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64)
364화
주말 아침.
오랜만에 채윤이가 조성현보다 일찍 눈을 떴다.
몇 시인지도 모르겠지만, 채윤이는 자신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소라면 조성현이 먼저 일어나 있었을 테니까.
아이는 여전히 잠들어 있는 조성현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고, 조성현도 곧 눈을 떴다.
조성현은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채윤이의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잘 잤어 채윤아?”
“응! 아빠는?”
“아빠도 잘 잤지.”
그는 그렇게 말을 하며 팔을 뻗어 채윤이를 품에 안았다.
채윤이가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조성현이 가슴팍에 얼굴을 묻는다.
자신의 이마를 조성현의 가슴에 비비던 채윤이는 이내 고개를 들어 조성현을 바라보았다.
“아빠.”
“응?”
“언제 출발해?”
“음… 글쎄 11시부터 오픈하는 거니까 지금 출발해도 괜찮긴 한데, 서두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조성현은 채윤이의 말에, 슬쩍 스마트폰을 들어 올리면서 말 했다.
9시가 조금 넘어가고 있는 시간이었고.
11시 시작이니 이제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출발을 하면 거의 딱 시간에 맞춰서 도착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저녁까지 여는 전시회인 만큼 조성현은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채윤이는 얼른 가고 싶은지, 조금 아쉬워하는 기색이었지만 아이도 엄청 서두르고 싶어 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밥 먹고 출발하자.”
배가 고팠던 것인지, 채윤이는 조성현에게 그렇게 말을 했다.
“그러면 전시회 다 보고 저녁을 좀 일찍 먹으면 되겠다.”
지금 아침을 준비해서 먹고 출발하면, 전시회를 다 보고 나서 3, 4시 쯤 저녁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조금 늦은 저녁 시간에 간식거리를 챙겨주면 괜찮겠지.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채윤이도 조성현을 따라 침대에서 내려오고.
아이와 함께 씻은 후, 조성현은 식사를 준비했다.
아이와 함께 놀러간다는 생각에, 식사를 준비하는 조성현의 입가에 자연스럽게 기분 좋은 미소가 맺혀 있었다.
연주회도 가보고, 아쿠아리움이나 동물원 같은, 아이가 좋아할 만한 곳들을 골라서 가보기는 했는데 전시회는 또 처음이라서 조금 설레긴 했다.
오랜만에 놀러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단 둘이 데이트하는 건 항상 설레고 즐거운 법이었으니까.
전시회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 열의를 가지고 찾아가거나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조금 흥미로웠다.
라이트 앤 뮤직.
직관적인 이름이었고, 빛과 음악을 어떤 식으로 전시를 해놨을지 궁금했다.
조성현이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채윤이는 자신의 방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옷을 고르고 있었다.
“아빠!”
스프를 끓이고 있던 조성현은 채윤이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이가 노란색 원피스를 입고 조성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거 어때?”
“엄청 예쁘네.”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가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아이는 조성현이 스프를 다 끓이고, 후추를 뿌리고 있을 때 다시 나왔다.
“아빠, 아빠. 이거는?”
이번에 채윤이가 선택한 옷은, 분홍빛 맨투맨과 검은색 바지였다.
아이에게 조금 큰 듯한 느낌의 분홍빛 맨투맨은, 짧은 원피스 같은 느낌도 주어서 예뻤다.
조성현은 패션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채윤이가 옷을 잘 입는 편이라는 건 안다.
어쩌면 채윤이가 예뻐서 뭘 입어도 보기 좋은 것일 수도 있고.
“그것도 예쁘다.”
조성현의 답에 채윤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채윤아, 이제 밥 먹어야하는데?”
“잠깐만…!”
스프도 준비 됐고, 빵도 구워진 상태다.
식사를 해야 하는 타이밍이었는데, 채윤이는 아직 무슨 옷을 입을지 정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조성현은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채윤아, 열심히 옷 골라놓고 밥 먹다가 흘리면 어쩌려고 그래. 일단 밥 먹고 고르자.”
그가 그렇게 말을 하니, 채윤이가 잠시 동안 답이 없다가 이내 모습을 드러내었다.
집에서도 자주 입는, 간편한 옷을 입고 나온 채윤이는 얼른 식탁에 앉았다.
조성현은 가볍게 웃으면서 채윤이의 앞에 스프와 빵을 내려놓았다.
채윤이는 얼른 식사를 끝내고 다시 옷을 고르러 가고 싶었던 건지, 서둘러 수저를 들었다.
조성현은 슬쩍, 손을 들어 채윤이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채윤아.”
“응?”
“뜨거워. 천천히 먹어. 전시회는 늦게까지도 하니까 여유롭게 가도 돼. 서두를 필요 없어.”
“네에….”
조성현이 부드럽게 말하자,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했다.
아이의 답에 조성현이 미소를 지으며 식사를 시작했다.
채윤이는 조성현의 말을 들은 후로, 과하게 서두르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이 조금 급한지 평소보다 식사를 하는 속도가 빠르긴 했지만….
‘역시 우리 딸, 귀엽네.’
그저 귀여울 뿐이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조성현은 채윤이가 전시회에 입고 갈 옷을 같이 골라주기 위해 아이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는 방에 널려 있는 옷들을 보고 조금 놀라야했다.
옷장에서 얼마나 많이 옷을 꺼낸 것인지, 바닥에 옷이 잔뜩 깔려 있다.
그것도 심지어, 상하의가 전부 맞춰져 있는 상태로 말이다.
4 세트의 옷이 깔려 있는데, 저 중 하나를 선택해서 입고 갈 모양이다.
“저거는 예쁜데, 조금 더울 것 같아.”
채윤이는 조성현에게 하나씩, 자신이 골라둔 옷들에 대해 설명 했다.
정확히는, 고민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뭐는 조금 더울 것 같아, 어떤 건 너무 애기 같은 느낌이다…
하나씩 설명을 하는 채윤이의 모습에 조성현은 그저 볼을 긁적거렸다.
“아빠는 뭐가 좋을 것 같아?”
채윤이가 눈을 반짝 거리며 조성현에게 묻는다.
조성현은 어색하게 웃었다.
아이가 자신보다 패션이나 악세사리에 훨씬 관심이 많은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이렇게 난처한 상황에 빠질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는 조금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글쎄… 아빠는 다 예쁜 것 같은데.”
“제일 예쁜 걸 고르면?”
“채윤이가 입으면 그게 제일 예쁘지.”
조성현의 말에 채윤이가 눈을 깜빡거린다.
그리고 아이는, 진지한 얼굴로 조성현의 손을 잡았다.
“아빠.”
“응?”
“밖에 나가서는 그런 말 하면 안 돼.”
뜬금없는 아이의 말에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렸다.
갑자기 밖에 나가서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는 채윤이의 말이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채윤이는 여전히 진지한 얼굴이었다.
결국 조성현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알았어.”
그가 그렇게 답을 하자, 채윤이는 진지한 얼굴을 지우고 웃음을 보였다.
그런 아이를 보고, 조성현은 손을 뻗어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근데, 왜 밖에 나가서 그런 말 하면 안 되는 거야?”
“그러면 사람들이 아빠보고 바보라고 할 거야.”
“… 누가 아빠보고 바보라고 그런 적 있어?”
조성현이 채윤이에게 묻는다.
그러자, 채윤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에서 조성현은 자신의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삼킨 조성현은 조용히 채윤이의 말을 기다렸다.
결국 아이가 입을 열어 말을 이어나간다.
“선생님이 아빠는 딸바보라고 그랬어. 맨날 채윤이 예뻐하기만 한다고.”
“… 선생님이?”
“응. 박아린 선생님이.”
캠핑장에서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박아린은 이미 조성현이 딸바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조성현은 채윤이를 바라보며,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딸 바보가 나쁜 표현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던 조성현은 결국,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
“채윤아, 딸바보라는 건 아빠를 나쁘게 말하는 게 아니라….”
“나도 알아. 아빠가 나 엄청 많이 좋아한다는 뜻이잖아.”
채윤이는 이미 딸 바보라는 표현이 나쁜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조성현은 차분히 설명을 하려다가 아이의 말에 멈칫 거렸다.
“… 알고 있네?”
“응. 근데 그래도 아빠가 바보라고 하면 조금 싫잖아.”
채윤이가 조성현을 바라보며 말한다.
아이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다시 옷을 보면서 고민에 빠졌는데, 조성현은 그런 채윤이에게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채윤이가 자신에게 이렇게 말을 할 정도로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딸바보라는 표현이 나쁜 표현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바보’라는 표현이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하는 게 너무 기특하기도 하고… 복잡미묘한 감정이 그를 스쳐지나갔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조성현은 그저 미소를 보이며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서, 나 뭐 입고 가지?”
채윤이는 얼른 골라달라는 듯 조성현의 손을 두 손으로 잡아당기며 물었다.
결국 조성현이 옷을 골라줘야 했다.
최종적으로 고른 옷은, 베이지 색을 기본으로 갈색으로 체크무늬가 그려져 있는 원피스.
“이걸로 할까?”
“좋아.”
채윤이는 조성현의 선택이 마음에 드는지, 집에서 입는 편한 옷을 벗고 원피스로 갈아입었다.
조성현은 아이가 옷을 입는 동안 널려 있는 다른 옷 들을 정리했다.
채윤이는 베이지와 갈색이 조합 되어 있는 원피스를 입고는 그 위에 아이보리색 조끼를 입었다.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원피스 하나만 입으면 저녁에는 조금 쌀쌀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채윤이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아이보리 색 조끼를 입어야 더 예쁠 것 같았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성현은 아이가 조끼를 입는 것을 확인하고는 조금 안심했다.
그는 아이의 옷을 전부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른 가자 아빠!”
아이는 자신이 옷을 다 입고 난 후 조성현을 보챘다.
가볍게 웃음을 흘린 조성현은 자신도 안방으로 가서 옷을 골랐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조성현은 패션에 대해 그리 관심이 강한 편도 아니었고, 그냥 보기에 나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었으니까.
그래도 채윤이의 옷과 어느 정도는 맞춰서 입어야 했기에, 그는 아이보리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골랐다.
“… 너무 대학생처럼 입었나.”
“아니야. 아빠 완전 멋있어!”
조성현이 거울을 보며 그렇게 중얼 거리는데, 뒤에 있던 채윤이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면서 외친다.
아이에게서, 딸 바보가 아니라 아빠 바라기의 모습이 보인다.
그걸 말 할까 싶었지만 조성현은 그저 입을 다물고는 살짝 몸을 숙여 채윤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고마워 채윤아.”
“히히.”
기분 좋게 웃은 채윤이 두 손을 벌린다.
안아 달라는 뜻이다.
조성현은 아이를 안고, 스마트폰과 지갑을 챙긴 후 현관으로 향했다.
식사도 하고, 여유 있게 옷도 잘 골랐다.
이제는 정말 출발할 시간이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