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83)
283화
촬영은 잘 이어졌다.
사고가 날 만한 부분도 없었고, 채윤이가 워낙 자연스럽게 잘 행동해준 덕분에 촬영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아이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신경화 교수와, 정세연 피아니스트의 레슨을 받을 때도 아무렇지 않게 레슨을 받는 채윤이다.
심지어 미튜브에도, 뮤직비디오에도 몇 번 출연한 적이 있는 아이였는데.
그런 채윤이가 어디 뭐 배철우와 함께 연주하는 것으로 긴장을 해서 버벅거릴 리는 없었다.
함께 연주한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이 끝나고.
채윤이는 무언가 개운한 표정으로 건반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배철우는 놀란 눈으로 건반에서 손을 내리며 채윤이를 바라본다.
“아니, 이건 진짜… 어떻게 이런 연주가 가능한 거지 싶을 정도인데. 혹시 저 만나기 전에 따로 레슨 받은 게 있는 거예요?”
배철우가 물었다.
채윤이는 그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지난번에 신경화 선생님한테 배운 곡이에요.”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을요?”
“네. 그때는 아빠랑 같이 연주 했는데….”
“아빠랑…?”
채윤이가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나갔지만, 배철우는 그 중간에 들린 ‘아빠’라는 단어에 헛웃음을 흘리며 시선을 움직여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신경화 교수에게 레슨을 받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녀가 채윤이라는 아이에게 굉장히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건, 이쪽에서 인맥이 좀 있다면 금방 알 수 있는 정보였으니까.
따로 알아보지 않으면 퍼지지는 않겠지만, 채윤이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조사를 해본 배철우로서는 당연히 알 수밖에 없는 정보.
근데 채윤이의 아버지인 조성현도 신경화 교수에게 레슨을 받고 있다는 건 몰랐다.
채윤이가 방금 선보인 연주는, 꽤나 수준 높은 연주였다.
여기에 호흡을 맞출 수 있을 정도의 연주 실력이라면, 조성현의 연주도 그리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라는 거다.
‘애초에, 신경화 교수가 아무에게나 음악을 알려주는 사람은 아니니까.’
선별되고 또 선별된 사람들에게만 음악을 가르친다.
신경화는 그런 사람이었고, 조성현이 그 선별된 사람 중 하나인 것만으로도 그의 실력은 증명된다는 것이다.
“신경화 교수님께 배웠다면, 이런 연주도 조금은 이해가 되는데… 애초에 신경화 교수님께 레슨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대단하네요.”
배철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다음 진행을 해나갔다.
즉석에서 곡을 몇 번 더 맞춰보고, 채윤이와 편하게 수다를 떤다.
채윤이는 긴장하거나 하지 않고, 배철우의 진행에 따라 같이 잘 촬영해나갔다.
가끔 조성현이 있는 쪽을 힐끗거리는 것 말고는 배철우와 카메라를 바라보면서 또렷하게 대답하기도 해서 어느새 다들 기분 좋은 미소를 보이며 채윤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 저와 함께 촬영한 모든 분들에게 드리는 공통 질문인데요.”
배철우는 채윤이를 앞에 두고 입을 열었다.
그가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을 듣고, 조성현은 배철우가 어떤 질문을 던질지 예상할 수 있었다.
며칠 동안 배철우의 미튜브 영상을 몇 개 둘러보았고, 그가 말하는 ‘공통 질문’이 뭔지 알 수 있었던 것.
“우리 채윤 양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가 누군가요?”
배철우가 묻고.
채윤이는 그 질문을 받고는 활짝 웃었다.
무슨 답을 하려 저렇게 맑게 웃음을 보이나 싶었는데.
이어지는 채윤이의 답에 조성현은 당황스러운 얼굴을 해보여야 했다.
“아빠요!”
아이는 망설임 없이, 그렇게 답했다.
배철우 또한 눈을 깜빡거리면서 시선을 움직여 조성현을 바라보았고.
카메라를 들고 있던 카메라맨의 시선도 조성현에게로 향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카메라도 돌아가면서 조성현을 비췄고.
조성현이 어색하게 웃었다.
* * *
“선배님 오늘 진짜 대박이었어요. 역대급으로 조회 수 터질 것 같은데….”
함께 미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촬영을 담당하는 이의 말에, 배철우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채윤이 진짜 대박이긴 하더라. 영상으로 본 것보다 훨씬 더 연주 잘하던데. 영상에서 덜 표현이 된 거였나 봐.”
배철우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했다.
카메라맨은 크으 하고 감탄을 흘리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연주도 너무 잘하고, 뭐랄까… 아빠 바라기 느낌이 강한데 그게 또 보는 사람들이 전부 아빠 마음이 되게 하더라고요.”
카메라맨의 말에 배철우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맑게 웃고 있는 채윤이와 조성현을 응시했다.
마지막 질문,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는 누구냐는 물음에 채윤이는 조성현이라고 망설임 없이 답을 했었다.
배철우는 웃으며 질문을 정정했다.
‘가장 존경하는 음악가는?’
그리고 그 질문에도, 채윤이는 조성현이라고 답을 했다.
그 답에서, 배철우는 채윤이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채윤이를 안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답을 하는 채윤이의 눈은 더없이 진지했고 한 점의 거짓도 담겨있지 않았다.
가장 좋아하며, 가장 존경하는 음악가가 정말로 조성현인 것이다.
조성현이 그냥 아빠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한 명의 음악가로 바라보았을 때도 가장 좋은 것이고, 또 가장 존경스러운 것이다.
채윤이의 그 마음을 읽고.
배철우는 방금 카메라맨이 말한 것처럼, 그저 ‘아빠 마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 채윤이가 온 국민의 딸이 되는 것 아닐까.
배철우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몸을 돌렸다.
* * *
촬영이 끝났고.
조성현은 카메라가 꺼지자마자 채윤이를 안아 들었다.
아까는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너무 뿌듯하기도 했다.
아이가 기특하기도 했고.
“수고했어 채윤아.”
“응.”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가 맑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린다.
한 시간이 조금 넘게 이어진 촬영이었지만, 채윤이는 딱히 지친 기색이 없었다.
그냥 평소와 같은 모습.
그런 아이를 보고, 조성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옆에서 성하연이 다가온다.
“너무 멋졌어 채윤아.”
성하연은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며 채윤이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의 말에 채윤이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박아린에게는 이렇게까지 과하게 예를 차리진 않는데, 아무래도 성하연이 교장 선생님이다 보니 조금은 부담스러운 게 있는 모양이다.
성하연도 그걸 알아차렸다.
그녀는 최대한 부드러운 모습을 유지하려 애쓰며 말을 이어나갔다.
“파가니니는 지난번에 신경화 교수님하고 정세연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거 보고 연습 시작한 거야?”
“네. 원래는 혼자 하다가, 나중에 신경화 선생님 집에서 세연 언니가 알려줬어요.”
“정세연 피아니스트가?”
“네.”
아이의 답에 성하연은 슬쩍 시선을 조성현에게로 돌렸고, 조성현은 작게 고개를 끄덕여 아이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렸다.
성하연은 신경화 교수를 잘 알았기에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채윤이를 정세연 피아니스트가 레슨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신경화 교수는,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가장 욕심 많은 사람 중 하나였다.
인자하고, 베푸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것은 꼭 손에 넣어야 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그런 성격 덕분에, 신경화 교수가 그 위치까지 갈 수 있었던 것 아닌가.
그리고 성하연이 알기로 신경화 교수가 최근 가장 탐내는 것은 곡도, 어떤 다른 음악도 아닌 채윤이라는 아이였다.
불세출의 천재.
그저 신동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아이.
정말로, 세기의 천재가 나타난 것 아닌가 싶을 정도의 재능을 가진 채윤이를, 신경화는 탐내고 있었다.
근데 자신이 탐내는 아이를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긴다고?
신경화 교수의 성격상, 그리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자신의 가르침과, 정세연 피아니스트의 가르침을 둘 다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재능이라고 판단을 했거나.
아니면 채윤이보다 더 탐나는 게 생겼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성하연이 속으로 생각을 하며 힐끗 조성현 쪽을 바라보았다.
조성현은 잔잔한 미소를 보이며 그저 채윤이를 바라볼 뿐이었다.
‘둘 중 하나가 아니라면….’
만약 그렇다면, 둘 다 해당하는 상황일 거다.
그리고 성하연은, 둘 다 해당하는 상황이었을 것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중에 교수님께 연락드려봐야겠네.’
신경화 교수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정말로 클래식계에서 지각변동이 있을 수도 있다.
과연, 앞으로 이 음악계는 어떻게 흘러갈까.
너무 궁금했다.
성하연은 슬쩍 미소를 보이고는 입을 열었다.
“채윤이 대단하네 정말. 신경화 교수님이랑, 정세연 피아니스트한테 레슨도 받고. 배철우랑 미튜브도 촬영하고.”
그녀의 말에 채윤이가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아이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보인 후, 성하연은 몸을 돌렸다.
조성현은 그녀가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시선을 움직여 장현아를 찾았다.
장현아는 매니저로서, 배철우에게 인사를 하면서 연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배철우도 허허 웃으면서 말을 해주고 있고.
대화가 끝이 났는지, 장현아가 고개를 들어 올린다.
그녀는 두리번거리다가 조성현과 눈을 마주하고는 얼른 걸음을 옮겨 조성현과 채윤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선배님.”
“네, 현아씨.”
“오늘은 정말 어쩔 수 없을 것 같네요. 사장님껜 제가 전화 드릴게요.”
“네?”
“아니, 채윤이가 아티스트로서 첫 스케줄을 소화한 건데, 축하파티라도 해야죠.”
장현아는 당연한 것 아니냐는 듯 말했다.
그녀는 얼른 채윤이에게 동의를 구하는 눈빛을 보냈고, 굳이 그녀가 그런 눈빛을 보내지 않더라도 채윤이는 축하파티라는 말에 이미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파티?”
“응. 물론 아빠가 허락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채윤이의 되물음에, 장현아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하더니 조성현 쪽을 바라본다.
조성현은 풀썩 웃었다.
“파티 좋죠. 맛있는 거라도 먹을까요?”
“에이, 그냥 맛있는 거 먹는 걸로 끝내면 아쉽잖아요.”
“그럼 노래방 가자!”
장현아의 말에 채윤이가 얼른 끼어들더니 외쳤다.
지난번에 노래방을 다녀오고 나서는 노래방 이야기가 조금 덜 했었는데.
파티라는 말이 나오니 다시 노래방 생각이 난 모양이다.
“노래방 가고 싶어?”
“응.”
장현아가 채윤이에게 묻고.
채윤이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렇게 말을 주고받은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시선을 움직여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들에, 조성현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가자 그럼.”
자신을 가장 좋아하고, 가장 존경하는 어린 천재 음악가가 노래방을 가고 싶다는데.
가야 하지 않겠는가.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