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80)
280화
배철우는 흥미로운 눈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채윤이와 조성현의 연주 영상이다.
이미 열 번은 더 본 영상이었지만, 볼 때마다 신기했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했다고 들었는데.’
그런 아이가 이 정도 연주가 가능하다니.
세상에는 얼마나 대단한 재능들이 존재하는 걸까.
지금까지 배철우는 꽤 많은 천재들을 만나왔다.
수십 년을 이 판에서 활동했으니, 재능있다고, 정말로 천재라고 불리는 이들을 만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많은 천재들이 성공했고, 배철우는 그런 이들이 성공하기 전에 미리 알아보았다.
성공할 이들은 딱 봐도 그냥 보인다.
지금은 1인 기획사로서 움직이지만, 예전에는 소속되어 있던 회사의 대표가 직접 찾아와서 연습생들을 봐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었다.
누가 잘 될 건지, 안 될 건지.
가장 잘 판단하는 이 중 하나가 바로 배철우였으니까.
그는 스스로를 천재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남들은 전부 배철우를 천재라 말했다.
음악에 있어서 분명 재능이 있었고, 그건 그냥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것에 대한 재능이 아니었다.
듣고, 분석하는 것에도 그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배철우는 항상 노력했다.
라디오를 진행할 당시 수많은 곡들을 듣고, 듣기 좋은 곡들을 직접 골라서 플레이 리스트를 짰다.
그 곡들 중 대부분은 차트 상위권을 찍었거나, 나중에 역주행하고는 했다.
그리고 그런 그가 최근 꽂힌 게 바로 이 영상이었다.
조성현과 채윤이가 연주를 하는 영상.
정말 대단한 재능을 가진 아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보자마자 곧바로 미튜브 섭외를 진행했고, 결국 오늘 답이 왔다.
함께 촬영해보자고.
꽤 기대되는 촬영이었다.
그렇게 영상을 보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선배님, 허가 나왔습니다.”
“어디서?”
동시에 진행하는 일들이 많아서, 무슨 허가를 말하는지 그는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대한 예술 사립학교에서요.”
“아.”
배철우가 가볍게 입을 열어 소리를 냈다.
큰 기대 없이 연락해본 곳이었다.
대한 예술 사립학교는 콧대가 높기로 유명하니까.
재정적으로도 부족함이 없고, 꽤 많은 ‘기득권층’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렇기에 무언가 지원을 받을 때 가장 우선적으로 받는 학교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가지고 있는 기준이 높았는데, 지금까지 대한 예술 사립학교를 촬영한 팀이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그건 알 수 있었다.
이번 촬영도 사실 역시 가장 좋은 것은 대한 예술 사립학교였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촬영할만한 다른 장소도 알아보고 있었는데….
허가가 났다니, 조금 의외이면서 동시에 이해가 되기도 했다.
‘특별 대우받는다고 듣긴 했는데, 진짜 특별 대우네.’
이 판에서 벌써 수십 년을 일했다.
클래식 쪽 종사자들과도 잘 알고 지내고, 대중음악 종사자들과도 잘 알고 지낸다.
그리고 둘 다, 채윤이에 대해서 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그는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Pan 엔터테인먼트 쪽으로도 친분이 있고, 이미 파라다이스 엔터와도 연결이 되어 있다.
물론 이건 온전히 채윤이가 해냈다기보다는 아이의 아빠가 한 것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채윤이도 그 덕을 보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거기에, 클래식 쪽으로는 무려 신경화 교수가 붙었다.
그녀의 행보는 클래식계에서도 꽤나 주목받기 때문에, 신경화 교수가 움직이는 것에는 다들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클래식계에서 연이 좀 있다 하는 사람이라면 신경화 교수가 최근 어린아이 하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거고.
연이 꽤 있는 사람이라면, 그 아이가 채윤이라는 것도 알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배철우의 경우, 연이 꽤 있는 쪽이었다.
신경화 교수가 채윤이를 위해서 이미 일을 꽤 벌였다는 것을 그는 파악하고 있었고.
그게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대한 예술 사립학교가 촬영 허가를 내줄 정도로 특별 대우를 받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이 정도 특별 대우를 받으면서.
수많은 아티스트들, 연주자들의 관심을 받는 아이.
과연 채윤이의 실제 연주 실력은 어떨지, 궁금하다.
“아, 그리고 그쪽에서 자세한 촬영 내용이랑 시간, 그리고… 교장 선생님이 참관이 가능한지 물어봤습니다.”
“촬영 내용은 정리해서 보내주고, 시간은 넉넉히 두 시간 정도로 할까? 날짜는 일단 최대한 빨리 가능한 날짜 잡으면 좋을 것 같고.”
“알겠습니다. 교장 선생님 참관 건은 어떻게 할까요?”
미튜브 촬영은 가능하면 적은 인원으로 진행하는 게 부담도 덜고 좋아서, 보통 촬영할 때 인원이 총 다섯을 넘지 않게 하려 노력하는 그들이다.
하지만, 배철우는 그런 것들을 전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참관 가능하다고 답해줘. 어차피 아이 아빠도 참관해야 하는 상황이고. 학교에서 촬영 허가 내줬는데 교장 선생님이 참관하지 못하면 그것도 말이 안 되잖아.”
“네, 그럼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배철우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가 다른 방송 활동을 중단하고, 미튜브 활동을 시작한 이유는 하나였다.
자유로움.
그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싶었다.
음악이 좋았고, 어디에 얽매이거나 무슨 규칙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미튜브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꽤 재미있는 콘텐츠를 진행하면서 자신도 즐길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대중들도 사랑을 많이 해줘서 100만 구독자를 달성하기도 했고.
기념으로 골드 버튼도 받았다.
아직 미튜브 영상에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채윤이의 영상과 함께 공개하게 되겠지.
골드 버튼 언박싱 내용도 담겨 있으니, 무슨 영상과 함께 공개하던 괜찮은 반응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채윤이의 영상을 보고, 아이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보자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골드 버튼이 메인이 아니라, 채윤이가 메인이 되겠구나.
‘이번 건 진짜…’
역대급이 되지 않을까.
배철우가 속으로 생각했다.
* * *
그런 날이 있다.
채윤이가 학교를 마치고 나서도 조성현이 회사에서 일해야 하는 날.
스케줄 문제도 있는 거고, 어쩔 수 없이 잔업을 해야 하는 날도 분명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그냥 곡 작업을 하는 것이라면 집에 가서 해도 되겠지만, 오늘은 서예나와 함께 호흡을 맞춰서 가녹음을 한 번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서예나의 스케줄 상, 오늘 저녁에 녹음하는 게 가장 편한 상황.
채윤이가 조성현이 일하는 것을 지켜보는 걸 꽤 좋아하니 다행이었다.
애초에 아니었다면, 서예나의 스케줄 상 오늘 저녁 녹음이 가장 편하다고 했어도 조성현은 가능하면 다른 날 녹음을 진행하려 했을 거다.
어쨌든,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었고.
조성현은 채윤이의 학교가 끝나자 함께 회사로 향했다.
“오랜만에 아빠 회사 간다.”
채윤이는 조금 신난 듯한 기색이었다.
개학한 후로 이렇게 일을 하러 Pan 엔터테인먼트에 간 적이 없었다.
아이는 회사도 회사지만, 가서 서예나를 볼 생각에 신나 있었다.
조성현이 노래를 한다는 것에 신이 나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얼른 녹음 다 하고 저녁 먹자. 예나 언니가 맛있는 거 사준다고 했어.”
“맛있는 거? 어떤 거?”
“그건 모르겠네. 채윤이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사달라고 하자.”
“먹고 싶은 건 없는데… 맛있는 건 다 좋아.”
채윤이는 맑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아이의 손을 잡고 걸음을 서둘렀다.
회사 정문 쪽으로 다가가자, 장현아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조성현은 장현아를 발견하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서예나의 녹음을 진행하는 것이기에, 가수 1팀이 아니라 가수 2팀 소속 직원이 나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던 것.
“안녕하세요. 선배님. 채윤이도 안녕?”
“언니 안녕!”
채윤이가 장현아에게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한다.
“퇴근하시는 길이에요?”
“아뇨, 선배님 마중 나왔죠. 제가 그래도 선배님 담당이잖아요. 하는 일이 없어서 그렇지.”
“아.”
조성현은 그제야 이해했다.
아티스트로서 조성현, 그리고 채윤이를 담당하는 매니저는 장현아였다.
지금까지는 조성현이 워낙 혼자 잘 다녀서 장현아가 크게 할 일이 없었던 것뿐이었다.
‘일이 없기도 했고.’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했다.
장현아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몸을 움직였다.
“그럼, 들어가시죠.”
그녀가 길을 안내했다.
녹음실이야 자주 가는 곳이었으니 조성현도, 채윤이도 낯설지만은 않았다.
“예나씨는 오시는 길이라고, 5분 10분 정도 더 걸린다고 하십니다.”
“그럼, 세팅하고 있죠.”
조성현은 간단히 장비들을 세팅했다.
오늘 본격적으로 녹음을 하는 것은 아니고, 가녹음을 진행하는 날이기에 엔지니어가 따로 붙지는 않았다.
그냥 있는 사람들끼리 진행할 생각이었다.
채윤이도 있고, 장현아도 장비를 조금 만질 줄 아니 그리 걱정은 없었다.
조성현이 세팅을 마칠 때쯤, 서예나와 우경수 팀장이 녹음실에 도착했다.
“와. 채윤아 안녕. 언니가 채윤이 너무 보고 싶었어.”
서예나는 오자마자 채윤이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얼굴로 아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채윤이를 안으려 두 팔을 벌렸고, 아이는 서예나를 거부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
“안녕하세요. 팀장님.”
“네, 성현씨. 오늘도 잘 부탁할게요.”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조성현은 우경수 팀장과 인사를 나눴다.
조성현과 채윤, 장현아.
서예나와 우경수 팀장까지 해서 모인 인원은 총 다섯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인원이었기에 일은 깔끔하게 진행되었다.
“그럼 한 번, 해볼까요?”
서예나가 채윤이와 대화를 나누다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을 한다.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단 서예나의 파트부터 녹음하기로 했다.
그녀의 보컬을 자주 듣긴 했지만, 이번 곡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보컬을 뽐낼지 모르겠어서 조성현은 조금 긴장했다.
그가 긴장하는 게 전혀 티가 나지 않았고, 다들 전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채윤이만큼은 달랐다.
아이는 어느샌가 다가와 조성현의 앞에서 두 팔을 벌렸다.
그런 아이를 보자마자, 긴장이 사라진다.
조성현은 채윤이를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 녹음 준비를 마쳤다.
그러는 사이, 서예나가 녹음 부스로 들어가 헤드셋을 착용한다.
-아아, 너무 무리 안 하는 선에서 진행할게요.
서예나가 마이크에 대고 말했고, 조성현은 손을 들어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어차피 가녹음이니,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녹음이 시작되었고.
서예나는 무리하지 않겠다는 말을 한 것이 무색하게, 훌륭한 보컬을 뽐냈다.
‘아, 나도 진짜 제대로 해야겠네.’
서예나의 보컬을 들으며,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