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채윤이와 박한율은 말 그대로 굳어 있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마치 둘만의 세상에 갇혀 있기라도 하는 것처럼.
오히려 조성현과 박한율의 어머니가 당황스러움을 보였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박한율의 어머니가 먼저 인사를 했고, 조성현도 고개를 슬쩍 숙이며 그녀에게 인사했다.
“연주회 보러 오셨어요?”
“네, 오랜만에 채윤이랑 같이 연주회 보러 왔는데 여기서 한율이를 볼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네요.”
“실비아 선생님 연주회는 항상 참석하는 편이에요.”
“아….”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반응하다가, 이내 오묘한 얼굴을 했다.
실비아 선생님이라고?
보통 실비아 가르시아라고 풀네임을 부르지 않나.
‘게다가 호칭을 붙일 거면 피아니스트라고 붙일 텐데.’
조성현은 조금 의아한 얼굴로 박한율의 어머니를 바라보았고, 그의 시선을 깨달은 그녀는 바로 입을 열었다.
“아, 한율이가 실비아 선생님한테 레슨을 받거든요. 한 달에 두 번 정도.”
그 실비아 가르시아가?
조성현은 놀란 듯 약간 입을 벌렸다.
“실비아 가르시아가 직접 레슨한다는 건 처음 들어봤네요.”
“애 아빠가… 도와줬죠.”
박한율의 어머니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조성현은 아하 하고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박한율의 아빠를 만나본 적도 없고, 누군지도 모르니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그는 알 수 없었고, 그렇기에 애매모호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이 그의 최선이었다.
조성현이 알고 있는 건, 박한율의 집안이 상당히 유복하다는 것과 아이의 피아노가 상당히 좋다는 것뿐이었다.
실비아가 레슨해주고 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
‘그래서 콩쿨 때도 다들 조심스러워 했었구나.’
그제서야 조금 뭔가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박한율과 그의 어머니를, 콩쿨에 참가했던 다른 아이들의 부모들이 조금 어려워했다.
어쩌면 실비아의 이름이 영향을 줬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조성현도 방금 실비아 가르시아의 연주를 듣고 나와서 그런 것인지, 박한율이 실비아에게 레슨을 받는다는 것을 듣고 조금 놀랐으니까.
채윤이가 실비아 가르시아에게 레슨을 한 번 받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아니, 굳이 실비아 가르시아일 필요는 없지.’
어쨌든 진짜 피아노를 가르칠 수 있는 교수들에게 레슨을 한 번 받으면, 조성현이 아이의 피아노를 봐주는 것보다 훨씬 더 극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애들이 정신을 못 차리네요. 얼마나 반가웠던 거야.”
박한율의 어머니가 그렇게 말을 하면서 가볍게 웃었다.
그녀는 박한율의 이런 반응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조성현도 채윤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또 처음이었기에, 의외긴 했다.
누군가를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는 상황.
서로가 서로에게 말을 걸기 어려워하고 있었다.
“한 번 다퉜잖아요. 어색할 법하죠.”
조성현이 그렇게 말을 하자 박한율의 어머니는 아 하고 소리를 냈다.
지난번에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가 시상식 때였다.
그날, 채윤이와 박한율은 서로 목소리를 높였었고.
심지어 채윤이는 박한율에게 멍청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박한율도 채윤이에게 무어라 소리치며 계속 반박했었고.
그렇게 그냥 끝났더라면 오히려 어색함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 그들은 그렇게 헤어지지 않았다.
시상식이 끝나고 나서 우수상을 받은 여자아이가 채윤이에게 무어라 하는 것을 박한율이 말려 채윤이를 도와주었다.
서로 싸우고 나서 미묘하게 도와준 상황.
그런 상황에서 만났으니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
박한율과 채윤이는 한참 동안 서로를 바라보았고, 조성현과 박한율의 어머니는 다시 한번 눈을 마주쳤다가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아이들이 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작게 줄이고는, 조성현에게 말했다.
“한율이가 채윤이 이야기를 은근 많이 하더라고요.”
“그랬나요?”
“피아노가 자기랑은 너무 다르다고, 뭐라고 하던데… 저는 사실 피아노에 대해서 잘 몰라서 못 알아들었네요.”
조성현과 박한율의 어머니는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며 아이들을 기다렸다.
아이들의 긴 침묵은, 결국 박한율에 의해서 깨졌다.
“저녁 먹었어?”
“…아니.”
“나도 안 먹었는데. 같이 먹을래?”
채윤이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답했고, 그녀의 말에 박한율이 물었다.
조성현이 눈을 깜빡거렸다.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같이 밥 먹자고?
아이들의 나이가 조금 더 많았더라면 로맨틱하게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7살, 9살짜리가 그런 대화를 나누니 괜히 웃겼다.
박한율의 어머니도 웃겼는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박한율을 바라보았고.
조성현은 채윤이가 어떤 답을 할지 궁금해 아이에게로 시선을 움직였다.
마침 채윤이가 고개를 돌려 조성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집에 가서 간단하게 뭐라도 해먹을 생각이었기에, 채윤이는 조성현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물어보고 있는 거다.
조성현은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채윤이는 조성현의 그 반응에 박한율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뭐 먹을 건데?”
이 와중에 메뉴를 물어보다니.
조성현은 다시 웃음을 흘렸다.
하긴, 어쩌면 채윤이에게는 다른 것보다 메뉴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박한율로서는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던 건지, 순간 멈칫거렸다가 힐끗 자신의 어머니에게로 시선을 움직였다.
“신려 호텔 가서 먹을 것 같은데. 같이 갈래?”
신려 호텔이라는 말에 채윤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호텔에서 밥을 먹는 다는 게 신기했던 모양.
고민하던 채윤이는 결국 고개를 끄덕거렸다.
박한율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기분이 좋은 걸 완전히 숨길 수는 없었던 모양.
어째서일까.
박한율의 그 모습에서 영준이가 보였다.
* * *
타닥.
타자 소리가 가볍게 울린다.
민은정 선생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열심히 마우스를 움직이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녀는 모니터에 떠올라 있는 화면을 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이 밝은 얼굴로 열심히 춤을 추고 있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자신이 몇 년 동안 돌봐왔던 아이들이었기에 더 소중한 추억들이었다.
너무 예쁜 아이들.
민은정은 열심히 영상을 보다가, 다음 영상으로 넘겼다.
그리고 나온 영상은, 채윤이의 피아노 영상이었다.
카메라가 깔끔하게 무대만 비춰주고 있어서, 영상은 꽤 괜찮게 나왔다.
드레스를 입은 채윤이가 무대위로 올라와 피아노에 앉고.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인다.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민은정은 영상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유치원에서도 항상 피아노를 쳤던 채윤이였으니, 민은정 선생도 아이의 피아노 연주 실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근데, 졸업식 때는 진짜 대단했지.’
채윤이는 너무 멋있었다.
드레스를 입고, 실수 한 번 없이 완벽하게 연주해내고 뿌듯한 얼굴을 한 채윤이.
아이는 무대 위에서는 정말 성숙하게 피아노를 연주하더니, 무대를 내려와서는 아이 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조심스럽게 어땠냐고 물어보는 아이의 눈빛이 아직도 선하다.
“어? 민 쌤 아직도 퇴근 안 하셨어요? 주말인데. 일찍 들어가지.”
“아. 박 쌤. 저 애들 영상 보고 있어서요.”
“졸업식 영상이요?”
“네, 원장님이 이거 얼른 편집해서 미튜브에 올리라고 하셨잖아요.”
“어휴, 나는 미튜브에 영상 올리는 거 너무 어렵더라. 몇 분짜리 영상 올리는데 시간은 열 배 스무 배가 걸려.”
“그러니까요. 저도 좀 힘드네요.”
전문가는 아니었기에, 사실 영상을 제대로 편집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무대가 5분인데 영상 길이가 8분이면 앞뒤로 조금 잘라서 올리는 게 전부인 편집.
유치원 교사들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든 일이었다.
영상 편집을 배운 적도, 미튜브에 뭘 올리는 것을 배운 적도 없으니까.
“언제 끝나는데요?”
“거의 다 끝났어요.”
“그나마 다행이네.”
“다행이죠. 박 쌤은 이제 퇴근이세요?”
민은정 선생이 웃으며 물었다.
그녀의 물음에, 상대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예. 나는 민 쌤처럼 열정이 있지 않아서요.”
“전 졸업반이잖아요. 마지막으로 애들 보는 거니까 추억 삼아 보면서 올리는 거죠.”
“하긴. 아, 맞다. 그 피아노 친 아이는 이름이 뭐라고 했죠?”
“채윤이요.”
“피아노 진짜 엄청 잘 치던데… 예쁘기도 하고.”
“콩쿨에서 최우수상 수상도 했다더라고요.”
민은정 선생이 뿌듯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수상을 한 건 채윤인데, 괜히 자신이 다 뿌듯하다.
그녀의 모습에 상대는 픽 웃음을 흘렸다.
“콩쿨 수상 할 만하지. 그 정도면. 아무튼 그 채윤이라는 애가 연주한 곡이 무슨 곡이에요? 분명 엄청 익숙한데 무슨 곡인지 생각이 잘 안나네.”
“이번에 영화 개봉했던 거 있잖아요. ‘바람의 왕국’ 그거 OST예요.”
“아…! 어쩐지. 엄청 익숙하다 했어. 근데 편곡 버전인가. 노래가 많이 다르던데, 민 쌤이 곡 골라준 거예요?”
그 물음에 민은정 선생은 고개를 흔들었다.
채윤이는 애초에 영화, ‘바람의 왕국’이 개봉하기도 전에 연주하고는 했었다.
민은정은 그때 그 곡을 처음 들어봤었고.
“아뇨, 채윤이가 영화 개봉하기 전에부터 계속 연주하던 곡이었어요. 이게 바람의 왕국이 원래 처음에는 뮤지컬로 나왔었잖아요. 그거 버전인 것 같아요.”
“아, 뮤지컬 버전이구나.”
“저도 뮤지컬은 못 봐서 잘 모르는데, 영화 개봉전부터 연주했었으니 뮤지컬 버전일 것 같긴 해요.”
“영상 올라가면 링크 한 번만 보내주세요. 또 한 번 보고 싶어서요.”
“아, 알겠습니다. 보내드릴게요. 저도 지금 몇 번째 보는 중인데 볼 때마다 좋네요.”
민은정 선생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상대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몸을 돌렸다.
“그럼 수고해요. 난 퇴근.”
“네. 들어가세요.”
인사를 하고, 민은정 선생은 다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다른 아이들의 영상은 이리저리 어지럽고 정리 안 된 느낌이 들었다.
그게 또 유치원 졸업식 무대를 보는 맛이겠지만, 다른 영상들이 전부 정리 안 된 느낌인데 홀로 완벽히 정리된 느낌이면 더 눈에 띄는 법이다.
채윤이의 무대가 그랬다.
도도하게 걸어와, 피아노 연주를 선보이고 조용히 물러난다.
흔들림 없는 모습.
민은정은 확신했다.
이건, 유치원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화제가 될 거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아, 다 됐다.”
그녀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우스를 움직였다.
달칵.
마우스 클릭음이 울리고.
영상은 업로드되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