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ughter Is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86)
386화
유미와 함께 곡 작업을 하는 건 자주 있는 일이었다.
당장 지난번에 발매된 유미의 앨범 작업도 조성현이 했었으니.
그녀와 함께 작업하는 건 그리 어색한 일은 아니었다.
손발이 꽤나 잘 맞았고, 이야기도 잘 통했다.
문제는 곡이 난이도가 있는 곡이라는 점이었다.
“씁. 이거 조금 어렵긴 하네요.”
유미가 콧잔등을 가볍게 만지며 말한다.
‘Let the wind blow’라는 곡 자체가 너무 대단하고, 영화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곡이었기에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조성현이나 유미가 가진, 곡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다만 아무리 곡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걸 그냥 단순히 뜯어고칠 수는 없었다.
분명 비슷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는 있겠지.
유미에게 맞춰서 이것저것 수정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 나쁘지 않은 곡이 탄생할 거다.
하지만, 조성현이나 유미나.
그런 것을 원하진 않았다.
가장 완성도 있게.
항상 조성현이 곡 작업을 할 때 강조를 하는 말 아니던가.
어차피 콘서트에서만 쓸 건데 왜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조성현은, 또 유미는 그 질문에 망설임 없이 ‘콘서트에서만 할 테니까.’라고 답할 것이다.
유미의 팬들이 오는 자리다.
정말로, 유미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과 돈을 사용해 그녀를 보러 오는 자리.
그런 이들에게 그냥 아무렇게나 편곡한 곡을 들려주는 게 말이 되는가.
물론 지금까지 다즐링이 이런 식으로 무대를 허락해준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아서, 단순히 ‘Let the wind blow’를 부르는 것 자체가 팬들에게는 꽤 환영할 만한 일인 것도 분명하지만.
“완벽하게 만들려니까, 어렵네요.”
기왕이면 완벽해야 하지 않겠는가.
조성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유미의 말에 답했다.
유미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한 번 들어볼까요?”
“네. 여기서 더 작업 하다가는 머리 터질 것 같아요. 뭐라도 좀 먹으면서 작업한 거 들어봐요.”
유미의 말에 조성현은 가볍게 웃으며, 지금까지 작업을 하던 곡을 재생시켰다.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조성현은 유미가 작업실 한 쪽으로 가서 서랍을 여는 것을 지켜보았다.
조용히 곡을 들으려 했는데, 유미가 연 서랍에 과자와 초콜릿 같은 것들이 잔뜩 들어 있는 것을 본 조성현은 눈을 깜빡거리며 유미를 바라보았다.
유미가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연다.
“가끔 당 떨어질 때 먹으려고 사놨어요.”
“저거 다 먹으려면 매일 당 떨어져야 할 것 같은데요?”
“하루에 한 번 정도 당 떨어지는 거면 가끔 떨어지는 게 맞죠.”
유미는 그렇게 말을 하며 초콜릿 과자를 하나 꺼내 뜯었다.
카메라 뒤에서 장현아가 그걸 지켜보다가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런 그녀를, 카메라 한 대가 비췄다.
아무리 이번 기획이 본래의 컨셉을 조금 무너뜨리고 가는 특별 기획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조성현과 유미가 촬영하고 있는 예능은, 아티스트와 매니저의 케미에 있었다.
조성현과의 유미의 케미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현 유미의 담당 매니저인 장현아의 반응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가장 흔하고, 잘 뽑아낼 수 있는 예능 포인트는.
아티스트가 참지 못하고 먹을 것을 찾아 먹고.
매니저는 한숨을 내쉬는, 그런 장면들이다.
장현아는 자신이 카메라에 찍히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얼른 다시 손을 내렸지만, 이미 그녀의 솔직한 반응은 카메라에 담긴 이후였다.
조성현은 힐끗 장현아 쪽을 보았다가 이내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왜요? 열심히 작업했으면 간식 먹을 수도 있지.”
유미는 자신을 비웃는 거라고 생각 했던 것인지, 장난스럽게 얼굴을 찡그리며 말을 했다.
그녀의 말에 조성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죠. 열심히 작업했으니까, 맛있는 거 먹어야죠. 저도 하나만 주세요.”
조성현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내밀었고, 유미는 선 뜻 자신이 먹고 있던 과자 하나를 조성현에게 건넸다.
초콜릿의 단맛을 느끼며.
조성현은 다시 한번 조용히, 입을 다물고 방금까지 작업한 곡을 들었다.
결과물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어느 정도 방향성도 잘 정했고, 곡도 잘 살린 편이고.
근데 뭔가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이 자꾸 드는 게 문제였다.
유미의 보컬에 문제가 있지도 않고, 곡 자체로만 봤을 때도 딱히 부족한 게 없는 것 같은데.
뭔가 묘하게 빈 공간이 있다.
그렇게 곡을 전부 다 듣고, 이것저것 더 수정하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아무리 고민을 해도 이렇다 할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 밥 먹으러 갈까요.”
“좋아요.”
유미가 지친 얼굴로 물었고, 조성현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조성현도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느라 조금 지친 상태였다.
일단, 식사를 하고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았다.
* * *
조성현과 유미는 식사를 하고도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다.
당장 막 정답이 튀어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노력이 쓸모없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어쨌든 조금 아쉽지만, 이대로 당장 콘서트에서 선 보여도 괜찮을 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곡이 나왔고.
유미도 어느 정도 만족을 했다.
조성현만 조금 아쉽다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는 상황.
“진짜 천재 프로듀서는 뭔가 좀 다른 건가요? 저희들에게는 그냥 너무 완벽하게 들리는데.”
하도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다 보니, 제작진이 질문을 던진다.
조성현은 그 질문에 볼을 긁적거렸다.
“글쎄요. 일단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정확히 어떤 부분이 아쉬운 건지 모르겠네요. 제가 진짜 천재였으면, 그 아쉬운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을 텐데. 천재는 아니라서요.”
조성현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런 그에게, 장현아가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선배님.”
“아, 네. 현아씨.”
“이제 채윤이 하교 시간이라서, 다녀오겠습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평소라면 조성현이 슬슬 퇴근을 준비할 시간이었다.
오늘은 장현아가 대신 채윤이를 픽업하기로 한 상황.
조성현은 장현아에게 고맙다는 듯 눈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렇게, 장현아가 채윤이를 데리러 간 사이.
“음, 여기서 잠깐 끊고. 성현씨 혹시 짧게 인터뷰 가능할까요?”
“인터뷰요?”
“네. 저희가 항상 매니저 분들 인터뷰 진행을 하는데, 이번에는 성현씨랑 현아씨 인터뷰 둘 다 사용하고 싶어서요.”
피디의 말에, 조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이번 방송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인터뷰가 대충 어떤 느낌인지 이해하고 있었다.
“좋아요. 그럼, 여기서 바로 인터뷰 진행하면 되나요?”
“저기 소파에 가서 촬영하면 될 것 같아요.”
피디가 슬쩍 소파 쪽을 바라보며 말한다.
유미의 간식 창고의 바로 옆에 놓여 있는 소파다.
조성현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소파에 앉았다.
인터뷰 같은 걸 하는 건 또 처음이었기에, 약간 어색하긴 하지만… 그리 어려울 것은 없었다.
“첫 번째 질문은… 일단 저희가 정통적으로 물어보는 부분인데요. 성현씨가 느끼는 유미라는 아티스트는, 또 유미라는 사람은 어떤가요.”
피디가 물어보는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으니, 어려울 게 전혀 없었다.
“크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그냥 평소에 생각하던 대로, 느끼는 대로 말씀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피디는 괜찮다는 듯 말을 건넸다.
조성현은 힐끗, 카메라 옆에서 전혀 관심이 없는 척 과자를 하나 까먹고 있는 유미를 한 번 보았다가 입을 열었다.
“유미씨는 일단…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본인의 일에 진지하고,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하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고치려고 노력하고, 발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발전하려고 또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조성현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 방송에서 원하는 건 둘 중 하나다.
우리가 몰랐던 아티스트의 또 다른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가.
아니면, 그냥 아티스트를 무한칭찬 하거나.
조성현은 자신이 느낀 대로만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멋질 아티스트예요. 유미씨는.”
조성현은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답변을 끝냈고.
피디는 눈을 깜빡거렸다.
단순히 칭찬을 늘어놓는 것 같은데, 말 속에 유미에 대한 책임감도 어느 정도 느껴진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프로페셔널함이 느껴진다는 게 신기해서, 피디는 묘한 미소를 보였다.
인터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리고 그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첫 번째 질문과 꽤나 유사했다.
“성현씨는 딸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네, 맞아요.”
“이번에 딸과 함께 앨범도 같이 내려고 준비 중이시라고 들었어요. 미튜브도 하시는 거 봤고요.”
피디가 미소를 보이며 말을 꺼낸다.
조성현은 그 미소를 보고, 앨범과 미튜브 홍보를 해주려고 하는 질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현 씨에게, 채윤이라는 아이는, 채윤이라는 아티스트는 어떤 존재인가요?”
“이 질문은, 크게 고민할 필요는 없는 질문이네요.”
조성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슬쩍 미소를 지으며, 답을 이어나갔다.
자신에게 채윤이는 어떤 존재일까.
“제 딸로서도,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도. 채윤이는 제 인생과 음악에 있어서 방향성을 정해주고, 또 완벽한 정답이 되어 주는 존재입니다.”
그가 답했다.
그저, 솔직하게.
피디는 조성현의 말 속에 담긴 넘치는 사랑을 느끼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조성현이 방금 한 답은, 진실이 되었다.
“아빠 안녕!”
장현아가 채윤이를 데리고 유미의 작업실로 왔고.
모두가 아이를 반겼다.
제작진들도 촬영하면서 조금 지쳐 있었는데, 채윤이를 보자마자 얼굴이 풀렸다.
유미도 오랜만에 보는 채윤이가 너무 반가웠는지, 아이가 오자마자 가서 채윤이를 안았다.
“안녕하세요. 유미 언니.”
“응. 채윤이도 안녕. 잘 지냈지?”
“네!”
아이가 해맑게 답하고.
채윤이가 온 후로는 모두가 가벼운 미소를 입에 달고 촬영에 임했다.
제작진들도, 피디도, 조성현, 유미, 그리고 장현아도 마찬가지였다.
채윤이는 처음 오는 유미의 작업실이 신기한지 두리번거리며 한참을 구경했다.
“언니랑 채윤이 아빠랑 같이 작업 하던 곡 한 번 들어볼래?”
유미가 채윤이에게 물었다.
채윤이는 유미의 말을 듣자마자 눈을 반짝 거리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성현은 아이의 모습에, 지금까지 작업하던 것을 재생시켰다.
채윤이는 곡이 전부 끝날 때까지 입을 다물고, 조용히 곡을 감상했다.
그리고 곡이 끝나자마자.
“소리가 많이 없다.”
아이는 영문 모를 말을 던졌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조성현은 아이의 말을 이해했다.
그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띨 수 있었다.
역시, 모든 것의 정답은 채윤이었다.
내 딸은 음악천재