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
3화
음악 할 생각 없냐.
박중원의 그 말에 조성현의 눈이 흔들렸다.
원래라면 오늘이 아니라 거의 한두 달은 지나고 나서, 연말 때쯤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데 뭐가 바뀐 것인지 모르겠다.
‘뭐, 상관없지.’
조성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미 그는 이번 생은 자신의 딸, 조채윤에게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은 상황이었다.
근데 여기서 박중원이 음악 할 생각 없냐고 물어온다고 해서 그의 마음이 바뀔 리 없었다.
이미 한 번 시도 해봤고, 그 끝에 남은 게 후회와 허무함 뿐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똑같은 실수를 두 번 할 생각은 없었다.
“매니저 인력도 부족하고, 특히 너 같이 일 잘하는 애는 더더욱 필요하긴 한데… 솔직히 나는 예전부터 네가 음악 하면 잘할 것 같다는 생각 많이 했었다.”
박중원이 말한다.
지난 생과 똑같은 말이다.
그는 조성현이 일을 너무 잘해서 아깝다고 말을 하면서도 조성현에게 음악을 해보는 것을 추천했다.
“팀장님.”
“야, 솔직히 내가 괜히 이런 말 하는 사람 아니라는 거 너도 잘 알잖아. 너는 음악 해야 하는 애야. 내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니까?”
박중원이 조성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눈이 진심을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성현은 결국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음악은 할 생각이 없어요.”
“…그래. 그것도 뭐, 좋아. 어차피 너만큼 일 잘하는 사람도 몇 없으니까. 내 입장에서는 좋지.”
“…그것도 죄송합니다.”
“엉?”
박중원은 조성현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뜨며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소리 냈다.
조성현은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그냥 입안에서 굴러만 다니던 말을 내뱉었다.
“저, 퇴사하겠습니다. 팀장님.”
그가 그 말을 하자마자 박중원이 눈을 크게 뜨면서 입을 벌렸다.
“야, 야. 이건 진짜 아니지.”
박중원은 진심으로 당황한 듯 보였다.
설마 퇴사하겠다고 말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여전히 눈을 크게 뜨면서 말을 이어나간다.
“내가 뭐 너 지각했다고 크게 뭐라 한 것도 아니고… 음악 해볼 생각 없냐고 물어봐서 그래? 너 일 못 하니까 음악 해라 그렇게 알아들은 거야?”
“아뇨. 팀장님이 저 일 못 한다고 하실 리 없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진짜로 저 생각하셔서 음악 해보라고 하신 것도 잘 알고요.”
“근데 왜 그래 임마!”
박중원의 입에서 결국 큰소리가 나왔다.
그는 자신이 소리치고 도리어 자신이 놀라서 움찔거렸다.
그런 사람이었다. 박중원은.
작게 한숨을 내쉰 박중원은 답답하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이해되도록 이유를 잘 설명해줘 봐.”
박중원이 손짓하며 말한다.
얼른 설명해보라는 듯 손짓하는 그의 모습에 조성현은 괜히 웃음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고맙기도 하고, 아쉽기도 해서 나오는 웃음이리라.
“지금까지 저 진짜 열심히 일하지 않았습니까.”
“어, 진짜 열심히 일했지. 너 열심히 일한 거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일 얼마나 재미있어 하는지도 잘 알아.”
“이제 그만 해도 될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그만하고 뭐 하려고. 너 딸도 있잖아.”
“딸 때문에 그래요.”
박중원의 말에 조성현이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강한 의지가 느껴지자, 박중원은 멈칫거렸다.
애초에 조성현이 이런 일로 장난을 하거나 쉽게 퇴사를 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 성격인 것을 잘 아는 박중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설득해 보면 계속 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아빠 노릇, 해보려고요. 부족하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조성현의 말에 박중원은 미간을 찡긋거렸다.
“일 그만두면 어떻게 먹고 살려고 그래.”
“퇴직금이 조금이라도 나오지 않겠어요? 그래도 회사한테 가져다준 이득이 얼만데.”
“퇴직금이야 얼마가 됐던 나오긴 하겠지. 근데 그걸로 얼마나 버티겠어.”
“아내 보험금도 있어요.”
“…….”
박중원은 조성현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조성현과 함께 일한 세월이 몇 년인데, 그에게 아내의 사망 보험금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는가.
그걸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정말로 강한 결심을 했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한 달, 아니. 3주만 일해줘라.”
“3주 동안은 제가 하고 있는 일 제대로 다 처리하고 갈게요.”
박중원의 사정도 있고,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는 조성현은 3주는 일해달라는 말을 거절하지 못했다.
“그래. 그동안 수고했고, 딸한테 잘 해주려고 퇴사한다니까 내가 별로 할 말은 없는데… 힘내라. 들어보니까 연예인들 관리하는 것보다 10배는 더 힘든 일이라던데.”
“대신 100배는 행복한 일일 테니까요.”
조성현이 말했다.
그의 말에 박중원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하긴, 그것도 그렇겠다.”
그는 그렇게 말을 하며 조성현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는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조성현은 그의 뒤를 따라 사무실을 빠져나와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느낌이 새로웠다.
너무 오랜만에 이 자리에 앉는 것이기도 하고, 방금 퇴사하겠다고 말을 한 후에 앉는 것이기도 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성현씨.”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조성현이 고개를 돌렸다.
동료 직원이 조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많이 뭐라고 하셨어요? 팀장님이 성현씨한테 목소리 높인 거 진짜 오랜만인 것 같은데. 지각 한 번 했다고 너무 화내신 건 아닌가….”
“그런 거 아니에요.”
조성현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의 단호한 답에 동료 직원은 멋쩍은 얼굴을 하다가 입을 달싹거렸다.
그가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뒤에서 박중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현아.”
“아, 네 팀장님.”
“다음 주 화요일에 스케줄 어떻게 되냐?”
“제 스케줄이요?”
“따로 외부 일정 있냐고.”
“없습니다.”
조성현은 곧바로 데스크탑의 달력을 열어 일정을 확인하고 답했다.
“그럼 네가 다음 주 화요일에 유미 케어 좀 해줘.”
“제가요?”
“너 말고는 다 스케줄 애매해서. 나 없을 때 보통 네가 케어했으니까 유미도 익숙할 거 아니야.”
박중원이 말했다.
그의 말에 조성현은 슬쩍 주변을 돌아보았다.
다들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자신이 할 수 있다는 듯한 얼굴이다.
조성현은 오묘한 얼굴을 잠시 해 보였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겠습니다. 유미씨 제가 케어할게요.”
“어, 수고해.”
박중원은 쿨하게 말하고 몸을 돌렸다.
이윽고 동료 직원이 말을 걸어왔다.
“유미씨 스케줄 있는 거 있잖아요.”
“네.”
“뮤비 촬영 그거 혹시 저희 라온이 따라가도 될까요?”
유미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신인 가수였다.
첫 앨범이 상당히 괜찮은 반응을 보여주고 있어서, 두 번째 미니 앨범도 곧바로 준비 중인 가수.
다음 주 화요일에 뮤직비디오 촬영이 예정되어 있다.
라온은 이제 막 12살이 된 남자 아역 배우였다.
최근 아역 배우들 사이에서는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있어서, 꽤 괜찮은 상황이었다.
조성현은 업무에 제대로 적응하기도 전에 온 요청에 잠시 멈칫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거렸다.
라온은 나중에 연기 쪽으로 잘 진출해서 마지막까지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성격도 착한 거로 유명했고.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라온이가 가보고 싶다고 했나 보네요.”
“네. 저도 조심스럽긴 한데,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해서요.”
“유미가 애들 좋아하니까,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성현씨.”
“어려운 것도 아닌데, 뭘요.”
성현은 간단히 답을 한 후, 슬쩍 시선을 움직여 자신의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컴퓨터 앞에 앉은 지 5분도 안 됐는데.
“채윤이 보고 싶다.”
딸이 보고 싶었다.
* * *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정신이 없기도 했다.
너무 오랜만에 하는 일들이라서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으니까.
업무 강도가 높은 날이 아니어서 다행이지, 일이 몰아쳤더라면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드디어 퇴근이다.”
조성현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외투를 걸쳤다.
전에는 퇴근 시간이고 뭐고 그냥 항상 남아서 잔업을 처리했는데, 오늘은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중원은 빠르게 가는 조성현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조성현이 꾸벅 인사를 하고 회사를 나섰다.
하원이 6시 30분으로 알고 있으니, 서둘러 가면 직접 픽업해서 함께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채윤이 아버님.”
유치원 교사가 조성현을 보고 웃으며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는 것 같아요.”
“네,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랜만에 뵙네요.”
“아침에도 직접 데려다주셨다고 들었어요.”
“네, 출근하기 전에 데려다주고 출근했어요.”
“채윤이가 그거 덕분인지 하루 종일 기분이 좋더라고요. 오늘 밥도 잘 먹고.”
“그런가요?”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데리고 올게요.”
그렇게 말을 한 유치원 교사는 슬쩍 몸을 돌려 교실로 들어갔다.
유리창을 통해, 성현은 교실 안쪽을 바라보았다.
채윤은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전부 함께 어울려 놀고 있는데, 채윤이는 홀로 구석에 있는 유아용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하고 있어서 의아했다.
혹시 따돌림이라도 당하는 것은 아닌지, 이런저런 걱정이 든다.
그의 그런 걱정은, 은은하게 들려오는 채윤의 피아노 연주 소리에 사라졌다.
7살짜리 아이가 피아노를 치는 게 무슨 ‘연주’냐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분명 연주였다.
딴따라 딴. 따란.
피아노 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너무 익숙한 곡이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어디서 들어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
‘기억은 안 나는데….’
곡이 너무 좋았다.
7살 아이의 곡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좋다.
무엇보다.
“뭐가 그리 신난 거니. 채윤아.”
채윤이의 감정이 곡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쉽게 알아차리지 못했을 수 있겠지만 조성현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음악을 하던 사람이니까.
곡에 담겨 있는 감정이 바로 읽혔다.
채윤의 피아노 소리가 멈췄다.
교사가 그녀에게 무어라 말하는 것이 보였다.
채윤은 피아노를 멈추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달려왔다.
“아빠!”
아이가 활짝 웃으며 외쳤다.
채윤의 맑은 눈동자를 본 순간, 조성현은 또 한 번 후회했다.
이런 아이를 두고 일만 하고 있었다니.
교사가 뒤따라 나와서 웃으면서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요즘 채윤이가 피아노 학원에서 배운 건지, 피아노를 자주 치더라고요. 다른 애들이 피아노 건드리면 싫어하기도 하고요. 피아노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그렇군요.”
조성현은 그렇게 답을 하다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멈칫거렸다.
채윤이가, 피아노 학원을 다닌 적이 있었던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는 눈을 깜빡거렸다.
“어…?”
채윤이는 피아노 학원을 다닌 적이 없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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