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70)
270화
조성현은 스읍하고 숨을 들이켰다가, 입을 열었다.
녹음을 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었기에, 당연히 낯설진 않았다.
다만, 마음가짐은 조금 달랐다.
지난번 녹음들은 전부 그냥 가이드 녹음을 하는 것 정도였으니까.
굳이 열심히 할 필요 없이, 이런 느낌이라는 것만 표현하면 되는 녹음들이었으니 부담이 있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이번 녹음은 꽤 다르다.
단순히 가이드 녹음이 아니라, 조성현 자신이 아티스트로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녹음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처음부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노래를 부르기로 마음을 먹었다.
-비하인드 더 씬.
-내 인생의 뒤에는 네가 모르는 노력들이 있어.
잔잔하지 않았다.
곡 자체는 잔잔하게 시작되는 분위기였지만, 조성현이 부르는 파트는 전부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파트들이었다.
파워풀하게 등장해야 하는 파트.
조성현은 거기에 걸맞게 강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며 보컬을 뽐냈다.
그는 기본적으로 메인 보컬이 드러내는 감정과는 반대되는 감정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 메인 보컬은 이예린.
그녀가 녹음할 때 서예나의 느낌을 담기 위해 디렉팅 방향성을 그렇게 정했었다.
감정도 서예나가 부를 감정을 그대로 사용했고.
여기서 이예린이 드러내는 감정은, 슬픔과 고통이었다.
어떻게 보면, 억울함이 될 수도 있는 감정.
아무것도 모르면서 욕하지 마.
나도 노력했고,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기까지 나는 죽어라 달려왔어.
그렇게 호소하듯 쏘아내는 감정들이었다.
하지만 조성현이 보내는 감정은, 전혀 달랐다.
-비하인드 더 씬.
-우리의 사랑 뒤에는 서로가 보지 못하는 노력이 숨어 있어.
조성현이 표현하는 감정은, 고마움과 아련함이었다.
너는 몰라도 돼, 그냥 행복하기만 해.
그렇게 말하듯, 조성현은 기쁘게 노래했다.
완전히 반대되는 감정으로 보컬이 쏘아지듯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길게 호흡을 내뱉은 조성현은, 쓰읍 하고 다시 숨을 들이켰다.
그것으로, 일단 1차 파트는 끝이 난다.
이걸 두 번 정도 더 해야 하는데, 전체적으로 녹음을 하고 들어본 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들만 따로 다시 녹음할 생각이었다.
-와 프로듀서님 진짜….
“네, 예린씨.”
-말도 안 되게 잘하시네요. 지난번에 가이드 녹음할 때도 감탄스럽긴 했는데, 오늘은 무슨 저 잡아먹으려고 하는 줄 알았어요.
이예린이 웃으며 말한다.
조성현은 미소를 지었다.
서예나가 메인 보컬을 할 곡이지만, 일단 지금 당장은 이예린이 메인 보컬을 녹음했으니.
그녀가 그렇게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조성현은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파트를 불렀고.
이예린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조성현으로서는 이예린의 보컬을 잡아먹을 정도로 임팩트 있는 보컬을 뽐낼 수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이예린이 연습생들 중에서 실력이 좋다고 하지만, 서예나와 비교하긴 힘들었다.
서예나의 보컬과 비등비등하게 부를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이예린의 보컬을 누를 수 있을 정도로 불러야 했다.
적어도 그 파트 만큼은, 두 명의 주인공이 있어야 했다.
그래야 곡의 균형이 맞는다.
“바로 다음 파트 시작해 주세요.”
-넵.
이예린이 바로 답을 하고는 버튼을 누른다.
조성현은 다시 한번 녹음을 준비했다.
그의 보컬이 녹음실을 가득 채우고.
얼마 후, 녹음을 다 마친 그는 헤드셋을 벗고 녹음 부스를 빠져나왔다.
느낌이 조금, 이상했다.
가이드 보컬을 녹음할 때와는 전혀 다른, 자신이 진지하게 보컬을 녹음한 것이다.
아직 조성현도 녹음된 것을 듣지 않아서, 궁금했다.
자신의 보컬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객관적으로 녹음을 해서 그걸 판단해 본 적이 없기에, 조성현 본인도 궁금했다.
“수고하셨습니다.”
“프로듀서님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왜 가수 안 하세요…? 당장 데뷔 하셔야 할 실력인데.”
녹음 부스를 빠져나오자마자 이예린과 다른 연습생들이 박수를 치며 말을 걸었다.
조성현은 풀썩 웃음을 흘렸다.
그녀들의 칭찬은 꽤 기분 좋았다.
“그냥, 기본만 하는 거죠.”
조성현은 그렇게 답을 하고는 의자에 앉았다.
그런 그를 보고는 연습생들이 동시에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기본만 하다뇨.”
“제가 볼 땐 저희랑 프로듀서님이랑 ‘기본’이라는 기준이 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서예나 선배님이랑 유미 선배님이랑 작업하고 그러시다 보니까 선배님들 기준이 된 것 같은데….”
하이톤으로 말들이 오가고.
조성현은 웃으며 자신이 방금 녹음한 보컬을 재생시켰다.
신이 난 목소리로 떠들던 연습생들이 순식간에 입을 다물고 조용해진다.
조성현은 팔짱을 끼고, 진지한 얼굴로 자신의 보컬을 듣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3개의 파트를 전부 다 들은 조성현은, 묘한 얼굴로 볼을 긁적거렸다.
‘꽤… 괜찮은데?’
자신의 보컬은, 그가 듣기에도 나쁘지 않았다.
아주 형편없는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인 수준이 아니라… 꽤나 준수한 보컬이 나왔다.
물론 곡의 특성상, 자신이 만든 곡이기에 조성현이 이 곡에 대한 이해도가 압도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었던 덕도 있을 거다.
그뿐만 아니라, 이예린이 급하게 와서 녹음한 것이니, 그녀의 보컬과 비교되는 측면도 있겠지.
그런 걸 다 생각을 해보더라도 조성현의 보컬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이 정도면, 예나씨랑 같이 녹음 해도 많이 밀리진 않겠네.”
조성현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의 중얼거림을 들은 이예린은 어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프로듀서님.”
“네, 예린씨.”
“이제 그만 인정하세요.”
“뭘요?”
“프로듀서님 노래 엄청 잘하세요. 진짜로요.”
이예린이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그녀의 말에 뒤에 있던 다른 연습생들도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동의한다.
“맞아요. 프로듀서님 노래 장난 아니세요.”
“지난번에도 잘하셨는데, 방금은 작정하시고 부르신 건지. 지난번보다 훨씬 더 잘 부르시는데요?”
연습생들이 열심히 칭찬했고, 조성현은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저한테 그렇게 칭찬해 줘도 뭐 나오는 거 없어요.”
“칭찬이라뇨. 그냥 솔직하게 말씀 드린 건데요.”
이예린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조성현은 다시 한번 웃음을 흘렸다.
녹음은 그렇게 끝났고.
이예린과 다른 연습생들은 다시 연습을 위해 돌아갔다.
홀로 남은 조성현은 방금 녹음한 것을 만지작거리며 이예린의 보컬과 자신의 보컬을 나란히 들었다.
곡의 완성도를 따지면, 확실히 균형도 잘 맞고 자신의 보컬이 없는 것보다 훨씬 더 풍부한 느낌이 들었다.
서예나 혼자 부르면, 이런 느낌이 나지는 않겠지.
조성현은 가만히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 하고 두드렸다.
“진짜 한 번 해봐…?”
그가 작게 중얼거렸다.
* * *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에, 신경화 교수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네, 들어오세요.”
그 말에,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익숙한 얼굴이 빼꼼 등장한다.
정세연 피아니스트.
신경화 교수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왔어?”
“네. 기다리신 거 아니죠?”
“기다리기야 오늘 아침부터 기다렸지.”
신경화는 그렇게 말을 하며 소파에 앉았고, 정세연 피아니스트가 웃음을 흘리며 마주 앉았다.
“갑자기 저녁 드시자고 하시기에 좀 놀랐어요. 무슨 일인가.”
정세연 피아니스트가 말을 꺼냈다.
그녀는 바로 어젯밤 연락을 받고 오늘 저녁을 함께하기로 한 상황이었다.
약간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자신이 한국에 없었으면 큰일이었겠다 싶은 생각도 하고 있었다.
“별일은 아니었어. 그냥, 내가 최근 정신이 없어서 이제야 미튜브 영상을 봤거든.”
“미튜브 영상이요?”
정세연이 눈을 살짝 크게 뜨며 묻는다.
그녀의 반응에, 신경화는 입꼬리를 올렸다.
정세연도 아직 미튜브 영상을 못 봤구나.
신경화는 얼른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방금까지 보고 있던 영상을 처음부터 재생하고는 정세연에게 넘겼다.
정세연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신경화가 내미는 스마트폰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어? 이거 채윤이랑 채윤이 아버님 아니에요?”
“맞아. 채윤이랑 성현씨.”
“거리에서 버스킹도 했나.”
“버스킹하던 사람들 악기 빌려서 연주하는 거라고 하더라.”
신경화의 설명에, 정세연이 신기하다는 듯 시선을 화면에 고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세연의 눈은 점점 더 커졌다.
영상 속의 채윤이와 조성현은, 제대로 된 연주를 선보이고 있었다.
중간중간 실수하기도 하지만, 그 실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은 너무 잘 알고 있는 정세연이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이건….”
“어때?”
“채윤이가 지난번에 교수님이 가르쳐주신 것을 잘 배웠나 보네요.”
정세연이 말했다.
그녀는, 실제로 많이 놀랐다.
지난번에 한국 예술 대학교에서 신경화 교수와 호흡을 맞췄던 때가 떠오른다.
그 연주는, 채윤이를 위한 연주였다.
신경화 교수가 채윤이에게 내주는 숙제이기도 했고.
채윤이는 그 숙제를 알아듣고, 완벽하게 보여준 것이었다.
더욱 강한 존재감을 보여주며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을 듯, 또 동시에 서로가 의지하는 그런 연주를 선보이진 못했지만.
그건 아직 숙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음악이 완벽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은 것 때문에 그런 것이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분명 신경화 교수와 정세연, 자신이 선보였던 것과 같은 연주를 할 수 있게 되리라.
“더 놀라운 건 뭔지 알아?”
“뭔데요?”
“그 영상, 촬영된 게 바로 그날 저녁이야.”
“네?”
“우리가 연주했던 그 날 저녁. 저런 연주를 했다고. 채윤이랑 성현씨가.”
신경화 교수가 말을 했고.
정세연 피아니스트는 살짝 입을 벌렸다.
그게 말이 되나?
“아니, 그게 무슨.”
“날짜 확인해봐.”
그 말에 정세연은 얼른 시선을 움직여 영상이 업로드된 날짜를 확인했다.
자신과 신경화 교수가 연주했던 다음 날 올라온 영상이다.
그럼 정말로, 그날 이런 연주를 선보인 것이다.
“벌써 조회 수도 80만이야.”
“와….”
“숙제 내준지 하루 만에 다 풀어서 온 학생인데, 그걸 이제 확인 했네.”
신경화 교수가 웃으며 말했다.
숙제를 내준 지, 하루 만에 성장해서 훌륭한 답안을 가지고 왔다.
그런 아이를, 한동안 확인하지 못했으니.
궁금했다.
하루 만에 저 정도 답안을 가지고 온 아이라면, 지금까지는 또 얼마나 성장을 했을까.
어떤 경험을 하고, 자신의 음악을 얼마나 더 확실하게 만들어 놨을까.
너무 궁금했다.
“레슨, 잡아야겠어.”
“그래야죠. 이 정도면 진짜….”
정세연 피아니스트가 얼른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을 하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신경화가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너도 같이 레슨하면 어떨까 싶어서 부른 거야.”
“… 네?”
정세연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신경화 교수를 바라보았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