웠고, 입장도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팜플렛을 구매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10분 정도 줄을 서서, 조성현과 채윤이는 결국 팜플렛을 구매할 수 있었다.
3천 원.
별거 아닌 금액이지만, 연주회 가격에 팜플렛 가격도 있으니 조금 고개가 갸웃거리긴 했다.
이런 문화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니 왜 연주회 티켓 가격에 팜플렛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지 의아했던 것.
팜플렛을 들고, 조성현과 채윤은 또다시 계단을 올라야 했다.
이제 연주회 홀에 입장이 시작되었고, 조성현과 채윤은 2층에 있는 자리였다.
열심히 계단을 올라, 조성현과 채윤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엄청 많아….”
자리가 꽉 찼다.
수백 석이 다 들어차는 것을 보고, 조성현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게. 엄청 많다.”
“멋지다….”
채윤이가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아이는 이렇게 큰 무대에서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멋져 보인 모양이었다.
채윤이도 콩쿨을 하면서 홀에서 무대를 해본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관객이 많아 봐야 스물에서 서른 정도였으니까.
이런 분위기와 느낌이, 부러울 수도 있다.
조성현은 클래식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사람이었기에 사실 엄청 경외감이 느껴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멋지다고 느껴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실비아 가르시아의 음악을, 그녀의 연주를 듣기 위해 비싼 돈을 주고 이곳에 왔다.
수백 명의 사람이 오직 그녀의 음악에 집중하기 위해서 온 것이다.
돈과 시간을 들여서 꼭 듣고 싶어 하는 음악.
실비아 가르시아라는 이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분명, 그녀의 음악이 사람들을 매료시켰다는 증거겠지.
“기대된다. 그치?”
“응….”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무대를 바라보았다.
정세연 피아니스트의 연주회에 왔을 때보다 반응이 더 강하다.
그만큼 채윤이가 피아노에 더 빠져들었다는 뜻이고, 아이는 피아노를 더 잘 알게 되고 음악에 마음을 사로잡혔다는 뜻이기도 했다.
조성현은 방금 구매한 팜플렛을 펼쳐 하나씩 읽어나갔다.
실비아 가르시아의 사진과 경력을 나열해둔 것만으로도 두 페이지가 꽉 찼다.
그만큼 그녀는 능력 있는 피아니스트였고, 여러모로 경험이 많았다.
오늘 실비아 가르시아가 연주를 할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나도 볼래.”
채윤이가 손을 뻗으며 말을 한다.
조성현은 아이에게 팜플렛을 넘겨주었다.
아이는 뭐가 그리도 신기한지, 열심히 팜플렛을 읽어나갔다.
-이제 곧 연주회가 시작될 예정이오니….
채윤이가 팜플렛을 들고 열심히 읽고 있는데,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연주회 에티켓을 말해주는 안내 방송.
조성현은 마지막으로 채윤이의 모습을 사진으로 한 번 남긴 후, 스마트폰을 껐다.
주말이니, 연락하는 사람도 없을 거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지만, 바로 연주회가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5분 정도가 더 흐른 후에야 불이 꺼졌고.
조명은 무대만을 비추었다.
옆에서 채윤이가 긴장해서 슬쩍 몸을 앞으로 기울인다.
2층이었으니, 몸을 살짝 기울이는 게 채윤이에게는 더 잘 보이는 것처럼 느껴진 모양.
조성현은 아이가 앞으로 넘어지지는 않을지 힐끗 보았다가, 넘어지지는 않겠다 싶어서 다시 무대 쪽으로 시선을 움직였다.
실비아 가르시아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눈빛부터가 카리스마 있는 느낌이었다.
말 그대로, 사람 자체가 단단한 느낌이랄까.
그녀가 보여주는 피아노는 어떨까.
실비아 가르시아는 살짝 몸을 숙여 관객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바로 피아노 의자에 앉는다.
그녀는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느릿하게 손을 건반 위에 올린다.
시간이 느려진 것 같았다.
따란.
부드럽게, 연주가 시작된다.
조성현의 눈이 빛났다.
경쾌하면서도 부드러운 연주는 듣기에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피아노 소나타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장점을 전부 가지고 있는 느낌이다.
따라란.
연주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조성현은 저도 모르게 실비아 가르시아의 피아노에 빠져들었다.
그녀의 연주는, 지금까지 조성현이 들어왔던 연주와는 차이가 상당히 있었다.
정세연 피아니스트의 연주회에 왔을 때와도 느낌이 많이 다르다.
그때 조성현은 정세연 피아니스트의 연주에서 자유로움을 느꼈다.
어쩌면 채윤이의 피아노와 비슷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고.
하지만 지금 실비아 가르시아의 피아노를 들으며 조성현이 느끼는 건.
‘채윤이의 피아노보다는 내 연주에 가깝겠는데.’
실비아 가르시아의 연주는, 채윤이의 음악보다 조성현의 음악에 조금 더 가까웠다.
이건 결코 조성현이 실비아 가르시아만큼 연주를 잘 할 수 있다는 말이 절대 아니었다.
그냥 그 성질이 그렇다는 것.
딴. 따라란.
실비아 가르시아의 연주는, 기본적으로 상당히 강한 틀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완벽하게 실비아 가르시아만의 특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었다.
틀이 존재하지만, 그 속에 갇혀 있는 느낌이 아니다.
오히려 그 틀이 있기에 훨씬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규칙이 있고, 딱딱한 느낌이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자유로움을 찾아 그것을 표출한다.
너무 신기했다.
이런 연주가 가능하다니.
실비아 가르시아의 연주를 들으며,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했다.
음악에 있어서 분명 완전한 정답은 없겠지만.
실비아 가르시아의 연주는 어쩌면 그 완전한 정답에 아주 가까운 답이 아닐까.
그만큼 실비아 가르시아의 연주는 인상 깊었다.
조성현은 꿀꺽 침을 한 번 삼키면서 정신을 조금 차릴 수 있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자신이 이렇게 반응하고 있는데 채윤이는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고개를 돌려 아이를 바라보니, 채윤이는 말 그대로 실비아 가르시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 실비아 가르시아를 바라보며 그녀의 손끝에 시선을 집중한다.
조성현은 헛웃음을 흘렸다.
채윤이도 아주 제대로 빠져든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근데, 지난번에 바람의 왕국 영화를 봤을 때만큼은 아니네.’
그 차이가 뭘까.
영화관을 처음 접해봐서 ‘바람의 왕국’의 음악에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어쩌면 채윤이는 그때보다 조금 더 성장해서 실비아 가르시아의 피아노를 따라잡을 수 있는 피아노라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확실한 건, 채윤이도 실비아 가르시아의 연주를 들으며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시간은 순식간에 흘렀다.
한 시간이 훌쩍 넘겨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연주회였지만, 조성현과 채윤이는 연주회가 끝날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음악에만 집중했다.
심지어 중간에 있었던 짧은 쉬는 시간에도 각자 방금 들었던 연주에 대해서 생각을 하느라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을 정도.
연주회가 끝나고, 불이 켜진다.
조성현과 채윤이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며 숨을 들이켰다.
“장난 아니었다. 그치?” 끄덕.
아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분명, 피아노 독주회였는데 어떻게 그렇게 풍부한 소리가 나는지.
작은 규모의 오케스트라가 함께 하는 듯한 느낌마저 받았었다.
“언니 멋있어.”
“하하. 실비아 언니야?”
“응. 멋있으면 다 언니라고 그랬어.”
“누가 그랬어?”
“미현이가.”
조성현은 갑자기 등장한 이름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미현이가 엉뚱한 모습이 조금 있던데, 채윤이가 그런 것을 미현이에게 조금 배운 모양이다.
조금 더 앉아서 여운을 즐기고 싶었는데,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 모습이었다.
“우리도 이제 슬슬 갈까? 배고프진 않지?”
“…조금?”
채윤이가 손가락을 살짝 벌려 아주 조금 배고프다는 제스쳐를 보인다.
연주회 시작 전에 너무 간단히 먹은 모양.
“집 가서 뭐라도 해서 먹자.”
“응.”
아이가 바로 답했다.
그렇게 계단을 내려온 조성현은, 실비아 가르시아의 연주회 포토 존이 있는 쪽을 힐끗 보았다가 걸음을 옮겼다.
아니, 정확히는 걸음을 옮기려 했다.
채윤이의 몸이 굳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면, 조성현은 자연스럽게 예술의 전당을 빠져나갔을 것이다.
“채윤아, 왜 그래?”
조성현이 아이에게 물으며, 채윤이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는, 보았다.
어린 남자아이가 엄마와 함께 서 있는 것을 말이다.
채윤이가 남자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남자아이도 채윤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