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21)
222화
조성현은 빠르게 자신의 옷 상태를 점검했다.
오늘은 애초에 출근할 생각으로 나온 것이 아니었기에, 옷 상태가 상당히 자유로웠다.
그렇다고 해도, 애초에 조성현이 가진 옷들이 대부분 정장 아니면 세미 정장이었기에….
지금 옷 상태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캐주얼 한 느낌이 있으면서도, 조성현의 성격을 드러내는 깔끔한 옷차림이었으니.
‘아니었어도… 큰 상관은 없나.’
어차피 조성현은 더 이상 Pan 엔터테인먼트의 직원이 아니니까.
그가 굳이 부담감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
일단 조성현은 프리랜서였고, Pan 엔터테인먼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일을 같이하는 것뿐이니까.
라고 생각하며, 조성현은 걸음을 옮겼다.
대표실에 올라가는 건, 지난 생에서도 한 번밖에 없었던 일이다.
그 한 번의 경험은… 꽤나 큰 도움이 되었다.
조성현은 빠른 걸음으로 걸음을 옮겨, 엘리베이터를 탔고.
띵.
작은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도착을 알리며 문이 열렸을 때는 이미 박중원이 그를 마중 나와 있었다.
“…….”
묘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박중원을 보며, 조성현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대표님이 부르실 줄은 나도 몰랐어.”
“어, 나도. 예상 못하는 게 당연하죠.”
조성현은 그렇게 말했고, 박중원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준 후 먼저 걸음을 옮겼다.
박중원의 뒤를 따라가며, 조성현은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어차피 장판석 대표가 자신을 부르는 이유는 정해져 있었고, 조성현은 그가 묻는 것에만 잘 답해주면 되는 일이었다.
“대표님. 데리고 왔습니다.”
“아, 어서 와요. 성현씨.”
장판석 대표는, 푸근한 얼굴로 그를 맞았다.
원체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장판석 대표였고, 조성현도 몇 년 동안은 그 푸근한 얼굴에 속았었다.
장판석 대표는, 겉으로는 푸근하고 따뜻하지만, 속으로는 단단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결정을 내리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게, 장판석 대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채윤이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애가 참 귀엽던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아이에게도 사과하고 싶네요.”
“… 아닙니다. 대표님이 사과하실 일이 아닌걸요.”
장판석 대표는 조성현에게 바로 사과부터 건넸다.
조성현은 그의 사과에 조금은 당황했다.
이렇게 사과부터 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가볍게 고개를 흔들며 답을 했는데.
장판석 대표가 미소를 보이며 손짓한다.
“일단, 앉죠.”
그는 그렇게 말하며 소파에 자리를 잡았고.
조성현도 박중원과 함께 앉았다.
“박 팀장.”
“예, 대표님.”
“그놈 이름이 뭐라고 했지?”
“최현준입니다.”
“응. 그놈… 머리 잘 굴러가는 것 같아. 그치?”
“… 예.”
장판석은 손가락으로 소파 팔걸이를 톡톡 두드리다가 입을 열어 말을 이어나갔다.
“그 머리 잘 굴러가는 놈을 처음 잡은 게 성현씨라고 했죠?”
“잡았다기보다는….”
말끝을 흐리던 조성현은, 결국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대표님.”
장판석 대표가 입꼬리를 올린다.
“원래 내가 막 칼 뽑고 이러는 걸 좋아하진 않아요. 살면서 원수를 만드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이 없다는 걸 잘 알거든. 근데 이미 우리한테 칼을 들이밀고 있는 상황이면… 조금 다르지.”
그는 장현아에게 여러모로 이야기를 많이 전해 들은 것 같았다.
아니, 아마 그전에도 대충 굴러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긴 했을 거다.
Pan 엔터테인먼트는 장판석 대표의 회사였고, 회사 안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장판석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을 리가 없으니까.
다만 그는 기다린 거다.
“칼을 뽑을 거면 확실하게 처리 해야하니까… 박 팀장 혼자 하지 말고, 우 팀장 도움받으면서 진행해.”
“알겠습니다 대표님.”
칼을 뽑을 최적의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그 타이밍이 다가오니 망설임 없이, 칼을 뽑기로 한다.
조성현은 장판석 대표가 말을 하는 것을 듣고 그가 이미 마음을 굳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판석 대표가 마음을 굳혔으면, 처리는 확실할 거다.
정확히는, 조성현이 나설 때도 망설임 없이 나설 수 있겠지.
“그럼. 오늘 일에 대해서는 따로 보상 하겠습니다.”
장판석 대표는 가볍게 말했다.
조성현이 무어라 말을 하려 하는데, 장판석 대표가 박중원을 바라보며 입을 연다.
“가서 일 봐. 나도 오랜만에… 바쁘게 움직이게 될 것 같으니까.”
그 말에 조성현은 입을 다물었고, 박중원은 살짝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장판석 대표가, 직접 움직이기로 했다.
이미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 * *
대표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박중원은 후우 하고 숨을 토했다.
“와, 대표님 진짜 많이 화난 것 같은데?”
“화가 나신 것 같긴 하더라.”
“화날만하긴 하지. 전 Pan 엔터 직원이 완전 날을 세우고 공격하고 있는 거니까.”
박중원과 조성현도 이렇게 화가 나는데, 장판석 대표도 화가 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치.”
“빨리 움직이자.”
“우 팀장님한테 연락 한 번 하고, 움직여야죠?”
“음, 아마 우 팀장은 먼저 움직이고 있을 거야.”
“그래요?”
“법무팀이랑 더 친한 건 우 팀장이거든.”
박중원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의 말에 조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하긴, 서예나를 케어하면서 법무팀과 이야기 나눌 일이 많았을 테니까.
서예나는 불같은 성격이었고 그녀는 때때로 법무팀을 소환하는 것을 원하기도 했다.
박중원은 조성현과 나란히 걸으면서, 입을 열었다.
“대표님이 사과까지 하실 줄은 몰랐는데.”
“저도 놀랐어요.”
“따로 보상하겠다고 하신 것도, 좀 의외야. 원래 그런 분 아니시잖아.”
박중원의 말에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과를 한 것은 그냥 예상 밖의 일이다 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따로 보상하겠다고 말을 한 것은 정말 의외였다.
상벌이 확실한 장판석 대표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일에 따로 보상해주는 사람은 절대 아니었으니까.
“직접 보상해주시겠다고 말씀하실 정도면 뭔가 확실한 거 주시겠다는 말 같은데.”
장판석 대표는 직접적으로 보상을 하겠다고 말을 하는 성격이 아니다.
상을 줄 때는 보통 조용히 보너스를 찔러 준다거나 하는 식이 대부분이었는데 조성현에게는 직접 보상을 해주겠다고 직설적으로 말을 한 거다.
그 정도면 과연, 장판석 대표가 어떤 보상을 줄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과한 걸 그대로 받아먹으면 항상 탈이 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조성현이었으니까.
장현아가 바로 전, 장판석 대표와 통화를 했고.
그녀가 장판석 대표에게 무슨 말을 했을지 조성현은 모르는 상태였다.
하지만.
‘Pan 엔터 소속, 프로듀서.’
장현아는 언젠가 그런 말을 꺼낸 적이 있다.
Pan 엔터테인먼트에 정식으로 소속된 프로듀서가 되는 것은 어떻겠냐고.
그녀는 물론 호의로 이야기했을 거다.
대표의 딸로서, 회사에 이득이 되겠다는 계산도 있었을 거고.
장현아의 제안은 매력적이었지만, 조성현에게는 꽤나 큰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채윤이가 있으니, 전속 프로듀서보다는 프리랜서가 더 편한 건 사실이니까.
머릿속이 조금 복잡해진다.
조성현은 일부러 머리를 흔들어 잡생각을 털어냈다.
“뭔진 몰라도. 지금 고민할 건 아니니까, 얼른 움직이죠.”
해야 할 일이 많았다.
* * *
서울, 어딘가.
맑은 피아노 소리가 울렸다.
따라란 따란.
피아노 연주는 부드럽게 이어졌고, 연주하는 아이의 뒤에서 여성이 가만히 서서 아이의 연주를 지켜보았다.
연주는 금방 끝이 났고, 가만히 연주를 듣던 여성. 실비아 가르시아가 입을 열었다.
“한율.”
“네, 선생님.”
“머릿속이 복잡한 것 같네. 무슨 일이야?”
실비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때때로 박한율에게 레슨하던 실비아다.
그의 연주가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그녀는 이미 눈치챘다.
박한율이 묘한 얼굴로 실비아를 바라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선생님.”
“응, 한율.”
“제 피아노, 성장했을까요?”
“글쎄. 몇 년 전에 비해서는 확실히 엄청난 성장을 이뤘지.”
“… 지난번, 콩쿨 이후로는요?”
“그때와 비교해도 많은 성장이 있었지. 음악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잖니.”
실비아는 박한율의 옆에 앉으며 말을 했다.
한율은 성장했다.
특히, 콩쿨 전에는 조금 멈칫거리던 성장이 콩쿨 이후 급격하게 빨라져서 지금은….
콩쿨 때보다 훨씬 성숙한 연주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건 꽤나 의미 있는 일이었다.
단순히 그냥 더 좋은 기술을 더 자연스럽게 선보인다는 것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음악적으로 성숙해졌다는 것이니까.
마음속으로도 변화가 있었다는 뜻이었다.
정확히 어떤 변화인지는 실비아도 알 수 없었지만, 분명… 콩쿨에 참가 한 다른 피아니스트와 관련이 있겠지.
“그럼, 이 정도면 채윤이보다 더 잘 치는 거겠죠?”
“……?”
툭 튀어나온 그 이름에, 실비아는 약간 의아한 얼굴로 박한율을 바라보았다.
한율은 볼을 긁적거리며 실비아의 대답을 기다렸고.
실비아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지난 번에 콩쿨에서도 한율이 네가 대상을 받은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긴 한데… 뭔가, 저보다 채윤이가 더 잘 친 것 같아서요. 채윤이 연주가 더 멋졌어요.”
“그래?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더… 자유롭고, 다양한 표현들을 하더라고요. 제가 생각할 수 없는 표현들도요.”
박한율은 채윤이의 피아노를 떠올리는 듯 잠시 고민하다가 말을 했다.
실비아는 한율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도 채윤이의 피아노를 들어본 적이 있었으니까.
아이의 피아노는 아름다웠다.
재미있었고, 채윤이의 세상이 어떤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연주였다.
“채윤이의 피아노가 자유롭긴 하지.”
“콩쿨 이후로 진짜 열심히 연습 했어요. 나중에 언젠간 또 콩쿨에서, 다른 연주회에서도… 만날 수도 있을 텐데. 그때 제가 채윤이보다 못 하면 어쩌죠?”
“한율이는 열심히 하니까, 채윤이보다 피아노를 못 하게 될 것 같진 않은데?”
“그래요?”
”한율이는 하루 종일 피아노 연습을 하고,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잖아.”
실비아가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시간은 공평하지만 재능은 공평하지 않다는 사실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내 딸은 음악천재
*****************************************************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