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75)
175화
조성현과 유미는 그대로 잠시 굳었고.
채윤이는 어? 하면서 밝은 얼굴이 되었다.
아이가 조성현의 손을 잡고 있지 않은 반대쪽 손을 들어 흔든다.
상대도 가볍게 웃음을 보이며 채윤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안녕 채윤아.”
“안녕하세요!”
채윤이가 히히 웃으며 인사를 했다.
그냥 무시하고 지나갈 수는 없는 상태였기에, 조성현은 힐끗 유미 쪽을 잠시 보며 상태를 살핀 후 상대 쪽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예나씨.”
“네, 안녕하네요. 그쪽도 안녕해 보이네요?”
서예나는 조성현과 유미를 슬쩍 번갈아 보며 말을 한다.
조성현은 서예나가 등장하자마자 공기가 바뀌는 것을 느꼈다.
특히 유미가 달라졌다.
조성현이야 서예나를 조금 편하게 대할 수 있지만 유미는 아니었으니까.
그녀는 숨을 짧게 들이켰다가 내뱉으며, 서예나를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나 까인 거라고 보면 되는 거죠?”
“그럴 리가요.”
조성현은 고개를 흔들며 답한다.
서예나의 앨범 제작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본래도 채윤이의 방학이 끝날 무렵 준비를 시작할 생각이라고 했었으니까.
스케줄 상 타이트하기 때문에, 서예나의 앨범을 작업하는 게 약간은 무리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그녀의 앨범 작업을 하지 못할 건 또 없었다.
‘약간 무리라는 걸 알아서 그렇게 말을 했을 텐데.’
서예나의 앨범 작업을 못 할 건 없지만, 조금 힘든 것도 사실이긴 하니까.
그렇다고 조성현이 서예나가 자신이 까였다고 말하는데 거기서 긍정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상황 돌아가는 거 모르는 것도 아닌데, 뭘….”
서예나는 조성현에게 무어라 말을 하다 채윤이와 눈을 마주치고는 말끝을 흐렸다.
딱히 조성현에게 무어라 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약간은 짜증이 난 것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채윤이의 앞에서 그 짜증을 드러낼 마음은 없는 모양.
서예나도 유미와 마찬가지로 채윤이를 꽤나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지난번, 조성현이 서예나의 앨범을 프로듀싱 한 것의 시작은 어떻게 보면 채윤이의 말 한마디 덕분이었으니까.
서예나로서는 채윤이에 대해서 어느 정도 특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디싱은 아닐 것 같고. 정규 앨범이에요?”
“미니 앨범입니다.”
서예나의 물음에 조성현은 곧바로 답했다.
그의 말에 서예나가 쯧하고 혀를 찬다.
정규 앨범이었다면 아마, 서예나는 완전히 포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을 거다.
하지만 미니앨범이면 스케줄은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상황.
그렇기에 오히려 더 마음에 안 든다는 느낌이었다.
서예나는 시선을 돌려 유미를 바라보았다.
유미가 고개를 숙이며 그제서야 그녀에게 인사를 건넨다.
역시 서예나는 서예나였기에, 그녀는 일부러 지금까지 유미가 끼어들 틈을 주지 않고 있었던 거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그래 후배님. 안녕해요.”
서예나가 유미를 보며 말한다.
유미는 쉽게 무어라 답하지 못했다.
괜히 말 한 번 잘못했다가 서예나가 조금 더 화나면 사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으니.
다만,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채윤이의 손을 잡았다.
그건, 일종의 방패와도 같은 것이었다.
서예나가 무어라 말을 하든, 일단 채윤이가 자신과 함께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듯한 행동.
채윤이와 조성현의 뜻이 겹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서예나와 유미였다.
유미는 지금, 서예나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면서도 당장은 조성현이 자신의 앨범을 프로듀싱 하고 있으니 탐내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행동 하나하나가 다 의미를 담고 있다.
“뭘 그렇게 얼어 있어?”
서예나는 그런 유미를 보며 피식 웃었다.
조성현은 상황을 살폈다.
조금 위험하다.
지난번,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을 때는 사실 유미가 조금 예민하게 반응했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유미가 어느 정도 책임이 있었고, 서예나가 그때 강하게 짜증 내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평소의 서예나는 그렇지 않았으니까.
지금도 비슷하다.
상황만 조금 달라졌을 뿐.
유미도 그렇고, 서예나도 그렇고.
평소의 그녀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유미는 겉으로 보면 일단 굽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행동 하나하나는 기본적으로 서예나를 경계하는 것이 드러나고 있었고.
서예나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에는 자신이 그 누구보다 대단하다고 여기며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들이받는 게 대부분의 경우인데, 지금은 아니다.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가끔 눈을 찡긋거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게 보인다.
결국 조성현이 나섰다.
그는 슬쩍 걸음을 옮겨 서예나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예나씨는 회사에 무슨 일이세요?”
“무슨 일이겠어요. 우 팀장님 만나러 왔지.”
“아하. 식사하시고 오시는 길이신 거예요?”
“남 이사 밥을 먹든.”
“…….”
작게 중얼거리는 서예나의 말에, 조성현은 어색한 얼굴을 했다.
차라리 서예나만 있었으면 괜찮은데, 역시 유미와 서예나가 은근한 기 싸움을 하고 있을 때 대화를 하기는 참 어렵다.
“그쪽은 밥 먹고 오는 길이겠네요.”
“네, 방금 막 먹고 커피 사 들고 일하러 가려 했습니다.”
“잘됐네요. 나도 마침 커피 사러 가는 길이었으니까, 같이 가죠. 내가 살게요.”
서예나는 그렇게 말을 하며 몸을 돌려 카페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조성현은 힐끗 유미를 바라보았다.
유미가 서예나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유미씨, 갈까요?”
“네, 오빠.”
고개를 끄덕거린 유미가 이내 다시 밝은 얼굴로 채윤이를 바라보면서 걸음을 옮긴다.
서예나는 카운터에 가자마자 바로 아메리카노를 한 잔 시키고, 살짝 몸을 굽히며 채윤이에게 말을 걸었다.
“채윤아, 뭐 먹고 싶어?”
“핫초코.”
“채윤이는 핫초코… 그쪽은, 카라멜 마끼아또?”
“예. 감사합니다.”
서예나와 작업을 할 때도 그렇고, 그녀와 함께 카페를 온 게 한 두 번은 아니었다.
이미 서예나는 조성현의 취향을 알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서예나가 유미를 바라본다.
“우리 후배님은 뭘 먹고 싶으려나.”
“저는 아메리카노로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배님. 잘 마시겠습니다.”
유미가 꾸벅하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서예나가 손을 휙 흔든다.
“됐어. 원래 후배 마주치고도 이런 거 안 사주면 욕먹어서, 그거 싫어서 사주는 거니까.”
서예나가 그렇게 말하며 카운터에 있는 직원에게 카드를 내민다.
“핫초코는 너무 뜨겁지 않게 주세요.”
그녀는 그렇게 특별 주문까지 더하고는, 자리에 앉아 음료를 기다렸다.
어색한 분위기.
그 사이에서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하는 건 채윤이 유일했다.
“채윤아, 언니 안 보고 싶었어?”
“조금 보고 싶었어.”
“조금만?”
“응.”
채윤이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아이의 말에 서예나가 귀엽다는 듯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언니는 채윤이 엄청 보고 싶었는데.”
“어… 나는 예나 언니 노래 맨날 들었어.”
서예나가 자신을 엄청 보고 싶어했다는 말에 잠시 생각하던 채윤이는 얼른 입을 열어 말했다.
그러자, 서예나의 얼굴이 밝아진다.
유미도 가볍게 웃음을 흘리며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던 그녀는 고개를 들던 서예나와 눈을 마주했다.
둘은 서로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지이잉.
진동벨이 울리고, 모두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다.
“뜨거우니까 조심히 마셔야 해.”
“응.”
조성현이 채윤이에게 핫초코를 주며 말했고, 채윤이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아이에게 핫초코를 주고 몸을 돌리는데, 서예나가 조성현에게 커피를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조성현이 서예나가 내미는 카라멜 마끼아또를 받았다.
“퇴근은 몇 시예요?”
“잘 모르겠습니다. 6시 전에는 퇴근하지 않을까 싶은데…”
“저녁은요?”
“… 퇴근하고 먹을 것 같습니다.”
약간의 불안감이 들어, 조성현은 가만히 서예나를 바라보며 답했다.
서예나는 고개를 가볍게 주억거렸다.
“같이 먹죠 그럼.”
그녀가 말했다.
조성현은 힐끗 유미 쪽을 바라보았다.
유미는 그가 어떤 답을 할지 가만히 지켜보는 중이었다.
채윤이는 눈을 반짝거리는 게 같이 저녁을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뻔히 보인다.
거절할 명분은 없고, 만날 이유는 있었다.
결국.
“네, 연락드리겠습니다.”
조성현이 답했다.
* * *
삑.
작업실 문이 열리고, 조성현은 채윤이와 함께 안쪽으로 들어섰다.
유미도 바로 뒤따라온다.
그녀는 오묘한 표정이었다.
서예나의 저녁 식사 제안을 거절하지 않은 후로 저런 표정이다.
조성현은 크게 신경은 쓰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조성현이 서예나하고도, 유미하고도 아는 사이였고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사이이기도 하니까 여러모로 신경을 쓰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미와 서예나가 조성현의 행동에 제약을 주지는 못한다.
그는 그저 필요 없는 마찰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것뿐이었다.
“자, 일할까요?”
조성현은 짝하고 박수를 치면서 말을 했다.
채윤이는 금방 일을 하는 것에 적응했는지 조성현의 무릎에 앉았다.
분류 작업을 계속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지금은 일단 유미와 대화가 먼저다.
“앨범 주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세요?”
“일단… 뻔한 사랑 노래는 싫어요.”
“사랑 노래는 싫다. 이유는요?”
조성현은 노트에 메모하며 물었다.
“그냥, 지금 제가 원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 음악으로서 성공을 하는 거라서. 몰입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음악으로서 성공하는 걸 원하기 때문… 알겠습니다.”
유미가 원하는 건 어느 정도 파악이 됐다.
조성현은 슬쩍 몸을 돌려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마우스를 움직였다.
“곡 골라둔 거 있는데, 한번 들어보실래요?”
“좋아요.”
유미가 바로 답했고, 조성현은 음악을 재생시켰다.
처음은 최우진이 작곡한 ‘마지막’이었다.
느낌은 사실, 방금 유미가 말한 것과 아주 잘 어울렸다.
그럴 수밖에 없다.
최우진은 연습생으로서, 아티스트로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사람이었으니까.
그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노력해보자는 느낌으로 곡을 쓴 건데, 잘 어울리는 게 당연했다.
“다른 것도 한 번 들려드릴까요?”
“네.”
유미의 답에 조성현은 바로 이어서 ‘어두운 달빛 아래 꽃 한 송이’를 재생시켜주었다.
지금까지 나온 곡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다.
“이거 가사는 없죠?”
“가사는 없고 작곡가가 써둔 설명은 있는데 한번 읽어보실래요?”
“읽어보고 싶어요.”
유미는 곡이 나쁘지 않았던 것인지, 관심을 보였다.
조성현은 자리를 비켜, 그녀가 곡에 대한 설명을 읽을 수 있게 해주었다.
잠시 곡 설명을 읽던 유미는 이내 입을 열었다.
“이거 곡 너무 좋네요.”
“살짝만 유미씨한테 더 맞게 맞춰서 진행하면 될 것 같아요.”
“네, 그럼 되겠네요. 아 역시 오빠랑 하니까 뭔가 바로바로 진행되네요. 기분 좋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하.”
“열심히 하겠습니다!”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가 곧바로 그의 말을 따라 하면서 자신도 열심히 하겠다는 어필을 한다.
유미가 푸흐흐 하고 웃음을 흘렸다.
앨범 작업의 시작은 순조로웠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