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32)
232화
조성현은 채윤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뭔가 방금 들은 걸 머리로 이해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리는 기분이다.
‘어, 그러니까… 지금까지 머릿속으로 연주하고 있었다는 거지.’
조성현은 최대한 차분하게 속으로 방금 들은 것을 정리했다.
아이는 분명, 자신이 생각하던 소리가 맞는지 확인한다고 했다.
그 말은 즉 머릿속에서 소리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뜻.
“채윤아.”
“응?”
“평소에 소리를 많이 생각해?”
“응! 아빠도 그렇잖아.”
“아빠가?”
“막 열심히 생각하고 노트에 쓰고 그러는걸?”
채윤이가 조성현을 바라보며 해맑게 답한다.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렸다.
자신이 그랬나? 하는 생각이 순간 스치고 지나간다.
아이가 어떤 걸 말하는지, 조성현은 금방 알 수 있었다.
노트에 쓴다는 건 작곡 작업을 말하는 것이리라.
조성현은 때때로 노트에 자신이 생각한 악상들을 적고는 했으니까.
그도 머릿속에서 소리가 떠오르고, 이런 조합은 꽤 좋겠다고 영감이 떠오르면 그걸 노트에 적었다.
채윤이는 따로 적거나 하지 않고 그냥 가끔 피아노가 앞에 있으면 가볍게 연주하는 것으로 끝내는 모양이었다.
‘어… 그럼, 계속 실시간으로 작곡을 하고 있는데 그냥 그걸 흘려보낸다는 의미인가?’
약간 혼란이 찾아온다.
음악의 신동이라고 불리던 이가 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그는 어릴 적부터 음악의 신동이라 불렸으며, 평생을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소리 때문에 괴로워하며 지냈다고도 전해진다.
수많은 악상들이 떠오르는 것은 분명 축복이지만, 동시에 저주가 되는 일임은 분명했다.
조성현도 작곡가의 생활을 해보았기에 잘 알고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 악상들과 영감.
저녁에 괜찮은 악상이 떠오르면 그날 잠은 다 잔 거다.
항상 밤새고, 죽어라 작업을 하던 것의 반복이었는데.
채윤이는 그런 일을 매일 겪고 있는 걸까.
음악의 신동이라 불리던 모차르트와 같이?
조성현은 약간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손을 들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버지로서, 그는 채윤이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정말로 항상 그런 소리들이 머릿속에 맴도는 거면 어쩌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분명 세기의 천재였다.
조성현은 채윤이가 음악의 천재라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 사실에 뿌듯하고, 너무 좋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채윤이가 괴로울 수 있다면, 조성현은 아이가 음악을 하지 않을 수 있게 과감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어차피 조성현은 이번 생에 음악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그런 음악을 다시 시작한 건 채윤이 때문이었고, 아이가 음악으로 인해 괴로워한다면 다시 망설임 없이 포기 하는 게 당연하다.
“채윤아, 그러면 막 소리가 생각나고 그런 게… 항상 소리가 들려? 아니면 가끔?”
“… 모르겠어. 생각하면 생각나고 생각 안 하면 생각 안 나!”
채윤이는 조성현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말했다.
그녀의 말에 조성현은 조금 안심했다.
막 소리들이 괴롭히는 정도는 아닌 모양이다.
‘어쨌든, 진짜로… 천재인 거네.’
채윤이를 어떻게 해줘야 할까.
자꾸만 아이의 재능이 드러나고 있었다.
아이를 따라가려면 조성현도 정말 노력해야 할 것 같았다.
머리가 복잡한 와중에.
“밥 먹어라!”
거실에서 이수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채윤이는 밥이라는 소리에 눈을 반짝거리며 얼른 일어났다.
“할머니! 저는 많이요!”
아이는 그렇게 소리를 치며 침대 밑으로 내려왔고, 조성현은 그런 아이를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조성현도 아이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채윤이가 조성현보고 얼른 오라는 듯 옆에 있는 의자를 치면서 보챈다.
조성현은 식탁에 앉아 수저를 준비했다.
이수현이 떡만둣국을 내려놓으며 자리에 앉았고, 채윤이는 신기한 듯 떡만둣국을 바라보았다.
“거기 채윤이가 만든 만두도 있어.”
흐뭇한 미소로, 이수현이 채윤이를 향해 말한다.
그러자 채윤이의 눈이 조금 커졌다.
“어디에 있어요?”
“먹으면서 한 번 찾아볼까?”
“잘 먹겠습니다!”
채윤이가 얼른 외치고, 숟가락을 들어 올린다.
그러더니 아차 하는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며 눈치를 보고.
조재욱이 먼저 식사를 시작하고 나서야 채윤이는 눈치를 보면 숟가락으로 떡만둣국을 먹기 시작했다.
조성현은 아이가 후후 불어서 먹는 것을 확인한 후, 식사했다.
방금 만든 만두를 넣어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조금 신기하긴 했다.
조성현은 다른 만두보다 조금 더 작은 사이즈의 만두를 발견하고, 풀썩 웃었다.
“채윤아, 이것 봐봐. 채윤이가 만든 만두다.”
“어? 헤헤.”
채윤이에게 보여주자, 아이가 기분 좋게 웃음을 흘렸다.
조성현은 채윤이가 눈빛을 반짝거리는 것을 보고, 아이에게 만두를 내밀었다.
“채윤이가 먹을래?”
그렇게 물었지만.
도리도리.
채윤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아빠가 먹어!”
얼른 먹어보라는 듯, 채윤이가 말했고.
결국 조성현은 웃으며 만두를 먹었다.
아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조성현은 만두를 삼키고, 입을 열었다.
“맛있다.”
“히히….”
채윤이는 조성현이 맛있다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 미소 지었다.
떡만둣국은 순식간에 비워졌다.
식사를 끝내고, 거실 소파에서 뒹굴거리고 있는 채윤이를 보며 조성현은 볼을 긁적거렸다.
그런 조성현이 신경이 쓰였던 걸까, 옆에서 이수현이 말을 건다.
“무슨 일 있어?”
“아뇨, 그냥. 채윤이가 너무 천재라서요.”
“자기 자식은 다 천재지.”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진짜 천재예요. 음악 쪽으로는 정말로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보기엔 너도 천재야. 내가 음악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겠는데, 어쨌든 내 아들은 천재다.”
“…….”
조성현은 입을 달싹거렸다.
그런 게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다.
채윤이는 자신과 같은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자신을 훌쩍 뛰어넘는 재능이다.
조성현도 자신에게 어느 정도의 음악적 재능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진 않았다.
그는 여러모로 고생하고, 작곡가로서도 정말 힘든 삶을 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국 자신의 재능을 입증했다.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찍은 곡을 만드는 건, 그냥 단순히 운으로 되는 건 아니니까.
그건 분명 어느 정도의 재능이 작용한 결과였다.
하지만 그뿐.
채윤이는 조성현 자신과는 다른, 진짜 천재였다.
머릿속에서 소리를 생각하고, 그걸 확인한다고?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아이는 모르고 있었다.
누구는 그것을 기본이라 말할 수 있지만, 채윤이가 말하는 ‘소리를 확인한다’라는 것은 남들이 말하는 것과는 많이 다른 케이스다.
조성현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
“너는 내 자식이고, 채윤이는 네 자식이야. 천재고 뭐고 다 떠나서.”
이수현이 말했다.
어머니의 말에,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천재고, 어느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던.
채윤이는 자신의 딸이었다.
그저, 그뿐이다.
예전에도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아마 같은 결론이 났었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은 불안함이 든다.
계속 고민해봐야 또 똑같은 답이 나올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과연 조성현은, 채윤이의 재능을 감당할 수 있을까.
감당할 수 있다면,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한국예술사립학교에 가서 많은 것들을 배워와서, 자신도 모르는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한다면 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가 커가는 것은, 조성현은 감내할 수 있을까.
채윤이가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서.
사실 조성현이, 자신의 아빠가 그리 대단하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때는 과연, 채윤이가 지금만큼이나 조성현을 사랑하고 그와 함께하는 시간을 즐거워해 줄까?
조성현이, 채윤이 자신보다 재능 없고 능력 없는 사람인 것을 깨닫는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은 그저 마냥 행복해하며 함께하고 있지만, 조금은 그 구조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조성현의 머리가, 복잡하게 물들었다.
* * *
시간은 꽤나 빠르게 흘렀다.
조성현의 고민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며칠 동안 그는 유미의 앨범 작업을 마무리하며 지냈다.
그리고 드디어, 마무리를 해낼 수 있었고.
다른 일정들도 착착 잘 진행되어 가는 중이었다.
앨범 컨셉도 잘 정해졌고, 타이틀곡도 픽스되었다.
조성현이 강하게 밀어서, 결국 ‘어두운 달빛 아래 꽃 한 송이’를 타이틀곡으로 삼기로 했다.
곡이 좋기도 했고, 이후 작곡하는 모든 곡이 흥행 보증 수표라도 되는 것처럼 성공하는 지찬우 지소현 남매였다.
이미 입증이 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 조성현으로서는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조성현이 밀어붙이자, 장현아가 바로 그에게 힘을 더했고, 다른 이들은 프로듀서인 조성현에 장현아까지 가세하니 반대하지 않았다.
그 의견을 종합해, 박중원이 ‘어두운 달빛 아래 꽃 한 송이’를 타이틀곡 삼기로 했다.
신인 작곡가, 그것도 굉장히 어린 작곡가 남매의 곡을 타이틀곡으로 하는 건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박중원은 자신이 한 번 결정한 것에 있어서 뒤돌아보는 성격은 아니었다.
“후….”
채윤이와 함께 회사로 향하면서, 조성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모르게, 조금은 긴장된다.
그냥 앨범 작업을 하는 거면 또 모르겠는데, 오늘은 앨범 작업을 하는 날이 아니었다.
앨범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회사에 왜 가느냐?
“안녕하세요. 선배님.”
회사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장현아가 어디선가 튀어나와, 인사를 건넨다.
“어, 네. 현아씨. 안녕하세요.”
“커피 심부름 왔는데, 같이 올라가실래요?”
장현아가 묻고,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그녀와 함께 커피를 기다렸다가, 한 손으로는 채윤이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커피를 들고 걸음을 옮긴다.
“조금, 긴장되네요.”
걸음을 옮기며, 장현아가 말한다.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와 자신이 긴장하는 이유는 조금 다르겠지만.
어쨌든 둘 다 긴장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회의실로 가니, 이미 박중원과 다른 팀원들이 모여 있었다.
물론, 유미도 함께다.
조성현은 슬쩍 시간을 확인했다.
늦지는 않았다.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잡는다.
“자, 준비됐나?”
박중원이 묻고.
다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채윤이도 비장한 얼굴로 얼른 고개를 끄덕거렸고, 박중원은 손을 움직여 미튜브에 접속했다.
그리고 유미의 채널에 들어간다.
새로운 영상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
그랬다.
오늘은 바로, 드디어 앨범 제작 비하인드의 첫 번째 영상이 올라오는 날.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