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62)
362화
채윤이의 아빠 자랑은 계속 되었고, 현서가 드디어 채윤이의 아빠 자랑에 조금 지쳐갈 때 쯤.
누군가 등장했다.
“채윤아 안녕.”
영준이가 피곤 한 기색으로 채윤이에게 인사를 건넨다.
채윤이는 영준이를 보면서 손을 흔들었다.
“안녕. 엄청 졸려 보여.”
“응. 어제 밤에 잠을 잘 못 잤어.”
“왜?”
“그림 그리다가 시간 가는 줄 몰라서….”
“나는 어제 아빠랑 같이 연주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잠들었어. 정신 차려보니까 침대 위에서 자고 있더라고.”
영준이의 말에 채윤이는 히히 웃으면서 말을 했다.
아이가 기분 좋게 웃으며 하는 말에 영준이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저씨는 작업하느라 바쁘지?”
“바쁜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나랑 잘 놀아줘. 일이 엄청 많지는 않은 것 같아.”
“그럼 다행이네.”
“그치. 오늘도 아빠랑 놀러가고 싶은데….”
채윤이가 중얼 거린다.
하지만 그런 아이 바로 옆에서 현서가 정신 차리라는 듯 채윤이의 어깨를 잡으면서 입을 열었다.
“우리 숙제도 해야 해.”
숙제라는 말에 채윤이의 얼굴이 살짝 찡그려진다.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의 양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는 양은 아니었다.
채윤이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포기하고… 주말에 놀러가고 싶다.”
“오늘 하고 내일 열심히 숙제하면 주말에는 놀 수 있겠지.”
“그러면 좋겠는데… 할 수 있을까?”
“아빠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되잖아.”
현서의 말에 채윤이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야겠다. 앨범 준비하느라고 바쁘긴 해도, 숙제는 도와주겠지?”
“앨범 준비?”
현서가 고개를 갸웃 거리며 채윤이를 바라본다.
그리고 채윤이는 앗 하고 작게 소리를 내며 자신의 입을 가렸다.
영준이가 채윤이를 힐끗 바라본다.
채윤이의 실수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던 영준이는 결국 어깨를 으씩 거렸고, 채윤이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건 비밀인데….”
“응.”
“아빠랑 나랑 앨범을 낼 거야. 이제 아빠가 내 연주도 봐주고, 노래하는 것도 더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거지.”
채윤이의 말에 현서의 눈이 조금 커진다.
앨범을 낸다는 것은, 현서에게는 정말 엄청난 일이었으니까.
물론 채윤이에게도 대단한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채윤이는 바로 옆에서 앨범을 발매하는 것을 몇 번이고 지켜본 적이 있어서 익숙한 일이었다.
하지만, 현서로서는 그런 경험이 없으니 더욱 대단해 보인 것.
“멋지다….”
“그치? 우리 아빠 완전 멋있어.”
현서의 중얼거림에, 채윤이가 웃으면서 말을 하고.
옆에 있던 영준이가 고개를 살짝 흔들고 있을 때, 또 다른 아이가 찾아왔다.
“안녕.”
익숙한 목소리에 채윤이가 고개를 들어 올리고.
영준이도 몸을 움직여 인사를 한다.
박한율이 생글생글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형.”
“응. 안녕 영준아.”
영준이와도 인사를 나눈 한율은, 채윤이에게 슬쩍 다가갔다.
채윤이가 눈을 깜빡거리며 한율을 바라보았다.
“이거, 어머니가 전해달래.”
한율이 그렇게 말하며 들고 있던 종이봉투를 내민다.
채윤이는 의아한 눈으로 봉투를 받았다.
조심스럽게 열어보니, 티켓이 두 장 들어 있다.
“이게 뭐야?”
“라이트 앤 뮤직이라고, 이번에 열리는 전시회 티켓이야. 토요일부터 다음 주까지 하는 거니까, 시간 날 때 가면 돼.”
“두 장이네.”
“응. 아저씨랑 같이 다녀와. 지난번에 내 생일 파티에 와줘서 고마웠어.”
채윤이는 멀뚱멀뚱 티켓을 바라보다가, 조성현과 함께 다녀오라는 말에 웃었다.
전시회 같은 것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채윤이였지만, 조성현과 함께 놀러갈 곳이 생겼다는 게 기뻤던 것이다.
“고마워! 아빠한테 말해서 같이 다녀올게!”
“응.”
채윤이가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고, 한율이 미소를 보인다.
그는 무언가 더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다녀오면 나중에 자랑해주고. 다음에 또 보자.”
“알았어. 자랑 해줄게.”
채윤이가 그렇게 답하며 손을 흔들었다.
아이는 전시회 티켓을 다시 종이봉투에 담아, 자신의 가방에 소중히 집어넣었다.
채윤이의 입가에는 설레는 웃음이 맺혀 있었다.
* * *
채윤이가 학교에 있을 때.
조성현은 Pan 엔터테인먼트의 사옥에 나와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는 분주히 손을 움직이며 작업을 이어나갔다.
다른 작업들은 전부 준비가 끝났고, 사실상 조성현의 곡만 작업을 끝낸다면 밑 작업은 마무리가 되는 거다.
녹음을 하고, 앨범을 발매하면 되는 일정이었기에 조성현으로서는 자신의 곡이 완성 되지 않았다는 게 조금은 불편했다.
‘최대한 빨리 마무리해봐야지.’
일정이 엄청 촉박한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넉넉하진 않다.
한계까지 미루고 미루다 작업을 할 생각이면 며칠 동안은 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긴 했지만….
조성현은 미리미리 뭔가를 해두는 성격이지, 한계까지 일을 미루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이번에야 악상이 정리가 되지 않아서 의도하지 않게 며칠 동안 작업이 밀렸지만, 이제는 정리가 어느 정도 됐다.
이것도 사실 채윤이 덕분이었다.
어제 아이와 함께 데이트를 다녀오고 나서부터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으니까.
조성현 자신에 대해 드러내는 곡을 만들고 싶었고, 그렇기에 머리가 조금 복잡했는데 어제 그런 것들이 명쾌하게 결론이 났다.
아내와 함께 갔었던 카페도 가보고, 채윤이와 맛있는 것도 먹고… 뮤즈의 앨범 발매도 지켜보고 문자도 받았다.
조성현은 한 여자의 남편이었고, 채윤이의 아버지였고, 뮤즈에게는 프로듀서였다.
그가 어떤 수식어를 달고 있던 간에, 조성현은 조성현이었다.
그걸 그는 어제 채윤이와 함께 하며 자연스럽게 깨달았고, 어떠한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지 확실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
가장 자신 있고, 조성현이 가장 바라고 있는 것을 드러내면 된다.
채윤이 아빠로서의 조성현.
그런 조성현이 어떤 존재인지, 음악으로서 표현하면 되는 일이었다.
결론을 확실하게 내리고 나니 작업 속도는 빨라졌다.
그렇게 어느 정도 틀을 잡은 조성현은, 탁 하고 마우스를 클릭해 자신이 방금 만든 곡을 들어보았다.
“… 약간 단조로운데.”
조성현이 약간 아쉬운 듯, 자신이 방금 작업한 곡을 바라보았다.
느낌은 나쁘지 않다.
아니, 나쁘지 않다라고 표현하는 게 아쉬울 정도로 좋았다.
하지만, 조금 단조롭다.
그게 매력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조성현이 표현하려는 것은 아버지로서 조성현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었고, 그가 얼마나 즐거운 지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틀을 잡아둔 곡에서는 아이를 등교 시키고, 출근을 하고, 다시 하교 시키고, 집안일을 하는.
그런 반복 되는 삶에 대한 느낌만 있을 분 그 속에 있는 즐거움이 제대로 표현 되고 있지 않았다.
다정함과, 부드러움은 확실하게 표현이 되었으니 다행이긴 한데 정작 즐거움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으니 아쉬움이 느껴지는 게 당연했다.
조성현은 한참 동안 고민을 하다가, 결국 답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고민을 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였다.
보컬을 녹음 해보기도 하고,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연주해보면서 하나씩 확인 해봐야 한다.
피아노와 보컬 녹음은 작업실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바이올린은 조성현의 작업실에는 없다.
따로 바이올린이 있는 연습실에 가던가 아니면 빌려와야했다.
연습용 바이올린이 그리 비싼 물건은 아니긴 했지만, 바이올린이라는 게 막 다루면 쉽게 망가지는 악기였으니 따로 관리를 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조성현은 자연스럽게 가수 1팀을 찾았다.
그의 등장에 박중원이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조성현은 일을 하고 있던 다른 이들에게 슬쩍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박중원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웬일이야?”
“뭐 일 있어야 보러오는 사이인가.”
“너무 당연한 거 아니야?”
박중원의 말에 조성현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사실 프로듀서 중에서 이렇게 자주, 편하게 사무실을 들락거리는 이도 조성현뿐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아무런 일도 없는데 갑자기 찾아오지는 않으니, 박중원의 장난스러운 말도 반쯤은 진심이었던 것.
“바이올린 쓸 수 있나 싶어서요. 녹음 해보고 싶은 거 있는데, 집 가서 바이올린 가지고 오기는 또 귀찮고….”
“어, 가능하지. 제 2 녹음실에 있을거 거든. 오늘 녹음실 예약도 없으니까, 거기서 녹음까지 다 하던가.”
“오케이… 한 시간 안에 컷 하고 나올 거예요.”
박중원의 말에 조성현이 시간은 확인하고는 답했다.
어차피 채윤이의 하교 시간이 있어서 길게 이용하지 못한다.
최대한 빨리 녹음을 해서 감을 잡은 후에 퇴근을 할 생각이었다.
“그럼 현아씨 데리고 가. 외근 나갔다가 막 들어와서 조금 피곤할 테니까 커피 한 잔만 사주고.”
“오, 좋죠.”
조성현이 반색하며 답했다.
장현아는 유능한 인물이었고, 녹음 장비도 어느 정도 다룰 줄 알았다.
혼자서 열심히 녹음을 하는 것보다, 장비를 조금이라도 다뤄주는 사람이 있는 것은 정말 큰 차이가 있었기에 조성현은 흔쾌히 박중원의 제안을 수락했다.
결국 조성현은 장현아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덕분에 살았어요. 감사합니다. 선배님.”
장현아는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푸후 하고 숨을 내쉬면서 말 했다.
그녀의 반응에 조성현이 가볍게 웃었다.
“사무실 체질은 아니죠?”
“외근 나가는 게 훨씬 좋아요. 사무실에서 일하는 게 싫진 않은데, 가끔 너무 답답할 때가 있어서…”
“그럴 때 있죠.”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한다.
자신도 어느 정도 공감이 되는 이야기였으니까.
“커피 한 잔 사들고 가요.”
“네,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커피 한 잔 필요한 시점이었어요.”
그렇게, 둘은 커피를 한잔씩 사들고 녹음실로 향했다.
장현아는 가는 길에 앨범 준비를 어느 정도 준비를 해놨는지 설명 했고,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들었다.
그러다, 장현아가 질문을 던진다.
“선배님은 혹시 곡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으신가요?”
“안 그래도 지금 그거 녹음 한 번 해보러 가는 거예요. 이리저리 수정 하고 하다보면… 다음 주 월요일에는 끝날 것 같네요. 녹음 스케줄은 아마 넉넉할 것 같아요.”
조성현의 말에 장현아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기대하겠습니다.”
그렇게 말 한 장현아는, 갑자기 생각이 났다는 듯 조성현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아, 혹시 곡 주제는 뭔가요?”
“음… ‘아빠’요.”
조성현의 답에, 장현아가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미소를 보였다.
조성현이 선보이는, ‘아빠’라는 주제를 가진 곡이라니.
벌써부터 엄청날 것이라는 예감이 들지 않나.
그리고 장현아의 그런 예감은, 정확했다.
그녀는, 자신의 눈앞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조성현을 보면서 벌어지는 입을 주체할 수 없었다.
“진짜, 대박이다….”
장현아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