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유미랑 친하게 지내라니… 너무 갑작스러운 거 아니야 채윤아?”
서예나는 웃으며 말했다.
조성현도 어색하게 웃음을 흘렸다.
채윤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그는 알고 있었으니까.
아이와 함께 유미의 곡을 작업했고.
서예나가 피쳐링을 한다면 곡이 정말 괜찮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눴다.
박중원과 함께 식사하면서 유미와 서예나가 별로 안 친한 사이라는 말도 했으니.
채윤이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를 리 없었다.
“유미 언니랑 예나 언니랑 안 친한 건 싫어.”
“누가 나랑 유미랑 안 친하다고 했어?”
그 말에, 채윤이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조성현을 바라본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시선을 따라, 서예나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는 것을 보고는 볼을 긁적거렸다.
친하지 않다는 건 틀린 말이 아니었지만, 뭔가 하면 안 되는 말을 하다가 들킨 것 같은 기분이랄까.
“하하….”
어색하게 웃음을 흘리니, 서예나가 피식하고 웃는다.
“아니, 그런 것도 이야기해줘요?”
“죄송합니다. 곡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잠깐 나왔었어요.”
“무슨 곡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저랑 유미랑 안 친하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눈사람’ 이야기했어요!”
서예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조성현에게 물었지만, 채윤이가 대신 답을 했다.
채윤이가 얼른 나서면서 답을 하는 것을 보고 조성현은 설명을 더 했다.
“유미씨랑 앨범 작업하는 건데. 제가 작곡한 곡도 들어가거든요. 그 중 ‘눈사람’이라는 곡이 있는데….”
“아, 나만 작곡해서 주는 게 아니었구나. 난 또. 아주 감동할뻔했네.”
“…….”
“그래서, 있는데요?”
“피쳐링을 예나씨가 해주면 좋겠다고 말하다가, 그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조성현이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였다 들었다.
괜히 뒤에서 서예나의 이야기를 한 것 같은 느낌이라.
서예나는 미간을 찡긋거렸다.
“역시 좀 그렇겠죠?”
조성현이 말을 던졌다.
서예나에게 부탁하기 미안한 일이었다.
안 그래도 유미와 사이가 그리 좋지 않은데, 둘이 만나서 정말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피쳐링 부탁을 하겠나.
그녀가 피쳐링을 하게 되면 곡이 정말 잘 살긴 하겠지만, 서예나가 수락을 할 리도 없었고….
“아뇨, 뭐. 할게요.”
“… 하신다고요?”
“유미 걔 곡 피쳐링 내가 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 그쪽이 한 거 아니에요?”
“제가 했죠.”
“그쪽 판단인데. 틀리진 않았겠지.”
서예나는 간단한 이야기 아니냐는 듯 말한다.
조성현은 그녀가 수락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에, 당황했다.
그녀가 수락할 리도 없지만, 수락해도 사실 문제였다.
유미와 서예나가 만났을 때 어떤 케미가 나올지는 모르니까.
긍정적인 케미가 될 수도 있지만, 부정적인 케미가 될 수도 있으니까.
“이쪽 판이 그런 거잖아요. 왜 그래요. 아마추어처럼. 그쪽이 성공한다는 판단 내리고 결과 안 좋았던 적 있어요?”
“아직까진, 없네요.”
지금까지 성공한다는 판단을 제대로 내려본 적도 없긴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조성현의 판단이 들어맞은 경우가 상당히 많을 것이다.
비록 그가 미래에 다가올 일들을 알고 있기에 할 수 있었던 판단이라고 해도, 남들은 그걸 모를 테니.
“그럼 뭐, 서로의 이득을 위해서 피쳐링하는 거야 어려운 일도 아니고, 하면 되는 거죠.”
서예나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채윤이를 돌아보았다.
이러면 되겠냐는 듯.
하지만, 채윤이의 얼굴은 불만이 가득했다.
서예나는 뭐가 문제인지 깨닫지 못하고 멈칫거렸고.
“친하게 지내야 하는데….”
“… 알았어. 노력해볼 게 언니가.”
그렇게 이야기 하는 서예나의 말에, 채윤이의 얼굴이 밝아진다.
조성현은 그걸 보고 허허 웃었다.
당황스러운 상황들이었지만, 어쨌든 서예나가 피쳐링을 하겠다고 이야기 한 건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유미와 잘 이야기를 끝낸다면, 확실히 피쳐링은 곡을 살리는 정말 좋은 방법이 될 테니까.
곡만 살리는 것도 아니고, 유미의 부족한 인지도를 서예나가 채워줄 수도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차트에 알박 할 수도 있는 기회인 거다.
지금도 차트 하위권에서 머물다가, 사라졌다가 또 등장했다가를 반복하고 있지만….
이번 앨범은 그냥 그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적어도 차트 중위권에는 머물러야 하지 않겠나.
“감사합니다. 피쳐링 하겠다고 해주셔서.”
“뭘 감사까지. 말했잖아요. 서로 이득을 위해 하는 거라고.”
서예나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렸다.
조성현과 채윤이도 그녀의 작업실에서 빠져나왔다.
그렇게 그날 저녁은 마무리되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그렇게, 주말이 되었고.
“채윤아, 이제 가자!”
조성현과 채윤은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손을 꼬옥 잡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서두를 거 없으니, 느긋하게 걷는 거다.
채윤이도 조성현의 손을 이끌지 않고, 그저 나란히 걸었다.
한국 예술 대학교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일부러 여유 있게 일찍 길을 나섰고, 덕분에 그들은 느긋하게 겨울 풍경을 감상하며 갈 수 있었다.
치익.
버스가 들어오고, 특유의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린다.
채윤은 힘주는 소리를 내며 버스에 올랐다.
아이는 올라타자마자 두리번거리며 자리를 찾더니, 두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보고 활짝 웃었다.
“아빠, 저기!”
아이가 작게 말을 하는 것을 들으며 조성현은 얼른 카드를 찍고 채윤이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버스가 덜컹거리며 출발한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머리가 창문과 부딪히지 않도록 손을 뻗어 아이의 머리를 보호했다.
채윤이의 머리가 조성현의 손에 닿았다가 떨어진다.
얼른 손을 안 뻗었으면 창문과 부딪힐 뻔했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자신 쪽으로 기댈 수 있게 했다.
채윤이는 아무런 거부감 없이 조성현의 팔에 자신의 머리를 기댔다.
버스가 연신 덜컹거리고.
조성현은 모처럼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최근 계속해서 작업을 하고, 바쁘게 움직이느라 사실 여유를 느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작업을 한다.
거기에 집안일까지 해야 하니 여유를 느낄 시간이 없었던 게 당연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이 시간이 여유롭게 느껴지는 것이 웃겨, 조성현은 가볍게 웃었다.
채윤이가 왜 웃냐는 듯, 의아한 얼굴로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응.”
채윤이는 기분이 좋은지 짧게 답을 하고는 조성현의 팔에 얼굴을 비볐다.
아이도 요즘 바쁘게 지냈다.
방학하고, 채윤이와 여유롭게 놀러 다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실상은 방학하자마자 캠핑을 다녀온 게 전부일 뿐, 그 이후에는 채윤이와 함께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일도 여유로울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림도 없었다.
자꾸만 욕심이 생겨서 더 완성도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채윤이도 음악에 있어서는 양보가 없었다.
당연히 그냥 설렁설렁하는 일은 한 번도 없었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작업에 임했다.
바빠서 학교에 대해서 신경 쓰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입학 신청서를 써놨으니, 이제 슬슬 그 입학 신청서에 대한 답이 돌아올 때가 되었다.
면접도 본다고 하던데… 입학 신청서 결과가 나온다면 면접 준비도 해야 할 거다.
애초에 다른 학교들은 진즉에 결과가 다 나왔을 텐데, 대한 예술 사립학교의 경우 일정이 다른 학교들보다 늦었다.
‘붙겠지 뭐.’
조금 더 기다려보고,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는 거겠지만.
채윤이가 떨어질 것 같진 않았다.
그리고 사실, 입학 여부가 뭐 그리 중요한가.
채윤이는 굳이 대한 예술 사립학교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음악을 할 수 있었다.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물론 차이가 크겠지만, 대한 예술 사립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면 그와 비슷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다른 곳을 알아보면 되리라.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또 붙는다면 붙는 대로.
최선을 다하다 보면 결국 채윤이가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조성현이 그렇게 되도록 할 테니까.
치익.
버스가 소리를 낸다.
중간에 그들은 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집에서 한 번에 한국 예술 대학교까지 가는 버스는 없었다.
그렇게 버스를 갈아타고 나서 그들은 한국 예술 대학교의 정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 왔다.”
채윤이가 대학교의 정문을 보고 말했고.
조성현은 웃으며 아이에게 손을 뻗었다.
“조금 걸어야 해.”
“더 가야 해?”
“응. 학교 안에 카페가 있는데 거기에서 만나기로 했거든.”
“그래!”
채윤이는 문제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성현과 채윤은 학교 정문을 통과해, 길게 늘어진 언덕을 올랐다.
언덕 중턱에 있는 카페까지 가는데, 10분 정도는 걸어야 했다.
그래도 지치지는 않았다.
힘든 것보다, 기대되는 마음이 훨씬 컸으니까.
아이도 마찬가지인 건지, 기분 좋은 얼굴이었다.
“기대된다.”
“아빠도.”
신경화 피아니스트 겸 바이올리니스트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피아노를 치는 채윤이도,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조성현도 기대하는 게 당연했다.
과연 채윤이는 신경화 피아니스트를 만나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신경화 피아니스트가 정확히 어떤 생각을 가지고 만나자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밥만 먹고 헤어지진 않을 거다.
그런 거였다면 말 그대로 식당에서 보지, 굳이 ‘학교 앞’에서 보자고 하지 않았을 테니까.
조성현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언덕을 올랐고, 한국 예술 대학교의 학생들은 조성현과 채윤을 슬쩍 보며 지나갔다.
학교에 외부인이 들어오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채윤이의 귀여움은 눈에 잘 들어왔다.
그렇게 걸음을 옮겨, 신경화 교수와 약속을 했던 카페에 도착하니 카페 중앙에 신경화 교수가 앉아 있었다.
조성현은 가만히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신경화 교수를 바라보고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연주 영상을 통해 여러 번 보았다.
알아보는 것에는 무리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처음 보는 사람이었더라도 바로 알아봤겠네.’
신경화 교수가 앉아 있는 자리 근처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카페에 사람이 없는 편도 아니었는데, 그녀의 근처에만 사람이 몰리지 않았던 것.
한국 예술 대학교 학생들은,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보고 힐끔힐끔 그녀를 바라보기만 할 뿐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조성현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채윤이가 그의 손을 강하게 쥐자 아이의 손을 감싸고는 걸음을 옮겼다.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그녀를, 만날 시간이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