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13)
213화
집에 도착해서, 조성현과 채윤은 저녁 준비를 했다.
간단하게 먹고 디저트로 빵을 먹기로 한 참이었다.
식사 준비를 하는데, 채윤이가 쪼르르 달려온다.
“아빠아아!”
“응?”
조성현은 몸을 돌려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아이의 손에는 그의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다.
“무슨 일이야?”
“할머니한테 전화 왔어.”
“받았어?”
“응!”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조성현은 슬쩍 손의 물기를 털고는 스마트폰을 받아 들었다.
“네, 여보세요?”
-어 아들. 뭐해?
“저녁 준비하죠. 엄마는요?”
-우린 일찍 먹었어.
“뭐 드셨는데요?”
-콩나물국 해서 먹었지. 너희 아빠가 먹고 싶다고 해서.
“잘하셨네요.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
자주 전화를 하진 않으니, 전화가 오면 무슨 일이라도 있나 걱정부터 된다.
-무슨 일이 있어야 전화를 하나.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지. 오랜만에 채윤이 목소리도 듣고.
하긴, 정말 오랜만이긴 했다.
최근 몇 주 동안은 바빠서 본가에 찾아가지 못했었으니까.
서운해할 수도 있겠다 싶어, 조성현은 가볍게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시간 내서 찾아뵐게요.”
-아냐, 바쁜데 뭘. 명절 때나 한 번 오던가.
“아.”
생각해보니, 곧 명절이긴 하다.
설까지 이제 열흘 정도나 남았나.
그전까지 최대한 일을 끝내고 본가에 한 번 가야 할 것 같았다.
있을 때 잘해라, 라는 말은 채윤이 뿐 아니라 부모님께도 항상 적용되는 말이었으니까.
“네, 그럼 명절 때 한 번 갈게요.”
-하루 자고 가던가. 작은 방 내줄게.
“음….”
조성현이 고개를 돌려 채윤이를 바라본다.
채윤이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하는 얼굴로 조성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하루 자고 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채윤이도 싫어 할 것 같진 않고.
“채윤아.”
“으응?”
아이를 부르자, 채윤이는 곧바로 반응했다.
얼른 말하라는 듯, 조성현의 다리를 끌어안으면서 답한다.
“나중에 할머니 집에 가서 같이 잘까?”
그렇게 묻자, 아이가 고개를 휙 하고 들어 올렸다.
“할머니 집?”
“응.”
“언제?”
“설날에.”
“나는 좋아!”
밝은 얼굴로, 아이가 답한다.
“그래 그럼.”
조성현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입을 열어 통화를 이어나갔다.
“네, 엄마. 그럼 하루 자고 갈게요.”
-와서 만두도 좀 같이 만들고.
“만두요?”
-와서 같이 그냥 앉아서 하나씩 만들고, 저녁에는 떡만둣국 해서 먹으면 되지.
“알았어요. 일정 봐서, 이번 주 안에 다시 전화드릴게요.”
-그래라.
이수현이 조금은 기대하는 목소리로 답을 한다.
무뚝뚝한 성격은 아니었다.
채윤이와 조성현이 온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지난 생에는 사실 일 하느라 명절에도 본가에 잘 못 갔었는데, 이번에는 가서 같이 만두도 빚고 해야 할 것 같았다.
조성현 개인적으로도 조금 기대되고.
전화를 마무리한 후, 그는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할머니가 뭐래요?”
“설날에 와서 같이 만두 빚자고 하시네.”
“만두를 빗으면 어떻게 되는데요?”
“만두가 만들어지지?”
그렇게 답하자, 채윤이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아이는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조성현은 어떤 부분이 잘 못 됐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도 빗 있는데. 가지고 가요?”
“응?”
아이의 말에 조성현은 잠시 눈을 깜빡거렸다.
그는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무엇이 잘 못 됐는지 이해했다.
“하하. 만두를 빗는 게 아니라, 빚는 거야. 채윤이 머리처럼 빗질하는 거 말고, 손으로 만드는 거지.”
“아….”
채윤이가 작게 소리를 낸다.
아직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일단 둘이 다른 것이라는 건 알게 된 모양이다.
조성현은 식사 준비하면서 빗는 것과 빚는 것에 대한 차이를 설명하려 애썼다.
결국 그 이야기는 식사를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 * *
다음날.
화요일이 되어서, 조성현은 채윤이와 함께 일찍 출근했다.
약간은 긴장한 기색이 감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오늘은 처음으로 정식 녹음이 있는 날이었다.
일정이 조금 촉박하게 돌아가게 된 이유는 하나였다.
유미와 서예나의 스케줄을 맞추기 위함.
둘 다 여러모로 스케줄이 많은 아티스트들이었고, 유미야 당연히 자신의 앨범을 제작하는 것이니 최우선으로 스케줄을 빼고 있지만…
서예나는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그녀가 하루를 움직이면 수억이 왔다 갔다 한다.
스케줄을 맞추는 건 중요한 일이었다.
박중원이 우경수 팀장과 이야기해서 녹음 스케줄까지 픽스를 하고, 미튜브 출연까지 허락을 받았다.
미튜브 출연과 관련 해서는 아마….
‘최현준의 영향도 있겠지.’
우경수 팀장도 최현준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그 영향이 있을 거다.
최현준이 대놓고 유미의 앨범을 건드리겠다고 협박을 했고, 실제로 손을 뻗었다.
우경수 팀장으로서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건 성격상 안 맞다.
뭐라도 하고 싶었을 거고, 그게 서예나의 미튜브 출연과 이어진 거다.
덕분에 촬영팀이나, 조성현이나, 다른 매니저들도 다 조금씩 긴장을 하고 있었다.
“아빠.”
“응?”
“추워….”
“추워? 얼른 가자.”
“손 시렵고….”
그 말에, 조성현은 채윤이의 손을 바라보았다.
장갑을 끼고 오는 걸 잊었나 싶어서.
하지만 아이의 손에는 언제나 끼고 다니는 장갑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빠가 안아줄까?”
그렇게 물었지만, 채윤이는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었다.
아이는 대신 조성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사옥 안으로 들어서자 채윤이의 걸음이 슬쩍 느려진다.
조성현은 아이를 바라보았다.
채윤이의 시선이, 카페가 있는 쪽으로 가 있었다.
“… 채윤아.”
“으응….”
“따뜻한 거 먹으면 손 시려운것도 괜찮아지려나?”
“응!”
아이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동의했다.
조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냥 초코라떼를 먹고 싶다고 말하면 될 걸, 춥다고 돌려서 말을 한 거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귀엽다고 해야 하나, 언제 이렇게 컸나 싶기도 하다.
결국 조성현은 아이의 원함대로 초코라떼 한 잔과 자신이 마실 차 한 잔을 가지고 작업실로 향했다.
작업실에 가자, 장현아와 카메라들이 그들을 반겼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네, 현아씨.”
장현아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녀는 계속해서 서예나가 유미의 앨범 비하인드 영상에 출연해줬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오늘 그 촬영을 하게 되어서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이따가 선배님 인터뷰도 한 번 따도 괜찮을까요?”
“네, 그러세요.”
조성현은 흔쾌히 수락했다.
자신이 직접 나서겠다고 했고, 장현아는 그 말에 맞게 조성현이 직접 나설 수 있게 판을 마련해준 것이다.
조성현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전이라면 몰라도, 최현준이 움직인 지금은 말이다.
잠시 기다리자, 사람들이 하나 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박중원이 유미와 함께 왔고.
서예나와 우경수 팀장이 유미가 도착하고 얼마 되지 않아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예나씨.”
“네, 뭐. 채윤이 안녕?”
조성현에게 가볍게 인사한 서예나는, 채윤이를 발견하고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아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참, 특이하다.
채윤이의 앞에서는 경계심이 사라지는 것처럼, 서예나는 무뚝뚝하게 답을 하다가도 채윤이와 이야기를 할 때는 완전히 벽이 무너진 것처럼 대화를 나누고는 했으니까.
서예나만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박중원도, 유미도, 장현아도… 전부 채윤이 앞에서는 행동들이 조금씩 변한다.
물론 그건 조성현도 마찬가지고.
아이의 앞에서는 조금 더 조심하게 되는 거다.
채윤이는 알까.
조성현의 바로 옆에 아이가 붙어 있어서, 정말 심각할 수 있었던 일들이 무난하게 넘어갔다는 사실을 말이다.
“조금 갑작스러울 수도 있는데 출근해줘서 고맙다.”
“사정 모르는 것도 아니고, 와야죠.”
박중원의 말에, 조성현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답했다.
스케줄을 맞추느라, 유미의 앨범 수록곡 중에서 가장 먼저 녹음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계속해서 준비해 왔던 것이라, 크게 무리는 없었다.
작사도 완벽하게 되었고, 녹음을 함께해줄 이들도 금방 구했다.
애초에 대형 기획사인 만큼, 인력은 부족하지 않았다.
조성현도 월요일에 녹음해달라고 부탁받았으면 안 된다고 했겠지만, 오늘이라 다행이었다.
“형은 오늘 스케줄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묻자, 박중원이 작게 한숨을 내쉰다.
“오늘밖에 스케줄 안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지. 현아씨한테 맡기고 가야 하나 싶었는데….”
그는 말을 하다 말고 힐끗, 서예나와 유미를 한차례 바라보았다.
조성현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무래도 불안하죠.”
“어. 좀 그렇긴 해. 네가 프로듀서만 아니었으면 서예나씨만 걱정했을 텐데, 지금은 유미씨도 걱정되네. 둘 다 어디로 튈지 정말 감이 안 잡혀.”
“… 그렇게 말하면 내가 엄청 소중한 사람이라도 된 걸로 착각하겠는데요?
“완전 맞으니까 제발 조심 좀 해줘. 아티스트들이 매니저 두고 기 싸움하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잖아. 하물며 능력 있는 프로듀서 두고 기 싸움하는 건… 씁.”
박중원이 말하다 말고 말끝을 흐린다.
유미가 고개를 돌려 조성현과 박중원 쪽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
목소리가 작아 들리진 않았겠지만, 유미가 자신을 바라보자 본능적으로 입을 다문 것이다.
박중원의 말처럼, 아티스트들은 언제나 예민하고… 대체적으로 소유욕도 강하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티스트들이 살아가는 환경 때문에 대부분 그렇게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연예계는 정글이었고, 뺏고 빼앗는 사회였다.
뺏기기 싫으면 먼저 뺏는 게 당연시되는 판.
배우들 사이에서는 누가 먼저 촬영장에 나오느냐를 가지고도 싸움이 붙을 정도이니, 어떤 식으로든 기 싸움은 항상 있는 일이었다.
그 대상이 출근 시간이 될 수도, 곡이 될 수도, 대본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을 했다.
그는 제발 오늘 녹음을 하는 동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애써 웃음을 보였다.
어느덧, 서예나의 시선도 자신과 박중원에게로 향해 있었다.
박중원과 나눈 이야기는 정말 별거 아니었다는 듯, 그는 짐짓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다 모였으니, 시작할까요?”
그가 말했다.
그렇게, 녹음이 시작되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