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92)
292화
여행의 목적은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힐링을 위해, 누군가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 위해, 또 누군가는 창작을 위해 떠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 목적이 서로 달라도, 한 가지 같은 점이 있다면.
여행을 떠나는 설렘이 아닐까.
조성현과 채윤이가 떠나는 여행은, 힐링에 가까운 느낌의 여행이었다.
덕분에 마음 편히, 여행의 설렘을 즐길 수 있었다.
“내가 고를래.”
“그래.”
채윤이가 조성현에게 손을 뻗으며 말하고, 조성현은 웃으며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넘겼다.
그러자 채윤이가 곧바로 곡을 하나 찾아 재생한다.
익숙한 전주.
조성현이 작업한 유미의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곡 중 하나였다.
그는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유미 언니 곡이 마음에 들었나 봐?”
“아빠가 만든 곡이잖아. 다 좋아.”
“아빠가 만든 곡들이 좋아?”
“응. 뭔가… 따뜻하잖아.”
채윤이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대답했다.
조성현은 아이의 표현에 흥미롭다는 듯 힐끗 채윤이를 돌아보았다.
곡이 따뜻하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아빠가 만든 곡에 막 아빠 느낌이 많이 묻어나 있고 그런가?”
“음… 조금?”
채윤이가 미간을 찡긋거리면서 생각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 대답에, 조성현은 운전하면서 생각에 잠겼다.
꽤 흥미로운 말이긴 했다.
동시에, 당연한 일이기도 했고.
조성현이 만든 곡이고, 프로듀싱 작업까지 그가 전부 진행 했다.
당연히 곡들에서 그의 느낌이 많이 묻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조성현이 느끼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가 느끼지 못하는 부분도, 채윤이는 느끼고 있겠지.
아티스트로서, 음악가로서 조성현만의 음악이 묻어나올 거다.
다른 이가 작곡한 곡이라고 해도 그가 프로듀싱하면 조성현의 음악이 묻어 나오겠지.
그게, 최근 조성현이 작업하고 있는 부분에 도움이 꽤나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채윤이에게도 말이다.
조성현은 아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채윤아.”
“응?”
“아빠가 프로듀싱 한 곡에 아빠 느낌이 묻어있는 거잖아.”
“응.”
“그럼 채윤이가 연주하는 곡에도 조금씩이지만 다 채윤이의 느낌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말을 하자.
아니나 다를까, 채윤이는 입을 꾹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그 와중에 유미의 곡이 넘어가, 다음 곡이 재생된다.
이번에는 서예나의 곡.
역시나 조성현이 작업한 곡이다.
그 곡이 전부 끝날 때까지.
채윤이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서예나의 곡마저 끝이 나고, 이제 더 이상 재생 목록에 담아둔 곡이 없어서 노래가 멈췄다.
그리고 얼마 후, 채윤이가 입을 연다.
“그치만 그건 온전한 내 연주가 아닌걸. 나만이 할 수 있는 연주가 분명 있는데 남이 한 연주를 따라 한 거잖아.”
골똘히 생각을 한 게 확실히 티가 난다.
꽤 정리된 느낌으로, 아이가 답했다.
조성현은 아이의 답을 듣고, 잠시 뜸을 들이다가 후 하고 숨을 내뱉었다.
“채윤아.”
“응.”
“음악, 하고 싶지?”
“완전 많이.”
“그럼 채윤이는 음악을 하는…”
거기서, 조성현은 어울리는 단어를 찾기 위해 잠시 고민을 했다.
목적이라는 단어는 너무 어려울 것 같고.
“이유가 뭐야?”
결국 찾아낸 것은, ‘이유’였다.
채윤이는 왜 음악을 하는가.
모든 것 이전에,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었다.
창작, 혹은 예술의 영역은 대부분 비슷하다.
음악, 그림, 글….
예술이 될 수도, 학문이 될 수도 있다.
학문적으로 파고드는 이도 있는 법이고, 예술적으로 파고드는 이도 있는 법이다.
조성현과 채윤의 경우는, 예술 쪽에 더 가깝겠지.
그리고 그렇다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어떠한 목적으로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가였다.
만약 그림이라면 왜 그림을 그리는지, 글이라면 왜 글을 쓰는지.
그게 중요하게 되겠지.
“…….”
아이는 갑작스러운 조성현의 질문에 멀뚱멀뚱 눈을 깜빡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채윤이는 조성현이 무슨 답을 원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을 물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조성현은 아이에게서 답이 없자 채윤이의 얼굴을 힐끗 보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별것 아니지만,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도 너무 귀여운 모습이다.
“그냥 채윤이 생각이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채윤이는 왜 음악을 하는 걸까 싶어서.”
조성현이 추가로 설명했다.
그제야 채윤이는 조성현의 질문을 이해하고는 고민에 잠겼다.
다시 한번, 짧은 침묵이 시작되었다.
아이가 고민하는 동안, 조성현도 자신의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가 음악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채윤이가 그 이유 중 하나였다.
조성현의 개인적인 즐거움도 분명히 있고, 금전적인 목적도 없지 않다.
수많은 목적들이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게 그런 것.
그는 음악을 만드는 것에 있어서 가장 큰 즐거움을 느낀다.
그게 조성현이 표현하는 방식이다.
아티스트로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작곡과 프로듀싱.
그에 비해 지금까지 조성현이 보아온 채윤이는, 다른 이를 많이 배려하고 굳이 나서려 하지는 않는 성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아이였다.
채윤이는 적어도 음악적으로 만큼은,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 태어난 아이였다.
아이 본인이 주인공일 때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선보일 수 있는 게 채윤이다.
그런 채윤이였고, 자신과는 조금 달랐기에.
조성현은 궁금했다.
아이가 음악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채윤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냥… 재미있어.”
“뭐가?”
“사람들이 내가 연주하는 거 들어주고, 같이 좋아해 주는 게. 너무 좋아.”
역시나.
채윤이는 조성현과는 조금 다르게, ‘아티스트’ 그 자체였다.
아이는 말 그대로, 주인공이었다.
조성현은, 그저 옅은 미소를 만들었다.
항상 이야기의 주인공은, 여러 고난과 시련을 겪은 후 성장하는 법이다.
채윤이 또한, 그럴 것이다.
아이가 만들어나가는 음악 속의 주인공이 되어서, 채윤이는 여러 고난을 이겨내고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겠지.
같은 음악가로서 아이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너무 기대되고, 보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아버지로서는 아이가 겪을 수많은 고난들이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근데, 왜?”
채윤이가 묻는다.
조성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그냥 궁금했어.”
그는 그저 그렇게 답했다.
딱히 대단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지금 당장 장현아가 말해준 미튜브 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낸다면, 곧바로 하고 싶다고 아무런 고민 없이 답할 것만 같아서 그랬다.
아이가 조금 더 이 부분에 있어서 고민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그는, 미튜브 건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
오늘은 그냥, 여행의 설렘을 즐기자.
* * *
“와아!”
채윤이가 입을 크게 벌리면서 탄성을 흘렸다.
조성현도 창 너머로 보이는 펜션을 보고, 속으로 감탄했다.
2층짜리 펜션은 겉으로 보기에 정말 멋져 보였다.
얼른 주차해두고, 조성현은 아이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챙겨온 짐이 많지는 않았다.
옷 몇 벌에 세면도구가 전부.
가방 하나면 충분했기에, 조성현은 노트북 가방을 한 손으로 들고, 반대쪽 손으로는 옷과 세면도구가 담긴 가방을 들고 펜션으로 향했다.
채윤이가 조성현의 바로 옆에 붙어서, 열심히 두리번거리면서 펜션 주변을 둘러본다.
야외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둔 것인지 바비큐 그릴이 보이고, 벤치도 설치되어 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2인용 흔들의자도 보이고.
힐링이라는 목적에 딱 맞는 풍경이다.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으니.
“아빠! 얼른 들어가 보자.”
펜션 주변만 보고도 기대감이 확 올랐는지, 채윤이가 못 참겠다는 듯 조성현을 보챈다.
조성현은 웃으며 걸음을 서둘렀다.
얼른 들어가서 펜션 내부를 보고 싶은 것은 그도 마찬가지였다.
펜션은 일단 예약하고, 일회용 비밀번호를 받아 들어가는 형식이었다.
셀프 체크인을 하고, 셀프 체크 아웃을 하는 것.
조성현은 문자로 받아둔 비밀번호로 도어락을 열었고.
삐빅.
안쪽으로 들어서니 바깥보다 조금 서늘한 느낌의 공기가 그들을 반겼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커다란 티비와 소파였다.
오른쪽으로는 부엌이 위치하고 있고, 6인용 테이블이 길게 놓여 있다.
반대쪽에는 방과 화장실, 그리고 계단이 있다.
조성현은 일단 짐을 내려놓았다.
그는 가장 먼저 부엌으로 향해, 식기들과 요리도구부터 확인했다.
아이와 함께 밥을 먹기 시작한 이후로는 식사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여행까지 와서 이렇게 요리도구와 식기들부터 확인하게 되니까.
‘깔끔하네.’
있을 것도 아주 넘치게 있다.
칼만 종류별로 8개가 놓여 있으니, 이 정도면 정말로 넘치게 있는 것.
그렇게 부엌을 둘러보고 있는데.
“아빠아아!”
조성현을 부르는 채윤이의 목소리가 펜션 안을 울렸다.
아이의 목소리에 조성현은 선반의 문을 닫고, 채윤이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어느새 채윤이는 2층에 올라가 있었다.
계단 끝에서, 아이가 밝은 얼굴로 조성현을 기다리고 있다.
“얼른 올라와! 여기 완전 대박이야!”
누가 봐도 신난 얼굴로, 채윤이가 말한다.
조성현은 풀썩 웃으며 계단을 올랐다.
2층에는 방 하나와, 욕실이 있었다.
커다란 욕실의 한쪽 벽이 전부 유리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샤워 시설은 벽으로 가려져 있고… 유리의 바로 옆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탕이 있었다.
사람이 대여섯 명이 들어가도 충분할 만큼 커다란 탕.
“여기서 수영해도 돼!”
“그러네.”
조성현이야 무리겠지만, 채윤이는 할 수 있을 거다.
이후, 채윤이는 조성현의 손을 끌고 와서 욕실 옆에 있는 방으로 이끌었다.
방은 심플했다.
슈퍼 싱글 크기의 침대 하나, 티비 하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채윤이의 눈을 사로잡은 커다란 곰 인형.
조성현보다도 더 큰 곰 인형이다.
채윤이는 침대에 누워있는 곰 인형을 향해 점프했다.
아이가 곰 인형과 침대에서 뒹구는 것을 보며, 조성현은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피어오르는 느꼈다.
“좋아?”
“응!”
아이가 맑은 목소리로 답했다.
조성현은 방에 있는 창으로 밖을 바라보았다.
2박 3일 동안, 이곳이 그들의 작업실이 될 것이고 집이 될 것이다.
‘생각해보니, 피아노가 없네.’
그걸 생각을 못 했다.
조성현은 힐끗 채윤이를 돌아보았다.
아이는 여전히 행복한 얼굴로 곰 인형과 뒹굴거리고 있었다.
괜찮을 거다.
아마도.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