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66)
366화
안소현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그림 같은 부녀를 보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이건, 빛과 음악의 종류를 조금 더 다양하게 늘리면서 보다 복잡한 현 세상을 표현해본 거예요.”
그녀는 자신이 직접 기획한 전시들을 하나씩 설명해나갔다.
그때마다 조성현과 채윤이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거리며 온몸으로 전시를 관람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전시회장 내부의 향까지 신경을 썼기에 코로 향을 맡으며 전시를 관람하게 되는 거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안소현은 조금, 뿌듯함을 느꼈다.
그녀는 갑작스럽게 전시회를 준비한 게 아니었다.
원래부터.
그러니까… 한율이 아빠를 만나기 전부터 안소현은 종합 예술에 대해 관심이 많았었다.
그냥 단순히 미술, 음악뿐 아니라 무용과 건축, 그리고 연기까지.
이렇게 듣는다면 분명, 어 그냥 막연히 예술을 전체적으로 다 좋아하는 거네. 라고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안소현은 뚜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종합 예술이란, 그냥 막연히 많은 종류의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을 더해,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주 단순히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언어, 글… 그러니까 문학도 분명 예술의 한 갈래다.
음과 글이 만나면, 노래가 된다.
진정한 하나의 음악이 탄생하는 것이다.
거기에 무용이 더해진다면, 완벽한 무대가 펼쳐지겠지.
이번 전시회도 마찬가지였다.
기본 골자는 음악과 빛을 가지고 짰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본다면 꽤 복잡하고, 심도 있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첫 번째 섹션만 해도 그렇다.
그곳에는 빛을 사용한 연출이라는 예술이 담겨 있고, 미술이라는 예술이, 그리고 음악이라는 예술이 담겨 있다.
세 가지의 예술이 더해져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낸 것이다.
두 번째 섹션은 그림을 과감히 배제하고, 도형과 건축을 활용했다.
안소현은 확실하게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알고 있었고, 그녀가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었다.
다만.
‘지금까지는… 그냥 외면했던 거지.’
관심이 있었고, 젊었을 적 꿈이었다.
하지만 한율이의 아빠를 만나고 나서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시간이 없다라는 핑계를 만들기 시작했고, 지금은 자신의 반려가 더 좋으니까, 그리고 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한율이가 있으니까.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한율이니까 한율이에게만 신경 쓰기도 벅차다는 핑계를 댔었다.
지금에 와서는 이 나이에 무슨 새로운 시도를 하겠냐며 포기를 했다.
말 그대로, 외면했던 거다.
그러던 도중.
채윤이와 조성현 부녀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안소현이 가지고 있던 모든 핑계들이 산산조각 났다.
핑계는 전혀 필요가 없었다.
채윤이는 그저 순수하게 음악을 즐겼고, 조성현은 채윤이를 사랑하며, 아이를 위해 음악을 해나갔다.
유일하게 아이와 완벽히 소통을 하는 것은 조성현뿐이었고… 둘은 진심으로 행복해했다.
그 모습을 보며 안소현은 조금 부럽다고 생각했다.
한율이의 아빠는 자신을 사랑하기도 하고, 한율이도 분명 사랑한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일과 권력, 돈을 사랑한다.
그저 그뿐이다.
안소현은 우선순위에서 조금 밀려나 있을 뿐인 거다.
그럼 그녀도 자신의 우선순위를 조금 바꿔도 괜찮지 않을까?
이제는, 자신이 젊었을 적 가졌던 꿈을 위해 다시 한번 노력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조성현과 채윤이를 보며, 안소현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문제는 생각만 했고, 행동은 그대로였다는 점일까.
하지만 자극을 받은 것은 안소현뿐만이 아니었다.
변화의 시작은, 한율이부터였다.
한율이도 채윤이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자극을 받고,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칭찬 한마디를 듣고 싶어서 열심히 하던 한율이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아빠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하지 않는다.
한율이는 자신의 음악을 찾아 나가고 있었다.
그런 한율이를 보며 안소현도 용기를 얻어, 변화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하지 않았던 요구를 한율이 아빠에게 하기 시작했으며, 결국에는 전시회를 준비해나가며 평소 생각만 해오던 것들을 실천했다.
전시회는 오픈 전부터 생각보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이미 오픈 전부터 어느 정도 성과를 만들어냈다.
그게 자랑스러웠고, 자신의 변화를 이끌어낸 이들에게 안소현은 자신의 예술이 어떤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한율이를 통해 채윤이와 조성현에게 전시회 티켓을 전해주었고… 지금, 그녀는 자신이 다시 한번 꿈을 꿀 수 있도록.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걸 이룰 수 있도록 나아가도록 만들어준 이들에게 자신이 직접 그녀의 예술을 보여주고 설명 해주고 있었다.
“이건, 빛을 통해서 강을 만든 거예요. 바로 전 섹션에서 복잡함을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심플하게. 결국 큰 흐름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안소현은 부드럽게 웃으며 조성현과 채윤이에게 설명을 했다.
자신에게 영감과 열정을 불어 넣어준 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녀의 예술에 감탄하며 전시회를 관람 중이었다.
* * *
조성현은 정말 농담이 아니라, 전시회를 보며 수시로 손끝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지금 당장 연주를 해보고 싶다.
이 풍경에 어울리는 노래를 만들고, 그걸 직접 연주하면 얼마나 멋질까.
그런 생각을 했다.
이번 섹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90년대에 나오던 가요들이었다.
한국 가요도 있고, 외국의 가요도 있다.
바로 전 섹션에서 꽤 복잡하게 현대 음악을 보여주었는데 이번 섹션에는 오히려 조금 과거로 돌아간 것.
푸른색 빛줄기들이 강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조성현은, 그 푸른색 빛줄기들 사이에서 따뜻한 붉은 색의 빛이 다른 빛줄기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저건….”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를 표현한 거예요.”
“아.”
안소현의 말에, 조성현이 작게 소리를 흘렸다.
그녀의 그 말 한 문장에 그는 곧바로 저 빛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조금은, 반항적인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지만.
조성현은 어쩐지 안소현이 자신이 저런 연어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번 섹션을 기획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보아라.
수많은 푸른색 빛줄기들 사이를 거슬러 올라가는 붉은 빛줄기들을.
그저 흐름대로 흘러가는 수많은 빛줄기들과, 그것을 거슬러 가는 빛줄기.
무엇이 맞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쨌든.
서로가 있기에 서로의 존재가 더욱 빛난다.
순방향은, 역방향이 있기에 순방향인 것이고.
반대로 역방향도 순방향이 있기에 역방향이 될 수 있는 것.
무엇이 순이고, 무엇이 역인지는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다를 뿐이다.
‘굉장하네.’
조성현은, 안소현을 힐끗 보았다.
생각이 정말 깊은 사람이다.
그녀가 어떤 세상을 살아가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조성현은, 어쩌면 자신과 채윤이가 안소현에게 아주 조금은, 따뜻한 위로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안소현이 만들어낸 이 전시회는, 결국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명화와, 브람스를.
두 번째로는 조금 더 현대적인 구조물들과 파가니니를.
세 번째로는 아주 현대적이고 모던적인 느낌을 주려 노력했다.
그리고 마지막, 섹션.
물줄기를 표현한 빛과 그것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를 표현한 빛, 그리고 음악은 바로 전 섹션에서 조금 전으로 돌아가 90년대의 가요를 내보낸다.
안소현이 잊고 있던 꿈을 다시 한번 이뤄보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그냥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보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을 수도 있다.
조성현은 한참 동안이나 마지막 섹션의 전시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자신의 인생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으니까.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가 마치, 과거로 돌아온 자신을 가리키는 것 같지 않은가.
조성현은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었고.
안소현이 작게 웃음을 흘렸다.
그녀의 웃음소리에 조성현이 정신을 차리고 안소현을 돌아보았다.
“둘이 표정이 정말로 똑같네요.”
그녀가 말한다.
조성현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동시에 채윤이도 조성현을 바라보았고.
눈을 마주친 그들은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가요?”
조성현이 안소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안소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뭐랄까…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음식을 먹는데 너무 배불러 죽을 것 같은데 동시에 너무 맛있어서 계속 먹을 수밖에 없는… 그런 사람들 같아요.”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렸다.
묘한 표현이지만, 굉장히 정확한 표현이기도 했다.
정말 생각이 많아지고, 영감도 많이 떠올라서 정신이 없는데.
눈을 뗄 수가 없어서 계속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자, 여기가 끝이에요. 수고하셨습니다.”
마찬가지로 검은 천으로 가려진 출구를 통과하고 나서야 관람이 전부 끝났다.
“이렇게 멋진 전시회도 기획하시고. 설명도 해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 재미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조성현과 채윤이 안소현에게 감사 인사를 건넨다.
안소현이 웃으며 손을 흔든다.
“아니에요. 재미있게 잘 봐주셔서 제가 감사하죠.”
“다음에도 전시 기획하시게 되면, 꼭 볼게요.”
“그때도 티켓 보내드려야겠네요.”
그렇게 말을 한 안소현은 채윤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준 후 입을 열었다.
“저는 이제 가볼게요. 나중에 학교에서 봐요.”
그녀는 인사를 나눈 후, 몸을 돌렸다.
안소현의 입가에 걸린 미소에는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채윤이의 손을 잡고 전시회장을 나온 조성현은, 미간을 찡그리며 하늘에 떠 있는 해를 바라보았다.
방금 빛과 관련된 전시를 보고 나와서 그런 건지, 항상 보는 햇빛도 조금 다르게 보이는 느낌이다.
픽 하고 웃은 조성현은 채윤이를 안아 들며 입을 열었다.
“채윤아.”
“으응.”
“어땠어? 재미있었어?”
“엄청 멋있었어. 많이.”
채윤이는 강조를 하듯,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성현이 많은 영감을 받았던 것처럼 채윤이도 정말 많은 영감을 받은 모양이었다.
“밥 먹고 집에 들어갈까? 아니면 집에 가서 밥 먹을까?”
조성현이 아이에게 물었다.
아직 배가 고프진 않지만, 그래도 조금 있으면 조금씩 출출 해지기 시작할 거다.
기왕이면 먹고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아이에게 물어보니.
아이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배 안 고파.”
“그래? 그럼 그냥 일단 집에 갈까?”
조성현의 질문에, 채윤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이가 충분히 생각하고 답할 수 있도록, 조성현은 조용히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채윤이는 생각을 끝냈는지, 입을 열었다.
“아빠.”
“응 채윤아. 어떻게 하고 싶어?”
“나 작업실 가고 싶어.”
아이의 말에, 조성현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맺혔다.
그들의 데이트의 다음 행선지는 식당도, 집도 아닌 작업실이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