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49)
249화
채윤이의 학교가 끝나고.
조성현은 아이와 함께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거리를 사 들고 온 것.
조성현은, 아이가 지친 얼굴로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채윤아. 오늘은 어땠어?”
“음… 재미있었어.”
채윤이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을 한다.
어제 신이 나서 조잘조잘 떠든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
조성현은 의아한 얼굴로 아이에게 다가갔다.
“뭐가 재미있었는데?”
“그냥, 영준이랑 같이 수업 듣는 것도 재미있었고… 음악 하는 것도 재미있었어.”
“그래?”
“응. 아, 어제 아빠가 물어봤던 애는 이름이 박준호야.”
채윤이가 말한다.
어제 조성현이 이름을 물어본 것이 걸린 건지, 오늘 알아 온 모양.
“박준호?”
“자기 아빠 따라서 바이올린 하는 애야.”
“준호는, 바이올린 잘해?”
“음….”
잠시 고민하다가, 채윤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아이의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던 모양.
“왜? 좀 별로였어?”
“안 좋은 소리도 많이 났고, 나는 아빠 바이올린이 훨씬 좋아.”
초등학생 1학년의 연주보다, 조성현의 연주가 훨씬 좋다고 이야기한다.
조성현은 그저 풀썩 웃음을 흘리면서 입을 열었다.
“그건 당연하지 않을까? 아빠는 어른인걸.”
그 말에, 채윤이가 미간을 찡긋거린다.
“하지만, 어른이어도 바이올린을 못 하는 어른은 많은걸. 어른이라고 해서 다 잘하는 게 아니야!”
채윤이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한다.
그리고 그 말에, 조성현은 조금 놀랐다.
그냥 어린 아이의 투정, 혹은 표현이라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조성현은 아이의 말에서 굉장한 성숙함을 느꼈다.
아이의 생각 자체가 성숙하다는 것이 은연중에 느껴져서 그는 놀란 것이었다.
음악에서는 종종 성숙한 느낌을 준 채윤이지만, 이렇게 평범하게 말을 할 때도 성숙한 느낌을 준 건 의외였다.
‘어른스럽다는 표현도… 틀린 표현인가.’
조성현은 속으로 생각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여 채윤이의 말에 동의했다.
“채윤이 말이 맞아. 어른이라고 해서 다 잘하는 게 아니네.”
“응. 그래도 신경화 선생님은 다 잘해. 피아노도, 바이올린도.”
아이는 금방 다시 밝은 얼굴로 떠들었고.
조성현은 채윤이가 신경화 선생님에 대해서 언급함과 동시에 얼굴이 펴지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아이는 신경화 교수가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사람이 마음에 든 건지, 그녀의 연주가 마음에 든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모르겠지만.
“아 맞다. 아까 신경화 교수님하고 통화했었어. 이틀 후에, 채윤이 보러 간다고 하시던데?”
“진짜?”
채윤이가 눈을 반짝거린다.
아이는 신경화 교수의 연주를 듣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
채윤이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 피어올랐고, 조성현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응. 진짜. 학교에 오셔서 특별 수업 진행하신다더라.”
“그럼 다른 애들이랑 다 같이 신경화 선생님 수업 듣는 거야?”
“아마도? 그냥 채윤이한테만 수업하려고 오시는 건 아닐 거야.”
채윤이에게는 따로 레슨해줄 거다.
지난번에, 신경화 교수가 그렇게 말을 했었으니까.
바쁜 사람인 만큼 매주, 혹은 일정한 시간을 정해서 레슨해주는 것은 무리겠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레슨해주기로 했던 것.
그때 조성현의 바이올린도 한 번씩 봐주기로 했으니, 조성현으로서는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혼자 수업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애들이랑 같이하면, 엄청 재미있겠다.”
채윤이는 기대가 되는지, 초롱초롱한 눈을 하면서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아이는 레슨을 받는 것에 그리 익숙하지 않았기에, 혼자 하는 것도 좋지만 친구들과 함께 신경화 교수를 만나 단체 레슨을 받는 것을 더 기대하는 모양이었다.
“이틀 후라고 하니까, 열심히 수업 듣고 있으면 오실 거야.”
“응!”
채윤이가 힘차게 답하고.
조성현은 다시 신이 난 채윤이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녁은 닭갈비. 어때?”
“좋아!”
“밥 먹으면서 아빠랑 같이 유미 언니 영상도 보자.”
이제 슬슬 유미의 앨범 비하인드 영상 4화가 올라올 시간이었다.
저녁 준비를 다 끝내면 딱 올라올 테니, 밥을 먹으면서 보면 될 것 같았다.
“유미 언니 노래 얼른 듣고 싶다.”
아이가 말했고.
조성현은 슬쩍 날짜를 계산했다.
이제 2주도 있지 않아서, 앨범이 공개될 거다.
“곧 다 들을 수 있을 거야.”
조성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 부엌으로 향했다.
닭갈비 재료들은 다 사 왔다.
채소들을 자르며, 조성현은 힐끗 채윤이 쪽을 바라보았다.
채윤이는 어느새 피아노 앞에 가서 건반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맞다. 채윤아.”
“응?”
아이가 몸을 돌려 조성현을 바라본다.
조성현은 다 자른 채소를 달군 프라이팬 위에 올리며 입을 열었다.
“예나 언니가 나중에 뮤직 비디오 찍을 때 채윤이가 특별 출연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그랬는데. 생각 있어?”
“뮤직 비디오? 나는 좋아.”
아이는 눈을 또 한 번 빛내며 답했다.
서예나와, 그녀의 음악을 좋아하는 채윤이다.
거기에 이번에 서예나가 타이틀곡으로 밀고 있는 곡은 채윤이의 지분도 있는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인 상황.
아이가 출연하면 여러모로 의미도 있고, 좋은 경험이 되기도 할 것이다.
물론, 채윤이는 그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수락하는 것이겠지만.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음식 준비를 계속했다.
그리고.
저녁을 준비하는 조성현의 뒤로, 채윤이의 피아노가 집안에 조용히 울려 퍼져나갔다.
평화로운 저녁의 한때였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이틀은 순식간에 지나, 결국 그날이 되었다.
신경화 교수가 대한 예술 사립학교에 특별 수업을 하러 오는 날.
참관을 할 수 있는 수업이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아쉽게 그런 형태의 수업은 아니었다.
다른 학부모들도 기대하고 참관하고 싶다는 요청이 여럿 있었던 것인지, 학교 측에서 하루 전에 미리 공지까지 했었다.
좋은 수업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지.
조성현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회사로 향했다.
오늘은 서예나가 자신이 작곡한 곡이 있다며 파일을 보내서, 그걸 확인하는 것으로 일을 시작했다.
“나쁘진 않은데… 약간 아쉽네.”
서예나는 아티스트로서 경험도 있고, 음악적으로 재능도 분명히 있는 존재였다.
조성현이 기억하는 한, 서예나는 정말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솔로 아티스트로서 성공을 해낸다.
그런 그녀의 곡은, 약간 아쉬웠다.
본인 스스로의 매력을 잘 살리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게 서예나의 곡을 확인하고, 조성현은 간단하게 자신의 의견을 보태서 서예나에게 다시 파일을 보내주었다.
그러고 나니, 시간이 훌쩍 가서 어느새 점심 시간이다.
오늘 점심은 박중원과 함께하기로 했다.
메뉴는, 뼈해장국.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점심 시간이었고, 회사가 몰려 있는 곳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구석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은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음식이 나왔다.
“이번에 유미씨 비하인드 영상 4화 올라온 건 봤어?”
“봤지.”
“확실히 반응 좋더라. 이미 다른 회사에서도 비하인드 영상 같은 거 촬영해서 올리기도 하고 그러고 있어.”
그 정도로 인기가 좋다는 거다.
단순히 유미라는 아티스트를 보고 모이는 게 아니라, 연예계라는 것에 환상을 품고 있는 대중들은 많으니까.
그들의 궁금증도 해결해 주면서, 자연스럽게 아티스트를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인데 그걸 회사들이 몰라볼 리가 없다.
회사 입장에서는 정말 저예산으로, 스스로 할 수 있는 홍보 수단이 생긴 것이다.
미튜브를 통한 여러 어필들은 지금까지 꽤 있었지만, 이런 식의 어필은 처음이니 신선하기도 했고.
“현아씨는 금방금방 승진하겠네.”
이쪽 바닥이 다 그렇다.
일이 워낙 힘들고, 출퇴근 시간도 고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 버티면 적당히 올라가게 되어 있다.
거기에 능력까지 있으면?
일 잘하는 사람 찾으려면 눈 씻고 찾아야 겨우 한둘 발견할 상황에서 이렇게 일 잘하는 신입이 들어왔으면 무조건 대우해줄 수밖에 없었다.
“뭐, 일도 잘하고… 대표님 딸이라는 걸 윗분들이 전혀 모르진 않겠지.”
박중원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아마 나중에 그 사실이 밝혀진다면 장현아는 인맥으로 승진했다는 말을 듣지 않을 수는 없을 거다.
그것 또한 그녀가 짊어져야 할 몫이었고, 당연한 책임이기도 했다.
특혜가 전혀 없다고 말을 해도… 사실상, 전혀 없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
“일 잘하니까. 형이 잘 밀어주세요.”
“내가 뭘 밀어줘.”
“유미씨 콘서트. 현아씨가 엄청나게 하고 싶어 한다면서요. 그거 나도 찬성이라.”
조성현이 말했고.
박중원은 풀썩 웃었다.
“모르겠다. 안 그래도 일단 위에다가 이야기는 해놨어. 당연히 그쪽에서도 일단 활동해보고 상황 봐서 콘서트 기획하자는 답이 돌아오겠지만, 이렇게라도 어필해 놔야지.”
박중원도 전부 생각이 있었다.
조성현은 그의 답에 고개를 끄덕거렸고.
그런 그를 보면서 박중원이 슬쩍 입을 열었다.
“야, 근데 너는 지금 걱정해야 할 게 유미씨랑 현아씨가 아니라. 너랑 채윤이야. 아니 이걸 걱정이라고 해야 하는 게 맞는 건가.”
“왜?”
“너도 뭐, 유미씨랑 일 같이하면서 은근히 노출된 경우가 많잖아.”
조성현은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 박중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눈을 깜빡거렸다.
박중원은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말을 이어나갔다.
“유미씨가 라이브 방송할 때 너를 살짝 언급하기도 했고, 지금은 프로듀서로 대놓고 미튜브 영상에 출연하고 있잖아.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높아져 봐야 얼마나 높아진다고.”
“야, 너는 그냥 요즘 얼굴이 익숙해진 프로듀서 정도로만 넘어갈 수 있어도, 채윤이는 아니야.”
“…….”
“유미씨 영상 댓글에 채윤이 보러 왔다는 댓글이 몇 개씩 달려.”
박중원이 말한다.
그의 말대로, 최근 유미의 앨범 비하인드 영상이 인기를 얻으면서 덩달아 조성현과 채윤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조성현이 우려하던 것처럼 채윤이를 욕하거나 그런 이들은 없지만, 관심이 높아지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기도 했다.
동시에, 음악인으로서는 관심을 받는 건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
채윤이도 자신의 음악을 다른 이에게 들려주는 것을 좋아했으니까.
조성현 또한, 자신이 만든 곡이 차트 정상을 찍었을 때의 느낌을 안다.
“금방 사그라들겠지.”
“그치, 이번에는 유미씨 앨범 비하인드 영상 끝나면 이런 관심도 사그라들겠지. 근데… 보통 이런 식으로 몇 번 대중들에게 노출되다 보면.”
박중원이 조성현과 눈을 똑바로 마주한 후, 말을 이었다.
“작은 계기 하나만 있어도 제대로 터질 거야.”
그가 예언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