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5)
15화
“아이고 성현씨.”
감독이 한달음에 다가와 조성현을 부른다.
조성현은 힐끗, 채윤이를 바라보았다가 감독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네, 감독님.”
“내가 방금 뭘 들은 것 같은데. 성현씨 딸이 피아노를 칠 수 있다고?”
“그냥 조금 흉내 내는 정도입니다. 피아노 학원에 다닌 것도 아니고요.”
“에이, 그래도 그림 보기에는 딱 적당할 것 같은데요?”
“라온씨로는 부족했나요?”
조성현이 물었다.
그렇게 묻고 있었지만, 조성현 스스로도 라온으로는 아쉽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감독이 어휴 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단 그림 너무 좋을 것 같긴 한데, 제대로 안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죠. 성현씨만 괜찮으면… 이름이 뭐라고요?”
“채윤이요.”
“네, 채윤이도 피아노 앞에 한 번만 앉아 보면 좋을 것 같은데….”
감독이 말했다.
그의 말에 조성현은 힐끗, 박중원 팀장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움직였다.
박중원은 알아서 하라는 듯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의 입장에서는 일단 감독에게 맞춰 주는 게 좋겠지만, 조성현의 딸인 만큼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었다.
조성현의 선택을 존중하겠다는 그 모양새에, 결국 조성현은 볼을 긁적거렸다.
아빠로서 내심은 채윤이 그냥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연예계에 한 발 들이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고 있는 조성현이니까.
이쪽이 얼마나 더럽고, 무서운 일이 많이 일어나는 곳인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조성현이었다.
몇 년간의 매니저 일.
그리고 이후에는 작곡가로서 활동하면서 느끼고, 경험하고 배웠던 것들이 있으니 말이다.
“…….”
그런데, 입이 안 떨어졌다.
우리 채윤이는 안 된다고.
그렇게 말하기가 힘들었다.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전부, 자기 합리화였다.
‘그래, 그냥 그림만 본다잖아. 촬영해서 뮤직비디오에 쓰이는 것도 아닌데 뭐.’
‘채윤이가 피아노 잘 치기도 하니까, 그냥 잠깐 앉아서 한 번 그림만 확인하면 되는 거잖아. 뭐, 별문제 있겠어?’
속으로 수많은 생각이 오갔다.
그는 이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채윤이가 지금, 피아노를 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말이다.
조채윤.
조성현의 딸.
아이는 눈을 반짝거리며 조성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아마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겠지.
다만, 눈앞에 피아노가 있고.
자신이 어쩌면 조성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그냥 하고 싶어 하는 것이리라.
조성현은 결국, 입을 열었다.
자신의 딸이 하고 싶어 한다면, 그는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채윤아.”
“채윤이는 피아노 칠 수 있어요.”
그가 무어라 묻기도 전에.
채윤이 단단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아이는 강하게 의사 표현을 하고 있었다.
지금, 피아노를 치고 싶다고.
* * *
결국 준비가 시작되었다.
딱히 많이 준비할 부분은 없었다.
일단 지금 당장 있는 게 부족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채윤아, 정말 괜찮겠어?”
“네에!”
자신 있게, 채윤이 답한다.
채윤이 원한다니 일단 허락은 했지만 조성현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림을 본다는 것뿐 이라지만, 수십 명의 사람 앞에서 피아노를 치는 것이다.
여러모로 걱정되는 게 당연하다.
“저기요. 조 매니저님. 걱정하는 건 알겠는데, 너무 과하지 않나?”
박중원 팀장이 조성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는 툭툭 하고 어깨를 두드려준 후 말을 이었다.
“너도, 나도 바로 지켜보고 있는데 무슨 일 있겠어? 사고 날 일도 없을 거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렇긴 하죠.”
“야, 7살이면 네 눈에는 엄청 애기 같을 수 있는데, 사실 다 큰 거야. 애들도 알 거 다 알고, 할 수 있는 거 다 해.”
“…팀장님.”
“엉?”
“애 키워보셨어요?”
“아니? 나 미혼인데?”
“…….”
황당한 얼굴로 바라보는 조성현을, 박중원은 뭐가 문제냐는 듯한 얼굴로 대응한다.
조성현은 결국 픽 웃었다.
“그냥 뭐 별일 없다는 거 다 알면서도 걱정이 되네요.”
“뭐가 그렇게 걱정되는 거야? 감독도… 약간 완성도를 위해서 이것저것 도전을 해보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는 것 같지만, 일단 착하고. 다른 스텝들도 오늘 지켜보면서 파악했을 거 아니야.”
“파악 다 했죠.”
“왜, 누가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팀장님이 제일 문제에요.”
“내가? 왜?”
“…….”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어오는 박중원을, 조성현은 슬쩍 외면했다.
그는 진심으로 박중원을 제일 경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조성현은 채윤을 안다.
자신의 아이가, 얼마나 큰 재능을 가졌는지도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리고 만약, 그게 지금 이 자리에서 드러난다면….
‘아마, 중원이 형은 진짜 눈에 불을 켜겠지.’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조성현이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준비는 다 끝났다.
“자, 스텐바이 하겠습니다!”
스텝 중 하나가 외쳤고, 채윤이 밝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조성현은 아까 라온이 피아노 앞에 앉았을 때도 멀찌감치 떨어져 봤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그는 감독의 옆에 딱 붙어서, 모니터링을 했다.
카메라에 채윤이 피아노 앞에 앉는 것이 보인다.
아이는 작은 몸으로 열심히 피아노 앞에 앉았고, 누가 봐도 피아노가 커 보였다.
높이 조절을 해두긴 했지만, 여전히 버거워 보였다.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 때.
감독이 스텝에게 신호를 보낸다.
곡이 재생되었다.
그와 동시에 감독은 어? 하고 소리를 냈다.
고개를 돌려 그를 보니 감독은 모니터에 시선을 두고는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악보를 줬었나?”
조성현은 감독의 말을 듣고 나서야 채윤에게 어떤 것도 전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머릿속에서 두 가지 생각이 싸우기 시작했다.
할 수 있을까?
잠깐 멈췄다가 악보를 전달하고 다시 시작해야 하나?
와 같은 생각들과.
채윤이는 이미 이 곡을 몇 번이나 들었으니, 칠 수도 있지 않을까?
자신의 전화벨 소리를 악보도 없이, 학원을 다니지도 않았는데 연주했던 것처럼, 채윤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드러나고 있었다.
첫 음이 울리고 나서, 채윤은 손가락을 움직여 건반을 부드럽게 눌렀다.
아이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따단 따라단.
부드럽게 시작된 채윤의 연주는, 금방 힘을 가졌다.
곡을 그냥 따라가는 게 아니라 곡과 함께 가기 시작했다.
조성현은 그것을 깨닫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재능이다.
진짜 재능.
조성현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뛰어넘는, 감히 천재라고 부를 수 있는 재능.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와 잘 친다고 감탄을 하고 끝낼 수도 있겠지만.
피아노를, 또 음악을 아는 사람이 지금 이 연주를 듣는다면 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을 것이다.
유미가 지금 그런 것처럼 말이다.
“헐.”
그녀는 작게 감탄했다.
첫 번째 정규 앨범을 내고, 이제 또 첫 번째 미니 앨범을 준비 중인 유미.
그녀는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채윤의 피아노가 그냥 단순히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박중원 팀장도, 채윤이 상당히 재능 있다는 것을 알아챘고.
라온은 그저 입을 벌리고 감탄했다.
채윤의 피아노 연주가 끝났다.
약 4분간의 시간 동안, 다들 그냥 채윤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감독도 마찬가지고.
“커, 컷! 너무 완벽했습니다!”
감독이 그렇게 외치고는 고개를 홱 돌려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성현씨.”
“예, 감독님.”
“진짜 진지하게 묻는 말인데. 성현씨 딸 말이에요. 피아니스트로 키운다거나 그럴 계획 없어요?”
“저는 일단… 없습니다. 채윤이가 원한다면, 피아니스트도 좋죠.”
“채윤이는 뭘 하고 싶어 하는데요?”
감독이 물었다.
조성현은 피아노에서 내려오며 해맑게 웃는 채윤을 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인어공주요.”
감독이 의아한 눈빛으로 조성현을 보았지만, 조성현은 감독의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으며 슬쩍 한쪽 무릎을 굽히며 두 팔을 벌렸다.
채윤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 * *
결국, 상황은 흘러갔다.
그림만 보자는 생각으로 채윤이 피아노 앞에 앉았지만, 아이의 연주를 보고 그냥 그렇구나할 감독이 아니었다.
감독은 조성현에게 꼭 채윤이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부탁했고.
채윤은 옆에서 마냥 좋은지 피아노 잘 칠 수 있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조성현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채윤이 원하는데, 허락해 줄 수밖에.
결국 스텝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고생했다.
의상을 구해오고.
빠르게 촬영했다.
촬영에 어려움은 없었다.
채윤이 워낙 피아노를 잘 쳤기 때문에 길게 시간을 끌 것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촬영이 다 끝나고, 채윤은 조금 피곤했는지 조성현의 품에 안겨 잠들었다.
유미가 메이크업을 지우는 동안, 조성현과 박중원은 대화를 나눴다.
“음악, 여전히 생각 없냐? 퇴사하더라도 작곡가로서 같이 일할 수도 있어. 너, 기본적으로 곡 만질 줄 알잖아.”
“…곡 만질 수 있는 거랑 작곡이랑은 전혀 다른 영역이잖아요.”
“그래도 뭔가 너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렇다. 프로듀서로도 잘 어울릴 것 같고. 오늘 네 딸 보고 좀 더 확신을 가졌달까.”
“채윤이를 보고요? 왜요?”
“그냥, 알고 보면 넌 네 딸보다 더 대단한 재능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설마요.”
“아냐, 진짜로. 그런 느낌이 막 들어. 아무튼, 이거.”
박중원이 하얀 봉투를 내민다.
조성현은 그걸 보고 의아한 얼굴로 박중원을 보았다.
“이게 뭔데요?”
“야, 아무리 그래도 내가 막 어! 뮤직비디오 출연료도 안 주는 양아치는 아니야. 위에도 상황 다 말해놨다. 물론 채윤이가 네 딸인 것만 빼고.”
“아….”
“이거 너한테 주는 거 아니니까, 거절하지 말고 받아라.”
박중원은 조성현의 손에 봉투를 쥐여주며 말했다.
그가 혹여나 거절할까, 말까지 덧붙이면서.
채윤이가 수고했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받는 것이기에 조성현도 거절할 생각이 없었다.
얼만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10만 원 정도겠지.
보통 아역의 출연료가 그 정도 하니까.
“감사합니다. 팀장님.”
“뭘 감사까지. 당연히 챙겨야 하는 게 내 일인데.”
박중원이 그렇게 말을 하고는 툭 조성현의 팔을 쳤다.
“라온이는 내가 데리고 갈게. 너는 유미씨 부탁한다.”
“넵. 아, 그리고 유미씨랑 약속 하나 했는데. 케이크 사주기로 했거든요. 먹어도 괜찮겠죠?”
“…한 조각만 사줘.”
박중원의 허락이 떨어졌다.
조성현이 웃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