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채윤아.”
“응?”
“곡 제목은 뭘로 할까?”
조성현이 채윤이에게 물었다.
곡의 제목을 정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일이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뭔가 전문가들이 다 달라붙어서 곡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그냥 채윤이와 조성현이 둘이서 만드는 것 아닌가.
그럼 일단 곡의 주제를 확실하게 정해두고 진행하는 게 좋다.
작업을 하다가 혼란이 올 때면 그게 길이 될 테니까.
그리고 곡의 주제는 보통 제목으로 드러난다.
채윤이는 조성현의 물음에 열심히 고민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아이가 고민하다가 내놓은 제목은.
“엄마…?”
“…곡 제목은 엄마라고 할까?”
“응.”
“그래. 그렇게 하자 그럼.”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이가 엄마를 생각하며 쓴 곡이니까, 곡의 제목이 ‘엄마’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채윤이에게는 이 곡 자체가 엄마의 빈자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기도 했으니까.
조성현은 쓰게 웃으며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채윤이가 히히 웃으면서 조성현의 가슴에 얼굴을 비빈다.
“곡, 어떻게 완성 시키고 싶어?”
“모르겠어.”
“모르겠어?”
“나는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는걸…?”
채윤이가 당연하지 않냐는 듯 조성현에게 물어온다.
순간 할 말이 없어져, 설핏 웃음이 나온다.
“일단, 이거를 파일로 만들어볼까?”
“파일로?”
“응. 지금은 그냥 채윤이 머릿속에만 있잖아.”
“피아노도 있어!”
아이가 자신의 앞에 있는 피아노를 가리키며 말했다.
조성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피아노에도 녹음된 것이 있으니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리라.
“피아노에 있는 건 다른 사람들한테 못 들려주잖아.”
“그러면 새로 만들어야 해?”
“응. 예나 언니나 유미 언니가 그랬던 것처럼.”
“그래!”
채윤이는 서예나와 유미의 이름이 나오자 밝게 웃으며 답을 했다.
조성현은 밝게 웃는 아이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고는 아이를 안아 들었다.
방금 연주한 곡을 완벽히 기억하긴 힘들지만, 일단 틀은 기억을 한다.
조성현은 채윤이와 함께 서재로 향했다.
보통 회사에 다닐 때는 밀린 일이 있거나 할 때 여기서 업무를 보고는 했는데, 최근에는 거의 쓸 일이 없었다.
그냥 서점에서 구입했던 참고서나 전공서들을 보관해두는 용도로 쓰이던 방.
조성현은 오랜만에 데스크탑의 전원을 켜고,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우와….”
채윤이가 신기한 듯 감탄을 한다.
“재미있어 보이지?”
“응.”
“이게 작곡 프로그램인데, 나중에 채윤이도 곡을 만들고 나서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으면 이걸로 만들어 두면 돼.”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가 눈을 반짝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는 조성현의 무릎에 앉아서 그가 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채윤이를 무릎에 앉힌 조성현은 프로그램을 조작했다.
오랜만에 만지는 거라서 사실 조금은 버벅거리긴 했다.
그는 작곡 프로그램에 있어서 굉장히 익숙한 편이었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그가 익숙한 건 10년 후의 작곡 프로그램이지, 지금의 작곡 프로그램이 아니었으니까.
지난번에 최우진과 함께 서예나의 앨범을 작업할 때 조금 건드려봐서 덜 버벅 거린 거지, 그게 아니었다면 시간이 꽤 걸렸을 것이었다.
조성현은 그래도 금방 익숙해져서 빠르게 곡의 틀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는 방금 만들어진 틀을 재생했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
채윤이가 신기하다는 듯 모니터를 가만히 바라본다.
“어때?”
“신기해!”
“채윤이가 하고 싶었던 거랑 똑같아?”
조성현이 묻자, 아이는 고개를 흔든다.
“이거는 안 똑같아.”
채윤이는 모니터를 향해 손을 뻗어 한 곳을 가리켰다.
아이는 조성현이 짠 틀과 자신이 원래 연주했던 틀의 다른 점을 바로 알아차리고, 그 부분이 정확히 어느 부분인지도 알아차렸다.
프로그램을 처음 접하는데도 불구하고 그걸 바로 알아차린다는 것에 조성현은 조금 놀랐지만, 티내지 않으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면 될까?”
“음… 흐으응 흥. 이런 식으로. 지금은 흐응 으흥. 이런 느낌이야.”
채윤이가 콧소리를 내면서 열심히 설명한다.
“음, 그런 느낌이구나.”
그리고, 조성현은 아이의 그런 설명을 찰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채윤이의 말대로 조성현은 빠르게 수정을 했다.
수정을 하는 게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기에, 그는 바로 수정을 하고 채윤이에게 확인을 받았다.
“이렇게?”
“응. 이제 똑같아.”
아이가 고개를 끄덕거리고.
조성현은 피식 웃었다.
“이제 여기에다가 아빠가 연주했던 바이올린을 더해볼까?”
“그럴 수도 있는 거야?”
아이가 놀란 얼굴로 고개를 홱 들어 올리며 묻는다.
모든 것을 신기해하고, 놀라는 아이를 보면서 조성현은 기쁨을 느꼈다.
그냥 단순히 아이가 귀엽다는 생각도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아이가 모르고,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게 있다는 것은 즉.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게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채윤이에게 제대로 알려 줄 수 있다는 게 있다는 것.
그건 조성현에게 상당히 큰 기쁨이 되었다.
조성현은 채윤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었지만, 말 그대로 피아노라는 악기의 기본 중 기본만 알려 준 거고, 그 외의 것들은 채윤이가 스스로 익혔다.
그가 제대로 가르쳐 준 것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작곡과 그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차근차근 하나씩 알려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응. 여기에다가 따로 만들어서 동시에 재생을 시키면 되거든.”
조성현이 그렇게 말을 하며 자신이 방금 연주했던 바이올린을 그대로 옮겼다.
이것 또한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다.
조성현에게는 말 그대로, 밥을 먹는 것만큼 쉬운 일.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꽤 흘렀다는 것.
쉽다고는 해도, 어쨌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작업이었다.
조성현은 최대한 간단하게, 또 서둘러서 작업을 끝내려 노력했다.
“다 됐다.”
결국 조성현의 바이올린 연주까지 더해지고.
“한 번 들어볼까?”
“응!”
채윤이가 바로 답한다.
조성현은 곡을 재생시켰다.
피아노 틀에, 바이올린 틀이 더해진다.
그래봐야 조금 더 촘촘한 틀이 나왔을 뿐, 디테일이 완벽히 채워지지 않아서 텅빈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채윤이는 신기했던 모양이다.
“헤에….”
입을 살짝 벌리고, 감탄을 흘리는 것을 보면 말이다.
조성현은 아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면서, 시간을 확인했다.
역시나, 시간이 꽤 많이 흘러 있었다.
연주회 자체가 저녁에 있었다.
이후엔 늦은 저녁까지 먹고 집에 돌아왔으니….
“채윤아. 이제 잘까?”
조성현이 그렇게 묻자, 채윤이는 고개를 격하게 흔들었다.
자고 싶지 않은 모양.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작곡 프로그램이 더 궁금한 것 같았다.
“벌써 11시 20분이에요. 얼른 자야죠.”
조성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하자, 채윤이는 미간을 찡긋거리면서 고민하는 듯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거렸다.
에휴, 하고 작게 한숨까지 내쉬면서.
조성현은 가볍게 웃었다.
“아쉬워?”
“응. 재미있었는데.”
“내일 또 같이 하면 되지. 우리 이제 시간 많잖아.”
“맞아.”
채윤이가 졸업해서, 시간은 많다.
같이 작업하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었다.
조성현은 채윤이가 조잘조잘 떠드는 것을 들어주며 아이를 재웠다.
아이는 역시 피곤한 게 맞았는지, 금방 잠들었다.
조성현도 자려고 눈을 감았으나, 쉽게 잠들지 못하고 결국 자정이 다 되어서 그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후….”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일어난 그는, 거실로 나가려다가 눈에 들어온 작은 편지지에 멈칫했다.
채윤이가 졸업식에서 줬던 편지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저걸 확인하지 못했었다.
조성현은 당연히 너무 궁금해서 얼른 확인해 보고 싶었으나, 지금까지는 채윤이가 부끄러운 건지 계속 지금은 안된다고 말을 해서 확인하지 못했던 것.
나중에 자신이 없을 때 확인하라고 했었는데, 사실 조성현에게 채윤이가 없을 때가 어디 있겠는가.
지금처럼 아이가 먼저 자고, 자신이 늦게까지 깨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채윤이는 항상 붙어 있는데.
조성현은 편지를 들고, 거실로 나왔다.
그는 부엌으로 가,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 들었다.
평소에 술을 좋아하거나 잘 마시는 편은 아니었지만, 가끔 마시고 싶을 때를 대비해서 한 두 캔 정도는 사다 두는 편이다.
일할 때야 어쩔 수 없이 마시는 일이 여럿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술이 마시고 싶어서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뭔가, 살짝 끌리네.’
싱숭생숭하다.
오랜만에, 작곡 프로그램을 가지고 작업을 했으니 잠도 안 오고 기분도 이상한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리라.
지난번에도 한 번 편곡하면서 작업을 한 적이 있지만, 그거랑은 느낌이 정말 많이 다르다.
지난번에 그가 했던 건 편곡 작업이고, 오늘 조성현이 했던 건 채윤이와 함께 작곡하는 거였으니까.
느낌이 완전 다를 수밖에.
치익. 탁.
조성현은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는 손에 들린 편지지를 보고, 슬쩍 웃었다.
꿀꺽하고, 맥주를 크게 한 모금 더 마신 그는 편지를 뜯어 안에 있는 편지지를 꺼냈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편지를 본 조성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음표들이 어지럽게 적혀 있다.
완전한 악보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악보다.
채윤이는 글 대신, 음악을 남겨두었던 것.
조성현은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소파에서 일어나 피아노 쪽으로 향했다.
악보를 피아노에 두고, 볼륨을 줄여 혼자만 들을 수 있게 한 그는 편지지에 쓰여 있는 대로 천천히 건반을 하나씩 눌러나가기 시작했다.
딴. 따란. 따라.
그리 길지는 않았다.
일곱 마디 정도 되는 길이.
그 짧은 길이의 악보에는, 단 하나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아주 작지만, 강한 하나의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은, 수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조성현을 향한 사랑이 담겨 있는 짧은 곡이었다.
곡이 끝나고 나서.
“…술 꺼내길 잘했네.”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맥주를 마셨다.
피아노 앞에 놓여 있는 편지지가 눈에 들어온다.
조성현은, 부드럽게 웃었다.
강한 안도감이 묻어나오는 웃음이었다.
‘다행이다.’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했다.
편지지에 적혀 있는 곡은, 아주 따뜻했다.
지난번 아이가 만들었던 곡이 차가움과 외로움을 강조하고 있었던 것과는 정반대로.
아이가 졸업식 때 준 편지지에 적혀 있는 곡은 따뜻하고, 행복이 넘쳐나고 있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