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51)
251화
아이들이 배우는 악기는 가지각색이었다.
피아노, 바이올린과 같은 대중적인 악기는 물론 마림바 같은 다소 생소한 악기들도 있었다.
당연히 일관되게 아이들에게 같은 것을 알려 주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어떤 악기든 기초는 같은 법.
사실상 특별 수업이라고 해서, 정말로 신경화가 무언가를 가르치기보다는 그녀의 음악을 공유하는 것에 가까웠다.
당연했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들이다.
물론 채윤이 같은, 이미 콩쿨에 나가서 상을 탄 아이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리 인지도 있는 상은 아니었다.
유치원 아이들이 나갈 만한 콩쿨이 몇 개나 되겠는가.
본격적으로 콩쿨에 나가서 커리어를 만드는 것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다.
음악을 배우기 위해 이곳을 찾아온 학생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 있는 모두가 음악을 평생의 동반자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히 아니었다.
단순히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 그리고 여유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곳에 온 아이들도 꽤 많다.
그런 아이들에게 개개인별로 레슨을 해주거나 가르침을 주는 것은 무리였다.
그렇기에 신경화는, 모두가 다 알만한 곡을 들고 왔다.
모차르트의 작은 별 변주곡.
신경화는 음악실 중앙에 놓여 있는 피아노 앞에 앉았고, 그 옆으로 박재명이 바이올린을 들어 올렸다.
박재명과 가볍게 눈을 한 번 맞춘 후, 신경화가 연주를 시작한다.
채윤이는 눈을 반짝거리며 신경화와 박재명의 연주를 지켜보았다.
딴따딴따 따라란.
익숙한 멜로디.
아무리 어린아이들이라고는 하지만, 음악을 기본적으로 배운 아이들이었다.
그렇기에 입학한 거고, 아이들은 당연히 이 곡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사실 음악을 배우지 않은 아이들이라도 알 수 있을 만한 곡이긴 했지만.
“반짝반짝 작은 별이다!”
누군가 외친다.
그 외침에도 불구하고 신경화와 박재명은 연주를 멈추지 않았다.
약간의 변주를 주고, 또 자신의 해석을 담아서 연주한다.
같은 곡이라고 해도, 연주자에 따라 해석이 다르고 해석이 다르다는 것은 즉, 곡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신경화는 충분한 바리에이션을 넣어서 연주했다.
기본 멜로디를 그대로 유지하되, 약간의 기교를 부려주면서 아이들을 홀린다.
처음에는 하나 둘, 반짝반짝 작은 별을 부르던 아이들이 입을 다문다.
저도 모르게 신경화의 연주에 빠져들게 되는 것.
박재명의 바이올린 또한 아름다웠다.
그는 한국 예술 대학교의 교수가 가지고 있는 클래스를 보여주었다.
신경화 교수와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것부터가 대단한 것.
그걸 바라보는 박준호의 얼굴은 더 밝아졌고.
연주는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끝났다.
그렇게 연주가 끝나자마자, 아이들이 와아 하고 소리를 내면서 박수를 친다.
짝짝짝.
아이들이 내는 박수 소리에 신경화 교수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신기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들과, 약간의 존경이 담긴 시선을 보내는 선생님들을 잠시 훑어본 후 입을 열었다.
“선생님이랑 같이 연주해볼 사람?”
바로 전, 멋진 연주를 보여주고 그렇게 묻는다면 함께하고 싶지 않은 이가 없을 거다.
오히려 1학년 아이들을 담당하고 있는 담임 선생님과 보조 선생님이 멈칫거려야 했다.
박아린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도 끼고 싶다는 생각을 애써 접으면서, 아이들을 인솔했다.
학생들은 각자 자신이 연주할 줄 아는 악기들 앞으로 갔다.
심지어는 이미 본인의 악기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박준호의 경우가 그랬다.
자신의 아버지의 영향인지, 그는 바이올린을 가지고 있었고 그걸 꺼내 준비했다.
채윤이는 준비된 업라이트 피아노 앞으로 가서 자세를 잡았다.
신경화 교수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채윤이는 평소 욕심을 잘 부리지 않는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아이는 방금, 신경화 교수의 연주를 듣고 다시 한번 그녀의 피아노에 놀랐으니까.
‘얼른 피아노 치고 싶다.’
채윤이가 속으로 생각하며 신경화 교수를 바라보았고.
신경화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한 번 해볼까요?”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하는 연주가 시작되었다.
* * *
신경화는 흐뭇한 얼굴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수업은 마무리가 되었고, 아이들은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방금 자신들이 했던 연주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사실, 잘 맞은 연주라고 하기에는 힘들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어쨌든 아이들은 즐거웠고, 신경화도 즐거웠으니 그걸로 된 거지.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옆에 있는 박재명이 묘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니, 박준호가 밝은 얼굴로 자신의 연주를 자랑하고 있었다.
“자랑스럽겠어요. 어린 나이에, 꽤 괜찮은 연주를 하던데.”
“아… 아닙니다. 많이 부족하죠.”
박재명은 신경화 교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들었다.
그는 고개를 흔들며 신경화 교수의 말을 부정했으나.
말과는 다르게 얼굴이 전보다 더 펴진다.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눈빛.
신경화는 그걸 보고 약간의 부러움을 느꼈다.
어릴 적부터 음악에만 집중하느라 다른 것에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었다.
당연히, 자식도 없었다.
그게 지금은 조금 아쉬웠다.
자신에게도 아이가 있었다면, 조금 더 행복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신경화는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와서 아이를 가질 수는 없으니,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그녀는 결정했다.
제자를 기르자.
자신의 가르침을 온전히 받아들여, 종국에는 자신의 연주보다도 훨씬 뛰어난 연주를 선보이는 아이를 성심성의껏 가르쳐보자.
신경화는 그런 생각을 하며 채윤이에게로 시선을 보냈다.
오늘 들은 채윤이의 연주는, 마지막으로 들었었던 아이의 연주와는 꽤 많이 변해 있었다.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깨달음이 있었던 걸까.
뭔지는 몰라도, 신경화는 아이의 변화가 굉장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했다.
본래 채윤이는 함께 연주하는 이가 무너지면, 자신도 그대로 무너져 버리는 스타일이었다.
아이의 음악 자체가 그랬고, 그래서 신경화는 채윤이가 조금 더 이기적이고, 욕심내서 연주했으면 좋겠다고 판단을 했다.
그런 모습이 오늘 보였다.
자신의 음악을 우선순위로 삼는다.
그러면서도 배려심은 잃지 않았다.
그건, 아주 현명한 판단이었다.
신경화는 귀찮은 얼굴로 박준호에게 고개를 끄덕여주는 채윤이를 보고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런 그녀의 옆으로 누군가 다가온다.
“교수님.”
“아, 하연아.”
성하연.
대한 예술 사립학교의 교장인 그녀는 신경화가 수업할 때 다른 일을 처리하다가 수업이 끝나자 다시 신경화를 찾았다.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아냐, 내가 고맙지. 내가 먼저 억지 부린 건데.”
원래 특별 수업은 전혀 예정에 없었던 것이었는데, 채윤이의 입학과 함께 결정되었다.
어떻게 보면 억지라고 말 할 수 있지만….
세상 그 누가 이걸 억지라고 할까.
무려 신경화가,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을 상대로 특별 수업을 해주는 것인데.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가르치는 것이기에, 사실상 대다수의 학생들은 신경화가 가르치는 것에는 큰 의미가 없었다.
채윤이 같은 아이들에게는 분명 의미가 있겠지만, 정말 대단한 재능이 있지 않은 이상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신경화의 음악을 이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걸 음악인들은 이해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신경화가 대한 예술 사립학교에 가서 특별 수업을 한다는 소식이 퍼졌을 때 다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도 잡히셨다고 들었는데.”
성하연의 말에 신경화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인터뷰가 잡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대한 예술 사립학교에 신경화가 직접 간다.
그 말은 즉, 신경화의 눈에 든 학생이 있다는 말이 아닌가.
“응. 요청이 하도 많이 와서, 한 번 하는 걸로 그냥 끝내려고.”
“죄송해요. 귀찮으셨을 텐데.”
“아니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 뭐.”
신경화 교수가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
성하연은 신기한 눈으로 신경화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신경화는 후배 양성에 꽤 노력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귀찮은 일들을 다 떠맡으면서까지 하지는 않았었다.
그녀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쓰는 상대가 초등학교 1학년의 아이라는 걸 세상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데.
성하연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다.
“인터뷰 질문지는 받아보셨어요?”
“응. 다 예상하던 질문이더라. 왜 갔냐, 왜 대한 예술 사립학교냐. 뭐 그런 거.”
“엄청 관심 많겠죠.”
“그치. 내가 이런 식으로 특별 수업한 건 처음이니까.”
신경화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한다.
성하연은 슬쩍 그녀에게 시선을 움직였다.
“그래서, 어떻게 답하시려고요?”
“왜. 너희 학교에 좀 유리하게 답변해 주리?”
“에이, 저 그런 부탁 같은 거 안 드리는 거 알잖아요. 그냥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그러는 거죠.”
성하연이 웃으면서 말하고.
신경화는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입을 열었다.
“숨길 것도 없지.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하려고.”
“그 있는 그대로가….”
“대한 예술 사립학교에, 재능 넘치는 아이가 입학했다.”
신경화 교수가 툭 하고 말을 던졌다.
성하연이 몸을 멈칫거렸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저렇게 노골적으로 답을 하려고 할 줄은 몰랐다.
성하연은 조금 놀랐지만, 그걸 굳이 드러내지는 않았다.
신경화 교수는 현명한 사람이니, 다 생각이 있겠지.
다만 궁금한 것은.
‘채윤이는, 어떻게 되려나.’
앞으로 저 아이에겐 어떤 일들이 생길까.
성하연이 속으로 생각하며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그저 맑게 웃고 있었다.
* * *
조성현과 채윤이는 하루하루, 그저 행복하게 시간을 보냈다.
딱히 특별한 일을 하진 않았다.
평범한 일상.
채윤이는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조성현은 회사에 가서 서예나의 앨범 작업을 하는.
퇴근해서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을 먹은 후, 채윤이와 몇 번 연주를 조금 하다가 잠에 드는.
정말로 평범한 일상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평범한 일상을 깨는 일이 생긴 것은, 채윤이가 등교를 하기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였다.
유미의 앨범 발매가 정말로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
조성현도, 유미도 신경이 온통 그쪽으로 쏠려 있는 상황 속에서.
갑자기 그것보다 더 급한 일이 생겨버렸다.
“아, 맞다. 아빠.”
“응. 채윤아.”
저녁을 먹으면서 채윤이가 조성현을 부르고.
조성현은 부드럽게 답한다.
아이를 바라보니, 채윤이가 밝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 오늘 아빠가 도와줘야 하는 숙제 있어.”
그 말에, 조성현이 숟가락을 들어 올리다가 멈칫거렸다.
그가 고개를 들어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어…?”
“아빠가 나 숙제 도와줘야 해.”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