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52)
252화
저녁 식사를 끝내고.
조성현은 설거지했다.
그는 약간의 긴장과 설렘을 느끼고 있었다.
아이의 숙제를 같이한다.
그건, 아이들을 둔 부모님의 특권이자 책임이 아닌가.
조성현은 지난 생, 그런 모든 것들을 외면했었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그는 자신에게 다가온 도전을 외면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채윤이와 함께, 숙제를 완벽하게 해낼 것이다.
아이가 도움을 구하는데 그걸 외면하는 아버지는, 있을 수 없다.
적어도 조성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설거지를 다 끝낸 후 조성현은 그릇들을 정리했다.
달그락달그락.
그릇들이 가볍게 부딪치며 소리를 만든다.
싱크대에 튄 물들을 가볍게 닦은 후.
그는 숨을 토해내며 몸을 돌렸다.
조성현의 설거지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던 채윤이가 소파 등받이에 앞으로 몸을 기대어서 그를 바라보았다.
눈을 반짝거리는 아이를 보고, 조성현은 풀썩 웃었다.
저런 눈빛을 하고 숙제를 도와달라는 아이의 부탁을, 지난 생에는 어떻게 못 들은 척 할 수 있었던 것일까.
조성현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겨 채윤이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아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준 후.
그가 입을 열었다.
“숙제, 한 번 해볼까?”
“응!”
채윤이가 크게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을 했다.
아이는 들고 있던 노트를 조성현에게 내밀었다.
노트에는 채윤이의 글씨가 아닌 다른 이의 글씨로, 무언가 적혀 있었다.
[어떤 주제도 좋으니, 시를 한 편 써오세요.각자 써온 시를 가지고 시의 형태와 형식에 대해 배워 보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시를 한 편 써오는 게 숙제인 모양.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렸다.
숙제라고 해서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정도의 수학 숙제나, 동화책 읽기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숙제가 등장했다.
약간은 당황스러워서, 그는 눈을 깜빡거렸다.
“채윤아.”
“응?”
“시가 뭔지 배운 적 있어?”
“응. 생각을 쓰면 시야.”
“음….”
채윤이의 말에,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충 대한 예술 사립학교가 어떤 방식으로 교육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냥 단순히 시는 이런 거예요 라고 알려주기보다는, 일단 시의 정의를 알려주고.
숙제로 직접 시를 만들어오라고 한 후, 아이들이 만든 시를 가지고 더 자세히 가르쳐주는 모양.
꽤 효과적이고, 좋은 교육 방식이다.
창의적인 부분을 잘 발전 시킬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조성현은 이런 교육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당장 시를 한 편 만들라고 하는 건 너무 어려운데.’
성인도 시를 한 편 써보세요 하면 어려움을 느끼는 게 당연할 텐데, 어린아이는 얼마나 더 어려움을 느낄까.
조성현은 복잡한 눈으로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아이는, 시를 쓰는 것에 있어서 굳이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채윤아, 시 써본 적이 없는데, 잘 할 수 있겠어?”
“아빠가 도와주면…? 그리고 나 시 써봤어!”
“그래? 언제 써봤지?”
“전에 예린 언니가 노래 부를 때.”
“아.”
조성현은 채윤이가 언제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지난번에, 유미의 앨범에 수록될 곡을 만들 때.
노래를 수정하기 위해 이예린에게 보컬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가사가 제대로 나온 상태가 아니라서 채윤이가 써준 가사를 가지고 맞춰봤었는데.
아이는 그걸 시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시가… 맞네.’
조성현은 꽤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생각해보니까, 진짜 그게 시가 맞는 거다.
굳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그냥 가사를 쓰는 느낌으로 쓰면 될 것 같긴 했다.
“그럼, 주제는 뭘로 할까? 생각해둔 주제 있어?”
“하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해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어.”
“뭔데?”
“영준이.”
“응?”
조성현은 채윤이의 말에,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영준이에 대해서 시를 쓰겠다고 하는 건가?
“영준이가 나 그림 그려줬잖아. 나는 영준이한테 시 만들어주고 싶어.”
채윤이가 설명했고.
조성현은 가만히 아이를 바라보고, 아이가 진심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건… 약간, 질투 나는데.’
영준이가 그림 선물을 해줬으니, 시를 만들어주겠다는 마음이 기특하고 좋았지만.
아주 약간의 질투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조성현은 그러다가, 이내 풀썩 웃었다.
문득 박한율이 떠오른 것이다.
조성현이야 정말 작은 질투심을 느끼는 것이지만, 박한율은 다를 수 있을 테니까.
“그래, 그럼 영준이에 대해서 시를 한 번 써보자.”
“응!”
채윤이가 밝게 답했다.
그리고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다.
* * *
“나는 못 해….”
채윤이가 고개를 흔들며 소파에 털썩 드러누웠다.
한 시간 동안 끙끙거렸지만, 시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채윤이는 지친 듯 조성현의 다리에 얼굴을 비볐다.
조성현은 아이를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한 시간 동안 채윤이는 정말 열심히 여러 가지 문장을 만들어보았다.
물론, 딴짓하기도 하고 인형을 안고 뒹굴거린 시간도 많았지만.
노력하긴 했다는 거다.
조성현은 그 과정 끝에 아이가 지쳐서 포기하려는 것을 보고는,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채윤아.”
“으응….”
아이는 힘 빠진 목소리로 답을 했고.
조성현은 자신의 다리를 베고 누워 있는 채윤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그럼 우리, 조금만 쉬었다가 할까?”
“좋아.”
“아빠랑 같이 연주하면서 쉬는 건 어때.”
“연주?”
“응. 아빠가 바이올린 들고 올게.”
“그래!”
채윤이가 얼른 답하고.
조성현은 아이의 몸을 일으켜 주며, 자신도 일어나 안방에서 바이올린을 꺼내왔다.
채윤이는 소파에서 내려와 피아노 앞으로 달려갔고.
조성현이 바이올린을 가볍게 조율한 후, 주머니에 있던 스마트폰을 꺼내 앞에 내려놓았다
그는 이내 부드럽게 활을 들었다.
채윤이가 그걸 보고 자신도 건반 위에 손을 올린다.
“어떤 곡 해볼까?”
조성현이 물었고, 채윤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활짝 웃었다.
“내가 먼저 할게!”
“응. 그럼 아빠가 채윤이한테 맞춰서 연주해볼게.”
채윤이가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부드럽지만, 힘차게.
딴. 따라란. 따라따라란.
채윤이의 피아노가 집안을 가볍게 울리기 시작하고, 조성현은 아이의 피아노를 듣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이가 한 시간 동안 시를 쓰기 위해서 끙끙거리는 것을 보며, 뭐가 문제인지 분석했다.
해결책은 사실 간단했다.
지난번, 눈사람이라는 곡에 가사를 붙였을 때는 쉽게 붙였는데, 왜 지금은 쉽게 쓰지 못하는 걸까.
주제의 차이도 있겠지만, 조성현은 채윤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서, 음악의 부재가 크다고 판단했다.
채윤이가 좋아하는 건 시가 아니라 음악이다.
거기에 가사를 붙이는 것은 아이가 음악을 만들며, 혹은 들으며 느낀 감정들을 그대로 글로 옮겨 적으면 되는 일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그게 그냥 시를 쓰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채윤이에게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조성현은 조용히 아이가 스스로 방법을 깨달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역시나.
채윤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아이가 지금 연주하는 곡은, 조성현이 여태껏 들어본 적 없는 곡이었다.
부드러우면서도 씩씩한 느낌의 곡.
영준이와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조성현은 아이의 연주에 맞춰서 자신도 활을 움직여 바이올린 연주를 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영준이와, 채윤이가 생각하는 영준이는 물론 많이 다르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채윤이의 연주에 보조를 맞춰주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1분 정도가 지났을까?
채윤이는 건반에서 손을 뗐고.
조성현도 활을 내렸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스마트폰을 조작해 녹음을 멈췄다.
채윤이가 기분 좋게 웃으며 얼른 노트를 들고 무언가를 끄적이기 시작한다.
방금 연주한 곡을 흥얼거리다가 멈추고 한 문장을 쓴 후, 다시 흥얼거리다가 멈추고는 한 문장을 적는다.
그것을 지켜보던 조성현은 이내 몸을 일으켜 서재겸 작업방으로 사용하는 방으로 들어갔다.
채윤이는 자신의 숙제에 집중하느라 조성현이 자리를 뜬 것도 알지 못했다.
조성현은 서재로 들어와, 데스크탑을 켜고, 방금 녹음한 곡을 그대로 데스크탑에 옮겼다.
곡을 조금 더 깔끔하게 다듬고, 순식간에 1분짜리 곡을 만든 조성현은 파일을 저장했다.
다른 아버지들이 어떻게 숙제를 도와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성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아이의 숙제를 도와주고 있었다.
그냥 가장 편한 방법은, 어쩌면 그냥 자신이 옆에 붙어서 문장을 하나씩 불러주거나 알려주는 것이 가장 편한 방법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조성현은 그렇게 하지 않고, 아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채윤이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아이였으니까.
거실로 나가니, 채윤이는 밝은 얼굴로 노트를 들고 있었다.
시를 다 쓴 모양이다.
* * *
다음날.
채윤이는 당당한 걸음으로 학교에 갈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온 수업 시간.
“숙제는 잘 해왔니?”
“네!”
“선생님 얘 숙제 안 해서 아침에 했어요!”
선생님의 말에 학생들이 소란스럽게 답을 한다.
웃음을 보인 선생님이, 차분하게 걸음을 옮겨 아이들의 숙제를 하나씩 확인을 한다.
“혹시, 시 발표하고 싶은 사람 있으면 나와서 발표해도 좋아요.”
그 말에, 아이들이 순식간에 침묵한다.
서로 눈치를 보다가, 이내 하나 둘 손을 들더니 자신이 먼저 발표하겠다고 열심히 주장했다.
결국, 모두가 한 번씩 발표하기로 결정하고.
채윤이는 조용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제, 채윤이가 나와서 읽어볼까?”
“네!”
아이는 얼른 앞으로 나갔다.
채윤이는 조성현이 아침에 챙겨준 USB를 선생님에게 내밀었다.
“USB는 왜?”
“이거, 틀어주세요.”
“어… 그래.”
선생님은 조금 당황한 듯 눈을 깜빡거리다가 이내 데스크탑에 USB를 꽂아 넣고는, 파일을 재생시켰다.
1분짜리 짧은 곡이 재생되기 시작한다.
채윤이가 낭독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보며, 선생님은 황당한 눈빛을 했다.
‘얘, 도대체 어느 정도로 천재인 거지…?’
교사 인생 십여 년, 이런 아이는 처음이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