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9)
29화
적막이 흘렀다.
‘이빨빠진고양이’는 설마 자신이 이런 말을 들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지, 황당한 얼굴로 조성현을 보고 있었고.
박중원도 비슷했다.
조성현과 함께 일을 하면서, 지금까지 그가 이렇게까지 화를 내거나 분노를 표하는 것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반말하는 것조차 조심하는 조성현이다.
얼마나 친하던, 또 나이가 어떻든 소속 아티스트에게 항상 존대를 사용하고, 절대 선을 넘지 않는다.
그렇기에 조성현은 미움받지 않았다.
다른 직원들에게도, 소속 아티스트들에게도.
그런 조성현이, 이렇게 말한다고?
박중원은 가장 먼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 뭐 이 새끼야?”
“입 다물라고. 생긴 것도 존나 자유분방하게 생겨서는 말도 자유분방하게 말을 해요 아주.”
“뭐 이런 미친 새끼가….”
‘이빨빠진고양이’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욕설을 중얼거렸고.
박중원도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나섰다.
이러다 일이 크게 나겠다 싶어서, 멈추려는 것.
“야, 성현아….”
하지만 조성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어디 뚫린 입이라고 채윤이 이름을 입에 담아.”
“와 이거 진짜 미친새끼네. 야, 채윤이가 뭐라고 내가 이름 한 번 불렀다고 그 지랄이냐? 내 곡을 깠다길래 누군가 했는데 그냥 미친놈이었네.”
“하… 저기요. 이성주씨.”
조성현은 후 하고 숨을 내쉬고는 흥분을 조금 가라앉혔다.
애써 돌아온 이성이 그가 반말하는 것을 막아주었고.
‘이빨빠진고양이’는 자신의 본명을 부르는 조성현을 보고, 하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짜증스러운 얼굴로 그가 입을 열었다.
“왜요. 조성현씨.”
“이참에 예명도 바꾸시죠. 이빨빠진고양이 아니고 음악훔친개새끼로.”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씨부리고….”
그리고 거기서.
조성현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다시 한번 일어났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음악을 훔쳤다니.”
맑은 목소리가, 사무실을 울렸다.
* * *
서예나.
Pan 엔터테인먼트의 간판 스타 중 한 명.
여자 솔로 가수들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솔로 여가수 중에서는 그래도 한 손에 꼽힐 정도의 파워를 가지고 있는 인물.
그녀는 무슨 일로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수 2팀의 우경수 팀장과 함께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성현은 가만히 그녀들을 바라보았고, 박중원은 점점 커지는 스케일에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손을 들어 머리를 짚었다.
“아, 안녕하세요. 예나씨.”
‘이빨빠진고양이’가 가장 먼저 나서서 서예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서예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까딱거리며 그의 인사를 받았다.
그녀는 스타의 자리에 오른 사람답게, 까칠한 부분이 있었다.
막 악명이 엄청 높다는 것은 또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얌전하다는 말이 돌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직원들도 서예나를 상대하거나 할 일이 있으면 조심하는 편.
이러한 이유 탓에, 서예나는 우경수 팀장이 직접 케어했다.
“그래서? 음악을 훔쳤다는 게 무슨 말인지 설명해 줄 사람 없어요?”
서예나가 툭 하고 말을 던졌다.
누가 봐도 ‘이빨빠진고양이’의 인사를 그리 신경 쓰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래도 작곡가에게는 그리 까칠하게 대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렇게 나오는 것을 보면 조금 짜증이 난 모양.
그녀도 아티스트로서, 음악을 훔쳤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모를 리가 없었으니까.
“별거 아닙니다. 이 미친놈이 헛소리하는 것뿐이라서….”
“그 미친놈이 저희 팀원을 말하는 건 아니겠죠. 이성주씨.”
박중원이 슬쩍 나서며 말했다.
지금까지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던 박중원이 나서서 말하자, 이성주도 잠시 멈칫거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언제 멈칫거렸냐는 듯 더 강하게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럼 절 나쁜 놈 취급하고, 도둑놈으로 몰아가는 데 가만히 있습니까?”
“…….”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저 ‘이빨빠진고양이’입니다. 이 정도는 명예훼손, 허위사실유포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허위사실유포는 아닐 것 같은데.”
조성현은 당당한 그의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했다.
애초에 조성현도 ‘이빨빠진고양이’를 그리 좋게 보지는 못하고 있었다.
당연했다.
조성현은 작곡가였다.
심지어 자신의 곡을 자신의 곡이라고 부르지 못한 적이 있는 작곡가.
당연히 자신이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다른 이의 음악을 훔쳐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혐오하게 될 수밖에.
그런 상황에서 채윤이의 앞에서 그런 기분 나쁜 모습을 보였는데, 좋게 보일 리가 없다.
본래 적을 만들거나, 괜히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싫어하는 조성현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빨빠진고양이’의 표절 사실을 굳이 알리지 않았던 것이고.
‘물론 유미의 앨범에 이빨빠진고양이의 곡이 수록된다고 했으면 밝혔겠지만….’
다행히 유미는 자신의 말 한마디에 곧바로 ‘이빨빠진고양이’의 곡을 거절했고, 그 곡은 서예나에게 넘어갔다.
조성현은 그래도 일단 가만히 있었다.
서예나에게 뭐라 말할 힘도 없었을뿐더러, 굳이 문제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까지 흘렀으면….
“이거 진짜 미친놈이네! 내가 무슨 음악을 훔쳤다고 그래!”
정말 당당하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화를 내며 말하는 ‘이빨빠진고양이’를 보면서 조성현은 헛웃음을 흘렸다.
‘한 대 때리고 싶네.’
딱 한 대만 때리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한 조성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게 나올 수 있지?
“야, 말 해보라고. 내가 뭐 다른 음악을 표절이라도 했다는 거야 뭐야.”
“명백하게 표절을 했으면 깔끔하게 인정이라도 하던가. 그런 식으로 잘 먹고 잘살면 좋습니까?”
조성현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묻자, ‘이빨빠진고양이’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증거 있어? 내가 표절했다는 증거 있냐고. 그거 있으면 내가 어 그래. 깔끔하게 인정할게. 어이가 없어서 진짜….”
그의 말에 서예나의 시선이 조성현에게로 옮겨졌다.
서예나로서도 아무런 증거도 없는데 조성현의 말 한마디에 움직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경수도 비슷했다.
만약 ‘이빨빠진고양이’가 확실하게 표절을 했다고 하면 곡 진행을 멈추고, 오히려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우경수도 나설 수가 없었다.
박중원은 조성현을 믿고 있는 기색이었지만, 그 또한 확실한 증거가 없이는 나서기 힘들었다.
그는 조성현의 음악적 재능을 믿었고, 그가 표절이라고 했다면 표절인 게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거랑 이거랑은 또 다른 문제니까.
조성현이 결국 입을 열어 ‘이빨빠진고양이’의 곡에 대해 이야기하려 할 때.
달칵.
작은 소리와 함께, 회의실의 문이 열리며 유미가 나왔다.
그리고, 채윤이도.
* * *
조금 전.
달칵.
문소리와 함께 회의실의 문이 닫혔다.
유미는 자신의 손을 잡고있는 채윤이를 내려다보았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그저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남자가 누군지 전혀 모르고 있었고, 조성현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도 채윤이는 알지 못했다.
‘하긴, 애가 뭘 알겠어.’
조성현과 ‘이빨빠진고양이’의 관계가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유미는 알았고.
또 이대로라면 조성현이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았다.
‘이빨빠진고양이’는 잘나가는 작곡가였고, 조성현은 그냥 일개 매니저였으니까.
“하…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건지.”
“네엥?”
유미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하자, 옆에서 채윤이 반응한다.
아이에게 고개를 흔들어 보인 유미는 힐끗, 유리 너머로 보이는 바깥 상황을 살폈다.
자신이라도 나서서 조성현을 보호하는 게 가장 좋았을 텐데.
‘이빨빠진고양이’라고 해도 유미를 공격하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
조성현을 건드리는 것과, 유미를 건드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그냥 일개 직원이 가벼운 트러블이 생긴 것과, 소속 아티스트가 누군가와 문제가 생긴 건 무게가 달랐으니까.
‘차라리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거였으면 회사가 나섰을 텐데.’
조성현이 유미와 채윤이를 보호했다.
그래서 유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채윤이가 있었으니까.
나서야만 했던 조성현의 입장도 이해했으니까.
그녀는 슬쩍 시선을 움직여 회의실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은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아빠가 걱정되지 않는 것인지, 앞에 놓인 사과 주스에 집중하고 있었다.
음료수병에 꽂아준 빨대에 온 시선을 모으고 조심스럽게 혀를 내밀어 빨대를 입으로 가지고 온다.
쪽쪽 사과 주스를 마시는 채윤이를 보며, 유미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찌나 귀여운지, 이런 상황에서도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새 사과 주스를 다 마셨는지, 입맛을 다시며 채윤이는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그런 아이의 시선 끝에, 조성현이 시킨 커피가 닿았다.
“아빠 거예요?”
“응. 채윤이 아빠 커피야.”
마시고 싶은 것인지, 빤히 바라본다.
유미는 웃으며 채윤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저건 커피라서 채윤이는 아직 마시면 안 돼.”
“채윤이도 커피 마실 수 있는데.”
“아니야. 채윤이가 마실 수 있는 거는… 주스랑 아이스 초코 뿐이야.”
유미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녀는 아이를 키워본 적도 없고, 아는 게 많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7살 아이가 커피를 마시는 게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어쩐지 불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돌리는 채윤을 보며, 유미는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겨우 삼켰다.
“저건 카라멜 마끼아또라서 안 되는데, 나중에 아빠한테 아이스 초코 사달라고 하자.”
“카라멜 마또마또?”
“응?”
고개를 갸웃거리며, 채윤이 말한다.
어딘가 이상한 채윤이의 말에 유미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채윤이의 발음이 꼬였다는 것을 깨닫고 푸흐흐 하고 웃었다.
“아니, 카라멜 마끼아또.”
“카라멜 마또끼!”
채윤이 발음을 똑바로 하려 애쓰며 말했지만, 여전히 어딘가 이상했다.
그 모습마저 귀여워, 유미는 저도 모르게 채윤을 가볍게 끌어안았다.
“아니 우리 채윤이 어쩜 이렇게 귀엽지?”
그렇게 말을 하는 유미의 귓가에,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참에 예명도 바꾸시죠. 이빨빠진고양이 아니고 음악훔친개새끼로.”
조성현의 목소리.
왜 그의 목소리가 지금 이 순간 그녀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간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무슨 소리야. 음악을 훔쳤다니.’
유미는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전혀 없었다.
음악을 훔쳤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유미도 알았으니까.
문득 스치고 지나가는 지난 기억에, 유미는 흠칫하고 몸을 떨었다.
조성현은 단호하게 유미에게 ‘이빨빠진고양이’의 곡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고, 유미는 별 생각 없이 조성현의 말이니 그저 동의했다.
하지만 그게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가 아니었다면?
유미는 황급히 품을 뒤져 스마트폰을 꺼냈다.
박중원이 언젠가 보내준 적 있는 음원 파일을 찾아 재생시킨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이빨 빠진 고양이’의 곡을 다시 한번 듣기 시작했다.
혹시 자신이 놓친 것이 있나 찾아보기 위해서.
끝까지 들었지만, 뭔가 떠오르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
그런데.
“채윤이 그거 아는데.”
다른 곳에서 정답이 튀어나왔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