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76)
176화
유미는 저녁까지 함께하진 않았다.
그녀는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만 같이 있으면서 조성현과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고, 앨범에 대한 보다 명확한 방향성을 정립했다.
앞으로 여러모로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지만, 하나를 이야기하면 열은 몰라도 다섯은 알아듣는 사이였다.
대화하는 시간이 짧아도 이해도는 꽤 많이 높아졌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고.
조성현은 작업을 정리하면서 입을 열었다.
“채윤아.”
“으응.”
“힘들진 않아?”
“힘든데… 재미있어.”
아이는 약간 지친 기색이었다.
아침부터 나와서 조성현과 함께 음악 분류 작업을 했다.
아이로서는 상당히 힘들었을 시간이었다.
아마 채윤이도 음악 작업이 아니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채윤이는 중간에 뒤에 있는 작은 소파에서 뒹굴거리기도 했다.
아이가 힘들어 할 것을 알기에, 조성현도 되도록 출근하기보단 집에서 일하려 했다.
하지만 음악 분류 작업은 회사에서밖에 할 수 없었고, 오늘 대충 마무리를 해놨으니 다음부터는 집에서 조금씩 작업을 시작해도 된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출근하면 충분하지.’
조성현은 속으로 생각하며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을 이어나갔다.
“어땠어? 아빠랑 같이 일해보니까.”
“음… 신기해.”
“신기해?”
“응. 아빠가 이런 거 하는지 몰랐어.”
채윤이의 말에 조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아이가 정확히 어떤 걸 보고 신기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뭐가 제일 신기했는데?”
“유미 언니가 불렀던 노래들이 다 막 이렇게 엄청 많은 노래 중에서 골라서 나온 게 신기해.”
채윤의 말에, 조성현은 아이가 어떤 부분이 그렇게 신기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앨범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몰랐는데, 자신이 직접 과정을 지켜보게 되면서 어떤 과정들을 거쳐서 앨범이 만들어지는지 알게 되어 신기하다는 거다.
“그때마다 앨범 만드는 방식이 좀 다른데, 우리는 이제 곡 분류는 다 했으니까… 편곡 과정을 거치거나 아빠가 작곡 하는 게 대부분일 거야.”
“작곡?”
“응. 곡 만드는 거. 지난번에 아빠가 캠핑 가서 곡 만들었었잖아. 그런 것처럼.”
“나는 아빠가 만든 곡 좋아해.”
채윤이가 활짝 웃으며 말한다.
조성현은 아이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었다.
“채윤이가 아빠 곡 만드는 거 많이 도와줘야 해.”
“많이 도와줄 수 있어.”
곡을 만드는 게 그렇게 좋은지, 지친 기색이던 채윤이 다시 기운을 차리고 밝아진다.
조성현은 옷걸이에 걸어 둔 채윤이의 외투를 챙겨주고는 자신도 외투를 입었다.
“자, 이제 저녁 먹으러 가자.”
“예나 언니랑 저녁 먹기로 했어.”
“응. 예나 언니가 우리 데리러 온다고 해서, 이제 슬슬 1층으로 내려가야 해.”
서예나는 정확히 여섯 시에 온다고 했고, 지금은 5시 50분이었다.
이제 내려가서 조금만 기다리면 서예나가 도착할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1층에 도착해서 밖으로 나가려는데, 때마침 딱 서예나의 차가 정문에 서는 게 보인다.
조성현은 걸음을 서둘러 채윤이와 함께 서예나의 차에 올라탔다.
“채윤아, 먹고 싶은 거 있어?”
서예나의 질문에, 채윤이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그럼 언니가 가고 싶은 식당으로 간다?”
“네에.”
괜찮다는 듯,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서예나는 백미러를 통해 그런 채윤이를 보았다가 시선을 움직여 조성현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쪽은요?”
“저도 다 좋습니다.”
“고기 콜?”
“넵. 좋아요.”
“무한 리필 같은 것도 먹죠?”
“그럼요. 근데, 예나씨는 무한 리필 잘 안 드시지 않으세요?”
조성현이야 애초에 회식할 때 무한리필 집에 자주 가기도 했었으니 익숙하다.
하지만 서예나는 아니었다.
아티스트들 중에 많은 이들이 무한 리필 고깃집을 안 간다.
양보다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으니까.
“가끔 가요.”
서예나는 간단히 답을 했고,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한 리필을 가는 게 이상할 건 전혀 없었다.
식당은 30분이 조금 넘게 걸리는 거리에 있었다.
그리고 조성현은, 식당을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서예나가 말한 ‘무한 리필’이라는 표현이 틀린 건 아닌데…
‘생각하던 거랑은 많이 다르네.’
더 텍사스라는 식당이었다.
무한 리필이 맞긴 하지만, 조성현이 생각하던 무한 리필이 전혀 아니었다.
브라질 스타일로, 꼬챙이에 껴서 요리한 고기를 즉석에서 잘라주는 식의 무한 리필이다.
인당 6만 5천 원이라는 가격을 보고 조성현은 다시 한번 놀랐다.
이런 곳도 있구나 싶어서.
“가끔 오는 곳인데, 꽤 괜찮아요.”
서예나는 그렇게 말을 하며 자연스럽게 주문했다.
채윤이는 기대하는 눈빛으로 메뉴판을 살폈다.
나오는 고기 종류들이 사진과 함께 짧게 설명되어 있었는데, 채윤이는 그걸 하나하나 다 살펴보았다.
조성현과 음악 다음으로는 먹는 걸 좋아하는 채윤이었으니, 기대하는 것도 당연했다.
가장 처음 나온 것은 새우요리였다.
“이거 먹고 나면 고기가 나오기 시작할 거예요.”
“아하, 감사합니다.”
서예나의 말에 가볍게 답하며, 조성현은 포크로 새우를 찍어 입에 집어넣었다.
크림소스가 발라진 새우는 의외로 산뜻한 느낌이 들며 맛있었다.
채윤이도 맛이 있었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괜찮지?”
“맛있어요.”
서예나의 물음에 채윤이가 기분 좋은 얼굴로 답한다.
이후로 고기가 서빙됐다.
커다란 꼬챙이에 꽂혀 있는 고기를 테이블로 가지고 와서, 즉석에서 잘라준다.
서예나는 말을 꺼내기 조금 어려운지, 입을 달싹거릴 뿐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와인 한잔할래요?”
바로 본론을 꺼내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했다.
조성현은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아이가 있어서, 술을 마시는 건 좀 고민이 되긴 한다.
돌아오고 나서 술을 거의 하지 않았다.
담배는 바로 끊었고.
굳이 지금 술을 마실 필요까지는 없는 것 같아서, 그는 서예나의 제안을 거절했다.
“와인 대신, 사이다 마셔도 될까요?”
조성현의 말에 서예나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종업원에게 사이다 세 잔을 주문한 그녀는, 종업원이 다가와 사이다를 따라주는 것을 보며 입을 열었다.
“지난번에 보내준 곡 있잖아요. 채윤이랑 같이 만들었다던 곡.”
“네.”
결국 서예나가 본론을 꺼냈다.
항상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그녀였기에, 이렇게까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것도 사실 어색했다.
“꽤 괜찮더라고요.”
“‘엄마’요?”
“응. 잘 들었어.”
채윤이가 고기를 먹다 말고 묻자, 서예나가 웃으며 답한다.
조성현은 차분히 서예나가 말을 이어나가길 기다렸다.
“솔직히 말할게요.”
“네, 말씀하세요.”
“제 다음 앨범에 수록하고 싶어요.”
“…”
잠깐의 망설임 끝에 그녀가 말했다.
조성현은 가만히 서예나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가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서예나가 말을 이어나갔다.
“알아요. 그쪽이 뭐 다른 사람들처럼 서예나가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영광입니다. 하면서 수락하진 않을 거라는 거.”
그가 거절할 거라고 생각한 걸까.
서예나는 변명하듯 이야기하고 있었다.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렸고, 서예나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곡이 너무 좋아요. 감정도 잘 살아 있고. 그래서 더욱 제가 부르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을 거고요.”
“… 그런 건 아닙니다. 서예나씨가 부르면 안 될 건 없죠.”
조성현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서예나가 방금 말한 것만 들어봐도 그녀가 기본적으로 이 곡을 제대로 파악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부르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한 건 아니다.
다만, 채윤이도 그렇고 조성현도 그렇고 약간의 우려는 있었다.
그는 다음 고기가 나오는 것을 받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시겠지만, 곡 자체가 굉장히 개인적인 감정이 담겨 있는 곡이잖아요.”
“네. 그렇죠.”
이 ‘엄마’라는 곡은 지극히 개인적인 곡이었다.
채윤이와 조성현이 가지고 있는 감정들이 녹아 만들어진 곡이고.
그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곡이 망가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서예나가 부르면 안 되진 않지만, 곡이 망가지진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채윤이하고도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곡에 대해서요?”
“이 곡을, 예나씨가 부르면 어떨까에 대해서요.”
“…….”
조성현의 그 말을 서예나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그녀는 눈을 반짝거리면서 채윤이를 힐끗 보았다가 조성현에게로 다시 시선을 움직였다.
채윤이는 자신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조성현과 서예나를 돌아보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선이 음식에 향해 있었다.
“좋은데, 그렇게 되면 ‘엄마’가 아니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비슷한 의견이에요.”
“맞는 말이에요.”
조성현의 말에, 서예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그녀는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조성현에게 내밀었다.
“그래서, 준비해왔어요.”
“예?”
“그럴 것 같아서 미리 준비했다고요.”
서예나가 그렇게 말을 하며 스마트폰을 움직였고, 조성현은 결국 그녀가 내미는 스마트폰을 받았다.
녹음 파일 하나가 보인다.
얼른 재생해보라는 듯, 서예나가 고개를 까딱거렸다.
조성현은 녹음 파일을 재생했다.
서예나가 노래를 흥얼거리는 걸 녹음한 것이었다.
이렇게 준비까지 해올 줄은 상상도 못 했기에, 조성현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차분히 서예나의 녹음 파일을 들어보았다.
역시 서예나였다.
잘 부른다.
‘근데… 여전히 이건 엄마가 아니지.’
듣기에 너무 좋지만, 이도 저도 아닌 감정이 드러나고 있었다.
결국 조성현과 채윤이의 감정을 서예나는 완벽히 살리지 못한 것.
그게 당연했다.
서예나가 조성현이 아니고, 채윤이가 아니니까.
“완벽한 건 아니에요. 그래도, 기본적으로 내가 곡에 맞출 의사가 있다는 거 알려주려고 준비한 거니까 그게 내 최선일 거라는 오해는 마요.”
“안 합니다. 오해.”
조성현은 그렇게 말하며 서예나에게 스마트폰을 다시 넘겼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서예나가 선수를 쳤다.
“마음에 안 드는 것 같은데.”
“아뇨, 잘 들었습니다.”
“참나. 영혼 없는 거 그쪽도 알죠?”
“…….”
“다음 주까지 다시 들고 올게요. 진짜… 비싸네.”
서예나가 고개를 가볍게 흔들며 말한다.
조성현은 조금 궁금해졌다.
그녀에게 들어오는 다른 곡들도 많을 텐데, 왜 이 곡을 그렇게까지 탐내는 걸까.
직접 곡에 맞추겠다고 말하고, 녹음까지 해오면서까지 말이다.
“왜….”
“묻지 마요. 알면 다쳐.”
조성현의 물음을 서예나가 끊었다.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은데, 더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이후로 서예나는 더 이상 곡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가벼운 이야기들로 대화를 채워나가며, 채윤이와 함께 즐거운 식사가 이어졌다.
식사를 끝내고, 서예나는 조성현과 채윤이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잘 들어가요.”
“네, 감사합니다. 예나씨도 잘 들어가세요.”
“다음 주에, 곡 기대해요. 딱 맞춰 올 테니까.”
그녀의 말에, 조성현은 미소를 지었다.
“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진심이었다.
서예나가 자신감 넘치게 딱 맞춰 올 테니 기대하라고 이야기한다.
과연 서예나는 ‘엄마’를 어떤 식으로 불러서 가지고 올까.
한 명의 작곡가로서, 또 프로듀서로서.
꽤나 기대되는 일이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