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신려 호텔.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호텔.
그곳에는 굳이 호텔에 숙박하는 이들이 아니더라도 찾아와서 식사하는 유명한 레스토랑이 하나 있다.
아마 조성현과 채윤이 둘이서 먹었다면 절대 가지 않았을 만한 곳.
하지만 박한율과 그의 어머니가 예약을 잡아 놨었고, 인원수를 늘리는 건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함께 가기로 했다.
“레스토랑 안에 따로 프라이빗룸 자체를 잡아둔 거라서, 인원이 추가된다고 해도 가격이 추가되지는 않아요.”
“그런가요?”
“네, 재미있죠? 최대 6인까지 가능한데 여섯 명이 와서 먹어도, 한 명이 와서 먹어도 가격이 똑같아요.”
호텔로 이동을 하면서, 박한율의 어머니에게 설명을 들었다.
‘어쨌든 엄청 비싸겠지.’
신려 호텔의 콘티넨탈이라는 레스토랑인데, 조성현도 몇 번 들어본 적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일반 코스요리가 최소 십여만 원이라고 했었는데 이렇게 레스토랑 안의 프라이빗룸을 잡고 인원수 상관없이 가격이 같다면… 상당히 가격대가 높을 것은 분명했다.
조성현은 힐끗 뒤쪽을 바라보았다.
채윤이와 박한율이 나란히 앉아 있었는데, 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조성현이 고개를 돌려 보자 채윤이는 히히 웃음을 보였고, 박한율은 그런 채윤이를 보다가 조성현의 시선을 느끼고 슬쩍 시선을 돌렸다.
너무 어색해 보여서, 조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한율아.”
“네?”
조성현이 자신을 부를 줄은 몰랐던지, 박한율은 움찔하면서 반응했다.
“실비아 선생님한테 피아노 배우면, 보통 어떤 부분을 많이 지적해주셔?”
박한율에게 말을 걸고 친해지기 위함도 있었지만, 조성현이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이기도 했다.
진짜 대단한 피아니스트들은 보통 어떤 부분을 신경을 쓸까.
박한율은 자신이 지적받은 부분들을 고민하는 건지,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시간이 지난 후 답했다.
채윤이도 박한율의 답이 궁금한지 박한율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보통은 감정을 많이 담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세요.”
“아.”
조성현은 박한율의 답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박한율의 연주는 조금 교과서적인 면이 없지 않았다.
뭐랄까.
채윤이는 형식보다는 감정과 자유로움을 중시하는 편이고, 박한율은 그 반대로 형식을 조금 더 중요시 하는 편이다.
조성현의 음악은, 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애쓰는 것 같고.
실비아 가르시아의 연주를 방금 들은 입장에서, 실비아 가르시아가 박한율에게 그런 말을 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과연 채윤이가 실비아에게 레슨을 받았으면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맞아. 오빠는 너무… 무서워해.”
조성현은 채윤이와 실비아 가르시아에 대해서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채윤이의 목소리에 덜컥 몸을 굳혔다.
몸이 굳은 것은 조성현뿐만이 아니었다.
박한율도 당황스러운 눈으로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너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오빠’라는 호칭에, 조성현은 조금 놀랐고.
박한율은 그 호칭보다는 채윤이가 한 말에 놀란 것 같았다.
“내가, 무서워한다고?”
박한율은 채윤이를 바라보며 물었고.
채윤이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데… 무서워하면서 하고 싶은 대로 안 하잖아.”
아이가 말한다.
조성현은 아이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박한율의 피아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본 후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 있었다.
약간의 망설임이 있는 건 맞는 것 같았다.
어쩌면, 서예나와 비슷한 느낌일 수도 있는 거고.
박한율은 채윤이의 말에 미간을 찡긋거렸다.
자신의 피아노에 대해서 함부로 이야기했다고 짜증을 내거나 그러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다만, 무언가 고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행동.
박한율은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채윤이가 무어라 더 말을 하려는 순간.
“자, 도착했습니다.”
박한율의 어머니가 차를 세우며 말을 했다.
채윤이와 박한율의 대화도 거기서 끊겼다.
조성현은 채윤이에게 손을 내밀었고,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손을 잡았다.
“예쁘다….”
채윤이가 중얼거리며 멍하니 호텔을 바라보았다.
유리 장식이 길게 늘어져 있는데, 반짝거리는 게 확실히 예쁘긴 했다.
살면서 신려호텔을 와본 적이 없는데, 왜 사람들이 한 번쯤 가보고 싶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레스토랑, 콘티넨탈은 23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마자 직원이 그들을 맞았다.
“예약했어요. 안소현이에요.”
“어서 오세요. 고객님,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조성현은 그제서야 박한율의 어머니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달칵.
작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넓은 테이블이 놓여 있고, 의자가 딱 4개 준비되어 있었다.
식기들도 전부 세팅이 되어 있었고.
자리에 앉으니,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을 따라주었다.
“못 드시는 음식이 있나요?”
안소현이 묻는다.
딱히 가리는 건 없다.
선호도를 따지면 뭐, 채소보다는 고기를 좋아한다고 이야기를 하겠지만 그렇다고 채소를 안 먹는 건 아니니까.
“없습니다.”
“그러면 준비한 대로 주세요.”
안소현은 직원을 바라보며 말했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답하고 물러났다.
“굉장히 높네요.”
조성현이 오른편에 있는 커다란 창을 바라보며 말했다.
겨울이기에 밤이 일찍 찾아왔다.
조금 늦은 저녁일 뿐인데 해가 사라지고 없었다.
덕분에 그들은 멋진 야경을 즐길 수 있었는데, 조성현의 인생에서 본 야경들 중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멋진 광경이었다.
“야경, 괜찮죠?”
“네, 멋지네요.”
조성현과 안소현은 간단한 대화들을 나누었고, 그 와중에 채윤이는 이 공간 자체가 신기한지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었다.
그냥 밥을 먹기 위한 방일 뿐인데, 이런저런 장식품들이 많았다.
박한율은, 아직도 아까 채윤이가 말한 것을 고민하는 중인지 말없이 앉아 있었고.
얼마 되지 않아 첫 번째 음식이 서빙되었다.
식전 빵, 그리고 버터.
직원이 간단하게 음식에 대해서 설명하고 물러간다.
“무염하고 가염 버터 둘 다 준비되어 있어서, 한 번씩 드셔보시면 괜찮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안소현과 박한율은 익숙하게 빵을 먹기 시작했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빵에 버터를 조금 발라 주고 자신도 빵을 한입 베어 물었다.
부드러웠고, 버터의 향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맛있네요.”
조성현이 눈을 깜빡거리며 빵을 한 번 바라보았다.
빵이 그냥 빵이지 뭐, 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전부 여기에 한 번 와봐야 한다.
이 빵을 한 번 먹여주고 나서 다시 그 말을 해보라고 하면, 아마 아무런 말도 못 하겠지.
“맛있나 보네.”
툭 하고, 박한율이 말을 한다.
그의 시선은 채윤이에게로 향해 있었다.
조성현은 고개를 돌려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빵을 베어 물다가 멈칫하고는 웃음을 보였다.
“응. 맛있어.”
“내 것도 하나 더 먹을래?”
박한율이 자신의 빵 하나를 양보해준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도리도리.
채윤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아.”
“…뭐, 다른 거 계속 나올 테니까. 처음부터 많이 안 먹는 게 좋지.”
“응!”
박한율의 말에,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그렇다는 듯 반응을 한다.
조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빵을 거절하길래 뭔가 싶었는데, 다른 음식들도 많이 먹고 싶었던 모양.
식전 빵을 먹은 후에는 샐러드가 나왔다.
생선이 들어간 샐러드.
채윤이는 열심히 샐러드를 먹었다.
맛이 있었던 건지 열심히 음식을 먹은 아이는 다음 요리를 기다렸다.
그리고 나온 요리는, 민어가 들어있는 스프와 한우 안심 스테이크였다.
“헤에….”
아이는 스프를 먹을 때까지만 해도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고 음식을 먹다가, 스테이크가 나오자마자 참을 수 없었던 건지 활짝 웃었다.
지난번에 유미와 함께 스테이크를 먹은 기억이 떠오른 모양.
조성현은 채윤이의 스테이크를 잘라주고는 자신도 앞에 있는 스테이크를 조금씩 잘라 먹기 시작했다.
와인 소금, 레몬 소금, 그리고 일반 소금이 준비되어 있었기에 조성현은 소금과 함께 스테이크를 즐겼다.
그는 식사하면서도 안소현과도 계속 대화를 나누었다.
채윤이와 박한율도 가끔 말을 주고받으며 조금씩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메인 요리를 다 먹을 때쯤.
박한율이 채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다음 주에.”
그가 입을 열자 채윤이 고개를 들어 올렸고, 조성현도 슬쩍 박한율을 바라보았다.
“크리스마스 파티 있어. 너도 올래?”
박한율의 말에, 조성현은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어째 저것도 영준이가 떠오른다.
언제였던가.
영준이가 채윤이에게 비슷한 말을 한 번 했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조성현은 채윤이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린다면 참석을 하는 건 어렵지는 않다.
다음 주는 토요일부터 영준이네와 여행을 가기로 한 것 말고는 계획이 없었으니.
괜히 낄 곳 안 낄 곳 구분 못 하고 끼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은 조금 들긴 했지만, 박한율이 직접 초대한 거다.
지금 박한율은 진심으로 물어보는 것이었고, 조성현은 굳이 거기서 아 우리는 안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크리스마스 파티….”
채윤이는 조금 흥미가 동한 듯, 중얼거렸다.
일단, 크리스마스와 파티가 합쳐졌는데 흥미가 없을 수는 없었다.
“맞다. 우리 크리스마스 파티하지. 그때 채윤이도 올 수 있으면 너무 좋겠다.”
안소현이 채윤이를 바라보면서, 잘 됐다는 듯 말을 한다.
채윤이는 가고는 싶지만, 그렇다고 엄청 원하는 듯한 기색은 아니었다.
가면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굳이 안 가도 괜찮긴 하다 정도의 느낌.
결국 조성현은 풀썩 웃으며 아이를 불렀다.
“채윤아.”
“으응?”
“가고 싶어?”
“조금…?”
“한율이가 초대했는데, 아빠랑 한 번 가볼까?”
“그래!”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을 한다.
박한율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온다.
아이가 답하자, 조성현은 웃으면서 안소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파티에 초대해주시면 너무 감사하죠. 한율이가 같이 있으면 채윤이도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것 같네요.”
“아… 사실 막 엄청 친한 사람이 딱히 없어서 한율이가 가면 혼자 놀거든요. 근데 채윤이가 있으면 한율이도 좋아할 것 같아요.”
안소현이 말한다.
그녀의 말에 박한율은 뭘 그런 걸 다 말을 하는 듯한 얼굴로 안소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는지, 박한율은 좋아하는 티를 애써 숨기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파티에서는 뭐 해요?”
“그냥 별거 안 해. 애들은 애들끼리,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수다 떠는 게 전부야.”
채윤이의 말에, 박한율이 대신 답을 한다.
그의 답이 이해되지 않았는지,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파티인데?”
“파티가 다 그래.”
박한율은 당연한 것을 이야기하는 어투로 말을 했고, 채윤이는 눈을 깜빡거린 후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다음 음식이 서빙되고 있었고, 채윤이의 정신은 이미 음식으로 향해 있었다.
아이에게는 파티도 좋지만, 당장 눈앞에 있는 음식이 더 중요한 거다.
음식을 먹고 있는데, 안소현이 아 하고 작게 소리를 냈다.
“그러고 보니, 이번 파티에는 실비아 선생님도 참석하신다고 하셨으니 아마 파티에서 뵐 수 있을 거예요.”
안소현이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채윤이는 고개를 들어 안소현을 바라보았다.
박한율과 함께 가는 파티보다는 눈앞의 음식이, 그리고 눈앞의 음식보다는… 실비아 가르시아가 더 채윤이의 관심을 끈 것.
아이의 눈빛이 묘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제, 채윤이가 파티를 대하는 느낌이 많이 달라졌다.
얼른 파티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눈빛에서부터 느껴졌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