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65)
265화
침착하려 해도 침착할 수가 없는 발언이었다.
장판석 대표의 성향 자체가, 굳이 빙빙 돌려서 말하지 않는 쪽이라는 걸 조성현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마음의 준비를 했었는데.
이건 또 예상외다.
‘파라다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장판석 대표 덕분에 파라다이스 엔터와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
그래서 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감사 인사를 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 나온 주제는 그가 생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주제였다.
조성현이 약간 당황한 것을 알고, 장판석 대표는 빙긋 웃었다.
결국, 조성현은 장판석 대표가 말하는 ‘계약’이라는 것의 의미를 먼저 파악하기로 했다.
“계약이라면, 어떤 계약을 말씀하시는 건지. 알 수 있을까요.”
조성현의 말에, 장판석은 힐끗 장현아를 한 번 바라보았다가 말을 시작했다.
“복합적인 의미입니다. 뭐,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고. 프로듀서로서도, 아티스트로서도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이 되니까. 계약을 하자는 거죠.”
프로듀서로서도 계약하고 싶고, 아티스트로서도 계약을 하고 싶다는 뜻.
지금껏 조성현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Pan 엔터테인먼트는 조금 더 탐을 내는 것 같았다.
조성현뿐만 아니라, 채윤이도 언급했으니.
“채윤이는….”
“아, 채윤이 같은 경우에는. 아티스트로서 정말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입니다.”
조성현이 장판석 대표를 응시하며 말했다.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던, 또 어떤 계약 조건을 들고 왔던.
그건 조율하면 될 문제였다.
장판석 대표가 이렇게 직접 조성현과 만나는 자리를 만든 것은.
당연히 장현아의 영향도 있겠지만, 장판석 대표가 그만큼 조성현과 채윤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욕심을 내는 거다.
그리고, 장판석 대표가 가진 욕심이 클수록 조성현은 자신에게 조금 더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겠지.
‘장판석 대표님이 직접 올 정도면… 거절을 하긴 무리고.’
아니, 사실 거절할 생각도 크게 없었다.
아티스트 건에 대해서는 조금 더 들어봐야겠지만, 프로듀서로서는 충분히 계약에 응할 생각이 있었다.
다만.
채윤이가 얽혀 있다면 조성현은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회사 하루 이틀 운영할 것도 아니고. 10년 후, 15년 후를 바라보는 거죠. 채윤이가, 성숙한 아티스트가 되었을 때를.”
장판석 대표는 껄껄 웃으며 말을 했고, 조성현은 미소를 지었다.
대충 감이 온다.
장판석 대표는, 꽤 멀리 내다보고 있었다.
방금 그가 말한 것처럼, 10년 15년 후를 바라보는 거다.
어쩌면 Pan 엔터테인먼트의 대표가 장판석이 아닌, 장현아가 되어 있을 수도 있는 그때를.
그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조성현을 끌어들이고 싶은 거고.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고, 머리가 바뀌었을 때 그 머리가 회사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미리 재능 있는 아티스트 한 명을 들여두어서 나쁠 게 없다는 판단이겠지.
거기에, 회사 입장에서 봤을 때.
당장 채윤이와 조성현을 들인다고 해도 크게 투자할 일도 없었다.
그런 상황들을 파악하고 나서야, 조성현은 조금 침착해질 수 있었다.
“채윤이를 아티스트로 키울 생각은 없습니다.”
“딸을 매니저로 키울 생각이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어 있더군요.”
조성현의 말에, 장판석 대표가 곧장 답한다.
그 말에 조성현은 웃음을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장판석도 딸을 둔 아버지인 것이다.
장판석 대표가 말을 이어나갔다.
“아티스트로 키우지 않으려 해도, 채윤이는 아티스트로서 클 게 분명한데. 그럼 미리 준비해두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조성현은 그의 말에 신중히 고민했다.
아이의 뜻대로 하고 할 수 있게 하고 싶었고, 아직까지 채윤이는 음악을 사랑하고 있었다.
아티스트로서의 길을 걷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클래식 연주자가 되던, 대중 가수가 되던, 아니면 작곡가가 되던.
음악 쪽으로 계속해서 아이는 자신의 영역을 넓혀 나갈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 회사의 지원이 있다면 분명, 아이에게도 이득이 되리라.
‘그래도 역시.’
채윤이의 의견을 한 번 정도는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어쨌든 계약서를 쓰는 건 채윤이였고.
그럼 본인의 의견을 확인해 봐야 할 테니.
마냥 좋다고 할 것 같긴 하지만….
“이 부분은 채윤이와 이야기를 한 번 해보고, 현아씨를 통해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좋습니다. 아이의 일인데. 아이와 이야기도 해야죠. 조성현씨의 계약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조금 더 자세히 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을 했다.
그의 말에 장판석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 두드렸다가 입을 열어 말을 이어나갔다.
“그냥, 조성현씨는 지금 하던 것처럼 계속하면 됩니다. 충분한 지원이 있을 거고, 굳이 원하지 않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되는 형식이 될 거예요.”
“…….”
조성현은, 조용히 장판석 대표를 바라보며 그가 말을 이어나가기를 기다렸다.
머릿속에서 계산기가 돌아간다.
내주어야 할 것과 받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지금 하던 것처럼 계속하면 된다고는 하지만, 요구하는 게 전혀 없진 않겠지.’
회사 입장에서는 그냥 아무것도 터치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다.
어떤 아티스트가 컴백을 하는데, 곡을 하나 써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겠고.
프로듀싱을 요구할 수도 있겠지.
아티스트로서의 역할은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닐 거다.
대신 받는 것들도 분명 있을 테지.
예를 들어.
‘작업실이 제대로 제공되겠지.’
지금 조성현이 쓰는 작업실은, 사실상 회사의 호의라고 봐야 했다.
그는 프로듀서로서 유미, 서예나와 작업을 하면서 작업실을 제공 받았지만….
회사가 그렇게 작업실을 제공해줘야 할 의무는 전혀 없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회사도, 조성현도 마음 편히 작업실을 제공 받을 수 있게 될 거다.
다른 부분들은, 계약에 관련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점일까.
귀찮은 일들은 회사가 알아서 처리 해줄 테고, 조성현은 음악 활동에만 집중하면 된다.
지금 당장은 사실 귀찮은 일이 그리 많이 일어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미 채윤이랑 같이 연주한 미튜브의 영상의 조회 수가 수십만이다.’
그중에는 일반인도 있겠지만, 업계 관계자들도 있을 게 분명했다.
어쩌면, 귀찮은 일이 점차 생길 수도 있다.
프로듀서로서든, 아니면 아티스트로서든.
그런 부분에 있어서 회사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는, 장점이 많다.
장판석 대표는 슬쩍 고개를 돌려 장현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대신, 우리 현아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는 가능하면 참가하는 걸로. 이 정도면 서로에게 만족스러운 계약이 될 것 같은데요.”
조성현은 장판석의 그 말을 듣고, 장판석이 정말로 작정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장현아를 위해서 제대로 길을 만들어주려, 직접 이렇게 조성현을 설득하고 있는 거다.
“제가 없어도, 현아씨는 충분히 어떤 프로젝트라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선배님이 없으면, 조금 더 돌아가야 할 테니까요.”
조성현의 말에 답을 한 것은, 장현아였다.
지금까지 조용히 장판석과 조성현이 나누는 대화를 지켜보던 장현아였지만.
결국 자신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판단을 한 모양.
“…….”
조성현은 장현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장현아가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제가 낸 의견에 온전히 동의해 주신 분은 선배님 한 분뿐이었어요. 호흡도 잘 맞고, 바라보는 방향도 같은 존재가 바로 옆에 있는데. 굳이 다른 사람을 찾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장현아는 단단한 목소리로 말을 했고.
조성현은 풀썩 웃었다.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장현아의 모습은, 미래의 그녀를 떠올리게 했다.
“맞는 말이네요. 좋습니다. 계약하시죠.”
단순히 계약 조건만 보고 결정을 내렸다기보다는, 장판석과 장현아를 보고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그를 구속하거나 강제로 일을 시킬 이들이 아니라는 걸, 조성현은 확신했으니까.
장판석이 껄껄 웃었다.
“그럼, 우리 딸 잘 부탁하겠습니다.”
장판석 대표의 말에, 조성현은 순간 멈칫거렸다.
딸을 잘 부탁한다니.
말이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걸 지적하기에는 장현아가 너무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결국.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답했다.
* * *
“으으음….”
서예나가 침음성을 흘렸다.
결국, 그걸 보던 우경수 팀장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살짝 돌려 서예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인데.”
“응?”
“아까부터 계속 나 고민 있어요 하는 얼굴이잖아.”
“티 났나?”
“대놓고 그러고 있었는데 티는 무슨.”
우경수 팀장이 고개를 흔들면서 답한다.
그녀의 말에 서예나가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입을 열었다.
“앨범 때문에.”
“앨범? 고민하는 거 있으면 말해. 음악적인 거 아니면 내가 처리하고, 음악적인 거면… 성현씨한테 말하면 되니까.”
“음악적인 건데. 그 사람한테 말하기는 좀 그러네.”
“……?”
서예나의 말에, 우경수 팀장은 의아한 눈빛을 했다.
앨범을 준비하면서 음악적 고민이 있을 때마다 바로바로 조성현에게 전화하거나, 그를 찾아가던 서예나였다.
그런 그녀가 음악적인 걸 조성현에게 묻기가 좀 그렇다고 하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우경수 팀장의 의문을 알아차린 것일까.
서예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까 성현씨한테 전화 왔었거든.”
“왜?”
“우리 수록곡 있잖아. ‘비하인드’라고.”
“응. 알지.”
“그 곡을 내가 혼자 소화하는 것보다, 피쳐링을 받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피쳐링 받기로 했어?”
우경수 팀장이 물었다.
서예나라면, 아마 조성현의 제안을 거절하진 않았을 거다.
그렇기에, 그녀는 서예나가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을 보고도 동요하지 않았다.
“응. 일단 누가 좋을지 한 번 고민해보기로 했는데….”
“누가 좋을지 생각이 안 나는 건가?”
고민이 있다고 했으니, 피쳐링을 누구한테 받을지 고민을 하고 있었던 거겠구나 싶었는데.
서예나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이었다.
“아니, 한 사람 밖에 생각이 안 나서 문제인 거야.”
그 말에, 우경수 팀장은 의아한 얼굴을 했지만.
서예나는 고민에 잠긴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