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79)
379화
“저기 어때.”
채윤이의 옷이 든 쇼핑백을 손에 들고.
조성현이 슬쩍 백화점 안에 있는 카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디저트 전문 카페, ‘라비앙’이었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어서 그런지, 아이스크림이나 빙수 종류를 꽤 많이 팔고 있는 모습이다.
백화점 안이 그리 덥지는 않았지만, 계속 걷다 보니 뭔가 시원한 걸 먹고 싶었다.
조성현의 물음에, 채윤이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결국 그들은 함께 카페에 들어섰다.
엄청 대형 카페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카페 크기가 작은 건 아니었다.
자리는 여럿 있었고, 다른 카페처럼 주문을 먼저하고 자리에 앉는 시스템이 아니라 식당처럼 자리에 앉아서 메뉴를 주문하는 시스템이었다.
조성현과 채윤이는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폈다.
“어떤 거 먹고 싶어?”
“아무거나.”
“아무거나?”
“응. 음… 근데 빙수랑 빵 먹어 보고 싶긴 해.”
채윤이가 메뉴판을 잠시 보다가 말한다.
조성현이야 시원한 거면 전혀 상관이 없어서, 아이의 말대로 빙수 하나와 간단한 간식으로 빵을 주문했다.
메뉴는 금방 나왔다.
‘하이 스노우맨’이라는 빙수와, 달토끼빵.
빙수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으로 눈사람이 만들어져 있었다.
초콜릿으로 장식된 눈사람을 보며, 채윤이는 눈을 반짝거렸다.
“예쁘다. 전에 같이 만들었던 눈사람 같이 생겼어.”
“맛있겠지?”
아이의 말에, 조성현이 미소를 지으며 물어보니 채윤이가 이상한 눈으로 조성현을 바라본다.
조성현은 채윤이의 표정에 눈을 깜빡거렸다.
“잔인해.”
“… 빙수잖아.”
아이의 말에 조성현이 조금 당황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의 답이, 채윤이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 미간을 살짝 찡긋거렸다.
아이의 얼굴에 조성현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알았어. 아빠가 미안해.”
결국 그는 아이에게 사과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채윤이는 겨울에 함께 만든 눈사람을 떠올리고 있었는데 조성현은 그냥 먹을 생각밖에 없었던 거니까.
아이의 동심을 망친 죄가 있었다.
어떻게 보면, 별것도 아닌 걸로 채윤이에게 사과해야 하는 게 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조성현은 기분 나쁘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채윤이의 표현이 다양해지는 것이 보기 좋았다.
이래서 딸 바보라고 하는 걸까.
조성현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빙수 위에 연유를 뿌렸다.
그가 연유를 뿌리는 사이, 아이는 입맛을 다시면서 달토끼 빵을 바라보고 있었다.
달토끼 빵은 말 그대로 토끼 모양의 빵이었는데, 안에 크림이 들어가 있는 빵이었다.
초코 크림, 슈크림, 팥이 들어가 있다.
붕어빵의 토끼 버전이랄까.
아이가 가만히 달토끼 빵을 바라보는 걸 보고, 조성현은 테이블에 흘린 연유 한 방울을 물티슈로 닦으며 입을 열었다.
“귀엽지?”
그렇게 물으니, 아이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이번에는 뭐라고 물어보는 게 맞았을까 생각을 하는데, 채윤이가 입을 열었다.
“맛있어 보여.”
“…….”
조성현은 아이의 답에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아, 그저 황당한 표정으로 채윤이를 바라보았다.
어떤 감성을 가지고 있어야 채윤이와 온전히 공감하고 교감할 수 있는 걸까.
모르겠다.
음악적으로, 또 많은 부분에 있어서 아이와 가장 잘 통하는 사람이 조성현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런 건, 어쩌면 영준이나 한율이라면 이해할 수 있겠지.
조성현이 그런 생각을 하며 하하하고 웃었다.
그의 웃음에 채윤이는 멀뚱멀뚱 그를 보다가, 이내 달토끼 빵을 하나 집어, 조성현의 입가로 가져갔다.
조성현은 아이가 내미는 달토끼 빵을 입에 물고, 아이에게 웃음을 보였다.
채윤이도 웃으면서 달토끼 빵을 한 입 먹는다.
디저트를 먹는 게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었지만, 조성현은 부러 조금 느긋하게 즐겼다.
덕분에 평소보다 오랜 시간 앉아 있을 수 있었고.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했다.
“맛있었다.”
채윤이가 기분 좋은 얼굴로 자신의 작은 배를 통통 두드리며 말했다.
조성현은 웃으며 아이의 배를 가볍게 찔렀다.
채윤이가 간지럽다는 듯 킥킥거리며 웃는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조성현은, 이어지는 채윤이의 말에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이제 다시 쇼핑하러 가자!”
채윤이가 웃으며 말했다.
조성현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 * *
쇼핑은 이후로도 이어졌고, 결국 조성현과 채윤이는 백화점에서 저녁까지 해결한 후에 집에 돌아왔다.
채윤이도 이제 지쳤는지, 피곤한 얼굴이었다.
“힘들다. 그치?”
“응. 역시 쇼핑은 힘들어.”
채윤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동의했다.
조성현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아이와 함께 욕실로 들어가 씻었다.
뭔가 하기 전에 일단 씻어야 개운해질 것 같았기 때문.
샤워를 마치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왔는데 채윤이는 잠옷이 아니었다.
“… 옷이 마음에 들었나 보네.”
“응. 예쁘잖아.”
아이는 오늘 산 옷을 입고, 자신의 방에서 열심히 거울을 이리저리 보고 있었다.
오늘 산 채윤이의 옷은 총 여섯 벌이었는데, 그중 네 벌이 상의, 두 벌이 하의다.
채윤이는 옷장에 있는 옷도 꺼내서 오늘 산 옷들과 매칭시켜보며, 열심히 옷을 갈아입었다.
몇 번이고 다른 조합을 시도하던 채윤이를 보며, 조성현은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피곤해 보였는데, 샤워하고 나오니 다시 생생한 모습으로 패션쇼를 하고 있지 않은가.
조성현도 이제 피곤해서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싶었는데, 채윤이를 보니 바로 자기는 그른 모양이다.
아들이 있는 집은 딸이 있는 집보다 체력적으로 훨씬 힘들다고 하던데 도대체 어떻게 버티는 건지 모르겠다.
조성현은 쇼핑이 끝나고도 아이의 패션쇼를 오랫동안 봐야 했다.
그냥 보는 것도 아니라, 사진도 찍어주면서 말이다.
“이렇게 찍으면 되나?”
“아냐, 이건 평소랑 똑같잖아.”
“그러면?”
“옷이 더 예쁘게 나와야 해.”
채윤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조성현에게 사진을 몇 장씩 찍어줄 것을 부탁했고.
조성현은 아이의 요청대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근데 채윤아, 사진은 찍어서 뭐 하려고?”
평소에 사진을 찍어달라는 말을 잘 안 하는 아이였기에, 조성현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채윤이는 미소를 보이면서 입을 열었다.
“영준이가 내 사진 필요하다고 그랬어.”
“… 영준이가?”
“응. 그림 그리는데, 그냥 상상으로 그리는 것보다 사진 있는 게 훨씬 더 편하니까. 사진 찍을 수 있으면 사진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거든. 요즘에는 그림 그릴 때 우리 미튜브 보면서 그리는데, 사진 있으면 편하대.”
“아, 그래?”
그런 이유에서라면, 이해가 된다.
이해가 되면서도 동시에 영준이가 좋은 핑계를 가지고 있구나 하는 마음도 들었고 말이다.
픽 하고 웃음을 흘린 조성현은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넘겨주면서 말을 이었다.
“그럼 채윤아.”
“응?”
“영준이한테는 아빠가 찍어준 사진만 보내주자.”
“…? 어차피 아빠 아니면 내 사진 안 찍어주잖아.”
“응. 근데 영준이가 막 사진 보내달라고 한다고, 혼자 셀카 찍어서 보내주지는 말자는 말이야.”
“알았어.”
채윤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답했다.
아빠의 작은 질투심에서 나온 말이라는 걸 아이는 아마 알지 못하리라.
조성현은 그저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렇게 하루는 지나갔다.
* * *
조성현과 채윤이가 하루를 보내는 동안.
신경화 교수도 나름대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정말 오랜만에, 자신의 친구인 진현수의 집에 와서 저녁을 함께했다.
서울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진현수는,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았을 식사대접을 신경화 교수에게 해주었다.
둘이 오랜 친구이기에 가능한 일.
“잘 먹었어.”
“그냥 밥 한 공기 더 올린 것뿐인데 뭘.”
진현수는 손을 휘휘 흔들며 말했다.
그의 말에 신경화 교수는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고는, 뒷정리를 도왔다.
“내가 설거지할게.”
“됐어. 이따 내가 할 거야.”
진현수는 그렇게 말하며 커피를 내렸다.
우웅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커피 머신이 커피를 내린다.
커피를 한 잔씩 들고.
진현수와 신경화가 자리에 앉았다.
식사할 때는 그냥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눴지만, 이제 본론이 나올 차례였다.
“그래서. 여전히 생각은 안 바뀐 거지?”
진현수가 묻는다.
신경화는 그가 무엇을 묻는지 바로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초등학생이면… 조금 힘들긴 하잖아. 내 면도 세워줘야지.”
진현수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한다.
신경화가 말 한 조건을 들어주고 싶지만, 서울 오케스트라가 초등학생과 함께 협연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진현수는 서울 오케스트라의 마에스트로서, 다양한 부분들을 신경 써야 했다.
신경화가 추천한 피아니스트라면 당연히 어느 정도의 실력은 가지고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초등학생 아닌가.
쉽지 않은 일이 분명했다.
신경화 교수는 진현수 마에스트로의 말에 어깨를 으쓱거렸다.
“글쎄. 네 면을 세워줄 만한 일이라서 말 꺼낸 거기도 한데.”
그녀는 그렇게 말을 하며 주머니를 뒤져 스마트폰을 꺼냈다.
신경화 교수의 말에 진현수는 복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영상 보면 마음이 많이 바뀔걸?”
“… 그래, 일단 한번 보자.”
진현수가 그렇게 말을 하며 자리를 바로 잡았고.
신경화 교수는 웃으면서 기다리라는 듯 손가락을 하나 펼쳤다.
그녀는 채윤이와 조성현이 연주를 한 영상을 찾아, 진현수에게 내밀었다.
“한 번 봐봐. 아, 스피커로 연결할 수 있으면 연결해서 들을까?”
“그것도 좋지.”
진현수는 신경화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스마트폰을 거실에 설치되어 있는 스피커와 연결했다.
취미와 직업이 음악감상인 만큼, 그는 능숙하게 연결한 후 영상을 재생시켰다.
지이잉.
따라란.
조성현과 채윤이의 연주가 시작되었고.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진현수는 눈을 깜빡거리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계속해서 연주가 이어지고.
진현수의 표정은 시시각각 바뀌었다.
신경화 교수는 자신의 오랜 친구인 진현수가 연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저 조용히 미소를 보이며 기다렸다.
영상이 전부 끝나고.
진현수가 탄식 어린 호흡을 내뱉었다.
“일단… 처음 듣는 곡인데, 무슨 곡이야?”
“영상 속에서 피아노 치는 애 있지.”
“응. 채윤이라면서.”
“어, 조채윤이라는 아이인데, 그 애가 작곡한 곡이야.”
신경화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리고 진현수는.
“… 천재구나.”
멍한 얼굴로 있다가, 힘겹게 말을 내뱉는다.
진현수의 말에, 신경화가 픽 웃었다.
“어, 천재야.”
아무래도, 또 한 명의 음악가가 채윤이에게 반한 것 같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