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10)
310화
조성현과 뮤즈가 열심히 작업하는 동안.
장현아와 세라는 장소를 옮겨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세라의 집무실.
둘은 몇 번 얼굴을 마주친 적 있었다.
파라다이스 엔터테인먼트와 Pan 엔터테인먼트는 꽤 괜찮은 관계를 맺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둘이 만날 자리는 자주 만들어졌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둘이 독대하는 건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세라와 장현아 둘 다 서로 가만히 바라볼 뿐 입을 열지 않았다.
탐색하듯 서로를 바라보며 가만히 있던 세라와 장현아 중, 먼저 입을 연 것은 장현아였다.
“먼저, 영상 촬영 허가해주신 점 감사합니다.”
그녀의 말에, 세라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흔든다.
“저희 쪽에서도 좋은 일이니까요. 공개 일정만 맞는다면 어떻게 사용하시든 괜찮습니다.”
“언제쯤 공개되는 걸 원하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한다면 곤란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장현아가 말했다.
Pan 엔터테인먼트 쪽에서는 결국 조성현과 채윤이를 가장 먼저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Pan 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는 조성현과 채윤이었으니 그건 당연한 일.
그리고 최고의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일단 확보된 콘텐츠를 적재적소에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하고, 콘텐츠가 부족한 지금 시점에서는 더더욱.
장현아도 언제쯤 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 정확히 판단하지 못했지만, 너무 시간을 오래 끌면 그리 유리하지만은 않았다.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네요. 이르면 한 달 안에, 늦어도 한 달 반 정도면 안에 공개하시면 될 것 같으니까요.”
“정확한 시점은….”
“추후, 저희 쪽에서 일정이 나오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괜찮으실까요?”
세라가 빙긋 웃으며 물었다.
그녀의 물음에, 장현아는 멈칫거렸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거렸다.
한 달에서 한 달 반.
그 정도면 적당하다.
어차피 미튜브 채널을 만들기로 결정이 된 것도 바로 얼마 전이었으니까.
지금 당장 미튜브 채널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빨라도 2주 정도는 더 소요가 될 텐데.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기간이었다.
‘그럼 오픈되고 나서는 일단 뮤즈 쪽 영상은 대기하고… 서예나씨랑 같이 작업한 거 중심으로 영상 풀면 되겠네.’
머릿속으로 대략적인 계획이 짜였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
세라가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미튜브에 신경을 많이 쓰시나 보네요.”
“… 성공시켜야 하니까요.”
“뭐, 가만히 놔둬도 성공할 것 같긴 하니. 너무 걱정하진 않으셔도 되지 않을까요?”
세라가 그렇게 말을 하며 살짝 몸을 뒤로 빼 의자에 기댔다.
장현아는 세라의 말에 그녀의 눈을 마주했다.
어떤 의미로 그런 말을 한 건지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세라는 그저 가벼운 미소를 보이고 있었고, 장현아는 세라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없었다.
“걱정하는 게 아니에요.”
“그럼요?”
“기대하는 거지.”
장현아가 단단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녀는, 성공시키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을 하는 게 아니었다.
더욱 확실하게, 제대로 성공시키고 싶다는 원함이 있지만 그건 걱정이 아니다.
걱정보다는, 기대가 앞선다.
과연 조성현과 채윤이는 어디까지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런 장현아의 말을 들은 세라는 묘한 눈빛을 보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기대할 만하죠. 능력 있는 사람이니까. 나중에도 자주 협업했으면 좋겠네요.”
세라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능력 있는 사람은 언제나 환영이었다.
Pan 엔터테인먼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조성현의 능력을 잘 이용할 수 있으리라.
그녀는 그렇게 생각을 했고.
그런 세라를 바라보며 장현아는 툭 하고 말을 내뱉었다.
“글쎄요. 말씀하신 것처럼 능력 있는 분이라서, 자주 협업할 기회가 생길지 잘 모르겠네요.”
장현아의 말에 세라는 눈을 빛냈다.
아무래도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욕심이 많은 성격인 것 같다.
세라는 그저 싱긋 웃음을 보일 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 * *
파라다이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조성현은 계속해서 뮤즈와 어울리며 그녀들의 성향을 파악하려 애썼다.
성격이나 습관 같은 걸 알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뮤즈의 멤버 개개인별로 음악적 성질이 어떤지는 충분히 이해해야 했으니까.
녹음 작업을 한 번 했으니,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어느 정도’일 뿐이다.
뮤즈가 단체로 연습을 하는 것을 잠시 지켜보다가 퇴근한 조성현은 채윤이의 하교 시간이 되자,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파라다이스 엔터에 더 있어 봐야 조성현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
“어제 현아 언니가 영준이한테 전화했었대.”
“그래? 그림 때문에 그랬나 보다.”
“응. 그래서 그림 보내줬다고 했으니까 영준이가 되겠지?”
채윤이의 물음에, 조성현은 볼을 긁적거렸다.
사실, 그건 조성현도 모르는 일이다.
영준이의 그림이 좋긴 하지만, 장현아가 생각하는 것과는 느낌이 다를 수도 있는 거니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른다.
딱히 뭐, 장현아에게 영준이의 그림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부탁할 생각도 없었다.
자신들의 미튜브 채널인 만큼 장현아는 조성현과 채윤이가 말한다면 거의 그들의 의견대로 진행할 확률이 높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채윤이야 영준이의 친구였고,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쓰고 있으니 그냥 영준이가 됐으면 좋겠다 싶겠지만.
조성현은 딱히 그런 건 아니었다.
영준이의 그림을 조성현도 좋아하는 만큼, 영준이의 그림을 채널아트로 사용하게 되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장현아의 의견을 반대하면서까지 그렇게 하고 싶진 않다.
조성현은 흐음 하고 소리를 내고는, 입을 열었다.
“아빠도 잘 모르겠네. 영준이 그림 잘 그리니까, 영준이를 믿고 기다려보자.”
“응!”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한다.
아이는 크게 실망한 기색을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채윤이도 억지를 부릴 생각이 없는 거다.
조성현은 그런 아이를 보며 가볍게 이마에 입을 맞춰주고는 소파에 앉았다.
채윤이는 익숙하게 피아노 앞으로 향했다.
아이가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을 들으며, 조성현은 노트를 펼쳤다.
언젠가, 영준이네와 함께 여행을 갔을 때 기념품 가게에서 사 온 노트다.
그는 차분하게 펜을 놀렸다.
오늘 느꼈던 뮤즈 멤버들의 특징과 음악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조성현이 해야 할 일은, 뮤즈의 데뷔 앨범에 수록될 타이틀곡을 만드는 것.
당연한 말이지만, 타이틀곡은 굉장히 중요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컨셉과도 겹친다.
타이틀곡이 앨범의 컨셉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인데, 그렇기에 조성현은 곡 자체의 컨셉을 뮤즈가 밀고 가려는 컨셉과도 맞출 필요가 있었다.
문제는 아직 뮤즈가 가지고 있는 완벽한 ‘정체성’이 없다는 부분이다.
이 정체성 또한 조성현이 곡을 만들며 확립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체성을 확립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분석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
분석이 완벽히 끝나지는 않았지만, 뮤즈의 음악을 어느 정도 이해했으니 그걸 정리하고 어떤 느낌이 가장 좋을지 가늠을 해봐야 했다.
‘일단 내일 뮤즈를 한 번 더 보고… 하영 씨하고도 이야기해 봐야지.’
민하영이 멤버들 중에서 음악적 이해도가 가장 높다.
그녀와 이야기를 하면서 멤버들에 대해서 조금 더 파악해나갈 필요가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조성현은 지금까지 이해한 멤버들의 음악을 조합해보기 시작했다.
어떤 음악이 가장 좋을까.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고.
조성현은 그것 중 가장 쓸만한 것들을 캐치해 노트에 적었다.
“아빠.”
“응?”
열심히 노트를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적어나가던 조성현은, 그를 부르는 채윤이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느새 피아노 연주를 멈췄는지, 채윤이가 조성현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가 피아노를 멈췄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나 보다.
“그거 하는 거 재미있어?”
채윤이가 조성현의 노트를 바라보며 물었다.
조성현은 아이의 물음에 여러 아이디어가 적혀 있는 노트를 힐끗 보았다.
재미있냐고?
조성현은 그 물음에, 자신의 입가에 미소가 맺혀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미있었다.
진심으로.
유미의, 서예나의 앨범을 작업할 때보다 훨씬 더 즐겁다.
아니, 이건 단순히 즐거운 감정이 아니었다.
유미와 서예나의 앨범을 작업할 때도 즐거웠다.
하지만 그때는 어떻게 하면 아티스트의 매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거기에 맞춰서 곡을 만든 것뿐이다.
뭐랄까.
조금 더 설명하자면, 그때는 재미있는 ‘노동’을 한 느낌이고.
지금은….
‘말 그대로, 창작하는 것 같네.’
어디서부터 온 차이인지는 모르겠다.
조성현이 미튜브를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음악에 대한 그의 마음가짐이 조금 더 바뀌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단순히 유미와 서예나의 미래는 알고 있지만, 뮤즈의 미래는 알고 있지 않으니 거기서부터 오는 차이일 수도 있겠지.
뭐가 됐든, 중요한 건 지금 조성현은 곡을 만드는 걸 즐기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걸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했다.
조성현이 풀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재미있네.”
그가 그렇게 답하자, 채윤이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나도 같이할래.”
채윤이는 그렇게 말하며 조성현의 옆으로 다가왔다.
아이가 소파로 올라와 조성현의 옆에 바짝 붙어서 앉는다.
조성현은 채윤이를 안아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채윤이는 조성현의 노트에 적힌 것을 빤히 바라보았다.
보통 조성현의 노트에 적힌 것은, 조성현밖에 알아보지 못한다.
악필이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그대로 꺼내둔 것이기에 그런 것이었다.
그걸, 채윤이는 잠시 들여다보다가 조성현이 어떤 생각으로 아이디어들을 적어 두었는지 알았다.
“이거는 재미없을 것 같아.”
“그래? 그럼 이런 건?”
조성현은 채윤이가 가리킨 것을 슬쩍 수정했고.
채윤이는 미간을 찡긋거렸다.
“괜찮은 것 같기두 하고….”
그렇게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꼬르륵.
채윤이의 배가 소리를 냈다.
조성현은 피식 웃으며 시간을 확인했다.
저녁때가 한참 지나있다.
“밥 먹자.”
“조금만 더 할래.”
채윤이는 조성현과 함께 곡에 대한 아이디어를 짜는 게 재미있었는지, 고집을 부린다.
조성현은 그런 아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은 그만하고, 내일 같이 파라다이스 가자.”
“… 응.”
아쉬운 얼굴로, 아이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성현은 웃으며 부드럽게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채윤이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맞다. 영준이한테 이렇게 해주니까 영준이는 싫어했어.”
“응? 뭘 했는데?”
“이거. 쓰담쓰담.”
채윤이가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렸다.
영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고?
아이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나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싫어하진 않았을 거야.”
“진짜?”
“응. 근데 너무 자주 하지는 말자.”
“… 왜?”
“음… 글쎄?”
작은 해프닝이다.
어쩌면, 영준이는 조금 싫어할.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