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43)
244화
조성현은 안소현과 대화를 나눴다.
오랜만에 봤으니 반가운 건 당연하고, 채윤이도 한율이랑 신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채윤아!”
그런 와중에, 영준이가 조금 빠른 걸음으로 이쪽으로 다가오며 채윤이를 부른다.
한율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채윤이가 고개를 돌려 영준이를 바라보고.
동시에 한율이도 영준이 쪽으로 시선을 움직였다.
조성현은 흥미로운 눈으로 아이들을 응시했다.
가까이 다가오자, 영준이의 걸음이 조금 느려지고.
아이는 손에 들려 있던 노트를 채윤이에게 내밀었다.
“선물이야.”
“고마워!”
채윤이가 밝은 얼굴로 영준이가 내미는 노트를 받아들고 펼쳤다.
그리고 아이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나네?”
“응. 예전에 같이 놀러 갔던 것들 모아서 그림 그렸어. 사진첩 같은 느낌으로.”
영준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한다.
아이는 은근슬쩍 채윤이의 얼굴을 보면서 눈치를 보고 있었다.
채윤이가 마음에 들어 하는지 아닌지 살피는 모양.
채윤이는 마냥 좋아하고 있었다.
“완전 잘 그렸다. 짱이야.”
채윤이가 순수하게 감탄하며 말했고, 영준이의 얼굴이 펴진다.
뿌듯함과 당당함이 살아나며, 영준이가 고개를 들었다.
아이의 시선이 향한 곳은, 박한율이 있는 쪽.
묘한 기류가 흐르고.
채윤이가 그림들을 살피기에 정신이 없는 상황 속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박한율이었다.
“안녕. 나는 박한율이야.”
“안녕하세요.”
영준이가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박한율이 손을 흔들었고, 영준이는 가만히 그런 박한율을 바라보았다.
“채윤이 친구인가 봐.”
“유치원 때부터 친했어요.”
“응. 미술 쪽으로 입학한 거지?”
“네.”
“앞으로 자주 보겠다. 채윤이 보러 가면 항상 있으려나?”
“… 그럴걸요.”
조성현은, 저런 영준이의 모습을 처음 봤다.
항상 채윤이의 앞에서는 밝은 모습만 유지하던 영준이었는데.
지금의 영준이는 약간의 어색함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박한율도 비슷하다.
형으로서 약간의 여유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영준이랑 엄청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기보다는, 그냥 선배로서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
조성현은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더 듣고 싶었지만, 그 사이 유재균과 정미원이 왔다.
“안녕하세요.”
안소현이 살짝 웃으며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유재균과 정미원도 그녀와 인사를 나눴다.
“와, 피아노 연주했던 아이 어머니셨구나. 애가 너무 잘 생겼다고 했는데, 어머니 닮아서 그런가 봐요.”
정미원이 안소현에게 말을 하고, 안소현이 고개를 흔들었다.
“저를 닮았으면 큰일 났죠. 애 아빠 닮았어요.”
길게 이야기할 거리는 없었기에, 그들은 간단하게 인사만 나누고 헤어졌다.
조성현은 끝까지 박한율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영준이를 보며,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 * *
“채윤아. 그렇게 좋아?”
정미원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아이에게 묻는다.
채윤이는 영준이가 아까 선물해준 노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영준이가 엄청 열심히 그리던데. 다행이네.”
정미원의 말에, 채윤이가 눈을 들어 영준이를 바라본다.
영준이가 어색한 얼굴로 웃었다.
조성현은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종업원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채윤아, 이제 집어넣을까?”
“… 응.”
약간 망설이던 채윤이는 결국 노트를 덮고 조성현에게 넘긴다.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림을 아직 다 못 본 모양.
조성현이 자신의 옆에 노트를 내려놓았다.
그와 비슷한 타이밍에, 종업원이 도착해 커다란 전골냄비를 내려놓는다.
부대찌개가 담겨 있는 냄비.
채윤이는 언제 노트를 넘기는 걸 아쉬워했냐는 듯, 자신의 앞에 놓인 부대찌개를 보고 눈을 반짝거렸다.
영준이의 얼굴도 펴진다.
한창 배고플 타이밍이긴 했다.
아침을 간단히 때우고, 학교에서 입학식도 하고 새로운 친구들과 인사도 했으니까.
정신이 없었을 거다.
은근 체력소모도 상당했을 거고.
부대찌개는 금방 끓었다.
영준이가 얼른 국자를 들어 올렸지만, 정미원이 그런 영준이의 손에서 국자를 가지고 갔다.
“엄마가 해줄게.”
결국 정미원이 국자를 가지고, 조성현과 유재균의 그릇부터 채워준 후, 아이들의 그릇을 채웠다.
영준이는 가장 마지막이었지만, 아이는 그것에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평소였다면 조성현은 채윤이부터 퍼줬었겠지만, 굳이 정미원이 퍼준 것을 아이에게 넘겨주진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교육인 것이니까.
정미원은 영준이에게 기본예절을 알려주기 위해서 이렇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조성현은 그런 정미원의 교육에 참견하거나 방해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배가 고팠던 아이들은 접시에 음식이 담기자마자 얼른 수저를 들어 올렸다.
라면 사리를 입가에 가지고 가다가, 멈칫거리는 채윤이.
조성현은 그런 아이를 보며, 웃으며 입을 열었다.
“뜨거워. 조심해.”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렸다.
그가 한 말이 아니었다.
자신이 하려던 말이었는데, 조성현이 먼저 말을 하기도 전에 영준이가 채윤이를 보며 말한 거다.
채윤이가 라면 사리를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들어, 후후 분다.
“영준이가 채윤이를 많이 챙겨주네요.”
조성현은 그렇게 말을 하며 자신도 수저를 들어 식사를 시작했다.
유재균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저 닮았나 봐요.”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정미원이 곧바로 반박했고, 유재균은 허 하고 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왜. 내가 얼마나 챙겨주는데.”
“아무도 모르게 챙겨주면 무슨 소용이에요.”
“…….”
한 방 먹었다는 듯한 얼굴로, 유재균이 눈을 깜빡거렸다.
조성현은 가볍게 웃었다.
알게 챙겨주던, 모르게 챙겨주던.
어쨌든 조성현으로서는 영준이 덕분에 조금이나마 더 안심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날의 식사는, 평화롭게 끝이 났다.
채윤이는 식사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피아노 앞으로 향했다.
들어오자마자 피아노 앞으로 향하는 것은 오랜만이었기에, 조성현은 아이가 외투를 벗지도 않고 피아노 쪽으로 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봤다.
채윤이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서 건반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손을 들어 올렸다.
아이의 손이 건반에 올려지기 직전.
“아!”
자신이 외투도 안 벗고 손도 안 씻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지.
채윤이는 화들짝 놀라며 얼른 외투를 벗어서 뒤에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조성현에게 넘기고, 욕실로 달려갔다.
쏴아아.
물 트는 소리가 나고.
아이는 열심히 손을 씻고 나와 다시 피아노 앞으로 향했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외투를 옷걸이에 걸고,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았다.
채윤이는 아직까지 건반에 손을 올린 채, 가만히 건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조성현을 바라본다.
“아빠.”
“응?”
“영준이가 준 선물 어디 있어?”
“안방에 놔뒀는데. 가져다줄까?”
“응!”
채윤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면서 밝게 답했다.
조성현은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다가, 몸을 일으켜 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는 노트를 가지고 왔다.
채윤이에게 내밀자, 아이가 얼른 그걸 받더니 첫 페이지를 펼친다.
악보를 놓아야 할 곳에 노트를 펼쳐 둔 채윤이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조성현은 그런 아이의 얼굴을 보고, 바로 뒤에 서서 채윤이가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뭔가, 느낌이 묘하다.
지난번, 채윤이가 ‘엄마’라는 곡을 처음 작곡했을 때 느꼈던 느낌과 비슷했다.
아이가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음악을 만들어 낼 것 같은 기분이다.
조성현은 그때부터 자신의 숨소리마저 줄였다.
채윤이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가만히 지켜본다.
아이는 자신의 옆모습이 그려진 노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딴.
조심스럽게, 건반이 눌린다.
천천히 손이 움직이고.
따란.
점점 속도는 빨라졌다.
딴 따라라란.
채윤이의 연주는 꽤나 흥겨웠다.
어둡거나, 차가운 부분이 느껴지지 않는 연주.
그런 연주를 하고있는 채윤이의 입꼬리는 슬쩍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조성현은, 깨달았다.
‘그림에 나와 있는 감정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면서 연주하고 있네.’
채윤이의 지금 얼굴 표정은, 정확히 그림에 나와 있는 표정과 같았다.
아이는 열심히 연주하다가, 멈췄다.
얼른 다음 페이지로 넘긴 채윤이는 그대로 연주를 이어나갔다.
다음 페이지에 나와 있는 그림은, 맑은 눈이 특징인 그림이었다.
입꼬리가 조금 올라가 있는 게 아니라, 환하게 웃으며 맑은 눈을 반짝거리고 있는 그림.
영준이가 특히 눈에 정성을 쏟은 게 느껴질 만큼 맑은 눈이었다.
채윤이의 연주는 약간 느려졌다.
유리구슬이 물에 떨어지듯, 퐁당퐁당 소리가 나는 느낌이다.
확실하게 소리를 내면서 감정을 드러내고, 속도는 조금 느리게 진행해서 포인트를 일부러 살린다.
따란. 따란. 딴.
조성현은 작게 감탄했다.
학교에 입학하기 직전, 조성현은 걱정했다.
아이에게는 분명 주인공이 될 능력이 있는데, 채윤이는 이타적인 연주를 했다.
자신이 조연이라 생각하고, 주연을 띄워주려는 연주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기 자신을 연주하고 있어서 그런가.’
채윤이가,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감정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연주를 선보이고 있어서인지.
아이의 연주는 분명… 조연으로서의 연주는 아니었다.
물론 이게 주인공의 연주라고 조성현은 확실하게 말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채윤이가 자신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아이는 단순히 영준이가 그려준 그림에만 영향을 받은 게 아니었다.
오늘 입학 축하 무대를 했던 한율이의 연주에도 영향을 받은 듯 보였다.
한율의 연주에서 보였던 특징들이 가끔 드러나고는 했으니까.
자신감 있게, 다른 이들이 실수하더라도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연주를 이어나가는 한율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채윤이도 느낀 게 있는 것 같았다.
채윤이는 연주를 마쳤고.
조성현은 숨을 내쉬는 채윤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곡 제목은 뭐야?”
“음… 몰라.”
채윤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연주를 끝마치기까지, 채윤이는 총 4장의 그림을 보았다.
아직 남은 그림은 많았고, 조성현은 아이가 모든 그림을 보고 연주를 하는 날이 된다면.
채윤이가 정말로 주인공으로서 이타적인 연주뿐만 아니라 온전히 자신의 음악을 선보이는 연주를 할 수도 있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입학식 날 돌아와서 친 연주가 이 정도면….’
졸업하고 나서 연주하는 음악은 어느 정도일까.
아니, 거기까지 볼 필요도 없었다.
한 학기를 마치고 나서 연주를 하는 음악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을 가진 연주가 될까.
너무, 기대되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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