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38)
238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흐른다.
조성현은 그것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유미의 앨범 작업도 끝나고, 채윤이가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놀기로 마음을 먹은 후.
아이와 온종일 시간을 보내는 게 전부인데,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른다.
세라와 미팅하고 며칠이 지났고.
조성현은 그동안 채윤이와 집안에서 계속 시간을 보냈다.
한 번 장을 보러 다녀온 것 말고는 전부 집 안에서만 있었고, 따로 한 거라고는 아이와 함께 연주하거나, 즉석에서 호흡을 맞추며 화음을 만들어보는 것들이 전부였다.
어떻게 보면 전부 작곡의 일환이지만, 딱히 그런 생각은 전혀 없이.
그냥 아이와 노는 것 정도로 생각을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오늘.
1년 중 가장 특별한 날이 찾아왔다.
조성현은 아이가 일어나기 전에, 일부러 일찍 눈을 떴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시선을 옆으로 돌려 채윤이가 잘 자고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아이는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고, 조성현은 아이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주다가,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그가 향한 곳은 부엌.
조성현은 가장 먼저 미역을 꺼내 물에 불리기 시작했다.
30분 정도만 불리면 충분할 거다.
그 사이, 그는 다른 것들을 준비해나갔다.
미리 장을 봐놨던 소고기를 꺼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미역국을 끓일 용도였기에, 작게 자른 후.
잠시 기다린 그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준비해둔 냄비에 들기름과 소고기를 넣고 가볍게 볶았다.
느긋하게, 약한 불로 잠시 볶은 후.
미리 불려두었던 미역을 물기를 조금 짠 후 소고기와 함께 조금 더 볶는다.
이후로도 딱히 복잡한 것은 없었다.
물을 넣고, 다진 마늘과 간장, 소금 등으로 간을 하는 게 전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면 더 맛있는 미역국이 나올 수 있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자신은 없었다.
조성현은 슬쩍 맛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채윤이가 할머니가 해준 미역국보다는 못하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맛없다고 할 맛은 아니다.
음식 준비를 끝낸 후, 그는 안방으로 들어가 채윤이를 깨웠다.
“채윤아, 이제 일어나자. 아침이야.”
“…….”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가 애써 눈을 꾹 감으며 고개를 돌린다.
분명 들었는데, 외면하는 거다.
피식 웃음을 흘린 조성현은 아이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채윤이를 안았다.
“아빠가 미역국 끓여놨는데. 지금 안 일어나면 다 식지 않을까?”
조성현의 말에, 그제야 채윤이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미역국…?”
“응. 채윤아, 생일 축하해.”
은근한 기대감이 묻어 있는 채윤이의 목소리에, 조성현은 부드럽게 웃으며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쪽.
채윤이가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린다.
꺄르르 웃던 아이는 잠이 조금 깼는지, 내려달라고 버둥거렸다.
조성현은 채윤이가 원하는 대로 아이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채윤이가 후다닥 욕실로 달려가 세수를 하고 오더니, 식탁 앞에 앉는다.
조성현은 아이가 세수하는 동안, 식사 준비를 했다.
덕분에 채윤이는 식탁에 앉자마자 따뜻한 미역국을 먹을 수 있었다.
따뜻하다기보다는, 뜨거운 것에 가깝겠지만.
채윤이는 얼른 미역국을 먹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맛있어!”
“괜찮아?”
“응! 할머니가 해준 것만큼 맛있어!”
채윤이는 그렇게 답을 하고는 열심히 식사해나갔다.
아이는 다행히 조성현이 만든 미역국에도 만족하고 있었고, 조성현은 안심하고 식사를 해나갔다.
맛있게 먹어주니, 너무 감사했다.
그렇게 채윤이와 행복한 식사를 마치고.
“밥 먹은 거 정리하고, 나갈까?”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가 고개를 번쩍 들어 올린다.
아이의 눈은 반짝거리고 있었고, 누가 봐도 오랜만의 외출을 반기는 얼굴이었다.
설거지하고, 조성현은 바로 스마트폰을 들었다.
“네, 엄마. 이제 슬슬 나가려고요.”
-알았어. 금방 갈게.
“저희도 준비하고 있을게요. 오시면 전화 주세요.”
오늘은 채윤이와 조성현만 나가는 게 아니라, 아이의 할머니인 이수현도 함께 가기로 했다.
어머니가 차를 끌고 오기로 했기에, 조성현은 채윤이와 함께 외출 준비를 하고 잠시 기다렸다.
얼마 되지 않아 조성현의 스마트폰이 울렸고.
“채윤아, 할머니 도착하셨다네.”
“가자!”
밝은 목소리로, 채윤이가 외쳤다.
* * *
조성현과 채윤, 그리고 이수현이 처음으로 간 곳은… 집에서 얼마 떨어있지 않은 곳이었다.
Pan 엔터테인먼트와도 가까운 곳.
원래는 매니지먼트 유월이 사용하던 사무실인데, 지금은 주인이 바뀌었다.
파라다이스 엔터테인먼트.
일 처리 속도는 확실히 상당했다.
괜히 세라가 이후 파라다이스 엔터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벌써부터 보여주고 있었다.
“대단하긴 하네.”
“뭐가요?”
“파라다이스 엔터. 돈이 많긴 한가 봐.”
이수현의 말에,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진 건 돈뿐이다, 라는 걸 보여주려는 것처럼, 파라다이스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돈을 쏟아부으려는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성현으로서는 좋은 일이었다.
덕분에 세라에게 부탁한 것이 며칠 안에 바로 준비가 되었으니까.
그는 세라에게서 온 문자를 힐끗힐끗 확인하며 걸음을 옮겼다.
‘4층, 421호.’
문자에 쓰여 있는 비밀번호를 누르자, 문이 열린다.
달칵.
조성현이 불을 켜자, 방안이 환해졌다.
그곳은, 작업실이었다.
조성현이 채윤이에게 주는, 생일 선물.
고민하고, 또 고민한 결과였다.
비록 능력이 부족해 자신이 직접 작업실을 만들어 줄 수는 없었지만, 파라다이스 엔터와 세라를 통해 작업실을 만들 수는 있었다.
앞으로 최소 1년 동안, 채윤이는 이 작업실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세라에게도 이미 조성현도 작업실을 사용하겠지만, 채윤이가 주로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을 해둔 상태였다.
세라는 전혀 문제없다고 답하며 준비를 해주었고.
그녀의 배려일까.
곳곳에는 채윤이가 좋아할 만한 인형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조금 놀란 건.
인어공주 인형이 소파 한가운데 놓여 있다는 점이었다.
빠르게 일 처리를 하면서도 세심하게 채윤이의 취향까지 알아본 모양.
채윤이가 나온 영상을 한 두 번만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포인트긴 하지만, 그래도 신경을 써준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었다.
세라가 직접 준비한 건지, 그녀의 부하 직원들이 준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채윤아.”
조성현은 작업실을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는 채윤이를 불렀다.
아이가 눈을 깜빡거리며 조성현을 바라본다.
마냥 신기한 얼굴.
조성현은 풀썩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채윤이 작업실이야. 언제든 마음껏 쓸 수 있는 작업실.”
그가 말했고, 채윤이는 순간 이해를 못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성현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아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앞으로 1년 동안은 언제든 와서 채윤이가 하고 싶은 거 해도 되는 곳이야. 피아노도 좋고, 아빠랑 같이 곡 만드는 것도 좋고. 뭐든, 원하는 대로.”
그는 아이가 이해할 수 있게, 자세히 설명했다.
조성현의 설명에, 채윤이의 눈이 커지고 입이 벌어진다.
“히엑?”
아이는 조성현의 말을 이해해내고, 이상한 소리를 흘렸다.
그런 채윤이의 반응에도 조성현은 그저 웃어주며 아이를 안고 작업실을 둘러보았다.
그제서야, 채윤이가 조성현을 보면서 입을 연다.
“진짜?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되는 거야?”
“응. 진짜로.”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작업용 의자에 아이와 함께 앉았다.
채윤이는 눈을 끔뻑거리다가, 결국 행복한 웃음과 함께 자신 앞에 있는 음악 장비들을 하나씩 건드리기 시작했다.
뭐가 뭔지, 전부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채윤이에게도 대부분 익숙한 장비들이었다.
조성현과 함께 유미의 앨범 작업을 진행하면서 채윤이도 많이 보아왔던 장비들이니까.
아이는 한참 동안 장비들을 건드려보다가, 조성현의 무릎에서 내려와 작업실 한쪽으로 다가갔다.
키보드가 설치되어 있는 곳으로 간 채윤이는, 키보드 앞에 앉고는 히히 웃으며 건반에 손을 올렸다.
따란 따라란.
아이의 피아노가 기분 좋게 연주되기 시작한다.
“… 진짜 좋아하네.”
“놀이터 만들어준 거니까요.”
채윤이는 음악을 가장 좋아한다.
아이가 하는 거라고는 조성현과 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전부 음악에 관련된 일이었고, 대부분 먼저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일도 음악에 관련된 것이었다.
그런 채윤이에게 작업실을 선물해주었으니, 좋아하는 게 당연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행복해해서… 참, 모르겠다. 나랑은 잘 안 맞아. 이런 건.”
이수현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조성현이 픽 웃었다.
확실히, 음악을 하지 않는 이수현은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조성현은 한 명의 음악인으로서, 채윤이의 마음을 정확히 이해했다.
아이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에서, 이제 정말로 ‘음악인’으로 발전해나가는 단계였다.
음악적 시야를 넓히고, 점점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와중에 그걸 제대로 시험해볼 수 있는 환경을 줬으니 행복할 수밖에 없다.
조성현은 너무 행복한 연주를 하는 채윤이를 보고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채윤이는 정말 많이 성장했다.
조성현과 함께 음악 작업을 하면서도 성장했고, 그전에는 ‘바람의 왕국’을 보고 스스로 고민을 하다가 성장하기도 했다.
또, 콩쿠르를 진행하면서 홀로 연습하고, 다른 피아니스트들을 만나며 아이는 성장을 했었다.
그런 성장 과정을 통해 채윤이는 이곳까지 왔고.
‘여기서도, 계속 성장해 나가겠지.’
채윤이가 다음 달부터 다니기 시작할 대한 예술 사립학교에서도 아이의 세계는 넓어질 거고.
이 작업실에서 아이의 세계는 조금씩 넓어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채윤이는 조금 이타적으로, 욕심부리지 않고 음악을 해왔다.
하지만 조성현은, 채윤이가 앞으로 더 성장해 나감에 따라 아이의 음악도 조금씩 바뀔 것이라고 믿었다.
바뀌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에는 채윤이도 깨닫게 될 테니까.
조연으로 있기에는, 자신이 가진 재능이 너무 뛰어나다는 것을.
아이도 종국에는 알게 될 것이다.
이 작업실에서 음악을 하고,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나가면서.
결국 아이는 성장할 것이다.
주인공으로.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