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16)
216화
서예나가 먼저 녹음실로 돌아왔다.
조성현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가 그리 잘 풀린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채윤이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아이는 서예나와 유미가 나가서 서로 조금이라도 화해를 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조성현은 볼을 긁적거렸다.
세상일이 마냥 쉽게 흘러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너무 많으니까.
어차피 둘이 나가는 순간부터, 일이 그리 잘 풀릴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우경수 팀장과, 박중원도 비슷했다.
장현아는 난감해하는 모습이었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할 수 있는 것도 딱히 없었다.
조금 있다가, 유미가 들어온다.
“…….”
어색한 침묵이 방안을 감돌았다.
역시, 쉽지 않다.
마냥 누가 잘못했다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조성현은 유미도, 서예나도 알고 있었으니까.
서예나가 무어라 말을 했다면 그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을 거고.
유미도 마찬가지다.
그녀가 어떠한 행동을 했다면 분명 그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으니 그렇게 행동했을 거다.
서로가 서로의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게 쉽지 않아서 문제지.
둘 사이에 조성현 자신이 있다는 것도 알고, 어쩌면 채윤이도 끼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조성현은 짐작하고 있었다.
그 문제는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정말 심각한 거였다면 조성현이 직접 나서서 딱 자를 수 있겠지만….
서예나나 유미나.
선을 넘지는 않았다.
둘 다 조성현과 채윤이가 상처 입을 수 있을 만한 일들을 하지 않았고, 그런 마음을 품고 있지도 않았다.
조성현도 아이가 다칠 수 있는 마음을 품지 않고 있고.
일단, 그렇다면 그가 직접 나서기에는 애매했다.
아티스트는 아티스트로서, 프로듀서는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할 일을 하면 되는 거니까.
조성현은 속으로 그런 생각들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뭐, 다시 녹음 들어갈까요?”
그가 태연한 목소리로 말을 하자, 유미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얼른 나선다.
“넵.”
그녀는 애써 밝게 말을 하며, 얼른 녹음 부스 안으로 들어섰다.
조성현은 유미가 헤드셋을 착용하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살짝 내렸다.
채윤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유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빠.”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조성현을 부른다.
조성현은 손을 들어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응, 채윤아.”
“유미 언니….”
“잘 할 수 있을 거야.”
아이가 무어라 말하기 전에, 조성현은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며 답했다.
조성현의 확신 담긴 따뜻한 목소리에, 채윤이의 얼굴이 조금 펴진다.
“… 진짜?”
“그럼. 유미 언니잖아.”
“맞아.”
다시 한번 답을 해주자,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긍정한다.
조성현이 지금까지 보아온 유미는, 쉽게 무너지는 아티스트가 아니었다.
자신의 음악을 건드리는 행동만 아니라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연습생 시절을 지나, 데뷔하고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활동했고 묵묵히 인내하기도 한.
그런 아티스트다.
지금은 무엇 때문인지 흔들리고 있지만… 금방 다시 마음을 잡을 수 있으리라.
조성현은 그것을 확신했다.
그렇게 다시 녹음은 시작되었다.
서예나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일단 서예나가 유미에게 도움이 될 말을 해준 것은 분명했다.
둘이 나갔다 오기 전보다, 유미는 훨씬 더 집중해서 녹음을 진행할 수 있었으니까.
-나도 사실 잘 모르겠어.
한 음절, 한 음절 내뱉을 때마다 유미의 감정이 슬쩍 내비쳐지는 것 같았다.
간절하게 기다리는 무언가.
음악에 대한 진지한 마음.
그냥 무작정 달려 나가고 싶은데, 그녀를 막는 무언가가 있다.
아까보다 훨씬 더 좋아진 감정이고, 몰입 자체도 더 잘하고 있지만….
최고의 상태는 아니었다.
이건 단순히 유미가 뭘 못했다기보다는 그냥, 컨디션이 최상이 아닌 것뿐이었다.
머리가 여전히 복잡해 보이기도 했고.
‘좀 아쉽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계속 녹음을 더 해봐야 잘 나올 것 같지는 않다.
나중에 컨디션이 좋을 때 다시 녹음하던가, 아니면 기술의 힘을 빌리든가 해야겠지.
조성현은 결국 그렇게 유미의 녹음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네, 유미씨. 수고하셨어요.”
그가 그렇게 말을 하자, 유미가 한숨을 토해내며 헤드셋을 벗는다.
그녀도 스스로 알고 있을 거다.
자신의 보컬이, 최상의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다.
유미가 나오고, 지금껏 가만히 유미가 녹음하는 것을 지켜보던 서예나가 기지개를 켠다.
그녀는 쓰읍 후우 하는 소리를 내며, 숨을 깊게 들이켰다가 내뱉었다.
아아 하고 가볍게 소리를 내면서 녹음실에 들어간 서예나는 조성현과 눈을 마주했다.
이미 한 번 함께 호흡을 맞춰본 적이 있는 조성현과 서예나다.
눈빛을 마주치자마자, 조성현은 서예나가 제대로 마음을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서예나의 기세도, 아까 유미와 함께 나갔다가 들어온 후로 조금 바뀌어 있었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 왔다… 정도로 생각을 하고 있다가, 지금은 정말 진지하게 제대로 해주겠다는 느낌이다.
‘애매한데.’
아티스트로서 최선을 다하는 건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일단 이 곡의 주인은 유미였다.
서예나가 정말 힘을 주고 제대로 부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조성현은 약간이지만 예상할 수 있었다.
-바로 시작하죠. 준비됐으니.
서예나의 목소리가 마이크 너머로 들린다.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그럼 시작 하겠습니다.”
그의 말과 동시에 서예나의 헤드셋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조용히 호흡을 고르던 서예나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정확히 조성현의 예상대로 되었다.
-이해할 수 없었던 그날.
명확한 감정을 가지고.
서예나의 보컬이 뻗어져 나왔다.
맑고, 강하다.
조성현은 눈을 반짝거렸다.
다른 것들을 다 떠나, 지금 당장 서예나의 보컬만 생각한다면… 아주 좋은 결과물이 나오고 있었으니까.
서예나는 거의 완벽에 가깝게 소화를 해냈다.
조성현이 가이드 보컬을 불러주었던 것을 그대로 따라가되, ‘서예나스럽게’ 부른다.
조금 더 매력 있게, 어쩌면 조금 더 강렬하게.
서예나의 보컬은 조금씩, 유미의 보컬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위협적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서예나였으니까.
그녀는 조화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폭발적으로 노래를 불렀다.
유미의 보컬과 잘 섞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조성현이 곡을 만들 때, 둘의 보컬 라인이 조화되도록 만들었기에.
그렇기에 형태는 유지가 되겠지.
서예나가 노래를 부르는 파트는 그리 길지 않았으나, 임팩트는 서예나의 보컬이 더 강렬했다.
유미의 컨디션이 평소와 같이 좋았더라면, 아주 잘 어울렸을 거다.
조성현이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은 다른 그림이 나왔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게 더 좋았겠지.’
정말 괜찮은 녹음이 되었을 거다.
그걸 놓쳤다는 게 약간은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조성현은 그걸 티 내지 않았다.
서예나의 녹음은 좋았지만 완벽하지 않았고, 그녀는 정말 제대로 마음을 먹은 듯 가볍게 미간을 찡긋거렸다.
-다시 갈게요.
“… 예.”
조성현은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서예나가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아티스트가 퀄리티를 더 좋게 만들겠다는데 뭐라 하겠는가.
-두 번만 더 해보고 마무리하죠.
서예나는 경험 많은 아티스트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조성현이 따로 무어라 말을 할 필요도 없이, 그냥 자신이 주도권을 잡고 녹음을 해버리니 서로서로 편하다.
“호흡 조절 조금만 더 신경 쓰셔서, 후반부에 힘 푸는 거 집중해 보시면 더 괜찮을 것 같아요.”
물론, 조성현은 프로듀서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잊지 않았다.
서예나의 보컬을 듣고 필요한 디렉팅을 해주고.
그걸 들은 서예나는 깔끔하게 받아들여 더 좋은 결과물은 내민다.
그렇게 몇 번 말이 오가고.
“수고하셨습니다.”
서예나의 녹음이 끝났다.
유미의 녹음을 할 때보다 훨씬 빨리 끝났다.
물론 애초에 길이 자체가 짧았지만… 단순히 그 차이만은 아니라는 걸 이곳에 있는 이들 전부가 알고 있었다.
채윤이 마저 말이다.
유미가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얼굴은 복잡해 보였다.
서예나의 녹음을 보고, 유미도 느끼는 게 많은 것 같았다.
확실히 유미의 녹음과는 다른 모습이었으니까.
물론 경험의 차이도 크겠지만, 이건 서예나가 단단히 마음을 먹었고.
유미의 컨디션이 최상이 아니었다는 것에서 오는 차이도 꽤 있었다.
굳이 스스로를 탓할 필요는 없었기에, 조성현은 유미가 더 힘들어하기 전에 자리를 마무리하려 했다.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경수 팀장도 비슷한 생각이었던 건지….
‘그건 아닌가 보네.’
조성현이 힐끗 우경수 팀장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생각했다.
그녀는 유미보다 서예나에게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조성현도 물론 서예나의 기세가 달라졌다는 것이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그건 결국 녹음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지고 왔다.
문제는 유미였다.
그녀는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최상의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욕심을 내서 그런 거려나.’
유미의 보컬에서 그런 게 약간 느껴지기는 했다.
욕심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원함이라고 해야 할까.
자신이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여러모로 복잡한 감정들이 그녀의 보컬에 녹아들어 있었다.
어쩌면,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머릿속에 박혀서 오히려 그게 녹음에 독이 되었을 수도 있다.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며, 조성현은 상황을 정리했다.
우경수 팀장과 장현아가 나서서 함께 녹음이 정리되었다.
카메라맨이 가장 먼저 물러나고, 우경수와 서예나도 인사를 한 후에 자리를 떴다.
그렇게 하나 둘 자리를 뜨는데, 유미는 꾸벅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면서도 자리를 지켰다.
장현아는 유미를 보면서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지 조심스러워하는 상황.
조성현이 몸을 돌려 유미를 바라보았다.
유미의 얼굴에, 약간의 불안이 스쳐 지나간다.
그건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조성현은 유미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짐짓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수고하셨어요. 오빠. 실수 많이 했는데도 차분히 디렉팅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유미씨도 수고 너무 많으셨습니다. 혹시 뭐 문제 있으면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조성현의 말에 유미는 입을 달싹거리다가.
결국 살풋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네, 그럴게요. 프로듀서님.”
그녀가 답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