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96)
296화
아이의 연주는, 금방 끝이 났다.
사실상 연주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그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는 것이 전부인 상상 속 연주였지만 어쨌든 채윤이는 만족한 얼굴이었다.
아이가 만족했으면 그걸로 된 것이기에, 조성현은 손을 뻗어 부드럽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기분 좋은 것인지, 채윤이가 조성현의 손에 머리를 비빈다.
“어때? 해결된 것 같아?”
“응. 이제 됐어. 확인은 집에 가서 해야 하는데, 된 것 같아.”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하는 아이.
지금까지 채윤이가 되었다고 말하고 안 된 적은 없었으니, 채윤이가 최근 고민하던 문제는 해결이 된 것이 맞을 거다.
조성현은 시선을 움직여 자신이 작업을 하던 곡을 바라보았다.
애초에 시작 자체는, 자신이 이 곡을 완성 시킨다면 채윤이에게도 올바른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만들기 시작했던 곡이었다.
근데, 조성현이 곡을 완성 시키기도 전에 채윤이가 먼저 문제를 해결해 버렸다.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고민을 했지만, 애초에 고민할 거리도 아니었다.
원래의 목적은 상실했지만.
조성현도 한 명의 음악가로서 곡을 만들다가 그냥 그만둬 버릴 수는 없었다.
이건 그의 음악적 성장에도 중요한 부분이었으니까.
‘그리고….’
어떻게 곡을 마무리해야 하는지 이미 머릿속에서 해답을 알고 있는 상황이다.
조금만 더 하면 곡이 마무리되는데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은 아쉽지 않은가.
채윤이가 조성현의 옆에서 그가 작업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손가락도 가만히 있고 그냥 지켜보는 거다.
아이도 궁금한 거다.
조성현이 조성현의 음악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렇게 30분 정도가 흘렀을까.
“다 됐다.”
옆에서 곡을 작업하던 채윤이가 말한다.
조성현이 곡이 완성되었다는 것을 말하기도 전에 함께 보던 채윤이가 먼저 알아차린 거다.
아이의 말에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성현이 채윤이가 상상으로 연주하는 것을 보면서 대충 어떤 느낌의 연주인지 알 수 있는 것처럼.
채윤이도 그가 곡을 만드는 것을 보면서 조성현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모양이다.
어쩌면 그냥 아이의 생각에 곡이 완성되었던 것인데, 그게 조성현이 생각한 완성과 같았던 것일 수도 있고.
“한 번 들어볼까?”
“응. 궁금해.”
채윤이가 얼른 답한다.
조성현은 미소를 보이며 곡을 재생시켰다.
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서예나와 유미의 목소리가 가장 많이 사용되었기에, 다른 이들이 들으면 그냥 서예나나 유미의 곡이라고 볼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조성현과 채윤이가 가진 생각은 달랐다.
이건 조성현의 곡이다.
왜냐고?
‘확실히, 내 느낌이 많이 섞여 있네.’
조성현이 추구하는 음악과 많이 닮아 있는 음악이 나왔다.
채윤이는 재미있다는 듯, 작게 웃음을 흘렸다.
조성현이 아이에게로 시선을 움직였다.
“왜?”
그렇게 묻자, 채윤이가 입을 연다.
“아빠가 예나 언니랑, 유미 언니랑 같이 장난치는 것 같아.”
아이의 표현에,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렸다.
신박한 표현이지만, 꽤 잘 어울리는 표현일 수도 있다.
이건 분명 조성현의 음악이지만, 동시에 서예나와 유미의 음악이 더 해져 있었으니까.
“나중에 예나 언니랑 유미 언니한테 한 번 들려주자.”
아이의 말에, 조성현은 볼을 긁적거렸다.
굳이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지는 않았다.
딱히 어딘가에 보여주기 위해서, 들려주기 위해서 만든 곡은 아니었으니까.
“그래, 기회 되면 한 번 들려주자.”
하지만 조성현은 아이가 저렇게 좋아하는 데 굳이 반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긍정했다.
채윤이가 히히 웃었다.
“이제 잘까?”
조성현이 아이를 안아 들며 말했고, 채윤이는 조성현의 제안에 거부감 없이 응했다.
학교도 다녀온데다, 장도 보고 함께 물장난까지 했다.
거기에 실제로 피아노를 연주한 것은 아니지만, 머릿속으로나마 연주를 한 상황이니 아이도 피곤한 것이 당연했다.
조성현도 조금, 몸이 무거운 느낌이었고.
조성현은 아이를 안아 들고, 큰 방으로 향했다.
침대에는 채윤이가 아까 끌고 다니던 곰 인형이 놓여 있었다.
조성현이 가져다 둔 것.
아이를 눕히고, 조성현은 채윤이의 옆에 누웠다.
곰 인형을 왼편에 두고, 조성현을 오른쪽에 끼고 있는 채윤이는 무척이나 행복한 얼굴이었다.
조성현은 슬쩍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채윤아.”
“으응.”
“음악 계속하고 싶지?”
“당연하지. 아빠는 아니야?”
“아빠도 음악 계속하고 싶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채윤이의 머리칼을 넘겨주었다.
채윤이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피해 눈을 깜빡거린다.
그리고 아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조성현을 바라본다.
“아빠 이상해.”
채윤이는 묘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성현은 풀썩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뭐가?”
“계속 막 이상한 거 물어보잖아. 이상해.”
채윤이가, 조성현을 바라보면서 말한다.
아이는 조성현에게 무슨 일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조성현이 채윤이의 아버지인 것처럼, 채윤이는 조성현의 딸이었다.
그가 풍기는 분위기가 평소와 같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
“고민하는 게 있어서 그래.”
“어떤 거? 내가 도와줄게.”
채윤이가 얼른 말해보라는 듯 작은 두 손으로 조성현의 팔을 잡으면서 말한다.
조성현은 그 행동에, 웃음을 흘렸다.
“음… 채윤이랑도 관련된 고민인데,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우리 채윤이가 미튜브를 시작하게 된다면.”
“응응.”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반대로 채윤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테니까. 채윤이가 그런 걸 잘 이겨낼 수 있을까. 그런 고민?”
조성현은 결국 말을 토해냈고.
그걸 들은 채윤이는 미간을 찡긋거렸다.
아이는 조성현과 똑바로 눈을 마주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건 고민 안 해도 되는 건데.”
“왜?”
“학교에도 이미 채윤이 안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는걸.”
“그래?”
그건 몰랐다.
항상 채윤이가 자신에게 학교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아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만 하니까.
영준이랑 놀았다, 혹은 한율이랑 같이 피아노를 쳤다.
뭐 그런 이야기들.
“영준이랑 한율이 오빠는 나 좋아해. 나도 영준이랑 한율이 오빠 좋고.”
“응.”
“박준호도 나 좋아하는데, 나는 귀찮아. 그리고 정나현은 나 싫어해.”
“정나현?”
박준호라는 이름은 몇 번 들어본 이름이다.
채윤이를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하는 남자아이.
한국 대학교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아버지가 계신다는 것까지 알고 있다.
하지만 정나현이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응. 같은 반인데, 박준호랑 나랑 같이 있으면 나한테 자꾸 짜증 내.”
채윤이는 어휴 하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조성현은, 아이가 미간을 좁히면서 한숨을 내쉬는, 어쩌면 심각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할머니랑 똑같네.’
채윤이의 할머니, 이수현과 한숨 쉬는 모습이 너무 똑같았으니까.
확실히 아이들이 보고 배우는 게 빠르구나 싶었다.
채윤이는 갑자기 웃음을 흘리는 조성현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가,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튼, 그래도 나는 나현이 별로 안 싫어해.”
“왜? 나현이가 채윤이 싫어하는 데 채윤이는 나현이가 좋아?”
“좋은 건 아닌데… 그래도 싫진 않아. 나현이는 나현이 좋아하는 애가 없는걸?”
“……?”
채윤이의 말을, 조성현은 곧바로 이해하지는 못했다.
아이가 나현이라는 아이를 싫어하지 않는 이유가, 나현이를 좋아하는 애가 없다는 건 무슨 말이지?
이해해보려고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조성현이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인지 채윤이가 추가로 설명했다.
“나현이는 맨날 짜증만 내서, 나현이랑 놀려고 하는 애들이 없어.”
“그래?”
“응. 불쌍해. 나도 나현이 싫어하면 우리 반이 전부 나현이를 싫어하는 게 되는걸. 그러니까 나는 안 싫어.”
조성현은, 그제야 채윤이의 말을 이해했다.
어떻게 보면 아이가 착한 것이고.
또 어떻게 본다면 조금은, 냉정한 것이기도 했다.
‘멘탈이 쎈 건가.’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했다.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가 있지만, 그런 아이가 오히려 불쌍하단다.
이 정도 멘탈이면 악플들을 꽤나 의젓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악플을 쓰는 이들을 오히려 불쌍해하면서.
나중에 미튜브를 시작했는데 악플이 달리면 채윤이가 보일 행동이 상상이 가기 시작했다.
‘아빠, 이 사람도 친구가 없나 봐.’
그렇게 말을 하면서 진심으로 불쌍해하는 아이의 표정이 눈에 아른거린다.
“…….”
조성현은 미묘한 얼굴이 되었다.
이걸 뭐 어떻게 받아들어야 하나 싶다.
그래도 일단 다행인 부분은, 아이가 악플에 상처를 받을 걱정은 조금은 덜 해도 된다는 점이다.
물론 현실에서 채윤이를 괴롭히는 아이와, 악플은 전혀 다르다.
적어도 나현이라는 아이가 채윤이에게 정말 입에 담기도 힘든 심한 욕을 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
악플의 수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게 정말로 같은 인간이 쓴 게 맞나 싶을 정도의 글들도 있고, 조성현은 연예계에서 일하며 여러 가지 악플을 많이 봐왔다.
그런 악플들에 있어서 아이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하겠지만.
그래도 악플이 조금 달렸다고 멘탈이 터지거나 할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럼 채윤아.”
조성현이 생각을 정리하고, 천천히 미튜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 입을 열었다.
하지만.
새근새근.
많이 지쳤던 것일까.
채윤이는 조성현이 고민에 잠겨 있는 사이 잠에 빠져 있었다.
채윤이의 차분한 숨소리가 조성현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가벼운 미소와 함께, 조성현은 입을 다물고 채윤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까무룩 잠이 들 때까지, 그는 자신의 딸을 두 눈에 가득 담았다.
여행하면서, 언젠가 미튜브에 제대로 말할 기회가 오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말이다.
* * *
바로 다음 날.
조성현과 채윤이는 조금 늦게 일어났다.
주말이기도 하고, 어제 열심히 놀았기에 늦잠을 잔 것.
채윤이는 눈을 뜨자마자 곰 인형과 뒹굴거렸다.
아이는 때때로 누워 있는 조성현의 배 위에 올라오면서 장난을 쳤다.
채윤이가 조성현의 배를 손으로 꾹꾹 눌렀다.
조성현은 슬쩍 손을 뻗어 아이의 볼을 손가락으로 눌렀고.
채윤이는 조성현의 배를 보다가, 미간을 좁히면서 고개를 들었다.
조성현은 심각해진 채윤이의 얼굴을 보고는, 눈을 깜빡거렸다.
“왜?”
“배고파졌어.”
아이가 말한다.
채윤이의 말에 조성현은 웃음을 터트렸다.
왜 이렇게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나 했더니, 그냥 배가 고팠던 것뿐인가보다.
“그럼, 밥 먹으러 가자.”
조성현이 말했다.
그렇게, 그들의 여행 두 번째 날이 시작되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