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83)
383화
웬만한 전화였으면, 사실 촬영이 전부 끝나고 받았을 텐데.
지금 걸려오는 전화의 주인은, 거절하기에는 조금 힘든 존재였다.
그는 힐끗 화면을 한 번 보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유미씨, 죄송한데 저 전화 한 통화만 하고 와도 될까요?”
“당연하죠. 얼른 다녀오세요. 오빠.”
유미가 뭘 그런 걸 물어보냐는 듯 손을 휘휘 흔들며 말한다.
조성현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촬영하는 제작진들을 지나치며, 그가 전화를 받았다.
“네, 교수님.”
교수님이라는 말에 제작진들 중 몇 명이 조성현을 슬쩍 돌아보았지만 그 이상 반응하진 않았다.
조성현은 카메라와 제작진들 뒤에서 작은 목소리로 통화를 이어나갔다.
-성현씨. 통화 가능해요?
“어… 잠깐은 가능할 것 같긴 합니다. 무슨 일이세요?”
제작진들 분위기를 살피니, 딱히 통화를 한다고 눈치를 주거나 하는 느낌은 없었다.
그가 통화하는 걸 크게 신경 쓰는 분위기는 아니었기에, 조성현은 조금 마음 놓고 통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아 다른 건 아니고. 지난번에 왜, 제 친구가 서울 오케스트라 지휘한다고 말했었잖아요.
“아, 네. 기억합니다.”
신경화 교수의 집에 가서 채윤이가 작곡한 곡을 연주했었을 때, 그런 말을 했었다.
자신의 친구가 서울 오케스트라에서 지휘하고 있는데, 거기서 특별 무대에 서볼 생각 없냐고.
그래서 일단 영상을 보여주는 것을 수락했었는데….
그게 벌써 결과가 나온 걸까.
-지난번에 촬영했던 영상을 한 번 보여줬는데,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생각 있으세요?
“음….”
곧바로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일단, 이렇게 빨리 서울 오케스트라 측에서 답이 돌아올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너무 많은 생각들이 한 번에 떠올라서 머리가 조금 복잡하기도 했다.
“채윤이랑 이야기를 한 번 해봐야 할 것 같네요. 만나게 되면 저희가 서울 오케스트라로 가면 되는 거겠죠?”
-만나서 그냥 이야기만 하진 않을 테니까. 아무래도 성현씨랑 채윤이가 가서 한 번 연주 호흡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긴 해요.
조성현은 신경화 교수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그냥 뭐 악수나 하자고 만나자는 건 아닐 거다.
만나서 조성현과 채윤이의 연주 실력을 확인하고, 함께 호흡을 맞춰보자는 뜻도 담겨 있겠지.
그렇다면, 조성현과 채윤이가 특별 무대에 설 확률이 꽤 높아졌다는 의미기도 했다.
조성현은 저도 모르게 볼을 긁적거렸다.
머리가 복잡해진다.
본래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었다.
일단 이렇게 빨리 답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고, 심지어 그게 ‘한 번 만나보자’라는 긍정에 가까운 답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럴 수는 있겠는데, 그럴 확률이 높진 않겠지.
정도의 생각이었달까.
그래서 이 부분에 있어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한 번 만나보자는 연락이 오니 조금 부담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었다.
“알겠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
-아니에요. 채윤이랑 잘 이야기 해서,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면 좋겠네요. 아무래도… 채윤이한테는 정말로 좋은 기회가 될 테니까요. 물론 성현씨에게도요.
신경화 교수가 말했다.
그녀의 말에는 조성현과 채윤이가 이번 특별 무대에 섰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면 좋겠다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심지어 채윤이와 조성현에게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말하기까지 하니, 그녀의 그런 마음이 드러나지 않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조성현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네, 신중히 고민해보고 채윤이와 이야기해서 현명한 답 내릴 수 있도록 할게요. 그럼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답하고 전화를 마무리했다.
그 사이 음식이 전부 준비되었고.
조성현과 유미는 함께 부대찌개를 먹기 시작했다.
“누구한테 온 전화예요? 완전 공손히 받던데. 혹시 대표님?”
유미가 장난스러운 웃음과 함께 묻는다.
그녀의 물음에, 조성현이 픽 웃었다.
Pan 엔터의 대표인 장판석 대표에게서 걸려온 전화였으면 확실히 예능 분량도 잘 나왔을텐데 하는 생각을 뒤로 미루며, 조성현은 입을 열었다.
“신경화 교수님께 온 전화였어요.”
“헐. 그 바이올리니스트 신경화님이요?”
“네. 피아노도 하세요.”
“채윤이한테 피아노 레슨 해주신다고 듣긴 했는데… 막 전화도 주시는구나.”
유미가 신기하다는 듯 중얼 거린다.
조성현은 어깨를 으쓱 거렸다.
뭐라고 말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는 그저 말을 넘겼다.
“그나저나, 유미씨.”
“네 오빠.”
“편곡할 곡, 어떤 식으로 컨셉 잡으면 될까 싶거든요. 원하는거 있으세요?”
“저는 뭐, 오빠가 진행하자고 하는 대로 할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의견 좀 내보라고 하면… 약간 동양풍으로 진행해보고 싶어요.”
“동양풍이면, 정통 악기들 사용해서요?”
이번에 유미와 함께 무대를 만들 곡은 ‘Let the wind blow’라는, 바람의 왕국 애니메이션에 수록 된 곡이었다.
다즐링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인 만큼, 당연히 어느 정도 서양풍으로 진행 되는 음악.
물론 그 곡을 작곡한 이가 ‘한지혁’이라는 한국 음악가이긴 하지만, 그게 동양풍은 아니다.
곡을 동양풍으로 편곡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Let the wind blow’라는 곡 자체가 완성도가 높아서 곡을 해치지 않으면서 동양풍으로 편곡하는 건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악기도 악기고, 컨셉 자체를 한복 입은 가을 여신 느낌으로요. 콘서트도 여신의 탄생이라는 컨셉이다 보니까. 기존 느낌이랑 대비 되면서도 동시에 연결점이 있으면 좋겠어요.”
유미가 의견을 낸다.
조성현은 흥미로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꽤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내일 만나서 회의를 하고 편곡을 진행한다면 아마 며칠 안에 편곡 작업이 끝날 거고.
그걸 가지고 또 새로운 무대를 준비해야 하는 유미인 만큼.
조성현은 그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주려 했고, 그래서 한 번 생각하고 있는 게 있는지 물어본 건데, 좋은 의견이 나온 거다.
“그거 괜찮네요. 한 번 고민 해보고, 그쪽으로 방향성 잡아보죠.”
“좋아요.”
유미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그렇게, 식사가 이어졌다.
* * *
조성현과 유미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촬영하며.
피디는 눈을 깜빡거렸다.
“지금 성현씨가 뭐라고 한 거야?”
“네? 뭐가요?”
“누구랑 전화하고 온 거라고 했지?”
“신경화 교수요? 그 왜, 유명한 피아니스트 겸 바이올리니스트 있잖아요.”
제작진 중 한 명이 피디의 말에 답해주면서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클래식에 관심이 있다면 신경화 교수를 존경하고, 관심이 없더라도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텐데, 왜 모르지? 하는 의아함이 담긴 시선.
피디는 쯧 하고 혀를 찼다.
“내가 누군지 몰라서 물어본 게 아니잖아.”
당연히 신경화 교수가 누군지 알고 있다.
그렇기에 놀란 것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음악가 중 한 명이 바로 신경화 교수 아닌가.
그런 그녀가 이렇게 전화할 정도의 인물이었나 싶었던 것이다.
“이거 진짜로 월척 물어온 거 아니야?”
“……?”
“조성현씨 말이야.”
“아, 네. 월척이죠. 전직 매니저에, 지금은 프로듀서로서 승승장구 하고 있고. 심지어 최근에는 서예나씨 곡에 피쳐링으로 참여. 거기에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딸까지 있잖아요.”
제작진이 말한다.
그의 말에 피디는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어, 그래. 그 딸이 지금 신경화 교수한테 레슨을 받는다는 거지?”
“그건 저도 처음 듣긴 했는데. 그런가 봐요. 채윤이도 진짜 피아노 잘 치거든요.”
“… 엄청 잘 안다?”
“아, 저 채윤이랑 성현씨 미튜브 구독자 중 한 명입니다. 지금은 아직 구독자 수가 적지만, 나중에는 100만 구독자 돌파할 게 분명해요. 애가 얼마나 귀여운 지 진짜….”
제작진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 얼른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미튜브 채널을 보여주었다.
피디는 손을 휘휘 흔들었다.
구독 여부가 궁금했던 건 아니니까.
다만, 예능 피디로서 가지고 있는 촉이 발동했다.
뭔가 조성현이라는 사람이 낼 수 있는 한계는 훨씬 더 높은 것 같다는 촉.
그리고, 조성현이라는 사람은 홀로 있는 것보다… 채윤이와 함께 있을 때 가장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촉.
“채윤이라는 애가 한 번 등장해주면 시청률 팍 튈 것 같지 않아?”
피디가 흠 하고 소리를 내고는 물었다.
조성현도 더 매력적으로 비춰질 수 있을 것 같은데다가, 심지어 들어보니 채윤이도 귀엽고, 음악적 재능까지 있어 보인다.
그럼 뭐, 말 다 했지.
“… 저희 컨셉이랑 좀 다르지 않아요? 지금까지 매니저네 가족이 나온 적은 없었는데.”
“허허. 왜 이러실까. 예외라는 건 항상 있는 거잖아. 그렇게 따지면 우리가 왜 현재 매니저도 아닌 조성현씨를 섭외했는데.”
제작진의 답에, 피디가 웃으며서 말했다.
조성현은 엄밀히 따지면 매니저는 아니다.
하지만 왜 굳이 눈가리고 아웅을 하면서까지 조성현을 섭외하고, 이렇게 촬영을 해나가고 있을까.
당연히.
“… 시청률 때문에 섭외한 거죠.”
모든 것은 시청률로 결정이 된다.
그들의 일자리도 전부 시청률로 결정이 되기 때문에, 책임자인 피디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시청률을 끌어올려야 했다.
지금 그들이 촬영하고 있는 방송은, 다큐가 아니라 예능이니까.
“그러니까. 채윤이라는 아이가 잠깐만 등장해도 반응이 괜찮을 것 같아서 그래.”
“그래서,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으신 건데요.”
“성현씨한테 슬쩍 물어봐봐. 혹시 내일 채윤이가 잠깐 함께 할 수 있겠냐고.”
“… 진심으로요?”
제작진은 진지한 눈으로 피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솔직히, 그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채윤이가 출연해준다면… 그 또한 채윤이를 볼 수 있게 된다는 것 아닌가.
이미 채윤이와 조성현의 채널을 구독하고 있던 그로서는 환영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니까. 까먹지 말고 물어봐봐. 진짜 채윤이가 시청률 치트키일 수도 있어. 시청률 3대 법칙 몰라?”
“알겠습니다. 물어보겠습니다.”
시청률 3대 법칙.
미남과 미녀, 아이, 그리고 귀여운 동물이 등장하면 시청률은 유지된다.
그것까지 언급하면서 물어보라고 말하는 피디의 모습에, 제작진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기필코.
채윤이 섭외를 성공시키리라.
성덕이 되기 위해서라도.
그가 다짐했다.
내 딸은 음악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