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71)
371화
녹음실에 들어가 있는 채윤이를 보며, 조성현은 흐뭇하게 웃었다.
마냥 어린아이였던 채윤이다.
그런 채윤이가 지금에 와서는 녹음 부스에 들어가 마이크를 앞에 두고 노래를 부를 준비를 한다.
돌아와, 다시 살기 시작한 지 이제 반년이지만, 그 와중에 채윤이는 정말 눈에 띄게 성장한 상황이었다.
음악적으로도 그렇지만, 채윤이라는 아이 자체가 굉장히 많이 성장했다.
조성현은 마이크를 조심스럽게 응시하고 있는 채윤이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채윤아.”
-응?
그의 부름에, 아이가 고개를 들어 올린다.
조성현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보인 후, 말을 이어나갔다.
“시작할게?”
-응!
아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답한다.
조성현은 의자에 슬그머니 앉으며, 음악을 재생시켰다.
채윤이가 착용하고 있는 헤드셋을 통해,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녹음을 하는 건 채윤이인데 왜인지 민하영도 조금 긴장을 한 눈빛으로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성현의 옆에 앉아서 두 손을 모으고 채윤이를 응시했다.
그리고, 채윤이의 입이 열린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몰라.
채윤이의 보컬은, 특별하지 않았다.
특별함을 따지자면, 민하영의 보컬이 더 특색이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보컬보다 채윤이의 보컬이 더 좋게 들리는 것은 왜일까.
조성현은 채윤이가 조금 어두운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며, 작게 감탄했다.
곡의 구성이 그렇다.
처음에는 그저 고난과 역경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지금 우리는 행복하다고 이야기 하는 구조.
초반은 약간의 어두움이 담겨 있을 수밖에 없다.
채윤이는 그 어두운 감정을 보컬에 잘 녹여 내고 있었다.
엄청난 가창력, 뛰어난 보컬 스킬.
이런 게 아니다.
그저, 곡에 몰입한 것뿐이고, 완급조절에 있어서 완벽할 뿐이다.
그런 걸 보통, ‘기본기’라고 부른다.
채윤이는 곡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언제 힘을 주어야 하고 언제 힘을 빼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아이는 자신이 이해한 그대로 노래를 불러나가고 있었고, 그럼 나오는 결과물은 정말 완벽에 가까운 결과물인 게 당연했다.
민하영이 입을 살짝 벌렸다.
기교가 대단하거나, 가창력이 뛰어나서 감탄하는 게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순수하게 채윤이의 노래에 놀라고 있었다.
‘노래 실력’이 아니라, ‘노래’에 놀라는 것.
사소한 차이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보다 큰 차이는 없다.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아.
아이의 노래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조성현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채윤이의 노래를 들었다.
항상 듣던 목소리였지만, 채윤이가 마음을 먹고 제대로 노래를 부르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
이런 노래가 나올 수 있구나.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채윤이의 재능에 감탄했다.
이건 말 그대로, 보컬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배운 결과가 아니라… 그냥 음악에 대해 너무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었으니까.
아이의 녹음은 금방 끝났다.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결과물을 가지고 말이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보컬이 그저 평소에 아이가 흥얼거리던 수준만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어차피 보컬이 메인이 아니니까.
연주에 조금의 맛을 추가하는 느낌으로 보컬을 집어넣으려 했기에, 그냥 그 정도 수준이면 되겠거니 하고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채윤이는 결코 그 정도 결과물에 만족하지 않았다.
아이는 자신의 최선을 다했고, 나중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 채윤이의 최선은 조성현과 민하영을 감탄시키기에 충분했다.
‘나중에는, 경악하게 되는 거 아닌가.’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녹음 부스를 빠져나오는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노래를 잘 마치고, 조금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
노래를 부를 때는 완벽히 노래에 몰입해서 긴장한 기색이 전혀 없이 그저 곡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더니.
녹음 부스를 빠져나오니 오히려 더 긴장한 것 같다.
조성현은 그런 채윤이에게 다가가, 두 팔을 벌렸다.
아이가 얌전히 그의 품에 안겨 온다.
“채윤아, 수고했어.”
“… 응.”
채윤이는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조성현은 그저 아이와 눈을 마주했고.
채윤이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아빠.”
“응?”
“나, 잘했어?”
“음… 엄청 잘했어. 진짜로, 너무너무 잘했어.”
조성현은 어떻게 답을 해줘야 할지 고민 했다.
정말 말도 안 되게 잘했는데.
이걸 어떻게 표현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서 고민한 것이다.
잠시 고민을 했지만, 그 고민에도 불구하고 좋은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냥, 좋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그의 답에도 불구하고 채윤이의 얼굴에 약간의 걱정이 남아 있었다.
민하영이 바로 다가온다.
“채윤이 너무 잘해서 언니도 깜짝 놀랐어.”
“진짜요?”
그녀의 말에 채윤이가 반응한다.
아이의 얼굴이 조금 밝아지는 것을 본 민하영은, 얼른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응. 진짜로. 완전 노래 잘 부르던데?”
“채윤아.”
민하영이 말을 하는 것을 보던 조성현은 채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이를 불렀다.
그러자, 아이가 의문 섞인 눈으로 조성현을 바라본다.
“한 번 들어볼래? 채윤이가 방금 부른 거.”
“응. 들어볼래.”
아이가 곧장 답하고.
조성현은 채윤이와 함께 의자에 앉아, 방금 아이가 녹음한 보컬을 재생했다.
채윤이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서 흘러나온다.
채윤이는, 자신의 보컬을 듣더니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아이 자신도, 보컬에 있어서 확신이 없었던 것이다.
채윤이는 자신이 녹음한 것을 전부 들은 후에야 조금 안심했다.
조성현은 안심한 얼굴이 된 채윤이를 보며 볼을 가볍게, 톡 하고 건드렸다.
“어때?”
“노래가 너무… 예뻐.”
그렇게 답하는 채윤이의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채윤이는 역시, 음악에 있어서 천재였고.
그건 보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그저 아무 기교 없이.
자신이 만든 곡에 자신의 목소리를 악기로서 사용해 노래를 부른 것뿐이지만.
아마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고.
채윤이가 본격적으로 보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순간, 음악계는 다시 한 번 들썩 거릴 것이다.
그저, 그게 지금은 아닐 뿐이다.
채윤이는 이제야 자신의 보컬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 차렸을 뿐이니까.
* * *
신경화 교수는 요즘 하루하루가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들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너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다.
그렇게 느끼게 되는 이유는 하나였다.
조채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이름.
채윤이가 곡을 작곡 중이라고 들었고, 조성현이 기대해도 괜찮을 정도라고 이야기했었다.
그 정도면 정말로 기대해도 좋을 정도가 분명했으니….
신경화 교수로서는 얼른 주말이 오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이틀 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니, 곧 들을 수 있을 거다.
“음악 천재 부녀가 자신 있게 내미는 곡이 얼마나 대단할지, 감도 안 잡히네.”
신경화 교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리를 꼬았다.
그런 그녀의 뒤로, 누군가 다가왔다.
“늦어서 미안.”
중후한 목소리로, 상대가 사과를 건넨다.
신경화 교수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녀는 오늘 저녁 약속이 있어서 식당에 와서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드디어 약속 상대가 도착한 것.
“됐어. 나도 방금 왔어.”
신경화 교수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휘휘 흔들었다.
방금 모습을 드러낸 남성은, 그녀와 오랜 친구 사이로 지내는 이였다.
격의 없이 지내는 사이였기에, 그녀는 굳이 예의를 차리지 않고 그를 편하게 대했다.
“그래도 늦은 건 늦은 거니까, 내가 오늘 밥은 살게.”
남성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신경화 교수가 픽 웃었다.
“그런 거 아니더라도 네가 사야 하는 거 아니야? 부탁할 거 있다며. 딱 봐도 뭘 부탁할지 알 것 같은데. 밥은 당연히 사야지.”
“…신 교수. 내가 밥은 열 번이라도 살 수 있어.”
남성은 그렇게 말하며 허허 웃었다.
신경화 교수는 가만히, 남성과 눈을 마주했다.
“현수야.”
“응.”
신경화 교수의 부름에, 진현수가 가볍게 답한다.
목소리는 가벼웠지만, 그의 눈에는 약간의 긴장이 감돌았다.
신경화 교수의 말처럼, 진현수는 오늘 그녀에게 부탁할 게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미 신경화 교수는 진현수가 할 부탁이 어떤 부탁인지 짐작하고 있었다.
그녀가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진현수도 알고 있었고.
“솔직히 말하자고.”
“어, 난 언제든 솔직하잖아.”
진현수가 어깨를 으쓱거린다.
항상 점잖고, 격식 있는 모습을 보이거나 혹은 카리스마 있는 모습만을 보이는 신경화 교수와 진현수인데.
둘이 있을 때 이렇게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아마 다들 놀랄 것이다.
적어도, 음악계에 있는 이들은 꽤 놀라겠지.
그들은 그런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번에 준비하는 공연. 거기에 나 끼워 넣고 싶은 거잖아.”
“… 어. 와주면 진짜, 고마울 것 같아. 나 이제 서울오케스트라 지휘한 지 5년인데. 이번 공연은 좀 특별해야지.”
진현수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신경화 교수의 말이 맞다.
진현수는 서울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일을 하고 있었고.
마에스트로로서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고 있었다.
이번에 준비하는 무대는, 그가 서울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로서 일하기 시작한 지 5주년을 기념해서 여는 무대로 꽤나 특별해야 했다.
그래서 신경화에게 연주를 부탁하고 싶었던 것이고.
“당장 확답은 못 할 것 같은데.”
“응, 이해해.”
진현수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신경화 교수의 몸값은, 워낙 비싸다.
단순히 금액이 비싸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신경화 교수는 보통 금전적인 부분보다 전체적으로 어떠한 영향이 있을지를 보고 움직이는 편이었으니까.
신경화 교수가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꽤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음악계에서 정말 많은 존경을 받는 신경화와, 진현수다.
그 둘이 오랜 친구로서 지낸 것은 유명했지만, 그렇다고 둘이 함께 일을 한 적은 많지 않았다.
기회가 없기도 했고, 신경화 교수는 자신이 직접 연주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제자 양성을 꽤 신경을 쓰는 편이기도 했기 때문.
그렇기에 이번에 함께 일을 하게 된다면 거의 6년 만에 함께 하는 것이다.
신경화 교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근데, 하게 된다면… 특별 무대로 나 말고 다른 연주자 초빙하는 거… 가능할까?”
신경화 교수가, 재미있겠다는 미소를 보이며 물었다.
진현수가 눈을 깜빡거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