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식사는 금방 마무리됐다.
호텔 1층에서 조성현과 채윤이는 안소현과 박한율에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음식은 전부 맛있었고, 채윤이도 즐거워했기에 조성현도 만족했다.
다만, 조금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채윤이와 한율이가 서로의 피아노에 큰 관심을 보이고, 보자마자 발걸음을 떼지 못했으니 이렇게 같이 식사했지.
그런 게 아니었다면 그냥 간단히 인사만 하고 갔을 거다.
‘그러고 보니, 밥 같이 먹자는 것도 그렇고 크리스마스 파티도 그렇고… 한율이가 먼저 물어봤었네.’
그럼, 채윤이보다는 한율이가 채윤이에게 더 관심이 있다고 봐야 하나?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 뭐, 박한율을 볼 때면 영준이가 생각이 나고는 하지만.
그래도 일단 채윤이는 영준이나 박한율 모두에게 크게 관심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
박한율의 피아노 연주에 흥미가 있고, 영준이와 함께 노는 시간이 즐거울 뿐.
다른 의미는 없는 거 같았다.
그래야 한다.
“채윤아, 재미있었어?”
조성현이 소파에 앉아 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응! 피아노도 좋았고… 밥도 맛있었어.”
아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한다.
조성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채윤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피아노, 그리고 그다음으로 좋아하는 건 역시 맛있는 걸 먹는 거다.
그 두 개를 오늘 전부 했으니 아이는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얼른 씻고, 일찍 잘까? 아니면 피아노 좀 치다가 잘래?”
조성현의 물음에, 채윤이는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피아노.”
“알았어. 그러면 씻고, 피아노 치다가 자자.”
“그래!”
아이가 밝은 목소리로 답을 한다.
조성현은 채윤이를 데리고 함께 욕실로 향했다.
씻고, 잠옷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처음에 왔을 때 조성현은 아이와 어떻게 씻는지 몰라서 많이 당황했었고, 여러모로 힘들었다.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어느 순간부터 채윤이와 함께 씻는 게 익숙해지니, 이제는 웬만한 것들은 채윤이가 혼자서도 잘 할 수 있게 된 것.
“만세.”
조성현이 말하자, 채윤이 두 팔을 들어 올린다.
상의를 입히고, 그 위에 수면 옷을 입혀준 조성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가 조성현의 다리를 한번 끌어안은 후에 잰걸음으로 피아노를 향해 다가갔다.
익숙하게 피아노 앞에 앉은 아이는, 가만히 건반을 내려다보았다.
조성현은 소파에 앉아 채윤이를 지켜보았다.
채윤이가 지금까지 가만히 건반만 내려보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었기에.
이제는 조성현도 채윤이의 그런 행동에 익숙해져 있었다.
아이가 연주를 시작하기에 앞서, 어떤 연주를 어떻게 할 건지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행동이라는 것을 조성현은 완벽히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이내, 채윤이가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딴 따라란 따란.
지난번 채윤이 콩쿨을 할 때 준비했던 소나티네.
아이는 그것을 다시 한번 연주하고 있었다.
조성현은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여 채윤이의 피아노를 지켜보았다.
아이의 피아노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인어공주처럼.
신나고, 경쾌하다.
조성현은 소파에서 일어나 채윤이에게로 조금씩 다가갔다.
아이의 연주가 아름다운 것은, 전부터 그랬다.
하지만, 이번 연주는 전에 들었던 소나티네와는 조금 다르다.
그래, 분명 큰 틀은 전과 같을지도 모른다.
‘근데….’
디테일을 들여다보면, 상당한 차이점이 있었다.
단순히 자유로움만 추구하려는 것이 아니다.
물론 채윤이의 가장 큰 장점이 자유로운 연주인 만큼, 아이는 자신이 마음 가는 대로 연주하고 있지만.
그런 와중에도 최대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다.
손이 가는 대로 그림을 그리지만, 그러면서도 제대로 형태를 잡아가는 것처럼.
전에는 그냥 하늘을 나는 무언가, 혹은 바다를 헤엄치는 무언가를 보여주었다면.
지금은 하늘을 날아오르는 새와, 바다를 헤엄치는 인어공주를 보여준다.
아이의 피아노는 점차 발전하고 있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점차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황당해할 수도 있겠지.’
조성현은 속으로 생각하고 피식 웃음을 흘렸다.
채윤이의 피아노는 정말, 발전 속도가 빠르다.
조성현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바이올린이 느는 속도도 빠르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채윤이의 피아노가 발전하는 속도는 그것보다 훨씬 빠르다.
‘점차’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민망할 정도로 말이다.
아이의 연주는 금방 끝이 났다.
채윤이는 연주를 끝내고 고개를 돌려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아이는 슬쩍 몸을 옆으로 움직여 조성현에게 기댔다.
조성현은 아이가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는 것을 잠시 보다가, 입을 열었다.
“채윤아.”
“응!”
아이가 밝게 답한다.
조성현은 고민했다.
입을 열기 직전까지도, 고민하고 또 고민한 후.
그는 결국 입을 열었다.
“지난번에 있잖아. 우리 앵무새 보러 갔었던 날.”
“앵무새랑 토끼랑 돼지도 있었어!”
“맞아. 그날. 그때 채윤이가 집에 와서 피아노 쳤었잖아. 그냥 채윤이가 혼자 생각해서.”
“응.”
“그 곡 기억나?”
“조금?”
완전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지, 채윤이가 미간을 찡긋거리면서 답을 한다.
조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조금 기억나?”
“응.”
“한번 들어볼래?”
그의 말에, 채윤이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떻게 들어보냐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를 보며 조성현은 슬쩍 손을 뻗어 피아노를 조작했다.
지금까지 녹음해놨던 건 채윤이가 작곡했던 곡이 유일하기에, 간단했다.
조성현은 피아노 한쪽에 있는 재생 버튼을 눌렀고, 피아노 건반이 눌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피아노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따라라라….
조용히 울려 퍼지기 시작하는 피아노 소리.
채윤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피아노를 바라보았다.
아이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 거다.
자신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지도 않은데, 피아노에서 소리가 난다니.
아마 채윤이는 피아노에 이런 기능이 있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을 거다.
놀라는 아이를 보며 조성현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녹음된 아이의 연주를 들었다.
틀만 갖춰져 있는 곡이었기에, 그리 완성도가 높지는 않았다.
하지만 채윤이가 어떤 것을 생각하고 또 어떤 감정으로 곡을 만들었는지는 확실하게 전달된다.
곡을 듣고, 가장 놀란 것은 채윤이 본인이었다.
자신이 만들었던 곡이 기억은 나지만,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던 그녀는 녹음되어 흘러나오는 곡을 들으며 이상한 얼굴을 했다.
곡은 금방 끝났다.
조성현은 흐뭇한 표정으로 채윤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어때 채윤아?”
“너무 못 했어….”
아이는 고개를 흔들면서 중얼거렸다.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렸다.
이건, 생각하던 반응은 아니다.
그렇기에 조성현은 순간 멈칫거리면서 채윤이를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다.
아이는 무언가 생각을 하는 듯 잠시 건반을 내려다보다가 손을 들어 올렸다.
건반 위에 손을 올린 아이는, 조심스럽게 연주를 시작했다.
따라라라….
방금 들었던 곡이 채윤이의 손에서 다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다.
‘조금 더 명확해졌네.’
곡의 방향성이 명확해졌다.
아직도 많은 디테일들이 부족하지만, 그건 단숨에 채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조성현은 채윤이가 새로 연주하는 곡을 듣다가, 조용히 걸음을 옮겨 안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그는 자신의 바이올린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채윤이는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상황.
조성현은 아이를 불렀다.
“채윤아.”
“으응.”
“아빠랑 다시 한번 해볼까?”
그가 그렇게 묻자, 채윤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성현은 빠르게 바이올린을 조율한 후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채윤이가 직접 만든 곡이다.
이걸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조성현도 최선을 다해서 연주를 해야 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동시에 연주되기 시작했다.
채윤이가 곡을 만들 때부터 강조했던 것은, 차가움이었다.
외롭고, 차갑다.
아이의 곡에서는 그런 감정들이 강조되고 있었고, 정확히 채윤이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기도 했다.
따란 따라란.
채윤이는 이번에도 외로움과 차가움을 강조해서 연주했다.
지난번과 바뀐 점은, 아이가 얼마나 어떻게 차갑고 외로운지를 조금 더 보여주려고 노력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조성현은.
지이잉.
그의 바이올린은 부드럽게 채윤이의 피아노를 감싸듯 호흡을 맞췄다.
애초에 작곡가로서 성공한 적 있는 조성현이다.
얼개만 짜여 있는 곡에 조금씩 살을 붙이며 연주하는 것은 조성현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이런 상황 속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명확하게 나아갈 길이 정해져 있었으니까.
너무 춥다고.
너무 외롭고, 홀로 버티기 힘들다고 이야기를 하는 채윤이의 피아노를.
조성현의 바이올린이 함께 연주하며 부드럽게 감싸, 아이의 외로움을 조금씩 조금씩 덮는다.
묵묵히, 그저 아이의 피아노를 보조하면서 나아간다.
조성현은 조용히 채윤이에게 담요를 덮어주었다.
지난번 곡에도 있었던 포인트.
외로움과 차가움을 강조하지만, 어쨌든 채윤이는 아주 약간의 따뜻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었다.
조성현의 바이올린은 그 따뜻함을 강조했다.
담요를 한 겹씩 덮어주며.
아이의 옆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상기시킨다.
따뜻하게, 아이가 더 이상 추위를 느끼지 못하도록 안아준다.
따라란.
지잉.
채윤이의 피아노와 조성현의 바이올린이 동시에 마무리되었다.
아이는 곡이 끝나고 나서도 잠시 가만히 있었고.
조성현은 바이올린을 내려놓고 채윤이를 안아 들었다.
채윤이도 조성현의 품에 안겨 얼굴을 묻었다.
“어때?”
“…재미있어.”
“채윤아.”
“응.”
“이 곡, 나중에도 듣고 싶지 않아?”
조성현이 아이에게 물었다.
채윤이는 시선을 들어 조성현과 눈을 마주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아이는 결국 입을 열었다.
“나중에도 듣고 싶어. 근데 아직….”
“아직 곡이 완벽하지 않지?”
“맞아.”
“그러면, 아빠랑 같이 완벽하게 한 번 만들어볼까?”
“아빠랑 같이?”
“응. 아빠랑 같이. 예나 언니가 그랬던 것처럼.”
그 말에, 채윤이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성현이 부드럽게 웃었다.
이제는, 때가 되었다.
아이가 직접 만든 음악을 완성 시킬 때가.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