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04)
304화
조성현은 채윤이를 데리러 학교에 나왔을 때.
오랜만에 유재균과 정미원이 함께 영준이를 데리러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 성현씨. 안녕하세요.”
유재균이 웃으며 인사를 한다.
정미원도 반색하며 조성현에게 손을 흔들었다.
조성현이 고개를 살짝 숙여서 인사를 했다.
정미원이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주말 잘 지냈어요?”
“네. 채윤이랑 여행 다녀와서. 너무 재미있게 잘 지냈네요.”
“좋았겠네요.”
유재균의 말에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으로 답했다.
그러자, 정미원도 웃으며 입을 연다.
“다음에 같이 또 여행 가요.”
정미원이 말했고, 조성현은 언제나 환영이라는 답을 했다.
조성현은 짧게나마 대화를 나누다가 정미원과 유재균이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의 얼굴에 약간의 걱정이 서려 있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네?”
“얼굴이 조금 어두워서요. 제가 괜한 걸 물어본 거면 죄송합니다.”
“아, 아뇨. 뭐 대단한 일은 아니에요. 그냥 영준이 때문에 그런 거라서.”
유재균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조성현은 그의 반응에, 일단 엄청 심각한 일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영준이가 어디 아프거나 한 건 아닌 모양.
다만, 유재균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잠시 고민을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조성현은 가만히 그가 말을 이어나가기를 기다렸는데, 유재균의 말을 끝까지 들을 수는 없었다.
유재균이 무어라 말을 더하기도 전에 아이들이 나왔으니까.
영준이와 채윤이가 함께 걸어 나왔다.
아이들의 걸음에는 평소와는 다르게 힘이 없었다.
조성현은 아침까지만 해도 굉장히 밝은 얼굴로 등교를 했던 채윤이가 고민 어린 얼굴로 나오는 것을 보고 의아함을 느꼈다.
바로 옆에 있는 영준이의 표정도 비슷한 것을 보아서, 영준이와 관련된 일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 집에 가서 이야기 한 번 해봐야겠네.’
채윤이랑 한 번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아이가 영준이를 걱정할 정도면 분명, 아이들 사이에서만큼은 심각한 일일 테니까.
유재균이나 정미원이 함께 나온 것이라면, 어른들의 시선으로도 막 심각한 건 아니더라도 충분히 걱정될 일이라는 것도 맞는 것 같고.
“그럼, 나중에 또 봐요.”
유재균, 정미원과 인사를 한 후.
조성현은 아이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채윤이는 여전히 고민과 걱정이 담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조성현은 결국, 아이의 손을 잡고 있던 것을 놓았다.
그제야 채윤이는 고개를 들어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아이를 안아 들고, 그는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채윤아.”
“으응.”
“무슨 일인데 그렇게 심각해.”
조성현이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며 물었다.
그러자, 채윤이는 미간을 찡긋거렸다.
말해도 될까 고민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조성현은 아이가 결정을 내릴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그리고 결국.
아이는 결정을 내렸다.
“영준이네 아빠가 있잖아.”
“응.”
아니나 다를까, 영준이랑 관련이 있는 건 맞는 모양이다.
조성현은 아이가 마지막까지도 코끝을 찡긋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뭔가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바이올린을 다른 사람한테 팔았대.”
“…….”
이건, 조성현도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기에 그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유재균이 자신의 바이올린을 팔 거라는 사실을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애초에 유재균이 바이올린을 팔기로 결심한 것은 채윤이와 영준이가 학교에 입학을 하기 한참 전이니까.
함께 여행을 갔을 때, 조성현과 유재균 둘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왔던 말이었다.
영준이의 학비를 위해서 자신의 악기를 판다고 했었고, 조성현은 같은 아버지로서 그에게 작은 존경심을 품을 수 있었다.
‘근데….’
아무래도 그걸 들킨 모양이다.
아이에게 쉽게 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니, 비밀로 할 거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걸 언젠가 영준이가 알게 될 거라는 것도,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고.
다만 그 시기가 이렇게 빠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조성현은 채윤이가 작게 한숨을 내쉬는 것을 보며 픽 웃었다.
“그게 걱정이 되는 거야? 영준이네 아빠가 바이올린을 판 게?”
“으응… 아니.”
채윤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영준이네 아빠가 바이올린을 다른 사람한테 판 거는… 조금 슬프지만 그래도 영준이네 아빠는 아빠처럼 어른이니까.”
그러니까 괜찮다고, 아이는 말했다.
조성현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응.”
“근데 그거 때문에 영준이가 자기가 막 바보라고 하면서 학교를 안 나오려는 생각까지 했는걸.”
“그게 걱정돼?”
“응. 나는 영준이 그림 좋아하거든.”
아이가 말했다.
조성현은 영준이도 걱정이 되지만, 유재균이 제일 신경 쓰였다.
같은 아버지로서,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자신이 만약 채윤이의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서 정말 소중한 것을 팔아야 했고, 그걸 아이에게 들켰다면.
어떤 심정일까.
‘… 마음이 편하진 않겠지.’
쉽게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불편할 거다.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할 거고.
부모로서 더 능력 있지 못해서 가슴이 아프기도 할 거고.
여러모로 복잡한 심경일 것이기에, 조성현은 유재균이 눈에 밟혔다.
반대로 채윤이는 영준이가 많이 신경이 쓰이는 게 당연한 일.
채윤이는 영준이의 그림을 좋아한다고 선언하듯 말하고는, 그 뒤로는 집에 도착하기까지 입을 다물었다.
조성현이 말을 걸어도 ‘으응’이라며 정신이 없는 와중에 애써 답하는 모습을 보여서, 조성현도 더 이상 말을 걸지는 않았다.
그렇게 집에 도착해서, 저녁 식사까지 끝내고.
설거지를 마친 조성현은 항상 그렇듯 아이가 피아노를 치는 것을 지켜보기 위해 소파에 앉으려 했지만, 채윤이는 피아노에 앉아 있지 않았다.
아이는 여전히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소파에 앉아 있었고.
조성현이 아이의 옆에 앉자,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빠.”
“응 채윤아.”
“우리도 돈 없어?”
“… 어?”
그 질문에, 조성현은 놀라서 채윤이를 돌아보았다.
채윤이는 딱히 놀란 것도, 그렇다고 당황한 것도 아닌.
차분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물었다.
“우리도 학교 다니려면 돈 많이 벌어야 해?”
그 질문에, 조성현은 풀썩 한숨을 내쉬었다.
영준이에 대해 고민하다가, 본인의 학비에 대한 생각까지 미쳤던 것 같다.
“아냐. 일단, 채윤이랑 영준이는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 그럴 나이도 아니고… 우리는 채윤이가 장학금을 받아서 학비를 안 내고 있는 거랑 다름없고.”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조성현은 생각보다 아이들이 돈과 집안 돌아가는 일에 꽤나 민감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어릴 적에도 그랬던가 싶었지만, 딱히 이렇게까지 금전적인 부분을 걱정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채윤이는 눈을 빛냈다.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안 듣고, 장학금이라는 말만 들었던 것인지 아이는 장학금에 관심을 보였다.
“진짜?”
“응.”
“그럼 그 장학금을 영준이 주면… 싫어할 텐데.”
밝은 얼굴로 말을 하다가, 채윤이는 목소리를 줄였다.
자신이 말을 하다가도, 이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모양.
조성현은 빙긋 웃었다.
말을 하다가도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려서 다행이다.
“응.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네.”
“그럼 어떻게 해야하지?”
“글쎄. 아빠는 그냥 채윤이랑 영준이는 학비에 대해서 신경 쓰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 싶은데.”
학비를 신경 쓰라고 바이올린을 판 건 아닐 테니까.
영준이가 부디, 다른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조성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유재균이, 또 정미원이 원하는 게 그런 것일 테니까.
“하지만….”
“채윤아.”
“응.”
“채윤이는 아빠가 바이올린이 너무 하고 싶은데. 바이올린을 하려면 저기, 피아노를 팔아야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 같아?”
“아빠 바이올린 너무 하고 싶어?”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아이의 반응에 조성현은 채윤이를 들어 자신의 무릎에 앉히면서 입을 열었다.
“그냥 예를 드는 거야. 애초에, 아빠는 바이올린이 있잖아. 만약에 아빠가 바이올린을 하려면 피아노를 팔아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면 당연히 피아노를 팔아야지! 학교에도 피아노 있고 신경화 선생님네 집에도 피아노가 있는걸.”
아이가 너무 당연한 것을 말하는 것처럼,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집에서 피아노를 치지 못해도, 다른 곳에서 칠 수 있다면서 당연히 팔아야 한다고.
채윤이가 그렇게 답을 할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직접 그런 답을 들으니 너무 뿌듯하면서도 고마웠다.
조성현은 빙긋 웃음을 보이며 말을 이었다.
“영준이와 영준이네 아버지도 똑같아.”
그렇게 말을 하자.
채윤이는 미간을 찡긋거리다가, 이내 이해했다.
조금이나마 편한 얼굴이 되었지만, 여전히 걱정을 다 내려놓지는 못한 모습이다.
채윤이는 한참 동안이나 더 고민하다가 결국 피아노로 향했다.
조성현은 아이가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시작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아이의 연주에는 묘한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다.
채윤이는 고민과 걱정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었고.
조성현은 잠시 그것을 지켜보았다.
우웅.
그의 스마트폰이 울렸고, 화면 위에 떠 오른 이름에 조성현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향했다.
“네, 여보세요?”
-아, 성현씨. 안녕하세요.
“네.”
-일단… 오늘 채윤이 표정이 어둡던데. 아무래도 저희 때문인 것 같아서요.
“안 그래도 방금 이야기를 좀 나눴습니다.”
-네, 괜히 채윤이 표정이 어두워서 성현씨가 걱정할 것 같아서 연락했어요. 죄송하네요.
“죄송할 게 뭐가 있나요.”
조성현은 거기까지 말하고, 거실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채윤이를 힐끗 보았다가 말을 이었다.
“채윤이한테 듣기로는, 바이올린을 팔았다는 걸 영준이가 안 모양인데….”
-아, 네…말은 안 하는데 영준이가 아무래도, 저희가 이야기하는 걸 들은 것 같긴 했어요.
한숨 섞인 목소리.
조성현은 그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 복잡하겠지.
-바이올린도 애초에 두 대였고, 그중 하나만 판 거고… 사실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부분인데, 아이는 심각하게 생각하는 모양이에요.
“영준이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텐데.”
-그러니까요. 이것 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
조성현은 그에게 아무런 답도 해주지 못했다.
그들은 짧게 이야기를 나눈 후, 통화를 마무리했다.
그 이야기 속에, 해답은 없었다.
두 아이가 정답을 찾지 못했던 것처럼.
두 아버지 또한, 정답은 알지 못했다.
내 딸은 음악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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