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52)
352화
조성현은 한율이의 생일 파티에 와서 그리 당황하진 않았다.
하지만, 속으로는 와 정말로 재벌은 다른가 하는 생각을 하기는 한 것이 사실이었다.
‘… 딱히 편견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었는데.’
어쩌면 조금, 그런 게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성현도 가끔 연예인들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었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초등학생 아이의 생일 파티 아닌가.
그런 자리에 이렇게 호텔을 빌려서, 화려하게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직접 와서 보니, 지난번 크리스마스 파티 때보다 더한 것 같다.
엘리베이터를 통해 파티장이 있는 층으로 올라가니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직원이었다.
“박한율군 생일 파티에 오셨죠?”
“아, 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직원은 살짝 고개를 숙이면서 파티장으로 안내했고.
조성현은 채윤이와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채윤이는 마냥 신난 얼굴로 열심히 파티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어? 케이크다.”
정말로, 과장을 전혀 보태지 않고.
사람만 한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그걸 보자마자, 조성현은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무슨 웨딩케이크도 아니고, 사람만 한 케이크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케이크의 양옆으로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다과 같은 것들도 준비되어 있었는데, 그중 채윤이가 가장 관심을 보인 것은 바로 분수였다.
초콜릿 분수.
딸기들과 함께 있는 초콜릿 분수를 발견하자마자, 채윤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침을 꼴깍 삼켰다.
누가 봐도 먹고 싶어 한다는 게 한눈에 보이는 모습이다.
직원이 작게 웃음을 보였다가 이내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입을 열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세요.”
그렇게 말한 그녀는 다시 엘리베이터가 있는 쪽으로 물러났고.
조성현은 채윤이와 함께 파티장 안을 둘러보았다.
지난번,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보았던 얼굴들도 몇몇 있고.
한율이와 아이의 어머니, 안소현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도 눈에 보인다.
채윤이도 한율이를 발견했는지, 반갑게 웃었다.
“오빠다.”
“가서 인사할까?”
“응.”
채윤이가 그렇게 답하며 고개를 끄덕거렸지만, 그들이 갈 필요도 없이 한율이가 채윤이와 조성현을 발견하고는 그들 쪽으로 먼저 다가왔다.
“채윤이 안녕?”
“안녕 오빠. 생일 축하해!”
“고마워.”
아이는 한율이를 보자마자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먼저 건넸다.
조성현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고, 한율이는 채윤이와 인사를 나눈 후 조성현에게도 고개를 돌려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응. 한율이 안녕. 생일 축하해.”
“감사합니다. 와주셔서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한율이가 말한다.
조성현은 성숙한 한율이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채윤이의 주변에 함께하고 있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일단 조금 성숙하다는 점이다.
영준이도 그렇고, 한율이도 마찬가지다.
둘 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조금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채윤이의 앞에서만 그러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한율이는 채윤이와 대화를 나누면서 즐거운 듯 웃었다.
채윤이도 이런 파티는 지난 크리스마스 이후 처음이었기에, 꽤 신이 난 모습이었다.
아이는 한율이와 대화를 하면서도 힐끗, 시선을 초콜릿 분수와 딸기가 있는 쪽으로 돌렸다.
조성현은 피식 웃었다.
채윤이가 딸기를 유독 좋아하는 건 함께 여행을 갔던 이들이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
한율이도 채윤이가 자꾸 초콜릿 분수와 딸기 쪽으로 시선을 보내니, 아이가 그걸 먹고 싶어 한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다.
“채윤아.”
“응?”
“저거 먹으러 갈까?”
“먹어도 되는 거야?”
“당연하지. 먹으라고 놔둔 건데.”
채윤이의 말에, 한율이는 웃으면서 답했다.
한없이 귀여운 걸 보는 눈빛을 하고 있다.
같은 초등학생인 한율이에게도, 채윤이는 귀여운 것이다.
채윤이는 고개를 돌려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먹으러 다녀와도 되냐고 물어보는 눈빛.
조성현은 살짝 눈짓 하는 것으로 허락했다.
채윤이의 얼굴이 대번에 밝아진다.
아이는 얼른 가자는 듯, 한율이의 팔을 잡아끌었다.
아무래도 한율이의 생일 파티였기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한율이에게 쏠려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율이가 채윤이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심지어 채윤이의 손에 이끌려 초콜릿 분수가 있는 쪽으로 향하니 다들 호기심 어린 눈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저 애는 누구지?”
“아, 지난번에 그….”
“채윤이라고 이번에 미튜브도 시작했던데. 엄청 귀엽더라고요.”
여기저기서, 채윤이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채윤이를 모르는 이도 있었고, 지난번 파티에서 만났다는 걸 알아차리는 이도 있었다.
처음 보는 관계지만, 채윤이와 조성현의 미튜브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조성현은 주변에서 작게 들리는 호기심 어린 목소리들을 애써 무시하려 노력했다.
한 번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자꾸만 그쪽으로만 신경이 갈 것 같아서였다.
그는 조용히 채윤이가 딸기가 여러 개 꽂혀 있는 꼬치를 들어 조심스럽게 초콜릿 분수 쪽으로 뻗는 것을 지켜보았다.
“채윤이는 역시 귀엽네요.”
“아, 한율이는 멋지고요.”
어느새 다가온 안소현이 말을 걸었고, 조성현이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안소현이 픽 웃는다.
“너무 애 같죠.”
그녀의 말에 조성현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보기에는 많이 성숙해 보이는데, 안소현이 보기에는 여전히 애 같은 모양이다.
‘성인이 되더라도 애 같겠지.’
조성현 자신도 채윤이가 성인이 되더라도 그저 애 같을 테니까.
안소현은 어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채윤이 기다리면서 안절부절못하더니. 오자마자 저렇게 신나서는… 저래서야 어떻게 채윤이한테 잘 보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하.”
안소현의 말에 조성현이 웃었다.
그녀도 이미 한율이가 채윤이에게 어느 정도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당연히, 조성현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게 정말 이성적인 감정이 아니고 그저 어린아이들의 귀여운 호감일 수 있겠지만, 어쨌든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것 아니겠는가.
“채윤이도 한율이 많이 좋아하는걸요.”
그는 그렇게 답했다.
물론 조성현은 채윤이가 정말로 뭔가 다른 마음이 있어서 한율이를 좋아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이는 한율이의 음악을 좋아하고, 뭔가… 음악적 동료로서 한율이를 좋아하는 부분이 강하다.
반대로 영준이는 소꿉친구로서,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존재로 좋아하고 있고.
둘 다 남자아이로서 좋아하는 마음은 아닐 거다.
적어도, 조성현이 보기에는 말이다.
아니면 조성현이 그저 그렇게 원하는 것일 수도 있고.
“분위기가 좋네요.”
“즐겁자고 모인 거니까요. 어차피 대부분은 한율이의 생일을 축하하려 온 건 아닐 거예요.”
안소현이 그렇게 말하며 작은 미소를 보였다.
그리 기뻐 보이진 않는 미소다.
조성현은 힐끗 그녀를 보았다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뭐 재벌도 아니고, 집안이 돈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상황 판단은 빠른 편이다.
한율이의 생일 파티라고 모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여기 모인 모두가 한율이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하려 모인 것은 아닐 거다.
그저 이걸 구실로 삼아 제 일을 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재미있게 놀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온 것일 수도 있겠지.
뭐가 됐던 한율이의 어머니로서, 안소현에게는 조금 슬플 수 있는 일이었다.
“채윤이는 한율이의 생일을 정말로 축하해주고, 다른 건 신경 쓰지 않잖아요. 성현씨도 마찬가지고.”
“…….”
“와줘서 정말로 고마워요.”
“초대해줘서 저희가 감사하죠.”
조성현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렇게 파티는 계속 진행되었다.
사람들이 점점 더 모였고, 한율이에게 피아노 레슨을 해주는 실비아 가르시아 피아니스트 또한 도착했다.
그녀와도 인사를 나누고.
잠시 대화를 하는데, 채윤이가 조성현에게 돌아온다.
한율이는 아이와 함께하고 있지 않았다.
“채윤아, 한율이는?”
“오빠는 저기.”
채윤이가 슬쩍 고개를 돌려 한율이를 바라본다.
안소현과 한율이가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는, 한율이가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중앙에 있는 피아노로 향한다.
“연주하겠네요. 무슨 곡을 할지 저한테도 숨기더니.”
옆에서 실비아가 웃으면서 말한다.
조성현과 채윤이도 한율이의 피아노를 좋아했던 만큼, 아이가 피아노 앞에 앉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한율이의 연주는 금방 시작되었다.
딴. 따라란.
첫 소절을 듣자마자, 조성현과 채윤이, 그리고 실비아는 당연하게도 한율이가 연주를 하는 곡이 무슨 곡인지 알 수 있었다.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기 적당한 곡이다.
조성현이 주목한 부분은, 선곡이 아니었다.
한율이의 연주 스타일이 조금은 달라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들었던 한율이의 연주보다, 훨씬 더….
“도전적이네.”
옆에서, 실비아가 조성현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한다.
조성현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그가 최근 빠진 악기는 바이올린이었기에, 피아노에 대해서 많이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음악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지금, 한율이가 어떤 음악가에게 영향을 받아 이런 도전적인 느낌의 연주를 선보이는지도.
그는 알 수 있었다.
조성현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지금 듣고 있는 연주가, 누구에게 영향을 받은 것인지 모르는지.
채윤이는 그저 멍한 눈으로 한율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번보다 더 잘 치는 것 같아….”
아이가 작게 중얼거린다.
조성현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채윤이는, 한율이가 누구의 연주에 영향을 받아 이런 연주를 펼치고 있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옆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실비아가 채윤이를 보며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아이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채윤이의 반응을 보고 아이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좋아하면 닮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었네요.”
조성현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실비아가 그에게 말을 건다.
그녀의 말에, 조성현은 묘한 얼굴로 볼을 긁적거렸다.
좋아하면 닮는다.
확실히, 이번에는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지금 한율이가 선보이는 피아노는 분명, 채윤이의 그것과 닮아 있었으니까.
채윤이는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사이, 주변 이들의 음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