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6)
26화
저 멀리 우경수 팀장이 눈을 찡긋거리더니 몸을 돌린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조성현은 방금 그녀와 나눈 이야기를 떠올렸다.
우경수 팀장은 대뜸 사과부터 했었다.
미안하다고, 자신의 실수로 조성현에 대한 이야기가 작곡가 ‘이빨빠진고양이’에게로 흘러 들어갔다고.
조성현의 입장에서는 그리 좋은 일은 아니었다.
일단 이 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인데, 우경수 팀장의 실수로 적이 만들어진 거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사실 이게 엄청 큰 문제는 아니다.
어떻게든 일단 ‘이빨빠진고양이’ 입장에서는 서예나 쪽으로 곡을 넘기면서, 어쩌면 유미에게 넘기는 것보다 더 좋은 기회를 얻게 된 것과 마찬가지니까.
일 자체는 해결이 되었다고 봐도 좋다.
‘이빨빠진고양이’가 개인적으로 조성현을 좋지 않게 보고 문제를 일으킬 수는 있어도.
사실 그게 조성현에게 직접적으로 뭔가 손해로 다가오기는 힘들었다.
어차피 평생 만날 일 없는 사람 아닌가.
그냥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해도 좋았다.
조성현이 계속 이 판에 남아 있으려고 했다면 영향이 조금이라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니까.
“뭐라고 했는데 우 팀장이 저렇게 고마운 표정이야?”
“그냥, 전혀 상관없다고 했어요.”
“으잉? 그래?”
박중원은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조성현은 그런 그의 눈빛이 오히려 의아했다.
진심으로 상관이 없어서 그냥 상관없다고 이야기한 건데, 그게 그렇게까지 놀랄 일인가?
“네. 어차피 퇴사할 건데요. 큰일도 아니고.”
조성현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박중원은 묘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평소랑은 많이 다르네?”
“제가요?”
“응.”
“평소에 제가 어땠길래요.”
조성현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박중원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냥, 퇴사하겠다는 마음 없었으면 사실 우 팀장이 실수한 건 실수한 거니까, 우 팀장한테 받을 수 있는 건 받았을 텐데 말이야. 뭐, 지금 같은 경우에는… 우 팀장 담당 아티스트 SNS에 유미 컴백에 대한 소식이 올라오게 한다던가.”
“에이, 그런 걸 제가 어떻게 요구합니까.”
“…? 평소에 너라면 완전 잘 요구하고 결국 성공했을 텐데. 내가 괜히 너 일 잘한다고 하는 거 아니야.”
박중원의 말에 조성현은 볼을 긁적거렸다.
자신이 정말 그랬을까?
만약, 퇴사하겠다는 마음이 없었다면.
그냥 이번 생은 자신의 딸, 채윤이를 위해서 살겠다는 마음이 없었다면….
정말로 우 팀장에게 그런 걸 요구해서 자신의 담당 아티스트인 유미의 컴백에 조금 더 도움이 되도록 행동했을까?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그랬을 수도.’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했다.
근데, 그럼 어떤가.
이미 그는 퇴사하기로.
딸을 위해 살기로 했는데.
* * *
그날 저녁.
피아노가 집에 도착했다.
전자피아노였기에 설치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30분도 되지 않아서 빠르게 설치한 후.
조성현은 채윤을 돌아보았다.
채윤이 눈을 반짝거리며 피아노를 바라보고 있었다.
구경하기에 바쁜지, 하원하고 아직 가방도 내려놓지 못한 상태였다.
“채윤아.”
“네에?”
“방 들어가서 가방부터 정리하고 올까?”
“네에!”
채윤이 신난 목소리로 후다닥 방으로 달려가 가방을 정리했다.
얼마나 서둘러서 하는지, 제대로 정리가 될 리 없었지만 조성현은 그런 채윤이에게 무어라 말하지는 않았다.
그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딸을 바라볼 뿐.
“우리 채윤이, 피아노 생겼네?”
조성현이 그렇게 말을 하자, 채윤이 웃는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아이는 그저 웃었다.
너무 좋아하는 채윤이를 보면서, 조성현은 뿌듯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까지 좋아할 줄 알았으면 하루라도 더 빨리 사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의 마음이라는 게 다 이런 거겠지.
채윤은 조심스럽게 피아노로 다가가 의자부터 천천히 피아노를 만지작거렸다.
건반을 조심스럽게 건드려보기도 하고, 피아노 옆에 붙어 있는 전원 버튼을 눌러보기도 한다.
아이의 첫 번째 피아노인데.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특별해질까 싶어서 조성현은 펜을 집었다.
“옆에다가 채윤이 이름 쓸까?”
하지만 채윤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응? 이름 쓰는 거 싫어?”
“피아노 이름 채윤이 아니야….”
“피아노 이름이 채윤이라는 게 아니라, 채윤이 피아노라고.”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잠시 고민한 조성현은 입을 열어 설명했다.
최대한 채윤이가 잘 알아들을 수 있게.
“음… 도장 찍는 거야.”
그 말에도 불구하고, 채윤이는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흔든다.
싫다는데 이름을 쓸 이유는 전혀 없었기에, 조성현은 펜을 다시 집어넣었다.
채윤이는 피아노 앞에 앉아서, 건반을 두드렸다.
툭. 툭.
하지만 건반 부딪치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곧 채윤이가 울먹이며 조성현을 돌아보았다.
“아빠아….”
“응?”
“고장 났어요….”
채윤이 피아노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모습에 조성현은 웃음을 터트릴 뻔한 것을 겨우 참아야 했다.
누가 봐도 고장 난 게 아니었으니까.
“아까 옆에 버튼 눌렀지?”
“네에….”
“켜져 있던 피아노가 채윤이가 버튼 눌러서 꺼진 거야. 다시 똑같은 버튼 눌러서….”
조성현이 말을 하며 손을 뻗어 피아노 옆에 있는 전원 버튼을 눌렀다.
잠시 기다린 후, 그는 손을 들어 건반을 가볍게 두드렸다.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세계최대의 애니메이션 회사, ‘다즐링’에서 만들 영화. ‘바람의 왕국’의 메인 OST 중 하나.
‘우리 같이 낙엽 놀이할래?’ 의 초반 부였다.
미래에 워낙 히트한 곡이기도 해서 조성현도 한때 자주 연주해봤던 곡이었다.
뭐 제대로 악보를 분석하고 해서 친 건 아니지만, 메인 멜로디를 따라 하는 것 정도는 그도 할 수 있었으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따라란 따라란.
한 손으로 가볍게 건반을 누르자, 맑은소리가 울렸다.
채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빠도 피아노!”
아이는 놀란 것인지 목소리가 커졌다.
채윤이가 건반에서 물러나려던 조성현의 손을 덥석 잡았다.
“아빠도 피아노 좋아요?”
툭하고 던져지는 질문.
조성현은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 조금 고민 해야 했다.
“아빠는… 그냥 조금? 잘 치지는 못해. 채윤이가 아빠보다 더 잘 칠걸?”
그 말에, 채윤이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었다.
가만히 아이를 바라보자, 채윤이 확신이 담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빠는 피아노 잘 쳐.”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말한 채윤이는 슬쩍 손을 움직여 건반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따라란 따라란.
방금 조성현이 연주한 곡을 똑같이 따라했다.
그러더니 고개를 들어 조성현을 빤히 바라보는 채윤이.
누가 봐도 다음 부분을 쳐달라고 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결국 조성현은 볼을 긁적거리다가 손을 뻗었다.
슬쩍 손을 움직여, 연주를 이어나간다.
따라다라 따라다란.
두 마디를 더 연주하고, 손을 멈춘 조성현은 채윤을 바라보았다.
“헤에….”
살짝 입을 벌리고 소리를 내던 채윤은 건반에 손을 올리고 조성현이 쳤던 연주를 똑같이 따라 했다.
너무 잘 친다.
조성현은 결국 흥분해서 두, 세마디씩 연주하면서 채윤이 끝까지 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중간중간은 그냥 자신이 마음대로 편곡하기도 하며 진행했지만, 어쨌든 거의 유사하게 연주를 해봤다.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채윤이 연주를 하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곧잘 연주하는 채윤이는 정말로, 천재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채윤아.”
“네에?”
“혹시 채윤이 이게 무슨 음인지 알아?”
“에?”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채윤이 눈을 깜빡거리며 조성현을 바라 본다.
조성현은 채윤을 보면서 마주 눈을 깜빡거렸다.
에이, 설마.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모르진 않겠지.
그냥 들리는 대로 따라치는 것을 잘한다고 느끼긴 했다.
근데 그게 설마 음계를 모르는 상태에서 그러는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니, 머리 한쪽 구석에서는 채윤이가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했을 도 몰랐지만….
정말로 몰랐을 줄이야.
음계를 모르는 상태에서 피아노 연주를 한다는 걸, 조성현의 머리로는 상상할 수 없었으니까.
“채윤아. 이게 도야.”
“도.”
조성현이 건반을 누르며 말하자, 채윤은 도 음에 맞춰 소리를 냈다.
“이건 레.”
“레.”
“이거는 미.”
“미.”
그렇게 다시 도까지.
채윤은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반복해서 쳤다.
조성현은 채윤이 건반을 치는 동안 옆에서 높이를 조금씩 조절해주며 아이가 편하게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조절했다.
채윤이에게 딱 맞는 높이를 설정하고.
이제 됐다 싶어서 소파로 가려는데, 채윤의 목소리가 그를 막았다.
“아빠아!”
“응?”
“이거는 뭐예요? 파랑 솔 다음에.”
채윤이 그렇게 물어보면서, 방금까지 연주하던 ‘같이 낙엽놀이 할래?’를 다시 연주했다.
조성현은 빠르게 음을 파악하고, 채윤에게 답해주었다.
“시플랫, 미플랫. 그러니까 지금 파, 시플랫, 미플랫. 그리고 솔, 시플랫 미플랫.”
“플랫…?”
채윤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떠올렸고.
조성현은 차분히 하나씩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굉장히 어렵고, 복잡할 수도 있는 부분이었지만 채윤은 조금씩이나마 알아들었다.
조성현은 한참 동안 설명을 해준 후에, 소파에 앉아서 즐겁게 연주를 하던 채윤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근데 채윤아.”
“네에?”
“왜 피아노에 채윤이 이름 적는 게 싫었던 거야? 채윤이 피아노인데.”
“어어… 피아노는 피아노 거니까?”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듯, 의문형으로 말이 끝난다.
하지만 조성현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충격을 받아야 했다.
채윤이는 지금 피아노를 단순히 자신의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피아노를 하나의 독립적인 개체로 여기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조성현은 그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하며, 채윤의 연주를 계속해서 들었다.
너무 예쁘고,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겠다는 말이 어떤 말인지 정확히 이해가 된다.
그는 점점 자신의 딸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그 말은 즉, 주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었고.
“내일이네.”
유미의 앨범 발매가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뜻이기도 했다.
내 딸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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