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86)
186화
서예나가 유미의 곡에 피쳐링을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본인에게 전화가 오니 조금은 놀랐다.
조성현은 잠시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았고, 채윤이는 의아한 얼굴을 했다.
“누구야? 중원이 삼촌?”
채윤이가 물어보고, 조성현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중원이 삼촌은 아니고, 예나 언니야.”
“예나 언니?”
“응. 잠시만, 아빠 통화 좀 할게.”
“네에.”
채윤이가 그러라는 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조성현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저예요.
“네, 예나씨. 무슨 일이세요?”
-별건 아니고. 내일 시간 어때요?
“내일 시간… 괜찮습니다. 오전 오후 둘 다 아무것도 없어요.”
이번 주까지 서예나가 ‘엄마’에 대한 결과물을 들고 오기로 했었다.
지난번에 서예나는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었고, 제대로 불러서 오겠다고 했으니… 어떨까 궁금하긴 했다.
-그럼 내일 저녁에 보죠.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식사 살게요.”
-… 그래요. 뭐. 내가 많이 사주긴 했었으니까.
서예나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하다가, 결국 답했다.
조성현이 이번에는 자신이 사겠다고 한 말을 물리지 않을 것이라는걸 아는 거다.
서예나도, 또 조성현도.
서로를 겪어봤으니까.
-미리 말할게요.
“네, 말씀하세요.”
-솔직히, 만족스럽진 않을 거예요. 제가 들어도 솔직히 그쪽 마음에 들 것 같지 않으니까.
“… 그렇군요.”
조성현은 서예나의 말에 덤덤히 답했다.
애초에 ‘엄마’라는 곡은 서예나가 조성현과 채윤이의 마음에 들게 부르기 정말 힘든 곡이었다.
말 그대로 채윤이의 ‘엄마’를 생각하면서 쓴 곡이었다.
조성현에게는 사별한 아내와 채윤이가 얽혀 있는 곡이었고, 채윤이에게는 엄마와 아빠가 동시에 드러난 곡이었다.
당연히 이 곡을 제대로 소화 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도 일단 가지고 갈게요. 너무 기대는 하지 마요.
“알겠습니다.”
애초에 큰 기대는 없었다.
서예나가 잘 불러준다면 좋겠지만, 못 한다면 조금 아쉬운 게 전부다.
지금 신경 쓰이는 건 ‘엄마’보다는 다른 부분이었다.
“그리고 예나씨.”
조성현은, 서예나를 불러놓고 입을 달싹거리며 망설였다.
물어볼까 말까.
분명 그녀가 피쳐링을 하게 되면 곡의 완성도가 훨씬 더 높아질 게 분명한데.
‘그래도….’
지금 물어보기에는 애매하다.
약간의 고민 끝에, 그가 그렇게 판단했다.
-왜요? 뭐야. 사람을 불러놓고 말이 없어.
“아, 죄송합니다. 별거 아니었어요. 내일 식사 메뉴는 뭘로 할까 해서요.”
-그냥 채윤이가 먹고 싶은 걸로 먹으면 되니까 채윤이한테 물어봐요.
서예나는 그렇게 말을 했고, 조성현은 채윤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알았어요.
서예나는 간단히 답한 후, 전화를 마무리했다.
조성현은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보다가, 채윤이에게로 손을 뻗었다.
아이가 두 팔을 벌려, 그에게 안겨 온다.
“채윤아, 내일 예나 언니랑 만나기로 했어. 저녁에.”
“노래 들려줄 거래?”
“그럴 것 같은데… 우리 채윤이, 내일 저녁에 뭐 먹고 싶어?”
“아무거나.”
“알았어. 고민해 보자.”
조성현은 피식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걸음을 옮겼다.
일단 곡을 완성 시켜놨으니, 오늘 작업할 일은 끝이다.
식사 시간을 훌쩍 넘겼기 때문에, 식사부터 한 후 최우진과 통화를 한 번 해볼 생각이었다.
조성현은 가수 1팀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와 채윤이가 조심스럽게 들어서자, 일하던 다른 팀원들이 채윤이에게로 시선이 꽂힌다.
책상은 절반 정도만 채워져 있었다.
보통 이렇다.
외근이 많은 직업이니까.
박중원과 잠깐 이야기를 할까 했는데, 박중원도 외근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세요. 선배님?”
“팀장님 혹시 어디 가셨어요?”
장현아가 슬쩍 다가와 말을 걸었고, 조성현은 박중원의 자리를 보며 물었다.
“아, 지금 외근 나가셨다가 돌아오시는 길일 거예요.”
“아하.”
“식사는 어떻게 하셨어요?”
“아뇨, 아직.”
조성현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제 두 시가 다 되어 간다.
오전에 출근해서 배고픈 것도 잊고 작업에만 집중했던 것.
이제야 막 허기가 몰려왔다.
채윤이는 꽤 많이 배고팠을 텐데 아무런 불평 없이 같이 작업한 게 미안하면서도 기특했다.
손을 움직여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조성현은 다시 시선을 들어 장현아를 바라보았다.
“현아씨는, 식사하셨어요?”
“저는 점심시간에 딱 맞춰서 먹었어요. 사실 같이 점심 먹으려고 작업실 들렀었거든요. 안 계시길래 먼저 나가셨나 보다 했는데….”
“아, 연습실에 있을 때 오셨나 봐요.”
“연습실이요?”
갑자기 웬 연습실이 나오냐는 얼굴로, 장현아가 조성현을 바라본다.
조성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보컬이 좀 필요해서 연습생한테 부탁하려고 연습실에 갔었거든요.”
“아… 그럼 팀장님도 아직 식사 안 하시고 일하시다가 이제 들어오시는 걸 텐데, 같이 식사 하시면 되겠어요.”
“제가 전화 한 번 해볼게요. 고마워요.”
박중원이 지금 이 시간에 외근을 나갔다 들어오면, 아마 회사 근처에서 밥을 먹을 거다.
근처에서 같이 식사하고, 최우진과 이야기를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선배님.”
“네 현아씨.”
“‘어두운 달빛 아래 꽃 한 송이’ 작곡하신 작곡가님들하고 통화를 했었는데요.”
“아, 네. 뭐라고 하셔요?”
“알고보니까 둘이 남매더라고요.”
“오… 신기하네요. 남매 작곡가라니.”
가족이 작곡가를 하는 것도 신기한데, 남매라니 더 신기하다.
“연락해 줘서 너무 영광이지만 큰 수정은 가능하면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두 분 모두요.”
“큰 수정은 할 필요가 없죠. 곡이 워낙 좋으니까.”
고민 없이 말한다.
곡은 정말 좋았고, 큰 수정은 당연히 필요가 없는 수준이었다.
‘어두운 달빛 아래 꽃 한 송이’는 좋은 감성을 가지고 있는 곡이었지만, 곡의 진행 자체는 약간 정석적이지 않은 부분들이 꽤 있었다.
이런 부분들이 곡의 매력을 더욱 살려주고 있기도 했지만, 동시에 유미와 잘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조성현은 작곡가들과 충분한 이야기를 나눈 후, 유미에게 조금 더 어울리는 형식으로 수정을 하고 싶었다.
큰 수정은 아닐 거다.
“네 그래서 일단 큰 수정은 없을 것 같지만, 혹시 수정하게 된다면 프로듀서님이 작곡가님들과 충분히 이야기한 후에 진행하게 될 것 같다고 말씀드려놨어요.”
장현아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한다.
그녀의 일 처리는 깔끔했다.
조성현이 인수인계를 제대로 못 한 건 아니지만, 사실 지금 이렇게 장현아가 일을 잘하는 것은 말 그대로 그녀가 잘하는 거지 조성현이 인수인계를 잘해서 그런 게 아니다.
상대가 원하는 게 뭔지 예상하고, 부드럽게 상황을 이끌어나가는 건 알려준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미팅 날짜 잡아주세요. 내일하고 주말만 빼고, 언제든 시간 괜찮으니까 편하게 잡아주세요.”
“네. 잡아볼게요. 최우진 작곡가님하고는 어떻게 할까요?”
“제가 아직 연락을 안 했는데, 식사하고 바로 연락해 볼게요. 우진이하고는 이야기가 잘 통하니까 아마 어렵진 않을 거예요. 데뷔 조에 들었다고 해서 우진이가 바쁠까 봐 걱정인 거지.”
“아… 알겠습니다.”
조성현의 말에 장현아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는 조성현을 보며 더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기색이었지만, 결국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그걸 보고 조성현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미튜브에 대한 것도, 중원이 형이랑 이야기하고 나서 말해줄게요.”
“부담 드리려는 건 아니었어요. 선배님이 편하신 대로….”
“알아요. 현아씨 아이디어 좋은 아이디어라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고. 아무튼, 이따 연락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장현아가 웃으면서 고개를 살짝 꾸벅이며 인사한다.
그녀는 채윤이에게도 손을 흔들어 보였다.
* * *
“성현씨야?”
“응.”
옆에 앉아 있는 우경수의 말에, 서예나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우경수는 힐끗 서예나의 얼굴을 살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얼굴은 아니다?”
“아 몰라.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별로야.”
“왜, 난 좋던데.”
“곡 자체가 좋아서 그런 거지. 내가 그 곡을 제대로 살리질 못하고 있잖아.”
서예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투덜거리듯 말했다.
우경수는 운전하면서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나한테 곡이 탐난다고 했을 때부터 잘 살릴 자신이 없다고 했었잖아.”
“근데 너무 탐나서, 두 번이나 도전했는데도 결과가 영 아니야. 솔직히 그 사람은 어느 정도 오케이 하면서 넘어갈 수는 있을 것 같거든?”
“그럼?”
“채윤이가 안 된다고 할 것 같아.”
“… 참나.”
“왜?”
우경수가 헛웃음을 흘리자, 서예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우경수가 고개를 흔든다.
“아니, 천하의 서예나가 7살짜리 애기 눈치 보고 있는 게 웃기면서도 채윤이면 눈치 볼만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채윤이도 채윤이고, 그 사람도 그 사람이고. 둘 다 대단해.”
서예나는 그렇게 말을 하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우경수가 의아한 기색으로 눈을 깜빡거린다.
서예나가 입을 열었다.
“아 맞다 언니. 내가 그 말 했었나?”
“어떤 거.”
“저번에 유미 만났다는 거.”
“커피 사줬다면서.”
“내가 말했었나?”
“그냥 스쳐 지나가듯 잠깐?”
“아무튼 뭐, 나만 그 사람 보면서 선생님 같은 느낌 받는 게 아닌 것 같더라.”
“성현씨?”
“응. 유미랑 같이 만났을 때 약간 그거 있지? 대학생들이 족보 아끼면서 다른 사람 안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
서예나가 심각한 눈으로 이야기를 했고, 우경수는 피식 웃었다.
“대학교 안 다녔잖아.”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아무튼, 유미도 성깔 있어.”
“너만 하겠어?”
“나보다 유미 같은 애가 더 무섭지. 조용히 성깔 내는 게 제일 무서운 건데.”
우경수는 서예나를 흘깃 보았다.
그렇게 말을 하기에는 서예나가 지금까지 벌인 일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서예나도 그 눈빛의 뜻을 알았던지, 킥하고 웃으면서 고개를 돌려 창문을 바라보았다.
“… 그래서, 유미씨도 성현씨를 선생님처럼 느낀다고?”
“정확히는 선생님처럼 느낀다기보다는… 아 이 사람 옆에 있으면 왠지 내가 잘될 것 같은 느낌 있잖아. 그런 느낌을 받는 것 같다는 거지.”
“응.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아.”
우경수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없지 않으니까.
같이 일을 하면, 잘 될 것 같은 확신은 몰라도 안 될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 분명 있었다.
“그 사람도 그렇고, 채윤이도 그렇고. 앞으로 훨씬 더 바빠질 거야. 미리미리 잡아 놔야 해.”
서예나가 확신하듯 말했다.
우경수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