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23)
323화
서예나와 파티는 아니지만, 결국 짧게 뒤풀이 정도는 하기로 했다.
길고 길었던 앨범 작업이 전부 끝났으니, 서예나로서는 시원섭섭한 마음이 컸던 것.
사실 조성현도 그런 마음이 없던 것이 아니었고, 어차피 채윤이를 데리러 학교에 가야 했으니 그전까지는 시간이 남는 상황이었다.
거창하게 뭔가 할 수는 없었고, 그냥 소박하게 카페에 가서 간단한 간식이라도 시켜서 나눠 먹으면서 이야기라도 하기로 했다.
“언니, 솔직히 이거 마카롱 하나로는 살 안 쪄.”
“마카롱은 살 안 찌지.”
“그렇다니까.”
“살은 우리 서예나 가수님께서 찌시겠죠?”
우경수 팀장이 그렇게 말을 하자, 결국 서예나는 마카롱을 포기하고 손에 들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신다.
아쉽다는 듯 마카롱에 시선을 한 번 두었다가, 결국 서예나는 고개를 한 번 흔드는 것으로 아쉬움을 떨쳐내고는 입을 열었다.
“지난번에 이야기한 거 있잖아요.”
“어떤 거요?”
서예나의 말에, 조성현이 되물었다.
조금 뜬금없어서, 그녀가 뭘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것.
서예나는 커피를 탁하고 소리 내서 내려놓고는 말을 이었다.
“그 왜, 유미네 콘서트 이야기요. 나 게스트로 나와 달라는 거.”
“아, 네.”
“유미랑 잘 이야기해서. 게스트로 나가기로 했어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유미도 내 콘서트에 놀러 오는 조건으로.”
“잘됐네요.”
조성현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조성현은 유미의 매니저였던 존재로서 그녀가 꽤 마음 쓰이는 게 사실이었다.
가능하면 유미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가지고 있고.
유미가 처음 하는 콘서트인데, 거기에 서예나가 게스트로 출연한다면 호응은 확실할 거다.
잘된 일이다.
서예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아 하고 소리를 냈다.
“성현씨도 내 콘서트 나와야죠. ‘비하인드’ 때문에라도.”
그녀의 말에, 조성현은 멈칫거렸다가 어색하게 웃었다.
솔직히 말해서, 아티스트로 데뷔하는 것도 조성현은 조금 부담스러웠다.
물론 즐거운 작업이었고, 이런 작업을 계속하고 싶긴 하지만….
그것과 대중들 앞에서 직접 존재를 드러내는 것은 조금 다르다.
앞으로 나서서 무언가를 하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닌데, 참 미묘했다.
콘서트에 직접 자신이 나서서 수만 명의 관중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이건… 쉽게 상상하지 못 할 일이었다.
“상황을 봐야 알 것 같긴 한데. 최대한 노력 해보겠습니다.”
조성현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일단 그의 성향이 어떻든, 콘서트에 전혀 출연하지 않는 것도 그림이 조금 이상하긴 했다.
스케줄이 있는 아티스트도 아니고, 서예나의 이번 앨범에 피쳐링으로 참여한 사람은 조성현이 유일하다.
그런 조성현이 서예나가 콘서트에서 ‘비하인드’를 부르는데 함께 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긴 한 상황.
결국 조성현은 상황상으로 두세 번 정도는 콘서트 무대에 서는 게 좋긴 한 거다.
정말 싫다면 거절해도 괜찮긴 하지만, 대중들 앞에 서는 게 조금 부담스러운 것이지 그걸 엄청 싫어하는 건 아니었으니….
조성현은 일단 상황을 보겠다고 말하며 반쯤 수락했다.
서예나는 흠하고 소리를 내며 조성현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래요.”
이 정도 대답이면 만족했다는 듯,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넘어간다.
조성현은 그저 미소를 보였다.
* * *
한편, 조성현이 서예나와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을 무렵.
채윤이는 학교에서 수업하고 있었다.
아이의 바로 옆에서, 보조 교사인 박아린이 붙어서 설명을 해준다.
지난번, 영준이네와 함께 갔던 캠핑에서 처음 만난 박아린은 채윤이네 반의 보조 교사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음악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다른 기본적인 부분도 박아린은 잘 가르쳐주었다.
채윤이가 좋아하는 선생님이다.
“이런 게 시적 표현….”
박아린이 채윤이가 보고 있던 가사를 함께 보면서 설명을 해주다가, 아이의 표정을 보고는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왜?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어?”
“네….”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한다.
박아린은, 말해보라는 듯 채윤이를 바라보았고.
채윤이는 미간을 찡긋거리며 입을 열었다.
“여기,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으면 존경이고, 좋아하는데 이유가 없다면 사랑이다. 이게 이해가 안 돼요.”
“음… 의미가?”
“네.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으면 왜 존경이에요?”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채윤이가 미간을 좁힌 채 물었다.
박아린은 귀엽다는 듯 채윤이를 바라보다가 음 하고 작게 소리를 흘렸다.
잠시 고민을 하던 그녀는 결국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한다.
“채윤아.”
“네에.”
“채윤이는 아빠를 좋아하지?”
“네!”
박아린의 물음에, 채윤이는 망설임 없이 답한다.
아이는 조성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기분이 좋아졌는지 얼굴에 웃음이 맺혔다.
박아린도 함께 웃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러면 우리 채윤이는 아빠를 왜 좋아해?”
“어… 아빠는 착해요. 저를 사랑해줘요. 맛있는 것도 해주고… 노래도 잘해요. 만드는 것도 잘하고.”
채윤이가 하나씩, 자신이 조성현을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아이는 끊김 없이 자신이 조성현을 좋아하는 이유를 말해나갔고, 가만히 지켜보던 박아린이 결국 나섰다.
“응. 우리 채윤이는 아빠를 많이 좋아하네.”
“맞아요.”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한다.
박아린은 그런 채윤이를 보며 손을 들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결정이 조금 느리고, 때때로 딱히 원하는 것도 없어 보이는 채윤이였지만.
조성현과 관련이 있는 부분이라면 아이는 굉장히 단호했다.
단단하게, 조성현이라는 존재가 아이의 가슴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그러면 채윤아.”
“네에.”
“만약에, 채윤이네 아빠가 말이야.”
“네.”
박아린의 말에 채윤이는 얌전히 답하면서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채윤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채윤이네 아빠가 채윤이를 사랑해주지 않고, 맛있는 것도 안 해주고, 노래도 못하고, 곡을 만드는 것도 못 하면.”
“우리 아빠는 저 사랑하는데요….”
채윤이가 박아린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왜 자신의 아빠가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냐고 말을 하냐는 듯 바라보는 채윤이의 눈빛에 박아린은 순간 멈칫거렸다.
아이의 눈빛은 때때로 심장을 아프게 할 때가 있다.
박아린은 미소를 보이며 설명을 이었다.
“물론 채윤이네 아빠는 채윤이를 엄청 많이 사랑하시지. 선생님이 말하는 건 가정하는 거야. 만약에 채윤이네 아빠가 채윤이를 사랑하지 않고, 맛있는 것도 안 해주면. 그럼 채윤이는 어떨 것 같아?”
“… 슬플 것 같아요.”
아이는 미간을 찡그리면서 답했다.
채윤이의 답에 박아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많이 슬프겠지. 그래서, 우리 채윤이는 아빠가 채윤이를 사랑하지 않고, 맛있는 것도 안 해주면… 안 좋아할 거야?”
박아린의 그 질문에, 채윤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제야 박아린의 말을 이해했다는 듯 눈을 크게 뜬 채윤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아니에요. 나는 아빠가 맛있는 거 안 해주고… 노래도 못해도 좋아할 거예요.”
“그치. 채윤이가 아빠를 좋아하는 이유가 참 많지만, 그런 이유들이 없어도 아빠를 좋아하겠지?”
“네.”
“그게 사랑인 거야.”
박아린의 말에 채윤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아이는 신기하다는 듯 박아린을 바라보았다.
“선생님은 완전 똑똑해요.”
“고마워.”
박아린이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또 수업을 이어나가는데.
채윤이는 방금 박아린에게서 들었던 설명을 곱씹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그치만 내가 아빠를 좋아하는 이유들도 많은데.’
이유들이 없어도 좋아하면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 이유 때문에 더 좋은 건 어떻게 해야하지?
채윤이는 미간을 좁히며 고민을 이어나갔다.
‘영준이는….’
아이는 이내 영준이를 대입했다.
채윤이는 영준이를 좋아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영준이는 착하다, 채윤이를 항상 잘 챙겨주고, 그림도 잘 그린다.
근데, 만약 영준이가 나쁘고, 자신을 챙겨주지 않고, 그림을 못 그린다면?
‘그러면… 쪼금 싫을 것 같은데….’
영준이가 나쁜 사람이고, 자신을 챙겨주지도 않고 나쁘게 대하면, 좋아할 것 같진 않았다.
그렇다고 영준이가 그림을 못 그린다고 싫어하지는 않겠지만….
“그러면 나는 영준이를 존경하는 거야?”
채윤이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건가?
막 존경하는 느낌은 아닌데.
너무 헷갈린다.
차라리 존경한다는 느낌은, 박한율에게 받는다.
‘한율이 오빠는 피아노를 잘 치니까. 엄청 열심히 연습하기도 하고….’
그래서 조금은, 존경하는 것 같기도 하다.
채윤이는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눈을 깜빡거렸다.
아이는 조성현을 사랑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존경하기도 했다.
채윤이는 조성현을 이유 없이 좋아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이가 조성현을 좋아하는 이유는 수만 가지였으니까.
‘아빠는 멋있어. 노래도 잘하고, 곡도 잘 만들고, 착해.’
그뿐 아니라, 유미와 서예나, 최근에는 뮤즈와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채윤이에게는 그저 멋지고 대단한 일이었다.
다들 조성현이 멋지다고 하고, 채윤이는 그런 아빠가 자랑스러웠다.
그제서야 채윤이는 자신이 조성현을 향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오늘 수업은 여기서 끝! 다들 고생했어요.”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며, 수업이 끝났다.
박아린은 담임 선생님을 도와 수업을 정리하며 아이들의 수다를 들어주었다.
“채윤아. 오늘 수업 어땠어?”
“재미있었어요.”
“그래? 아까 고민하던 건 잘 이해됐어?”
“네!”
그녀의 질문에 채윤이가 맑은 목소리로 답했다.
박아린은 채윤이의 맑은 목소리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 나중에도 또 어려운 게 있으면 선생님한테 말해줘.”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채윤이가 히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날.
학교가 끝난 후.
채윤이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얼른 나가서 아빠를 보고 싶다.
아이는 그런 생각을 하며 열심히 발을 움직였고.
건물을 빠져나가자마자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조성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조성현은 채윤이를 보자마자 팔을 벌렸고, 채윤이는 활짝 웃으며 그에게 뛰었다.
평소보다 더 서둘러 오는 채윤이를 보며 조성현은 조금 당황한 듯 보였지만, 채윤이는 쪼르르 달려가서 조성현의 품에 안겼다.
“아빠!”
그렇게 부르자, 조성현이 웃으며 채윤이를 내려 본다.
“존랑해요!”
아이는 조성현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