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40)
340화
어린아이들이다.
주먹다짐을 하거나, 다툼이 그리 낯선 일이 아니었다.
다만 영준이는 조금 다르다.
영준이는 싸움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었으니까.
조성현도 영준이의 성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그랬기에 아이에게 고마웠다.
자신이 없을 때 채윤이와 함께해준다는 것도 너무 고마웠고, 아이가 겁을 먹었을 때 위로를 해줬다는 것도 고맙다.
“채윤이 아버님, 안녕하세요.”
박아린이 조성현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그녀의 모습에 조성현이 채윤이와 영준이에게 있던 시선을 애써 돌렸다.
“네, 안녕하세요. 어떻게 된 일인가요?”
“일단, 죄송합니다. 저희가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탓입니다.”
“전 괜찮습니다. 그럴 수 있죠.”
학생들이 수십 명이다.
유치원에서도 자잘한 다툼이 많이 일어나고, 그런 것들을 선생님이 전부 다 케어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학교도 마찬가지.
선생님들은 분명 아이들을 가르칠 의무와 책임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육아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아이들에게 관심을 쏟으며,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완벽히 파악을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조성현은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보았다.
그는 사과를 원하는 게 아니다.
얼른 채윤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고, 제대로 상황 파악을 하는 것도 중요했다.
“지난번에 있었던 일 때문에 석현이가 궁금한 게 있었나 봐요.”
“… 네.”
지난번에 있었던 일이 뭔지,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서예나가 학교로 찾아온 일을 말하는 것이겠지.
조성현은 무슨 문제가 생기더라도 크게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고, 영준이와 박아린, 그리고 교장인 성하연도 있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판단했었다.
설마하니 싸움으로 번질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아이들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것을 간과하고 판단을 해버린 모양이다.
어쩌면, 모든 아이들이 영준이나 채윤이 같다고 무의식중에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어찌 됐든 조성현의 실수였기에, 그는 속으로 후회를 하면서 박아린의 말을 계속해서 들었다.
“채윤이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아서, 석현이가 신경질을 부렸는데 영준이가 나서서 막아줬어요.”
“그러다… 싸움이 난 거군요.”
“음….”
박아린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쩌면 그냥 단순히 망설이는 것 같기도 했고.
잠시 작게 한숨을 내쉰 박아린은 조성현에게만 들릴만한 아주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석현이가… 채윤이에게 조금, 안 좋은 말을 했어요. 엄마가 없다는….”
“아.”
조성현이 살짝 소리를 냈다.
약간의 분노가 섞여 있는 목소리.
어린아이들이다.
싸움도, 생각 없는 유치한 말들도, 어쩌면 욕들도 이리저리 오갈 수도 있다.
그래, 아이들이니까.
그런 것들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것과 감정적으로 분노하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였다.
조성현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
채윤이와 조성현 주변에 있는 그 누구도, 함부로 아이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석현이라는 남자아이가 채윤이에게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아무리 어린아이였다고 해도,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조성현은 그 분노를 드러내지 않고 최대한 차분하게 박아린의 말을 들었다.
“그 뒤로 영준이가 화가 나서, 석현이를 조금… 많이 때렸네요. 맞을 짓 했죠 뭐.”
마지막 말은 거의 속삭이듯, 박아린이 말한다.
조성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석현이라는 아이 부모님은요?”
“어머님이 오고 계신답니다.”
“영준이는….”
“아버님이랑 방금 연락 해서, 이제 곧 오실 거예요.”
박아린이 빠르게 연락을 돌린 모양이다.
하긴, 아이들이 싸운 상황이고 그냥 간단한 다툼이 아니라 주먹다짐한 상황이다.
단순히 ‘해프닝이었습니다’라고 넘어가기에는 애매한 상황.
부모님께 연락을 돌리는 게 어쩌면 더 깔끔했을 거다.
조성현은 박아린에게 간단히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그녀를 지나쳤다.
그는 채윤이에게 다가가, 아이의 바로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채윤아. 아빠 왔어.”
아이에게 그렇게 말을 하니, 채윤이가 얼른 고개를 들어 조성현의 존재를 확인한다.
채윤이의 커다란 눈에 조성현이 가득 담겼다.
아이가 얼른 두 팔을 뻗었고, 조성현은 채윤이를 안아 들었다.
방금까지 채윤이가 앉아 있던 의자에, 조성현이 앉아 아이를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 토닥인다.
영준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채윤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성현은 아이의 등을 토닥여주며 괜찮다고 속삭이고는 슬쩍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영준이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괜찮니?”
“네.”
영준이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기는 하지만, 맞았다고 했으니 온전한 상태는 아닐 거다.
“맞았다고 들었는데….”
“괜찮아요. 제가 더 많이 때렸어요.”
영준이가 덤덤하게 말을 한다.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손이 잘게 떨리는 게 이 상황이 역시 조금 겁이 나긴 하는 모양이다.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하는 영준이의 모습에, 조성현은 기특함과 감사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상황을 들어보니, 석현이라는 아이가 먼저 시비를 걸어온 것 같고.
그걸 영준이가 막아준 상황.
근데 석현이라는 아이는 교무실에 있는 세 명의 아이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으면서도 징징거리듯 울고 있고.
영준이는 손을 떨면서도 애써 태연한 척 채윤이를 위로하고 있었던 거다.
고마울 수밖에.
“고마워. 정말로.”
조성현은 솔직하게 영준이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영준이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아이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너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듯한 반응이다.
조성현은 부드럽게 웃었다.
* * *
그 뒤로는 선생님들이 학부모들에게 사과하고, 상황 설명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오늘 정미원은 무슨 일이 있는지, 유재균이 직접 와서 상황을 살폈다.
조성현은 유재균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고, 유재균도 조성현과 인사를 나누고 박아린과 대화를 했다.
얼마 되지 않아서 도착한 석현이라는 아이의 어머니는, 오자마자 비명 같은 소리를 내지르며 석현에게 달려갔다.
조성현은 자신의 품에 안겨 있던 채윤이가 흠칫 놀라는 것을 느끼고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다.
박아린과의 이야기가 끝났는지, 유재균이 다가와 영준이의 옆에 앉았다.
영준이를 사이에 두고 채윤이를 안고 있는 조성현과 유재균이 앉아 있는 형태.
유재균이 자신의 옆에 앉자, 영준이가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그 말에, 유재균이 픽 웃는다.
그는 자신의 손을 영준이의 머리에 턱 하고 얹었다.
“죄송할 필요 없어.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죄송해.”
유재균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영준의 머리를 가볍게 헝클어주었다.
그는 채윤이를 보았다가 입을 열었다.
“채윤이는 괜찮나요?”
“네, 영준이 덕분에요.”
“어휴… 유치원에서도 안 싸우던 애가 갑자기 싸웠다고 해서 너무 놀랐는데, 그럴만했네요.”
유재균이 그렇게 말을 하면서 몸에 힘을 푼다.
아닌 척해도, 역시 유재균도 놀랐을 거다.
조성현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살짝 입을 달싹거리며 유재균을 바라보는데, 유재균이 가볍게 웃는다.
그 웃음에 조성현은 입을 다물었다.
괜히 영준이가 싸우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하려 했는데, 생각해보면 영준이도 채윤이도 잘못한 게 없었다.
여기서 조성현이 미안하다 하면 채윤이가 잘못한 것처럼 되어 버린다.
물론 누군가를 때린 게 잘한 일이라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유재균은 영준이의 행동이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가르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석현이를 때린 것은 영준이의 선택이었고, 그 이유는 너무나도 확실하고 정당했다.
조성현 또한 채윤이와 영준이 둘 중 그 어느 누구도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유재균과 영준이에게 미안하다 말하지 못한 것이고, 유재균도 그런 조성현의 마음을 이해해서 웃은 것이었다.
석현이의 어머니는 한참 동안 비명 같은 신음을 흘리며 아이의 몸을 살폈다.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유재균은 영준이를 힐끗 보면서 입을 연다.
“그래도 조금 많이 때린 거 아닌가 싶긴 하다.”
유재균의 말에 영준이 고개를 푹 숙인다.
석현이의 어머님은 정말 크게 난리를 쳤다.
자신의 아이가 다쳤는데 난리를 치지 않을 부모가 어디에 있을까.
당연한 일이었고, 조성현과 유재균은 묵묵히 인내했다.
옆에서 박아린과 다른 선생님들이 열심히 상황을 설명해나간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설명을 들은 석현이 어머님은 한동안 말이 없더니 이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조금 진정을 하고, 상황을 전부 다 듣고 난 후, 어른의 눈으로 판단을 해보니 결국 맞을만해서 맞았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아이가 다쳤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기 때문에, 여전히 화가 있는 모습이었지만.
그녀는 어쨌든 어른이었다.
“서로 잘못한 것 같으니까, 서로 사과를 하고 끝내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결론이 났다.
영준이와 석현이는 서로 악수를 한 번 했고.
그날은 평소보다 일찍 하교하게 되었다.
다행히 더 큰 문제로 번지지 않았고, 조성현은 미안한 마음에 유재균에게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겠냐고 물었다.
“오늘은 가족끼리 먹기로 해서, 다음에 같이 먹죠.”
유재균의 그 답에 결국 조성현은 채윤이와 둘이서 식사를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아이와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았기에, 조성현은 채윤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채윤아.”
“으응….”
아이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답을 한다.
잘못한 건 없지만, 채윤이를 중심으로 사건이 터졌다.
채윤이가 놀라고, 시무룩한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어떤 포인트에서 놀랐는지가 중요하다.
단순히 자신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서 놀란 거라면, 아이가 어쩌면 죄책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는 일이니까.
“많이 놀랐지?”
“응… 영준이가 나 때문에 맞았잖아.”
“채윤이 때문이 아니야.”
“아니야 나 때문이야.”
채윤이가 고개를 흔들며 단단하게 말한다.
확실히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
조성현은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영준이가 채윤이 지켜주려고 한 거야.”
“응.”
“나중에 영준이가 큰일 났을 때, 채윤이도 영준이를 지켜주면 되는 거야.”
그러니,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조성현이 말했다.
채윤이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부녀는 한참 동안 말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아이가 침묵을 깬다.
“아빠.”
“응?”
“우리 여행 가는 거… 영준이도 데리고 가자.”
아이의 말에 조성현은 채윤이를 잠시 내려 보았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그래, 한 번 물어보자.”
그는 그렇게 답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