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90)
190화
채윤이의 단호한 목소리에 서예나는 당황한 듯한 얼굴로 눈을 깜빡거렸다.
서예나는 지금까지 이런 단호한 채윤이의 모습을 보지 못했었을 테니.
조성현은 아이의 얼굴을 보고, 아이가 약간 화가 나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강한 분노는 아니었지만, 채윤이의 얼굴은 분명….
‘지난번에 한율이한테 화낼 때 표정이랑 비슷한데.’
근데 저 분노가 서예나에게 향한 건 아니었다.
서예나의 이야기를 듣고 그냥 화가 난 거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채윤이는 서예나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예나 언니가 ‘엄마’ 부르는 거 싫어.”
“… 알았어. 언니가 포기할게.”
서예나는, 채윤이의 말에 잠시 굳어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조성현은 서예나가 조금은 고집을 부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아무리 서예나라고 해도, 채윤이의 말에 뭐라고 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아무런 말 없이 그저 수긍하는 것을 보니.
정말 아쉬워하는 기색이었지만.
서예나도 이미 채윤이의 의견이 조성현의 의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조성현이 채윤이가 말한 것의 반대로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그건 채윤이도 마찬가지였다.
“언니는… 멍청이야.”
채윤이가 말했다.
아이가 화가 나서 말하는 말이라는 것을 서예나도 알고 있었다.
다만, 그녀는 채윤이가 서예나 자신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채윤아.”
조성현이 채윤의 손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아이를 진정시키며, 서예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맞는 말인데요. 뭘. 안 되는 거 붙잡고 있으면 미련 곰탱이인 거지.”
서예나는 신경 쓰지 말라는 듯 고개를 흔들며 말했지만,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조성현은 처음으로, 그녀에게 약간의 안쓰러움을 느꼈다.
어쩌면 채윤이도 그럴 수도 있겠다.
서예나는 여왕이었다.
연예계에서도 딱히 그녀를 건드릴 사람이 없었고.
어딜 가나 대접받았다.
하지만 결국 그런 서예나라도 아픔이 있고, 상처가 있었다.
어쩌면, 채윤이는 예전에도 서예나에게서 그런 것을 느끼고 조성현에게 서예나를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건 아닐까.
조성현은 힐끗,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씨익씨익 거리며 화를 조금씩 가라앉히고 있는 듯 보였다.
잠깐의 침묵이 감도는 상황.
드르륵.
문이 열리고, 종업원이 들어오더니 음식이 서빙되었다.
“맛있게 드세요.”
종업원은 그렇게 말을 하고 방을 나갔고.
서예나는 픽 하고 웃었다.
“먹을까요?”
“네. 드시죠.”
“채윤아, 언니가 미안해. 언니가 밥 먹고 어… 케이크라도 사줄까?”
서예나는 자신이 곡을 부르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서 억울해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조금은 시무룩한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어른으로서.
또 ‘언니’로서 충분히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조성현은 채윤의 눈가에 맺혀 있는 눈물 한 방울을 손을 들어 닦아주었다.
채윤이는 조금씩 진정하면서, 숨을 들이켜더니 두 팔을 들어 조성현의 팔을 감싸 안았다.
조성현은 몸을 살짝 움직여 채윤이를 잠시 안아 주었다.
서예나는 채윤이를 보면서 쓴웃음을 지었고, 입을 달싹거리며 아이에게 말을 걸기 위해 노력했다.
조성현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서예나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채윤이가 자신 때문에 울고 있다 정도로 생각하겠지.
지금 서예나가 나서는 것보다는 조성현이 나서는 게 훨씬 상황을 진정시키기에 좋다.
“채윤아.”
“으응….”
“화났어?”
차분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조성현이 물었다.
그의 물음에 채윤이가 고개를 흔든다.
“그러면?”
“… 조금?”
아니라고 하더니, 진짜 아닌 건 아닌 모양이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 후에 말을 이었다.
“그럼, 예나 언니가 왜 멍청이야?”
“… 예나 언니 엄마랑 우리 엄마랑은 다르니까.”
채윤이가 답했고.
서예나는 그 답에 숨을 들이켰다.
조성현은 차분히 아이의 등을 쓸어주었다.
“예나 언니한테 화난 건 아니지?”
“아니야. 예나 언니는 착해.”
“그치? 예나 언니 완전 착하잖아.”
“응. 착해.”
서예나는 채윤이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채윤이는 금방 진정되었다.
애초에 많이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저, 아이에게는 조금 충격으로 다가왔을 만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감정이 격해졌을 뿐이다.
채윤이가 진정하고, 식사는 시작되었다.
서예나와 조성현은 더 이상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냥, 서예나의 이야기를 하고.
또 채윤이의 이야기와 조성현의 이야기를 했다.
서예나는 이미 말한 거 전부 말하겠다는 듯 데뷔 전에 있었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해주었고.
조성현은 묵묵히 들었다.
채윤이는 두유와 서예나의 즐거운 추억을 들으며 꺄르르 웃기도, 또 우경수 팀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는 신기하다는 듯 눈을 반짝거리기도 했다.
채윤이도 우경수 팀장을 알고 있었으니 그녀의 이야기가 신기할 법도 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 먹으러 가요.”
“케이크!”
서예나의 말에 채윤이가 얼른 가자는 듯 말했다.
결국, 조성현은 채윤이의 손에 이끌려 서예나와 함께 케이크를 먹으러 카페로 갈 수밖에 없었다.
케이크 맛집이라는데, 조성현은 처음 들어보는 곳이었다.
테이블이 4개밖에 되지 않는 작은 카페였다.
두 테이블은 차 있고, 두 테이블은 비어 있다.
서예나와 조성현이 채윤이의 손을 잡고 들어오자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 떠진다.
모자를 눌러 쓰고 있었는데도, 서예나를 알아본 것이다.
커플 한 쌍과 친구로 보이는 학생들 네 명.
“서예나 아니야?”
“어? 맞는 것 같은데?”
작은 카페였다.
수군거리는 목소리도 다 들리는데 당연하다.
“초코케이크 하나랑 아메리카노 하나, 카라멜 마끼아토 하나, 그리고… 핫초코 하나 주세요.”
서예나가 얼른 주문했고, 그녀의 말에 사장은 정신을 차리고 주문을 받았다.
케이크와 음료가 나오길 잠시 기다리는데, 또 옆에서 대화를 나눈다.
“옆에는 누구야? 매니전가?
“애기도 있는데… 매니저는 아니겠지.”
“그럼 무슨 사이야?”
“딱 봐도 가족 아니야?”
“엥? 가족이라고?”
“사촌이던가 그러겠지. 다 애기 봐 말도 안되게 귀엽잖아. 남자도 엄청 잘 생겼고.”
“진짜 가족이라고…?”
학생들이 수군거리고.
서예나는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우리가 사촌이라는데요?”
“하하….”
조성현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때, 채윤이가 나섰다.
“예나 언니랑 가족 아니에요.”
채윤이의 말에 손님들의 시선이 아이에게 쏠리고.
“야야, 너무 크게 말했나 봐.”
“너도 지금 들리거든?”
학생들은 서로를 핀잔준다.
그러다가, 결국 서로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서예나에게 말을 건다.
“저… 언니.”
“아, 네.”
“혹시 사진 한 장만 같이….”
“네, 괜찮아요. 오세요. 같이 찍어요.”
서예나가 웃으며 답하고.
조성현은 자연스럽게 일어나며 학생들에게 손을 뻗었다.
“핸드폰 주세요. 제가 찍어 드릴게요.”
“고마워요.”
“제 일인데요 뭐.”
조성현이 덤덤하게 말했다.
서예나는 감사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답에 멈칫거리며 그를 돌아보았다.
“아 매니저셨구나.”
“매니저님 너무 잘 생기셨어요.”
“감사합니다. 하하. 그럼, 찍을게요.”
조성현이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괜히 다른 오해가 생기는 것보다 매니저로 오해를 받는 게 훨씬 더 편하다.
뒷말이 나돌지 않을 확률도 높고.
조성현은 사진을 찍어 준 후, 학생들에게 다시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커플이 다가와 또 사진을 부탁한다.
조성현은 사진을 다 찍어 주고는, 입을 열었다.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그가 그렇게 말하는 동안, 서예나는 카운터로 가서 케이크와 음료를 받고 있었다.
“오빠, 가자. 채윤이도, 언니 손 잡고.”
“응!”
“감사합니다. 여러분.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서예나가 그렇게 말을 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더니 걸음을 서둘러 카페를 빠져나온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체되면 다른 사람들이 몰려와서 포위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서예나의 차에 타고 나서야 숨을 좀 돌릴 수 있었다.
“연기 잘하네요? 갑자기 매니저로 바뀔 줄은 몰랐네.”
“괜히 오해 만드는 건 별로잖아요. 그러는 예나씨도… 연기 잘 하시네요.”
“생활 연기지 뭐. 아, 그쪽도 생활 연기인가. 전직 매니저였으니.”
“하하….”
조성현이 가볍게 웃었고, 서예나도 피식 웃음을 흘리며 차를 출발시켰다.
“근처에 제 작업실 있어요. 거기 가서 먹죠.”
“… 가서 곡도 한 번 들어볼까요.”
“‘엄마’요?”
“네. 그래도 녹음하셨으니, 한 번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됐어요. 내가 생각해도 별론데 뭘.”
서예나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지만, 그녀는 금방 제 뜻을 꺾었다.
“나도 듣고 싶은데….”
채윤이가 그렇게 말을 하는 순간, 서예나는 힐끗 시선을 움직여 채윤이를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어, 그럼 한 번 들어볼래?”
“네. 듣고 싶어요.”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렸고.
서예나는 그래 그럼 하고 간단히 답을 했다.
그녀의 작업실은 정말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그들은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혼자 쓰기에는 조금 널찍한 느낌의 작업실.
딱 서예나의 감성에 맞게 꾸며져 있는 건지, 한쪽에는 머그잔과 텀블러들이 장식되어 있고.
성인도 누울 수 있을 만한 넓은 소파에는 강아지 인형과 쿠션이 몇 개 놓여 있었다.
작은 탁상 위에 케이크와 음료를 올려둔 서예나는, 얼른 앉으라는 듯 소파를 향해 까딱거렸다.
채윤이는 강아지 인형이 마음에 드는 건지 소파에 앉아 강아지 인형을 쓰다듬었고, 조성현은 케이크와 음료를 꺼내 세팅했다.
“이연이가 많이 놀러 와서 이연이 물건도 꽤 있어요.”
“아하.”
작사가 김이연을 말하는 것이리라.
서예나의 곡에 작사를 해준 게 꽤 많으니까.
서로 친하다고 방송에서도 잘 이야기하고.
포크를 하나씩 들고, 케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채윤이는 케이크가 맛있는지 조성현이 조금씩 떠서 먹여주는 걸 잘 받아먹었다.
“먹으면서 들어요.”
서예나는 그렇게 말을 하더니 작업실에 설치되어 있는 스피커와 스마트폰을 연결했다.
조성현은 채윤이에게 마지막으로 케이크를 한 입 먹여준 후, 포크를 내려놓았다.
부드럽게, ‘엄마’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