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36)
336화
조성현은 아이의 하교 시간에 맞춰서 학교에 도착했다.
잠시 기다리니, 채윤이가 밖으로 나온다.
아이의 오른편에는 영준이가 걸음을 옮기고 있고, 반대편에는 못 보던 아이가 함께하고 있었다.
‘새로 사귄 친구인가 보네.’
조성현이 속으로 생각을 하며 채윤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고, 채윤이는 금방 조성현을 발견하고는 걸음을 서둘렀다.
아이의 걸음이 갑자기 빨라지자, 영준이는 익숙한 듯 함께 걸어오고.
다른 아이는 엇 하고 당황하다가 얼른 채윤이의 뒤를 따른다.
채윤이가 조성현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빠 안녕!”
“채윤이 잘 다녀왔어?”
“응!”
“안녕하세요. 아저씨.”
“영준이도 안녕.”
뒤따라온 영준이와 인사를 나눈 후, 조성현은 시선을 움직여 처음 보는 얼굴의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눈치를 보다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응. 안녕. 나는 채윤이 아빠야.”
“네, 알아요. 어제 봤어요.”
“어제?”
“네. 그… 티비에서.”
“아아. 봤구나. 조금 민망하네.”
조성현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요즘 음악 방송의 시청자들의 나이대가 전체적으로 낮아졌다는 것은 알고 있긴 했는데.
그렇다고 채윤이의 친구가 자신이 출연한 것을 봤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조성현은 어색하게 웃었다.
“아, 예나 언니한테 전화해야 해.”
채윤이가 그렇게 말하면서 주머니를 뒤적거려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아이는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지 않아서, 조금 어색했다.
채윤이는 보통 자신의 스마트폰보다는 집에 있는 태블릿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었다.
딱히 스마트폰을 사용할 일이 없다고 해야 할까.
아이는 조성현과 하루종일 붙어 있는 편이었으니 따로 조성현과 연락할 필요도 없고, 다른 이들과는 애초에 연락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말이다.
“예나 언니한테는 왜? 할 말 있어?”
“현서가 서애나래.”
“아. 그래?”
조성현이 채윤이와 함께 온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이름이 현서인 모양.
서애나라면 꽤 유명한 팬덤이었다.
서예나의 팬이라면 어제 있었던 음악 방송을 본 것도 이해가 된다.
“언니한테 전화해서, 싸인해달라고 하려구.”
채윤이가 말했고, 조성현은 흠 하고 소리를 내며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채윤아.”
“응?”
“영상 통화로 한 번 해보자. 현서도 볼 수 있게.”
그렇게 말을 하니 현서의 눈이 크게 떠진다.
그게 가능한 일인지, 현실을 의심하고 있는 듯한 얼굴.
채윤이가 현서를 바라보았다가, 그 표정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았어. 근데 지금 전화했는데 안 받으면 어쩌지? 어제처럼 노래 부르고 있으면 못 받잖아.”
“오늘은 스케줄 없으니까, 특별한 일 아니면 받을 것 같은데?”
조성현은 자신의 주변 아티스트들의 스케줄은 웬만하면 알고 있었다.
그가 알고 싶어서 아는 것이라기보다는, 가만히 있어도 알게 된다.
뭐, 그냥 스쳐 지나가듯 말한 것을 기억하는 조성현의 집중력이 대단하다 할 수 있겠지만 이건 일종의 직업병이었다.
매니저 시절 생긴 직업병.
아티스트들의 스케줄은 무조건 기억하게 된다.
그의 기억상 서예나는 오늘 스케줄이 하나도 없었다.
바로 내일부터 시작되는 주말.
그녀는 그때 무대가 잡혀 있었고, 그 무대를 위해서 오늘 하루 휴식이 주어진 것이다.
유미였다면 휴식은 필요 없다고 말하며 스케줄 잡아 달라고 했겠지만, 서예나는 컨디션 관리에 진심인 편이었으니 아마 집에서 얌전히 쉬고 있겠지.
“그러면 바로 전화해야겠다.”
채윤이는 그렇게 말하며 열심히 스마트폰을 조작해, 전화를 걸었다.
꿀꺽.
옆에서 긴장해서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조성현은 현서라는 아이가 잔뜩 굳은 얼굴로 채윤이의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며 픽 웃었다.
서예나를 좋아하기는 하나 보다.
저렇게까지 긴장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조성현은 가볍게 웃음을 흘리면서 전화를 걸고 있는 채윤이의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예나가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조금 놀란 얼굴이었다.
-채윤이 안녕?
“언니 안녕하세요!”
채윤이가 맑은 얼굴로 인사를 건넨다.
서예나의 모습이 드러나자 현서는 헙 하고 숨을 들이켜면서 손을 들어 입을 막았다.
저렇게 숨은 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입을 막은 현서.
영준이가 눈을 깜빡거리며 현서를 바라본다.
-어쩐 일이야. 우리 채윤이가 언니한테 전화를 다 주고. 심지어 화상 통화라니.
서예나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그녀가 우경수 팀장을 대할 때에도 드러나지 않는 목소리다.
아마, 저런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존재는 세상에 그리 많지 않을 거다.
팬서비스도 확실한 것으로 유명한 서예나였지만, 팬들에게도 저런 목소리를 내지는 않으니까.
“친구가 서애나래요. 어제 아빠랑 같이 한 무대도 봤다고 해서…”
-아 그래? 옆에 있는 친구가 언니 팬이야?
“아, 안녕하세요.”
현서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꾸벅 숙여 답을 한다.
화면 너머로, 서예나가 활짝 웃었다.
-채윤이 친구 안녕. 이름이 뭐야?
“기, 김현서입니다.”
-현서? 이름도 예쁘네. 역시 언니 팬들은 다 예쁜 것 같아. 그치?
“언니가 제일 예뻐요….”
현서가 얼굴이 조금 붉어진 채로 작게 말한다.
서예나가 깔깔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그런 그녀의 웃음을 보며, 채윤이는 할 말을 해나갔다.
“현서가 언니 싸인 가지고 싶대요.”
-그래? 어렵지 않지. 나중에 채윤이 통해서 전해줄게.
“사랑해요.”
대뜸, 현서가 사랑 고백을 해버린다.
서예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웃었다.
그녀는 잠시 무언가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입을 열었다.
-채윤아, 옆에 아빠도 있어?
“아빠요?”
채윤이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돌려 조성현을 바라본다.
조성현이 슬쩍 손을 뻗었고, 채윤이가 자신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네, 예나씨. 저 있습니다.”
-약속 있어요?
“… 오늘요?”
-네 오늘요.
“딱히 없네요.”
-그럼 같이 저녁이나 먹죠. 오늘 마침 스케줄도 없고. 채윤이도 보고 싶고, 우리 채윤이 친구가 내 팬이라는데 싸인도 해줄 겸.
“음….”
조성현이 잠시 고민했다.
서예나의 컨디션 조절이나, 혹시 모를 잡음들을 생각하면 거절을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거다.
아마 자신이 서예나의 매니저였다면, 그냥 집에서 쉬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겠지.
하지만 조성현은 서예나의 매니저가 아니라, 채윤이의 아빠다.
아이는 서예나와 만나는 게 좋은지,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고 아이의 옆에 있는 현서도 너무 간절한 눈빛으로 조성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그렇게 하죠. 제가 맛있는 걸로 사겠습니다.”
서예나가 신세 진 게 많다.
아마 서예나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겠지만, 조성현으로서는 서예나에게 감사한 일이 많았다.
일단 그녀의 앨범 작업을 함께 하게 된 것부터가 감사한 일이었다.
덕분에 채윤이와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전혀 부족함이 없을 수 있으니까.
둘이 생활하기에는 넘치도록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서예나였다.
그녀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좋아요. 맛있게 얻어먹을게요 그럼.
서예나도 조성현이 금전적으로 어렵지 않다는 걸 알기에 부담 없이 말했다.
그렇게, 그들의 식사 약속은 갑작스럽게 잡혔다.
* * *
“지금 온다고 하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될 거야. 혹시 현서 부모님이 언제쯤 오실까?”
조성현의 말에 현서는 꿀꺽 침을 삼키고는 얼른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
아이는 후우 하고 숨을 내뱉은 후 입을 열었다.
“조금 있다가 올 거예요. 많이 늦진 않을 텐데….”
“음, 그러면 아저씨가 현서 부모님과 통화를 잠깐 해도 괜찮을까? 아무래도 현서랑 같이 밥을 먹으려면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니까.”
조성현이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
현서는 얼른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신이 서예나와 같이 밥을 먹게 되었다고 말하면, 부모님은 절대 믿지 않을 거다.
하지만 조성현이 직접 말을 하게 되면 조금 다르겠지.
현서는 얼른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엄마에게 전화를 건 후, 조성현에게 넘겼다.
“아, 안녕하세요. 어머님.”
그렇게 조성현이 통화를 시작하고.
현서는 멍한 얼굴을 해 보였다.
아이는 채윤이를 입학할 때부터 알고 있었다.
반 아이들 중에서 가장 예쁜 아이가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바로 채윤이라고 답 할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는 채윤이가 아닌가.
아이는 첫날부터 채윤이를 눈에 담고 있었고, 그런 채윤이의 아버지가 조성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꽤 시간이 흐른 후였다.
그리 큰 노력이 들지는 않았다.
채윤이의 아버지가, 프로듀서 조성현이라는 것을 확인하기까지는 말이다.
유미의 앨범 제작 비하인드 영상에서도 나오고, 나중에 채윤이가 촬영한 미튜브 영상에서도 조성현이 등장했었으니까.
‘그래서 항상 친해지고 싶었는데….’
아이는 채윤이에게 쉽게 말을 걸지 못했다.
사교성이 없는 편은 아니었지만, 채윤이에게 말을 걸만한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
채윤이는 혼자 무언가를 골똘하게 생각을 하고 있거나, 영준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것도 아니면, 한참 선배인 박한율과 함께 있었으니, 자신이 말을 걸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았던 것.
언젠간 친해져야지 하고 생각을 하고 있다가, 봐버렸다.
채윤이의 아버지가 서예나와 함께 방송에 출연한 것을 말이다.
결국 현서는 용기를 내서 채윤이에게 말을 걸었고….
아이는 스마트폰을 통해 서예나와 말을 섞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심지어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었다.
직접 온단다.
자신에게 싸인을 해주기 위해서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
너무 현실성 없는 일이 벌어지니, 머리가 멍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현서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시선을 움직이니 채윤이가 활짝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밥 뭐 먹을까?”
아이가 묻는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닌데, 채윤이에게는 서예나와 만나는 게 너무 일상인가보다.
현서는 가만히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영상 통화에, 싸인까지 해주겠다고 약속을 받아냈다.
심지어 직접 만날 수 있게 되다니.
이게 전부 채윤이의 덕분이었다.
혹시, 채윤이는 천사가 아닐까.
현서가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후.
채윤이와 영준이, 현서가 함께 재학 중인 대한 예술 사립학교는 커다란 함성들이 터져 나오게 되었다.
“서예나다!”
“우와….”
“야, 미쳤어. 서예나 우리 애 다니는 학교에 왔음. 아니, 구라 아니고 진짜로!”
작은 소란이 있었고, 채윤이는 학교에서 순식간에 유명해지고 말았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