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65)
165화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악기란 무엇일까.
그냥 단순한 장비?
아니, 전혀.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악기란, 자신의 수족과도 같은 것이었다.
심지어는 자신의 반신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소중한 것.
그냥 단순히 도구일 수가 없는 거다.
물론, 음악가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보니 당연히 이런 생각에도 동의하지 못하는 이들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세상에는 자신의 악기를 험하게 다루는 이들도 상당히 많으니까.
하지만 조성현은 대부분의 음악가들이 자신의 악기에 대해서 특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동의할 사람들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음악가들에게, 악기는 단순히 음악을 하는 도구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악기는 꿈이고, 의지였다.
그냥 소리를 낼 수 있는 도구인 게 아니라,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수단이라는 거다.
특히, 그냥 대중음악을 하는 음악가가 아니라 클래식을 전문으로 하는 음악가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유재균이 자신의 악기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가졌는지, 조성현은 알지 못한다.
그래도 그는 짐작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계속 가지고 있던 악기니까. 당연히 그에 대한 애정도 엄청 깊겠지.’
유재균의 집안 사정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악기에 대해서는 몇 번 들은 적이 있었다.
유재균이 사용하는 바이올린은, 그가 10여 년을 사용한 악기였다.
음악을 하는 이들은 말한다.
사람으로 따지면 성격과 같이 각 악기도 자신만이 고유의 음색이 있다고.
유재균은 자신의 악기를 사랑했고, 굉장히 아꼈다.
관리도 열심히 했고.
근데 그는 지금 자신이 십수 년 사용하고 함께 해온 악기를 팔 결심을 한 것이었다.
영준이를 위해서.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또 제대로 배울 기회의 장을 만들기 위해서.
유재균은 자신이 젊었을 적부터 꾸었던 꿈을 팔아버리려 하는 것이다.
“원래는 정년까지 열심히 일하고, 나중에 정식으로 오케스트라에 소속되어서 연주하고 싶었는데. 뭐, 다른 악기로도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조성현이 가만히 유재균을 바라보자, 픽 하고 웃음을 흘린 유재균은 어깨를 한 번 으쓱거리더니 말을 했다.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이 맞는다.
그래, 분명 다른 악기로도 오케스트라에 소속되어서 연주를 할 수 있을 거다.
‘느낌은 많이 다르겠지만.’
조성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무어라 말을 하고 싶지만, 유재균의 심정이 너무나도 이해가 되어서 조성현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그로서도 사실,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거다.
자신의 악기를, 자신의 못다 한 꿈을 판다는 건 그 누구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닐 테니까.
“영준이가 좋아하겠네요. 내심 대한 예술 사립학교 가고 싶어 하는 기색이던데.”
“애가 그러던가요?”
“어제 영준이랑 학교 이야기를 좀 해봤는데, 가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림이 좋다고.”
“다행이네요.”
유재균이 웃으면서 말을 한다.
자신의 악기를 팔 결심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후회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미련을 버릴 수 있어서 좋다는 듯 시원한 얼굴.
조성현은 그런 유재균이 부러웠다.
저렇게 결심하고, 또 그 결정에 후회 없이 오로지 자신의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
“어쨌든 중요한 건 영준이잖아요. 제가 이 나이 먹고 사실 뭘 더 하겠어요.”
“에이, 백세 인생인데요. 뭘. 아직 인생 절반도 안 살았잖아요.”
“그것도 맞는 말인데. 옛날에는 진짜 멋진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영준이가 잘 크는 거 오래도록 보고 싶어요. 하하.”
“멋지시네요.”
유재균이 웃으며 하는 말에, 조성현도 싱긋 웃음을 보이며 답했다.
두 아버지는 잠시 서로를 마주 보다가, 종이컵에 따라져 있는 차를 비웠다.
추운 날씨 때문에 벌써 미지근해 있는 차를 단숨에 들이켠 조성현과 유재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먼저 들어갈게요. 이따가 봐요.”
“네, 저는 채윤이 오면 들어갈게요.”
유재균이 먼저 카라반으로 들어가고.
조성현은 테이블에 앉아 가만히 채윤이를 기다렸다.
그는 힐끗, 유재균이 방금 들어간 카라반을 바라보았다.
진심으로 유재균이 멋있어 보였다.
같은 아빠로서, 존경스럽기도 하고.
‘자기 악기를 팔아서 영준이를 대한 예술 사립학교에 보낼 생각을 한 것 자체가 대단한 거지 진짜.’
조성현은 속으로 생각하며 비어버린 종이컵을 만지작거렸다.
대한 예술 사립학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너무 보내고 싶은 학교다.
그는 아침에 찾아두었던 대한 예술 사립학교의 홈페이지로 들어가, 입학 안내를 다시 살펴보았다.
그 중, 눈에 띄는 문구 하나가 있었다.
[저희 대한 예술 사립학교는 기숙사도 운영하고 있지만, 만 14세 이상의 특수한 상황의 학생만 받습니다.저희는 ‘예술’이라는 것이 단순히 ‘지식’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학교에서 지식은 제공해 줄 수 있지만,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창구는 학생 본인과 그 주변 환경에 있기에…]
너무 맞는 말이었고, 조성현은 대한 예술 사립학교의 이런 교육 이념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채윤이, 보내야겠네.”
아이는 분명 일반 학교에 가더라도 좋아할 거다.
하지만, 대한 예술 사립학교를 가게 되면 훨씬 더 좋아할 것은 안 봐도 뻔한 이야기.
채윤이와도 물론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지만, 음악을 계속해서 하고 싶어 하는 채윤이니 아이가 할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채윤이가 가고 싶어 하는데, 안 보낼 수는 없으니….’
어떻게든 보낼 거다.
학비가 비싸더라도, 못할 건 또 뭔가.
여차하면 자신도 유재균처럼 뭐라도 팔면 되겠지.
조성현은 속으로 생각하며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들었다.
저 멀리, 채윤이가 해맑게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 * *
케이블카를 타는 곳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거리상으로는 꽤 가까웠는데, 차를 타고 가려니 꾸불꾸불 돌아가야 해서 20여 분 정도가 걸렸다.
“꽤 크네요.”
“그러게요. 생각했던 것보다 커서 저도 놀랐어요.”
사람이 엄청 많은 건 아니었지만, 케이블카 정류장의 크기가 상당히 컸다.
안에 카페들도 있고, 도넛 가게, 기념품 가게도 자리하고 있었다.
케이블카를 타는 가격이 그리 싼 것은 아니었다.
대인 왕복 12,000원.
소인 왕복 8,000원.
표를 구매하고, 잠시 기다리니 커다란 케이블카가 도착한다.
“채윤아.”
“응?”
“너는 케이블카 타봤어?”
“아니. 처음 타봐.”
영준이의 물음에 채윤이는 조금 긴장한 얼굴로 답을 했다.
케이블카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아이는 긴장한 얼굴이었다.
처음 타보는 거기도 하고, 높은 곳에 올라와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채윤아, 무서우면 아빠랑 같이 기다려도 괜찮아.”
조성현이 아이에게 물었고, 채윤이는 그렇다고 안타는 건 싫은 건지 고개를 흔들었다.
“탈 수 있어.”
“무서워도 탈 수 있어?”
“응.”
아이가 바로 답을 한다.
케이블카의 문이 열리고, 직원이 이제 타면 된다는 듯 손을 뻗었다.
영준이가 가장 먼저 올라타고, 그 뒤로 정미원과 유재균이 올라간다.
채윤이는 조성현의 손을 꼬옥 잡고는 케이블카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아이는.
“힉엑?”
이상한 소리를 내며 반걸음 물러났다.
케이블카 문이 닫히고, 덜커덩거리며 케이블카가 출발한다.
채윤이는 들어온 그대로 몸이 굳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성현은 그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채윤아. 괜찮아?”
“…바닥이 없어.”
아이가 조금 질린 얼굴로 말을 한다.
조성현의 손을 꼭 잡고 있는 게, 절대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채윤이는 가운데에 있는, 유리 바닥을 보고 굳어 있는 것이었다.
“바닥이 없는 게 아니고, 투명한 거야.”
영준이가 그러게라고 말하며 발을 뻗어 툭툭, 투명한 유리 바닥을 두드린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자신도 조금 무섭긴 한 건지 유리 바닥 밖에서 슬쩍 건드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 영준이의 모습에 유재균과 정미원이 피식 웃음을 흐린다.
“채윤아, 무서우면 일단 앉을까?”
“… 응.”
아이가 고개를 끄덕거리고.
조성현은 채윤이를 조심스럽게 안아 의자에 앉혔다.
의자에 앉으니 그나마 안정감이 드는지 긴장해서 딱딱해져 있던 몸이, 조금 풀어진다.
아이는 의자에 앉아서도 조성현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는 점점 익숙해지는지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며 풍경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조성현도 그제서야 채윤이에게서 시선을 떼고 투명한 바닥을 통해 밑을 내려다보기도 하고, 옆을 둘러보며 눈 덮인 산을 감상했다.
원래는 녹색이었을 산.
눈이 덮여서 온통 하얗게 변해버린 산은 꽤나 멋졌다.
그렇게 한참 동안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데.
“채윤아, 성현씨. 여기 한 번 봐봐요.”
정미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캠핑을 오는 길에서부터, 정미원은 사진을 담당하고 있었다.
지난밤에도 사진을 정말 많이 찍었고, 그녀의 사진 촬영은 오늘도 멈추지 않았다.
정미원은 조성현과 채윤이를 자신의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았고, 채윤이는 사진을 찍는다는 생각 때문인지 조성현에게 기대며 웃음을 보였다.
눈 덮인 산을 배경으로, 채윤이와 조성현은 사진을 찍었다.
찰칵하고, 정미원의 스마트폰이 소리를 낸다.
“와, 이거 진짜 사진 너무 잘 나왔는데요?”
정미원이 자신이 찍고도 만족스러운 것인지 밝은 얼굴로 감탄을 한다.
그녀는 한 번 보라는 듯 조성현과 채윤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넘겼다.
조성현은 아이와 함께 사진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잘 나왔네요.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제가 찍어 드릴게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카메라 어플을 켰다.
영준이네 가족이 얼른 포즈를 취하고, 조성현은 그들의 사진을 몇 장 찍어 준 후 다시 정미원에게 스마트폰을 넘겼다.
정미원은 어딜 가든 사진을 잊지 않았다.
조성현이 사진을 까먹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
“그림 그릴 게 많아지니까 좋네요.”
정미원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이제 슬슬 돌아가려는 데 기념품 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쳤을 기념품 가게였다.
조성현은 어딜 가서 기념품을 사 오거나 하는 성격이 절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왠지 기념품 가게를 쉽게 지나치지 못했다.
영준이네가 자연스럽게 기념품 가게로 들어가고, 조성현도 그들을 따라 기념품 가게에 들어섰다.
그리고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조성현은 자신이 뭘 사야 하는지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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