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8)
38화
“야, 너 서예나랑 뭐 있냐?”
Pan 엔터테인먼트 사옥의 옥상, 박중원은 올라오자마자 바로 입을 열어 물었다.
담배를 입에 무는 그를 보며, 조성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충분히 오해할 상황이긴 했다.
서예나가 직접, 조성현을 찾아와 그의 자리에 앉아서 그를 기다리기까지 했으니.
“있긴 뭐가 있어요. 그냥 찾아온 거지.”
“뭐가 없는데 딱 너를 찾아와서 30분 동안 거기서 기다리고 있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박중원이 그렇게 말하고는 담배를 쓰읍 하고 빨았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조성현을 지켜보던 그는 입을 열어 말을 이어나갔다.
“진짜로 뭐 없어?”
“없다니까요. 그냥 서예나씨가 고맙다고 뭐라도 준다고 하길래 거절했더니 찾아왔던 거예요.”
“뭐 준다고 하던?”
“자기 매니저 하라던데요?”
“콜록. 콜록. 뭐?”
박중원이 놀라서 기침했다.
그의 반응은 이해가 갔다.
서예나가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매니저를 하라는 말을 한 적이 없으니까.
조성현도 퇴사할 생각이 없었다면 머리가 굉장히 복잡했을 거다.
유미를 케어하는 것에 있어서 전혀 불만은 없지만, 당장 눈앞의 현실을 보자면 서예나의 매니저 자리가 훨씬 더 기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니까.
“서예나가 자기 매니저하라고 했을 정도면, 네가 진짜 마음에 들었나 보네.”
“그럼 뭐해요. 퇴사하는데.”
조성현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볼을 한 번 긁적거렸다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퇴사 안 하더라도, 전 유미씨 매니저로 남았을 거예요.”
“그래? 하긴. 유미씨는 내가 봤을 때 꼭 성공한다. 이런 확신은 네가 더 있겠지만.”
“유미씨는 무조건 성공하죠.”
10년 후, 유미가 어떤 자리에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조성현이기에 확신을 담아 할 수 있는 말.
아니, 10년 후를 모르던 지난 생에도 조성현은 유미가 잘될 거라고 믿고 열심히 일했었다.
“아무튼, 그 미튜브 있잖아.”
“네.”
박중원이 담배꽁초를 버리면서 본론을 꺼냈다.
“진지하게, 네 생각은 어떠냐? 너라면 퇴사고 뭐고 상관없이 진짜 어떨지 말해줄 것 같아서. 다른 팀원애들은 의견이 좀 갈리더라고.”
“미튜브하면 무조건 좋다고 봐요 전.”
망설임 없이, 조성현이 답했다.
훗날 유미가 성공하는 것에 대한 바탕에는 미튜브가 크게 한몫했다.
유미는 굉장히 활동적으로, 작은 무대든 큰 무대든 가리지 않고 열심히 했고 조금씩 조금씩 대중들은 유미에게 익숙해져 갔다.
그러다가 빵.
미튜브 채널의 규모가 작든 크든 조성현은 시도해봐서 나쁠 것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유미와 잘 맞기도 하고.
서예나 같은 성격이었으면 미튜브를 하는 걸 어쩌면 반대했을 수도 있겠지만, 유미는 아니다.
“괜찮겠지? 애가 좀 예민한 성격이라서 난 좀 걱정이 되긴 하는데… 오늘 K 라이브 하는 거 보니까 또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더라.”
“보셨어요?”
“보긴 봤지. 제이케이 스케줄 소화하느라 내가 다 보진 못했는데, 자연스럽게 잘하던데?”
“나쁘진 않더라고요. 그리고 유미가… 둔하진 않아도 엄청 예민하진 않을 텐데.”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무슨 소리야. 유미가 안 예민했으면 지금까지 네가 계속 케어했겠어?”
“현아씨랑은 또 잘 맞는 것 같던데요?”
“아, 그건 또 그러네. 신기해. 현아씨 오고 나서 좀 활기차게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박중원이 흠 하고 소리를 내고는 말했다.
그가 생각해도, 장현아가 오고 나서부터는 약간의 변화가 생겼으니까.
“아무튼 너는 미튜브 찬성이라는 거지?”
“적극적으로 찬성이죠. 애초에 제가 먼저 아이디어 낸 건데 제가 반대하면 그것도 웃기잖아요.”
“그렇긴 하지.”
픽 하고 힘없이 웃음을 흘린 그는, 습관적으로 담배를 꺼내려다가 멈칫하고는 다시 집어넣었다.
“채윤이는 미튜브 같은 거 안 하겠지?”
“어떤 의미로요?”
“유미가 미튜브에 잘 맞을 거 같다고 이야기했지만, 나는 사실 그거 들으면서 채윤이가 미튜브로 채널 만들면 대박이겠다 싶었거든. 너도 솔직히 느낄 거 아니야.”
박중원이 말했고, 조성현은 부정하지 못했다.
아빠로서는 그냥 채윤을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에 연예계고 미튜브고 뭐고 다 그냥 조용히 채윤이를 끌어안고만 있고 싶은데, 그게 아이에게 마냥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도 한 그였다.
초보 아빠로서 그 또한 혼란스러웠고, 미튜브도 그중 하나였다.
엔터계에서 일했던 경력들로 따져보면, 채윤이는 미튜브를 하면 괜찮은 성과가 날 것이다.
하지만 한 명의 아빠로서는,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싶었다.
“아직은… 지켜보려고요.”
채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직 정확히 모르니까.
‘아니 어쩌면….’
알고 있는데 부정하는 것일 수도 있지.
조성현은 조용히 생각했다.
입으로 내뱉는 순간, 그게 사실이 될 걸 알았으니까.
* * *
하루는 금방 지나갔고, 조성현은 아침부터 바쁜 스케줄을 보냈다.
오늘은 장현아도 없었다.
그녀는 박중원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고, 조성현이 홀로 유미와 함께 스케줄을 소화했다.
유미를 데리고 이리저리 다니며 음방을 준비하고, 4시에 시작된 음방을 무사히 끝낸 후.
“푸하… 이제 끝났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오빠도요. 이제 얼마 안 남았네. 내일 저 인터뷰만 끝내면 바로 퇴사죠?”
조성현은 운전하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채윤이를 데리러 유치원으로 가는 중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바로 식당으로 향할 예정이었고, 박중원과는 거기서 보기로 했다.
“채윤이는 뭐래요?”
“저 퇴사하는 거요?”
“네.”
“아직 잘 몰라요.”
말하긴 했다.
채윤이는 좋아하긴 했지만, 정확히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
아이로서는 그도 그럴 것이, 조성현은 요 몇 주 동안 꼬박꼬박 채윤이와 함께 등원하고 하원했다.
말 그대로 칼퇴근을 하면서 채윤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 것.
이제 종일 반이 아니라서 저녁에 하원하던 것을 2시 하원으로 바꾸게 될 수 있었지만, 조성현은 일단 유치원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게 옳은 건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어서였다.
‘요즘 보면 친구들도 점점 사귀기 시작하는 것 같던데….’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는데 굳이 환경을 바꿀 이유는 없었다.
금방 채윤이의 유치원에 도착했고.
“바로 다녀올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넹.”
유미가 답하는 것을 듣고, 조성현은 차에서 내렸다.
그가 유치원에 들어가자, 채윤이 금방 조성현을 발견하고 활짝 웃었다.
아이를 안아 들고, 조성현은 곧바로 차로 돌아와 식당으로 향했다.
딱 봐도 가격대가 있는 레스토랑.
조금 부담이 되지만, 그러다고 여기까지 와서 뺄 수는 없었다.
박중원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오셨어요?”
“나도 방금 왔어. 채윤이 안녕?”
“안녕하세요.”
박중원이 채윤에게 인사했고, 채윤이 곧바로 인사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고 박중원이 잔잔한 웃음을 보였다.
“예쁘네. 네가 왜 딸바보 되는지 알겠어.”
박중원이 그렇게 말을 하는데, 채윤의 얼굴이 울상이 된다.
“채윤이 아빠는 바보 아닌데….”
“어? 아니. 그런 말이 아니고….”
“하하하.”
조성현은 박중원이 당황하는 모습을 정말 오랜만에 봤다.
황당해하거나 하는 일은 있어도, 그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흔치 않으니까.
박중원은 진심으로 당황해서 뭐라고 설명해줘야 할지 모르겠어 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아저씨가 잘못했네.”
박중원이 스스로를 자책하는 듯한 말을 하고.
채윤의 얼굴이 더욱 미묘해진다.
유미가 큭큭 웃더니 채윤에게 딸바보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애피타이저가 나왔다.
새우와 관자로 만들어진 요리.
조성현은 채윤의 접시에 있는 것을 먼저 잘라주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는, 유미가 자연스럽게 커다란 냅킨을 이용해 채윤에게 턱받이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냅킨을 살짝 접어서 채윤의 옷에 걸쳐 턱받이를 만드는 것을 보고, 조성현은 내심 놀랐다.
그는 단 한 번도 저런 식으로 한 적이 없었으니까.
채윤이가 음식을 안 흘리고 잘 먹기도 했지만, 조성현이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는 것은 그가 초보 아빠였다는 증거가 되기도 했다.
그는 채윤이 먹기 좋게 음식을 잘랐고, 채윤은 유미가 해주는 턱받이가 조금 어색한지 멀뚱멀뚱 유미의 손을 바라보다가 이내 헤헤 웃었다.
“맛있게 먹읍시다.”
유미가 채윤을 보며 장난스럽게 말했고, 채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성현이 쥐여준 포크로 열심히 새우와 관자를 찍었다.
다들 말없이 채윤이만 보고 있었다.
관자를 입에 집어넣으려던 채윤은, 자신을 바라보는 세 쌍의 눈동자를 마주하고는 눈을 깜빡깜빡거렸다.
아이는 눈치를 보며 포크를 입에 집어넣었고, 박중원이 피식 웃으면서 식사를 시작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갔다.
마지막인 만큼, 추억 소환이나, 덕담이 대부분이었다.
“난 유미씨가 처음 오디션 볼 때가 아직도 생각이 나.”
“그래요?”
“너 기억 안 나지?”
“오래됐잖아요.”
“유미씨도 기억하고 있을걸? 그때 너 신입으로 그냥 오디션 구경하고 있었는데 유미씨가 밝은 노래 부르는 거 듣고 이별 노래 가능하냐고, 한 번만 더 들어보자고 막 그랬잖아.”
“아아….”
그건 기억난다.
전에 스쳐 지나가듯 유미가 말해주기도 했었고.
“그때 진짜 나는 이 새끼가 왜 나대지 싶었거든. 근데 유미씨가 이별 노래 부르는 거 듣자마자 어? 이거 봐라?로 생각이 바로 바뀌더라.”
“헤에에….”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채윤이, 신기하다는 듯 눈을 반짝거리며 소리를 냈다.
“아빠는 노래 안 불렀어요? 아빠 노래 잘하는데!”
채윤이 물었고.
박중원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때 채윤이 아빠는 노래 안 불렀어. 아쉽지?”
“우리 아빠는 노래 잘해요!”
채윤이 끄덕끄덕하면서 이야기한다.
박중원이 웃었다.
“맞아. 채윤이 아빠 노래 잘하지. 일도 잘하고. 회사에서 채윤이 아빠가 짱이야. 이번에 서예나씨도 채윤이 아빠보고 같이 일하자고 그랬었다니까?”
“헤에….”
누가 봐도 못 알아들은 얼굴로, 채윤은 그저 신기한 듯 반응했다.
오히려 더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건, 유미였다.
“서예나 선배님이… 오빠보고 같이 일하자고 했었다고요?”
“아, 네. 이번에 자기 매니저로 오라고 했다던데요? 퇴사한다고 바로 까버린 모양이지만.”
박중원이 말했고, 유미가 해명을 요구하는 듯한 얼굴로 조성현을 돌아보았다.
조성현은 갑자기 묘한 눈빛을 보내는 유미를 보고 잠시 대답을 망설였지만, 숨길 일도 아니었다.
“그냥, 말 그대로예요. 거절하고 대신 다른 거 해달라고 했어요.”
“다른 거요?”
“네, 그냥 유미씨 이번에 앨범….”
그렇게 말을 하는데.
우웅. 우웅.
조성현과 박중원의 스마트폰이 동시에 진동했다.
둘은 빠르게 서로를 바라보았다가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단톡방에 링크가 하나 공유되어 있었다.
[(사진)] [요즘 듣는 노래… 너무 좋아요.] [#혼자저녁먹다 #갑자기생각나서 #노래도좋고 #뮤비도좋다]서예나는 비록 방송에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녀의 SNS에 유미의 신곡을 공유했다.
유미의 등에, 날개가 달렸다.
그리고 날개가 달린 것은, 유미의 등뿐만이 아니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