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19)
219화
공통점은 유미의 앨범에 참여했냐 아니냐인데, 이 자리에 유미가 없다.
그게 의미하는 바는 컸다.
조성현은 자리에 앉으려다가 다시 벌떡 일어났다.
“형.”
“응?”
조성현이 조금 다급한 목소리로 박중원을 부르자, 박중원이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아니, 애초에 조성현이 자리에 앉으려다가 일어난 순간부터 이미 박중원과 최우진의 시선은 조성현에게로 꽂혀 있었다.
“차 좀 빌릴게요. 키 주세요.”
조성현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에 박중원은 눈을 깜빡거렸다.
“… 서예나씨 오는 중인데. 어디 가려고?”
“유미씨네 집이요.”
그의 말에, 박중원이 아차 하는 얼굴이 되었다.
박중원도 무능하지 않다.
돌아가는 상황상, 이미 유미에게도 편지가 갔을 게 분명했다.
조성현이 빠르게 유미의 집으로 가려고 하는 이유는 금방 설명되었고, 박중원은 진지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괜찮겠어?”
“네. 형이 갈 수는 없잖아요.”
조성현이 가도 괜찮겠냐는 물음이었고, 조성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자신이 가는 게 가장 좋은 상황이었다.
박중원이 여기서 이동하는 게 오히려 더 독이다.
유미가 중요하긴 하지만, 피해자가 한둘이 아닌 만큼, 박중원은 자리를 지키고 상황 정리를 해줘야 한다.
이건 조성현이 아무리 능력 있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위치상, 조성현은 그저 프로듀서였을 뿐이니까.
‘물론….’
그렇게 따지면 그냥 프로듀서인 조성현이 회사 차를 빌려 유미의 집을 찾아가는 것도 웃긴 일이지만.
조성현은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결국 박중원은 주머니를 뒤져서 열쇠를 꺼내 던졌다.
착.
작은 소리와 함께, 열쇠가 조성현의 손에 안착한다.
“고마워요.”
“아냐, 내가 고맙지. 부탁 좀 할게.”
“네.”
조성현이 간단히 답을 하고는 몸을 돌렸다.
최우진과 제대로 이야기를 할 여유도 없이, 그는 바로 출발했다.
빠른 걸음으로, 주차장으로 향한다.
차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필요는 없었다.
박중원이 습관적으로 주차를 해두는 곳이 있었고, 몇 년 동안이나 그와 함께 일을 한 조성현은 그 위치가 어딘지 알고 있었으니까.
“어? 뭐야.”
지하 주차장에 도착해서, 얼른 걸음을 옮기려는데.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서예나다.
조성현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확인했다.
우경수 팀장과 함께 걸어오던 서예나가 조성현을 발견하고 소리를 낸 모양.
조성현은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서예나가 눈을 깜빡거리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으로 인사를 받는다.
조성현은 그 이상의 인사는 하지 않고, 다시 몸을 돌려 차로 향했다.
운전석에 올라타, 바로 시동을 건다.
서예나는 조금 황당한 얼굴이었지만, 그녀의 황당한 눈초리를 받는 게 유미가 편지를 읽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지다.
그는 망설임 없이 액셀을 밟았다.
부웅.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며, 차가 빠르게 앞으로 나간다.
그는 최대한 서둘렀다.
채윤이가 편지를 보지 못해서 진심으로 다행이었고, 유미도 가능하면 편지를 아직 읽지 않은 상태였으면 했다.
그가 언제 도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거다.
* * *
유미는 소파에 잔뜩 웅크린 채로 앉아 있었다.
두 다리를 끌어안은 채, 그녀는 숨을 고르게 쉬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의 발 바로 앞에는, 하얀색 편지지가 놓여 있었고.
유미는 편지를 확인하기 두려운 얼굴로, 조심스럽게 편지의 첫 줄부터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항상 지켜보고….]지난번과 비슷하게 시작하는 편지 내용.
유미는 거기까지 확인하고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벌써 몇 번째 편지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다.
며칠 전부터 오기 시작한 편지는, 협박 아닌 협박들이 담겨 있었다.
자신의 집을 알고 있다는 것부터가 무서운 일인데, 돌려 말하며, 마치 자신을 위하는 것처럼 소름 돋는 말들을 하니 두려운 게 당연했다.
“하아….”
숨을 크게 들이켰던 그녀는 잠시 후 한숨을 토해내었다.
며칠째 받는 편지지만, 받을 때마다 충격은 여전했다.
익숙해지지 않는 두려움이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럴 수도 없었다.
‘앨범 준비로 다들 바쁜데, 이런 걸로 또 신경 쓰이게 하면 안 되겠지.’
굉장히 냉정하게 상황을 살펴보자면.
유미 자신은 이제야 막 신인 티를 벗은 아티스트였다.
투정 부리기 쉬운 위치는 아니다.
거기에, 지금은 앨범 준비까지 하고 있는 시기 아닌가.
유미 자신도 가장 예민해질 타이밍이기도 하지만, 그건 다른 이들도 다 마찬가지였다.
조성현이 매니저였었더라면 아마 조심스럽게나마 이야기를 꺼내 봤을 거다.
그럼 그는 어떻게든 자신을 도와줄 수 있었겠지.
하지만 장현아에게는 쉽게 그런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다.
자신이 갑자기 너무 큰 짐을 주는 건 아닌가 싶어서.
안티팬들에게 이런 편지를 받는 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흔한 일이었다고 하던데.
자신이 이런 별거 아닌 일로 나서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심장이 강하게 뛰고, 누군가 계속해서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괜찮아… 아무것도 못 해.”
상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고작해야 편지를 놓고 가는 게 상대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거다.
그녀는 결국 눈을 떠, 편지지를 노려보았다.
저걸 찢어버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저 편지지를 찢는 것 자체가 그녀로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지만.
“…….”
무력감이 들었다.
너무, 무력하다.
연예계는 정글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많이 들었고, 직접 느끼기도 했고.
살아남으려면 강해져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지만 쉽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계속해서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모두를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야 한다고 되뇌고 또 되뇌고 있는데도… 저 작은 편지 하나를 찢을 수가 없었다.
‘저거 때문에 진짜….’
잠도 쉽게 자지 못하고, 자꾸만 신경이 예민해진다.
정말로, 조성현이 자신의 매니저였더라면 자신이 너무 힘들어서 그에게 말을 했을 거다.
버티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럼 이미 해결되었을 텐데.
“아냐, 정신 차려.”
그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조성현에게 손을 뻗을 수는 없다.
그에게 도와달라 할 수 없다.
조성현은 더 이상 자신의 매니저가 아니었다.
자신의 앨범 작업을 함께 해주고 있는 프로듀서.
그녀의 개인사를 신경 써주고, 도와줄 의무와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최현준의 일로 조성현이 직접 나서서 그의 시선을 끌고 유미의 앨범에 더 이상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려고 하는 것에 넘치게 고마워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조성현은 자기희생을 한 셈이니까.
적어도 유미의 시선에는, 그렇게 비쳤다.
그랬기에 더 이상은 조성현에게 부담을 안겨 주어선 안 된다.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했다.
혹시나, 정말로 혹시나… 채윤이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도 있다.
자신이 버티는 걸로 주변 사람들이, 또 자신의 앨범이 무사하다면 그녀는 그걸로 만족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눈앞에 있는 편지를 노려보는데.
탁탁.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온다.
문 두드리는 소리.
유미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어 올렸다.
현관문 쪽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누, 누구세요?”
집에 혼자 있는데, 하필이면 편지를 보고 있는데 찾아온 손님.
혹시 편지를 쓴 사람이 직접 찾아온 건 아닐까.
약간의 불안감이 들어 서둘러 스마트폰을 찾기 위해 몸을 일으킨 그녀는, 그 순간 현관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몸을 멈췄다.
“저예요. 유미씨.”
유미는 덜컥하고 몸을 멈추고, 현관으로 다가갔다.
문을 열고, 바로 앞에 있는 이를 바라본다.
그곳에는 조성현이 서 있었다.
자신의 매니저였던, 그리고 지금은 프로듀서인.
그가 그곳에 있었다.
* * *
“오빠… 안녕하세요.”
유미가 안도의 한숨을 토해내며 말한다.
조성현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이미 그녀가 편지를 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대한 빨리 왔는데, 그녀가 편지를 보는 걸 막을 수는 없었나 보다.
“… 괜찮으세요?”
“네? 뭐가요?”
그녀의 물음에, 조성현은 다시 유미를 살폈다.
피곤한 안색, 불안한 눈빛.
편지를 읽은 건 확실했다.
근데 모르는 척한다.
왜지?
머릿속으로 여러 이유가 스쳐 지나갔지만, 조성현은 그런 것들을 외면했다.
지금 당장은 일단 유미가 안정을 취하는 것과, 회사가 상황을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래야 후속 조치를 할 수 있을 테니까.
“편지, 읽으셨죠?”
“…….”
유미의 눈이 흔들린다.
조성현이 어떻게 알고 물어보는 건지도 그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유미의 반응에 조성현은 미간을 좁혔다.
생각보다 반응이 격하다.
뭔가….
“유미씨.”
“네, 오빠.”
힘겹게, 유미가 답을 한다.
조성현을 정말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편지 총 몇 장 받으셨어요?”
“… 네 번 받았어요.”
유미가 답했고, 조성현을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편지를 지금까지 네 번을 받았는데도 박중원과 장현아는 그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조성현도 모르고 있었고.
유미가 일부러 숨긴 거다.
그는 왜냐고 묻지 않았다.
그녀에게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테니까.
작게 한숨을 내쉬며, 조성현은 머리를 쓸어 넘겼다.
더 화가 난다.
조성현은 이를 악물었다가 곧바로 표정을 풀었다.
여기서 감정을 드러내 봐야 유미가 더 동요할 뿐이다.
그는 최대한 침착하게 유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음, 일단… 간단하게라도 준비하시고 회사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니면, 집에서 쉬시는 게 좋을까요?”
박중원은 유미를 데리고 오는 걸 원하겠지만… 조성현은 유미가 편지를 4번 받았다는 말을 듣자마자 회사가 상황 파악을 해야 한다는 건 조금 뒤로 미뤘다.
유미의 안정을 우선시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정말로 심각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
조성현은 불안증세와 우울증,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아티스트들을 수도 없이 많이 보았다.
유미가 그렇게 되는걸… 조성현은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자신이 전에 케어하던 아티스트였기도 하고, 지금은 프로듀서로서 함께하고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유미가 그렇게 된다면 채윤이도 힘들어 할 거다.
“오빠.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네, 그럴게요.”
유미의 말에,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했다.
“혹시 그 편지. 저 말고도 다른 사람이 받은 건가요?”
그녀도 나름대로 생각하고, 결론을 내린 모양이다.
조성현은 유미의 질문에,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답해야 했다.
“네, 채윤이랑 서예나씨, 그리고 우진이가… 일단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예요.”
“… 제가 멍청했나 봐요. 혼자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유미가 자조 섞인 얼굴로 말을 한다.
조성현은, 그녀의 말에 아무런 답도 할 수 없었다.
그 또한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죽음으로서 그 생각이 통째로 바뀌었지만.
“준비하고 나올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네.”
“아, 그리고 오빠.”
“네 유미씨.”
“채윤이가 혹시… 읽었어요?”
“아뇨. 저만 읽었습니다.”
조성현이 깔끔하게 답을 해주었고, 유미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응, 그건 다행이네.”
그렇게 말을 하고 집으로 들어간 유미는, 정확히 5분 만에 다시 나왔다.
집에서 나온 그녀의 얼굴은… 뭐랄까, 단단했다.
“오빠, 이제 가죠.”
그 새끼 죽이러.
유미가 중얼거렸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