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조성현은 고개를 올려 하얀 눈을 바라보았다.
함박눈은 아니지만, 그래도 눈발이 꽤나 굵다.
채윤이가 손을 앞으로 뻗어 손바닥 위로 눈을 받으려고 시도한다.
하얀 눈 한 송이가 채윤이의 손바닥 위로 떨어졌다.
아이가 꺄르르 웃는다.
채윤이는 장갑을 벗고 손을 내밀었다.
다시, 눈 한 송이가 채윤이의 손바닥에 떨어진다.
“차가워!”
조성현은 아이를 보면서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냥 눈이다.
아마 지난 생이었다면 조성현은 무심하게 지나쳤을 거다.
아니, 어쩌면 신발이 젖는다고 오히려 안 좋아했을 수도 있지.
하지만 지금은 느낌이 달랐다.
채윤이와 함께해서 그런 건가.
눈이 내리는 걸 이런 마음으로 바라보는 건 정말 십 년만인 것 같았다.
돌아오고서 처음 보는 눈.
여러모로 감성에 젖어 들기에 좋은 조건이다.
“채윤아, 신기해?”
“응!”
공원 산책하러 가는 길에 눈이 내리니, 운이 좋았다.
눈 내리는 날 공원 산책을 하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겠지.
조성현과 채윤이만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 아니었다.
길을 가던 연인들도 일제히 걸음을 멈추고 눈을 바라보면서 손을 뻗는다.
“채윤아, 손 시려. 얼른 장갑 끼자.”
“한 번만 더.”
채윤이가 눈을 깜빡거리며 말하고, 조성현은 결국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이가 히히 웃으며 손을 내밀어 눈송이들을 잡아본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함박웃음을 지은 채윤이는 슬슬 손이 시려오는지 다시 장갑을 끼기 위해서 낑낑거렸다.
조성현은 슬쩍 몸을 숙여 채윤이의 손에 다시 장갑을 끼워주었다.
“갈까?”
“응!”
채윤이가 밝은 얼굴로 답한다.
조성현은 아이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눈이 계속해서 내렸고, 채윤이는 열심히 고개를 들고 두리번거리며 눈을 구경하기에 바빴다.
조성현은 그런 채윤이의 모습을 보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날은 춥지만, 채윤이와 함께 있으니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좋아서, 채윤이와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서.
행복했다.
공원에 도착했을 때쯤에는, 바닥에도 하얗게 눈이 깔려 있었다.
“우와아.”
채윤이가 입을 벌리고 감탄을 흘렸다.
온통 하얗다.
눈 내리는 공원이 이렇게 예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조성현은 감탄하는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예쁘다. 그치?”
“응! 엄청 예뻐!”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을 한다.
그러던 채윤이는, 갑자기 헙하고 소리를 냈다.
“아빠!”
“응?”
“유미 언니!”
“응? 유미 언니가 왜?”
“유미 언니랑 같이 놀기로 했는데.”
“아.”
채윤이의 말에, 조성현은 그제서야 짧게 입을 벌렸다.
아이의 말에 기억이 났다.
눈이 오면 유미랑 놀기로 했었지.
채윤이도 기대했다.
같이 눈사람을 만들고, 재미있게 놀자고 이야기했었으니까.
채윤이와 함께 하는 첫눈을 감상하느라 조성현도 그걸 까먹고 있었다.
아이는 얼른 전화해보라는 듯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조성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성현은 조금 난처한 얼굴로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유미가 눈이 오면 채윤이와 놀기로 약속을 했던 건 맞지만, 일단 오늘은 유미가 스케줄이 있는 날이었다.
그냥 스케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박중원과 함께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그런 상황속에서 유미와 놀자고 하는 채윤이를 앞에 두고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난감했던 것.
“음… 채윤아.”
“응?”
“유미 언니랑은 나중에 놀까? 유미 언니 지금 일하는 중이야.”
“진짜? 일해?”
“응. 지난번에 봤던 중원이 삼촌 있지?”
아이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유미 언니는 지금 중원이 삼촌이랑 같이 일하고 있어.”
“언제 끝나는데?”
“모르겠네. 나중에 우리 여행 다녀와서 같이 놀아달라고 할까?”
“… 그래.”
채윤이는 조금 아쉬운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유미를 꽤나 좋아하는 채윤이로서는 같이 놀 수 없다는 게 아쉬운 모양이었다.
그래도 일을 한다는 말에 아이는 더 이상 조르지 않았고, 조성현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대신 아빠랑 오늘 재미있게 놀자.”
“그래!”
조성현과 함께라는 생각 때문일까.
채윤이는 금방 다시 밝은 얼굴로 조성현의 손을 잡았다.
아이의 손을 잡고, 조성현은 걸음을 옮겼다.
넓은 잔디밭은 이미 하얗게 눈으로 덮여 있었다.
데이트를 즐기러 온 커플들이, 또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들도 눈을 가지고 놀면서 즐겁게 웃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힐끗 보고 그냥 지나가는 이들도 많았지만, 그들의 얼굴에도 첫눈이 오는 것에 대한 설렘이 가득 담겨 있었다.
채윤이는 헤에 하고 두리번거리며 얼른 잔디밭에 들어가서 놀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조성현은 걸음을 서둘러 눈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채윤이가 장갑을 낀 손으로 눈을 만지작거리면서 키득키득 웃는다.
“좋아?”
“신기해. 먹어보고 싶어.”
“먹으면 안 돼.”
“… 응.”
정말로 먹어보고 싶었던 건지, 채윤이는 조금 미련이 남은 얼굴로 눈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조성현은 아이의 얼굴에 픽 웃고는 손을 움직여 눈을 뭉쳤다. 자신의 주먹 크기로 눈을 하나 뭉치고.
그걸 앞에 둔 후에, 다시 눈을 뭉친다.
이번에는 채윤이의 주먹 정도 크기.
앞서 만든 눈 뭉치에 지금 만든 눈 뭉치를 올리니, 눈사람의 기본 틀이 만들어졌다.
채윤이는 그게 재미있는지 눈을 깜빡거리며 지켜보다가 자신도 열심히 눈을 뭉쳤다.
조성현은 눈 밑에 있는 아주 작은 돌 조각 두 개를 찾아 눈사람의 얼굴에 붙였다.
이제 눈이 만들어지고.
채윤이는 그사이 눈을 두 개 뭉쳐서 조성현과 비슷하게 눈사람을 만들었다.
픽.
문제는, 두 개의 눈 뭉치 크기가 반대되어서 자꾸 쓰러진다는 점일까.
조성현은 결국 채윤이의 눈사람이 잘 설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됐다.”
“아빠는 이런 거 많이 해봤어?”
“아빠도 어릴 때 해봤지.”
대학생 때도 안 해봤던 것 같다.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가 눈을 반짝거린다.
“아빠가 채윤이 나이 때?”
“… 그렇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그렇지 않겠는가.
채윤이는 조성현의 어릴 적 모습을 알았다는 것에 기쁜지 히히 웃었다.
아이는 열심히 눈사람에게 눈코입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다른 재료들을 찾았다.
채윤이와 함께 찾아보려는데.
우우웅.
조성현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그는 스마트폰 화면에 뜬 이름을 보고 가볍게 미소를 띠었다.
“네, 유미씨.”
눈을 보고 유미도 조성현과 채윤이 생각이 났는지, 전화를 한 것.
채윤이는 유미라는 이름에 고개를 번쩍 들어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아이가 기대하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조성현은 아이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고는 통화를 이어나갔다.
-아, 오빠. 뭐 하세요?
“저 채윤이랑 노는 중이었어요. 근처 공원에서.”
-호수공원?
“네. 근데 유미씨 지금 스케줄 중 아니세요?”
-저 방금 막 촬영 끝났는데. 근데 오빠 저 오늘 촬영인 거 어떻게 아셨어요?
“아까 중원이 형이랑 통화 했었습니다.”
-아하. 뭔가 했네.
“어떤 촬영 하신 거예요?”
-CF 촬영이요. 초콜릿.
초콜릿 CF면 이미지에 안 어울리지도 않고, 나쁘지 않을 거다.
“괜찮네요. 축하드려요.”
-뭘요. 다 오빠 덕분이죠. 아, 어쨌든. 거기도 눈 와요?
“네, 채윤이랑 같이 눈 가지고 놀고 있었어요.”
-호수공원이면 여기서 차로 20분밖에 안 걸리니까, 저도 가서 채윤이랑 놀래요.
“촬영하시고 피곤하실 텐데. 괜찮아요.”
CF 촬영이 그리 쉬운 건 아니라는 걸 조성현은 잘 알고 있었다.
유미가 지금 온다고 하는 건, 진짜 힘든 몸을 이끌고 온다고 하는 것이었다.
-안 피곤해요. 아니, 좀 피곤한데 채윤이 봐야지 풀릴 것 같은 그런 피곤 알죠?
“하하하. 알겠습니다. 그러면… 기다리고 있을게요.”
유미의 말에, 결국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할 수밖에 없었다.
채윤이가 유미를 좋아하는 만큼, 유미도 채윤이를 좋아했으니까.
보고 싶다고 하는데 말릴 수는 없다.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가 활짝 웃는다.
유미가 온다는 것을 아이도 알아차린 것.
-오케이. 금방 갈게요.
유미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전화를 마무리했다.
조성현은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유미 언니가 이쪽으로 온다네. 한 20분 정도 걸린대.”
“헤헤….”
채윤이는 신이 나는지 웃음을 흘렸다.
아이의 어깨가 들썩거리는 걸 보니, 진짜로 많이 신난 모양.
조성현은 유미가 오기 전까지 채윤이와 함께 더 큰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빠! 채윤아!”
유미가 저 멀리서부터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박중원도 유미의 옆에서 걸어오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채윤이가 벌떡 일어나서 유미가 있는 쪽으로 손을 흔들어 보인다.
조성현도 자리에서 일어나 유미와 박중원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유미씨. 촬영하시느라 힘드실 텐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이, 아니에요. 저도 놀러온 건데요 뭘.”
유미가 손을 흔들며 답을 하고는 무릎을 굽혀, 채윤와 대화를 시작한다.
“채윤이 잘 있었어?”
“응!”
“아빠랑 먼저 놀고 있었다면서?”
“맞아. 눈사람 만들고 있었어!”
“언니랑도 같이 눈사람 만들어주는 거야?”
“얼른 가서 같이 만들자.”
채윤이가 유미의 옷을 가볍게 잡아당긴다.
유미가 오구구 하고 소리를 내면서 채윤이와 조성현이 만들던 눈사람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조성현이 눈사람의 몸을, 채윤이가 눈사람의 얼굴을 이룰 눈뭉치를 열심히 굴리고 있었던 상황.
채윤이는 자신이 굴리던 눈뭉치를 계속 굴리고, 유미는 조성현이 굴리던 것을 이어서 굴린다.
“유미씨 여기 와도 되는 거래요?”
“꼭 가야겠다는데, 어쩌겠냐. 난 두 번 말렸는데 무조건 가야 한다고 해서 온 거야.”
조성현의 말에, 박중원이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의 반응에 조성현은 픽 웃었다.
“좀 지쳐 보이네요?”
“그냥, 너 있었을 때랑은 차이가 있으니까.”
“저만큼 일 잘하는 사람도 드물죠?”
장현아가 일을 잘하기는 하지만, 아직 신입이다.
조성현의 역할을 완전히 커버하기에는 부족하리라.
“그런 것도 있고… 유미씨가 너 없을 때보다 훨씬 고집이 세졌어.”
“그래요?”
유미가 고집이 있었던가?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위치를 잃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하는 사람이긴 했다.
근데, 고집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었는데.
“뭐, 여기 꼭 와야겠다고 하는 것처럼요?”
“그런 정도로 고집이라고 안 하지.”
박중원이 고개를 흔든다.
조성현은 미간을 좁혔다.
뭔가 있다.
박중원이 이렇게 반응할 정도면, 분명 일 적으로 유미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게 있는 거다.
“뭔데 그래요?”
박중원은 말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는 얼굴이었다.
쯧 하고 혀를 한 번 찬 박중원이 결국 입을 열었다.
“다음 앨범, 자기가 직접 프로듀싱 하고 싶다네.”
그리고 그 말에,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렸다.
상상도 못 한 게 튀어나와 버렸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