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8)
18화
채윤은 씨익씨익 거리며 폭 하고 조성현의 품에 기댔다.
조성현은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저 조용히 아이를 끌어안아 주었다.
“채윤아.”
“응….”
“왜 그렇게 화가 났었어?”
“채윤이 보고 엄마 없다고 했어.”
그 말에, 조성현은 울컥하고 넘치려는 울음을 겨우 삼켜야 했다.
그래도 청포도를 던진 건 잘못한 거라고,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말을 하고 싶었다.
어떻게든 딸에게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가르쳐야 하는 게 아빠의 의무였으니까.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말을 할까.
지금 이 상황에서 옳고 그름에 대해서 말하는 게 과연 옳을까?
아니, 애초에 채윤이가 청포도를 던진 게 그렇게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되지도 않았다.
머리가 복잡하게 꼬여만 갔다.
그런 와중에, 민은정 선생이 다가왔다.
“저… 아버님. 무슨 일인지.”
“아, 음. 남자아이가 청포도를 주려 했는데, 채윤이가 거절을 했거든요. 그러다 서로 큰소리가 나왔네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아버님. 영준이가 나쁜 뜻으로 그런 게 아닐 텐데.”
“네네, 청포도 주려고 하다가 그런 건데요. 저희가 영준이에게 미안하죠.”
진심이었다.
조금 원망스럽기도 했고, 왜 그런 말까지 했냐고 묻고도 싶었지만.
영준이라는 아이가 나쁜 마음으로 그런 말을 한 건 아니라는 게 이해가 되었기 때문에 그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선의를 베풀었는데 청포도가 날아온 것 아닌가.
채윤이가 잘못했다고 생각이 들진 않았지만, 남자아이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일이 맞았다.
민은정 선생과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고, 채윤이가 진정 되어서 오렌지 주스를 잘 마시는 것을 확인한 조성현은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이나 아이의 부모님이 보이면 사과를 할 마음이었다.
영준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청포도가 담긴 통을 들고 오고 있었으니까.
영준이는 쭈뼛쭈뼛 다가와 채윤이와 조성현의 눈치를 봤다.
눈치를 보는 모습에, 조성현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화가 나서 온 게 아니라, 미안해서 왔다는 게 얼굴에 쓰여 있었으니까.
일이 더 커지거나 다시 싸우거나 하는 일은 없겠다.
“미안해. 청포도…맛있어. 엄마가 아저씨랑 나눠 먹으래.”
결국 영준이가 사과하며 청포도를 내밀었다.
채윤이가 그 말에 고개를 들어 영준이를 바라본다.
“…아빠랑 나눠 먹을 거야.”
“응. 나눠 먹어. 더 먹고 싶으면 더 가져다줄게.”
사과를 받아 줬다고 생각한 것일까, 영준이의 얼굴은 조금 밝아졌다.
그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그 말에 채윤이는 못 이기는 척, 청포도를 받아 들었다.
채윤이도 내심 청포도가 먹고 싶었던 걸까, 슬쩍 청포도를 받는 게 너무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영준이라고 했지?”
“아, 죄송합니다. 아저씨. 저는 그냥….”
뭐라고 말을 하려던 영준은 머뭇거렸다.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로 망설이고 있는 그의 모습에, 조성현은 미소를 보였다.
“아냐, 영준아. 아저씨가 미안하지. 채윤이도 미안할 거야. 그치 채윤아?”
“채윤이는 안 미안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드는 채윤이.
조성현은 그만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괜히 불안해서 영준이 쪽을 힐끗 보는데, 영준이가 괜찮다는 듯 의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미안해.”
그는 딱 그 말만 하고 휙 하고 몸을 돌렸다.
영준은 빠르게 걸음을 옮겨 조성현과 채윤이 있는 곳과 조금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지난번에 장을 볼 때 마트에서 봤었던 영준이의 부모님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조성현에게 인사했다.
조성현도 마주 인사를 하고는 채윤이 쪽으로 고개를 내렸다.
그의 무릎에 앉은 채윤은 청포도가 담긴 통을 보면서 청포도를 고르고 있었다.
청포도를 들어 아이의 입에 집어 넣어주자, 냠 하고 받아먹는다.
“맛있어?”
“맛있어.”
맛있게 먹던 아이는 청포도를 들어 조성현에게 내밀었다.
“아빠도 먹어!”
그렇게 말을 하면서 청포도를 내미는데, 어떻게 받아먹지 않을 수가 있을까.
다만 영준이가 조금 신경이 쓰여 힐끗 영준이를 보니, 그는 아닌 척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성현은 얼른 채윤이 내미는 청포도를 받아먹고는, 채윤이의 입에도 청포도를 다시 집어 넣어주었다.
점심시간은 그렇게, 훌쩍 지나갔다.
* * *
운동회는 계속되었다.
조성현은 딸의 유치원 운동회에서 최선을 다했다.
별거 아니었고, 그냥 유치원 운동회였는데도 불구하고 채윤이 앞에서 최고의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다.
어쩌면 유치한 마음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근데 어쩌겠는가.
그게 진심인걸.
어머니들이 나와서 풍선을 불어서 빨리 터트리기 게임을 하기도 했고.
“아빠 힘내라! 아빠 힘내라!”
채윤이의 응원 속에서 조성현이 줄다리기를 하기도 했다.
줄다리기가 생각보다 힘들었다.
너무 오랜만에 해서 그런가, 아쉽게 상대 팀에게 졌다.
문제는, 상대 팀이 달님 반이었다는 점일까.
“왜 졌어!”
“달님반한테 지면 안 되는데.”
햇님반 아이들이 각자 부모님들에게 말하는 목소리들이 들렸다.
채윤이는 조성현에게 다가와 다리를 토닥거려주었다.
“잘했어 아빠.”
“아빠 졌는데?”
“채윤이는 괜찮아!”
정말로, 딱히 달님반한테 졌다는 것에 크게 신경 쓰고 있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공식적인 운동회는 3시쯤 끝이 났다.
1등 반은, 다행히도 햇님반이었다.
채윤은 가슴팍에 1등 스티커를 받을 수 있었다.
딱히 지고 이기고에 크게 신경 쓰는 채윤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1등 스티커를 받은 게 기분이 좋은지 연신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손에는 상으로 받은 젤리를 들고 있었다.
다른 상품도 많았지만 이미 조성현에게 넘긴 상황.
역시 채윤이에겐 젤리 만한 게 없는 모양이다.
“자, 아빠 먹어.”
채윤이 초록색 젤리를 꺼내 조성현에게 내민다.
그가 초록색 젤리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을 채윤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던 것.
조성현이 채윤이에게 젤리를 받아먹는데, 옆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채윤이 아버님.”
영준이를 먼저 확인한 조성현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 안녕하세요. 아까 청포도 감사했습니다.”
“어휴, 아니에요. 아깐 죄송했습니다. 영준이가 실례를 했더라고요.”
“아닙니다. 제가 미안하죠.”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데, 채윤이가 영준이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너는 2등이네.”
달님반이었던 영준이는, 아쉽게 2등에 머물렀다.
영준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채윤이는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너는 상 못 받았어?”
“연필이랑 노트 받았거든?”
영준이 자신의 엄마가 들고 있는 상품을 가리키며 말한다.
그 모습에, 채윤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젤리는?”
“젤리는….”
“너는 젤리 없어?”
채윤이 묻자, 결국 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준이 어머니도, 조성현도 가만히 아이들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그때.
“자.”
채윤이 젤리를 몇 개 꺼내 영준이에게 내밀었다.
영준의 눈이 커진다.
“고, 고마워.”
그가 감사 인사를 하며 얼떨떨하게 젤리를 받았고.
채윤은 딱히 표정 변화 없이 몸을 돌려서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 사회자가 체육관 앞쪽에 노래방 기계를 가져다 두고는 입을 열었다.
“자, 우리 아이들에게 나눠줄 상품들이 좀 남았더라고요. 근데, 이걸 다시 선생님들이 가지고 가기에는 그러잖아요.”
“맞아요!”
“나눠줘라!”
“저는 도봇 주세요!”
“엘라 인형 주세요!”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소리쳤다.
조성현은 상품에 크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그는 채윤의 눈빛을 보고, 움찔했다.
슬쩍 고개를 돌려 채윤의 시선 끝에 있는 것을 확인하니.
“인어공주네.”
“…….”
인어공주 인형이었다.
물론 아쿠아리움에서 봤던 인어공주와 완전히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인어공주인 것을 알 수 있는 외형이긴 했다.
딱 봐도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채윤이 평소에 원하는 것이나, 요구하는 게 별로 없었기에 이렇게 대놓고 가지고 싶다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건 의외였다.
“그래서! 특별히 준비했습니다. 이번에는 우리 학부모님들의 무대입니다. 아이들에게 상품을 선물해 줄수 있는 기회!”
“엄마, 나 저기 도봇….”
슬쩍, 영준이는 어머니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조성현은 채윤이 자신에게 뭐라도 요구할까 기다렸지만, 채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인어공주 인형을 바라볼 뿐이었다.
“상품이 여섯 개 남았으니, 딱 여섯 분만 모시겠습니다. 깔끔하게 노래 한 곡 하시고, 투표로 순위를 정한 후에 순위대로 원하시는 상품 가지고 가시면 되겠습니다.”
역시, 괜히 노래방 기계를 가져다 둔 게 아니었다.
노래를 부르라고 하겠구나 예상했는데 그게 현실이 되었다.
조성현은 고민했다.
나설까, 말까.
음악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그건 정말로 굳은 결심이었다.
작곡도, 노래도 하지 않으려 했다.
채윤이를 위해서.
오로지 자신의 딸에게만 집중하려고.
음악에 조금이라도 신경을 써서 자신의 딸에게 쏟을 시간을 음악에 쏟게 되는 게 싫어서.
그래서 그렇게 결심했었다.
채윤이가 음악에 재능이 있는 것을 보고도, 자신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 그냥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언젠간 갈등한 적이 있었고, 또 이런 순간이 곧 올 것이라고 예상한 적이 있었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고민하겠구나 싶었었다.
근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뭐가 문제인가.
조성현이 심리적으로 음악을 거부하고, 조금 멀리하고 싶을 수는 있다.
근데 그 본질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채윤이.
그의 딸에게 더 잘 해주고 싶다는 마음 때문 아닌가.
그럼 문제가 해결된 거 아닌가?
채윤이가 원한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조성현은 자신의 결심을 깨트리기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아주 사소한 계기였다.
그냥, 자신의 딸이 인어공주 인형을 원한다는 작은 이유 하나.
조성현은 그 때문에 포기하고, 다시는 가까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음악을 다시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네에 이제 네 분. 거기 어머님까지, 다섯 분… 한 분 더 없으십니까?”
사회자가 능숙하게 상황을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저….”
“채윤이는 제가 잘 보고 있을게요.”
조성현이 슬쩍 고개를 돌려 영준이의 부모님을 바라보자, 영준이의 아버지가 냉큼 말한다.
“감사합니다.”
그는 감사 인사를 했고.
채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조성현과 영준의 아버지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조성현은.
번쩍.
손을 들어 올렸다.
“아, 거기 아버님까지 여섯 분! 그럼 여섯 분은 앞으로 나와주세요!”
조성현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의 노래 실력은 평균이었다.
다만 그 기준이.
‘가수들 사이에서는 그냥 그럴지 몰라도,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아니지.’
남들과 조금 다를 뿐이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
*****************************************************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