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12)
212화
의아했다.
대한 예술 사립학교의 교장이 조성현과 채윤이를 따로 찾을 일이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런 의아함을 제쳐두고, 조성현은 결국 채윤이와 함께 손을 잡고 교장실로 향했다.
어쨌든 대한 예술 사립학교의 교장이 채윤이를 찾는다는데, 가봐야 하지 않겠는가.
교장실이라고 적혀 있는 문을 잠시 바라보던 조성현은,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
똑똑.
“들어와요.”
안쪽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조성현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책상에 앉아서 무언가를 하고 있던 여성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학교의 교장을 하고 있는 것 치고는 굉장히 젊었다.
“어서 오세요. 조채윤 학생, 그리고… 아버님.”
“안녕하세요. 조성현입니다.”
“안녕하세요!”
조성현과 채윤이 동시에 인사했다.
채윤이가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것을 본 교장은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안녕하세요. 제가 제 소개를 안 드렸군요. 대한 예술 사립학교의 교장, 성하연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나 뵐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조성현은 그녀의 말에 미소를 보이면서도, 성하연을 살폈다.
자신과 채윤이를 어떻게 알고 반가워하는 걸까.
경계할 일은 아니지만, 자신이 모르는 상대가 자신을 알고 있다면 조심스러워지는 것은 당연했다.
성하연은 싱긋 웃음을 보이고는 손을 뻗었다.
“일단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조성현이 그렇게 답하고 소파에 앉았다.
채윤이도 얼른 조성현의 옆에 자리를 잡는다.
“커피 마시겠어요? 아니면 그냥 주스?”
“주스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자, 성하연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사과 주스 두 개를 꺼내온다.
채윤이는 사과주스를 좋아하는 편이었기에, 아이의 얼굴은 밝았다.
성하연은 채윤이와 조성현의 앞에 사과 주스를 하나씩 놔주고는 맞은 편에 앉았다.
조성현은 채윤이 앞에 있는 사과주스를 따주고는, 성하연을 바라보았다.
“음… 일단, 대한 예술 사립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입학에 관련해서는 따로 안내 문자가 갈 거예요.”
“그럼, 채윤이는 대한 예술 사립학교에 다니게 되는 건가요?”
“아, 네. 물론이죠. 채윤이가 원한다면요. 뭐… 보통 교장실까지 오는 학생들이 대한 예술 사립학교에 다니지 않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요.”
성하연은 가벼운 웃음과 함께 말했다.
조성현은 일단 그녀의 말에 안심했다.
상대는 자신과 채윤이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었고, 그건 분명 좋은 일이었다.
아이가 다닐 학교의 교장이 호의를 가지고 있으면, 당연히 좋은 거지.
“제가 따로 만나 뵙고 싶었던 이유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공적이고, 하나는 개인적인 건데… 먼저 공적인 것부터 해야겠죠?”
성하연은 그렇게 말을 하고 채윤이 쪽으로 시선을 움직였다.
채윤이가 사과주스를 마시다가 몸을 움츠린다.
아직 성하연이 익숙하지 않은 거다.
그런 채윤이를 보면서, 성하연은 입을 열어 말을 이었다.
“일단 1년 동안, 채윤이는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될 거예요.”
그 말에 조성현의 눈이 커졌다.
채윤이는 장학금이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조성현과 성하연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고.
성하연은 그저 빙긋 웃을 뿐이다.
“전액 장학금이요?”
“예. 재능 있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급해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후원자님들도 많고요.”
“1년 동안 전액 장학금을 받으면, 따로 뭘 해야 하거나…”
“아뇨, 그런 건 전혀 없습니다. 그저 최선을 다해서 학교 생활에 임해주면 되는 것뿐이에요. 일차적으로는 1년간의 전액 장학금이 정해졌고, 앞으로의 학교 생활을 보고 장학금 지급 여부를 계속 결정하게 될 겁니다.”
“그럼 장학금이 1년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더 이어질 수도 있다는 건가요?”
“네. 그렇죠.”
“아… 감사합니다.”
조성현은 일단 감사 인사를 했다.
장학금은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이었다.
대학교도 아니고, 초등학교를 다니는데 장학금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아니, 장학금이 있다는 걸 알았어도 채윤이가 장학금을 받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학비를 벌기 위해서 시작한 유미의 앨범 작업이었는데, 아이가 이렇게 잘하면 자신은 뭘 하면 될까.
채윤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자신이 나설 기회도 없이 아이가 척척 잘 해내고 있는 기분이었다.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러우면서도.
동시에 아버지로서의 역할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너무 미묘한 기분이다.
그래도 기쁨이 훨씬 커서, 웃음이 나왔다.
“고맙습니다…”
채윤이는 무슨 상황인지 잘 몰라서, 그저 조성현이 감사 인사를 하니 따라 인사를 했다.
성하연은 빙긋 웃더니, 살짝 몸을 숙여 채윤이와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학교 다니면서도 채윤이에게 여러 가지 좋은 게 주어질 거야?”
“좋은 거요?”
“예를 들면, 연주회의 티켓이라든지. 아니면 심지어는 작은 연주회에 설 수 있는 기회라든지.”
“헤에에?”
장학금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보다, 채윤이의 얼굴이 두 배는 더 밝아졌다.
아이는 역시 장학금이라는 것을 현실적으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주회는 다르지.
연주회를 가보고, 또 직접 연주회에 설 수 있는 기회라니.
환상적이지 않은가.
채윤이는 눈을 반짝거리면서 이번에는 진심을 담아,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언니!”
아이의 말에, 성하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언니라니….”
“채윤아, 선생님이라고 해야 해.”
조성현이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고, 채윤이는 금방 앗 하고 소리를 냈다.
“언니라는 호칭이 참 듣기 좋긴 한데, 선생님은 선생님이라서. 어쩔 수가 없네.”
성하연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녀는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듯, 짝 하고 손뼉을 쳤다.
“그럼, 공적인 부분은 끝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입학하고 따로 안내가 갈 거예요.”
“개인적인 부분은 어떤 건가요?”
조성현이 물었다.
그녀는 공적인 거 하나와 개인적인 것 하나라고 했다.
공적인 게 끝이라 했으니, 이제 남은 건 개인적인 부분.
성하연이 자신들에게 개인적으로 용건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심각한 건 아니고요. 그냥, 궁금해서요.”
“…….”
“신경화 교수님하고, 어떤 사이신가요?”
아, 그게 궁금한 거였나.
성하연이 말한 것처럼, 심각한 건 아니었다.
하긴, 신경화가 상당히 유명하니 예술 사립학교의 교장인 성하연도 조성현과 채윤이 신경화와 친하다는 걸 알 수도 있겠다.
조성현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
사실 신경화와 무슨 사이냐고 물어보면 답할 말은 딱히 없었다.
신경화가 일반적으로 친절을 베풀고 있는 게 전부였으니.
대답은 채윤이가 대신했다.
“선생님이에요,”
“응?”
성하연이 되묻고.
조성현이 부연 설명을 했다.
“신경화 교수님이 저랑 채윤이 레슨을 해주기로 하셨거든요.”
물론 채윤이 중심의 레슨이고, 조성현은 그저 채윤이의 피아노를 위한 들러리 같은 느낌이겠지만 말이다.
그 말에 성하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직접이요? 아버님까지?”
“네. 주말에도 만나 뵙고 왔어요. 월요일에 학교 오는 것도 알고 계시더라고요.”
“아… 일정은 왜 물으시나 했더니….”
“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성하연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녀는 복잡한 얼굴이 되었다.
궁금증은 해결된 모양인데, 생각이 많아진 것 같다.
그녀는 이내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저희 학교에 신경화 교수님이 인정한 학생이 입학하게 된다니, 정말 잘된 일이네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성하연이 말했다.
그렇게 그녀는 차분히 자리를 정리했다.
* * *
“교장 선생님 어땠어?”
“어… 착해 보였어.”
학교를 빠져나오며 물은 조성현의 질문에, 채윤이는 잠시 단어를 고르다가 답했다.
착해 보였다.
맞는 말이긴 하다.
성하연은 채윤이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고, 아이와 조성현이 함께 신경화 교수에게 레슨을 받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난 후로는.
‘나한테도 관심이 보이는 것 같고.’
강한 호기심을 가지는 모습이었다.
아니, 그걸 호기심이라고 봐야 할지, 아니면 오랜만에 재미있는 걸 발견한 것 같은 눈빛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뭐랄까, 조금은 찜찜한 대화였다.
그래도 채윤이에게 관심을 두고 기대한다는 말까지 남긴 그녀였다.
기분 나쁜 대화는 아니다.
조성현은 연신 뒤를 돌아보며 학교를 힐끗힐끗 보는 채윤이를 보고, 아이를 안아 들었다.
채윤이가 얌전히 조성현의 품에 안긴다.
“채윤아.”
“으응?”
“나중에 아빠랑 같이 쇼핑 갈까?”
“쇼핑?”
아이가 관심을 보이며 조성현과 눈을 마주한다.
“응. 쇼핑. 채윤이 학교 다니려면 가방도 새로 사야하고… 채윤이도 작년보다 더 컸으니까, 옷도 사야지.”
“그래!”
아이가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새로운 가방과 옷이 기대되는 모양이다.
조성현은 빙긋 웃었다.
조금 얼떨떨하기도 하지만, 채윤이가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아 1년 동안 전액 장학금을 받고 학교에 다니기로 했다.
상당한 돈이었고, 그만큼 조성현은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었다.
아빠로서 해야 할 역할을, 부족함 없이 하고 싶었으니까.
넘치도록 주고 싶었다.
‘괜히 기죽으면 안 되니까.’
평소에 금전적인 부분을 크게 신경 쓰는 타입은 아니었다.
다만, 현실적으로 돈을 신경 쓰는 경우는 꽤 있었다.
지금은 조금 다른 경우지만.
대한 예술 사립학교의 학비는 비싸다.
영준이가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하려고, 유재균이 자신의 바이올린을 팔 결심을 했을 정도로 말이다.
당연히 돈 있는 집안의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애초에 예술이란, 돈이 없으면 하기 힘든 거기도 하다.
미술도, 음악도.
요즘은 아이들이 부모님 직업을 가지고도 서로 급을 나누고 어울린다고 하던데, 자신이 갑자기 직업을 바꾸거나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아이들 사이에서 기가 죽거나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아버지로서, 자신의 딸이 무시 받지 않았으면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니.
조금은 무리해서라도, 뭐든 해주고 싶다.
“채윤이 뭐 가지고 싶은 건 없어? 연주용 드레스를 하나 더 해야 하나?”
그 말에, 아이는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면?”
“아빠 거!”
“아빠 옷은 많은데?”
“그치만 연주용 옷은 없는걸.”
“응?”
아이의 말에,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렸다.
자신이 연주용 옷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아빠는 필요 없어.”
“아냐. 선생님이 아까 연주회 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잖아.”
“채윤이가 연주회 하는 거지, 아빠가 하는 건 아니니까.”
“아빠랑 같이 할 건데.”
“… 그래?”
그게 그리 쉽진 않겠지만, 말이라도 고마웠다.
채윤이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빠 없으면 안 할 거야.”
“… 그럼 아빠도 열심히 바이올린 연습해야겠네.”
그가 중얼거렸다.
당연히, 채윤이의 말이 현실이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